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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조종자들 - 당신의 의사결정을 설계하는 위험한 집단
엘리 프레이저 지음, 이현숙.이정태 옮김 / 알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제일먼저 하는 일이 있다. 이메일에 들어가서 밤사이 도착한 편지들을 체크하는 일이다. 광고와 스팸메일은 일일이 삭제를 해주고, 필요한 메일과 그렇지 않은 메일을 분리한다. 1시간은 족히 걸린다. 연휴나 명절 등으로 길게 자리를 비운 사이라면 정리시간은 더 길어진다.
사람이 좀 더 편하고 편리하게 하기 위해 시간이 갈수록 기술은 발전하고 진화한다. 가까운 미래에는 로봇이 사람이 하기 싫은 일들을 대신 처리해주는 날이 올 것이다. 개인의 삶에서 꼭 필요하지만 하기 싫은 설겆이, 청소, 빨래 등을 해결해주고, 기업에서는 꼭 해야 하나 하찮은, 단순한 일들을 로봇이 대체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사람의 생각을 좀 더 빨리 읽고, 정확하게 읽어서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는 시대. 꿈 같은 일이다. 인공지능 이라는 분야로 이런 것들이 개발되고 계속 발전 되어 지고 있다.
이런 변화가 좋은 점은 바쁜 현대인들에게 시간을 절약해 준다는 점이다. '정보의 바다'라는 표현이 작게 느껴질 만큼 우리는 정보의 홍수속에 살고 있다. 하루에도 정보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데, 이런 산처럼 쌓인 정보의 더미들 중에서 내가 필요로 하는 정보를 재빨리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아주 똑똑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이 될것이다. 내 몸에, 입맞에 맞춤한 것처럼 알맞은 정보를 적시에 찾아주는 일, 미로에서 헤매지 않고 지름길로 유유히 빠져 나가는 일은 생각만 해도 신나는 일이다. 이런 기술이 IT 가 가야할 방향이고, 여러 기업들이 박차를 가해 연구개발하는 분야 이기도 하다.
신문이나 인터넷 뉴스를 보면 내가 관심없는 주제들도 많다. 내가 보는 뉴스에는 정치적인 분야는 큰 이슈만 보여주고, 스포츠와 광고는 아예 빼버리면 좋겠다. 그 밖에 책이나 영화소식, 칼럼 등은 빼놓지 않고 들어 있어야 한다. 이런 일련의 작업들을 개인비서가 있어서 대신해 주면 좋겠다.
놀라지 마시라! 개인에 맞춤한 정보를 보여주는 일! 현재도 일부에선 적용이 되고 있다. 일상에서 아주 친숙한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이 그들이다. 똑똑한 컴퓨터가 진화하기 시작했고, 앞으로 개인비서 역할을 톡톡히 해줄거다. 이런 개별화가 일반화 되면 내가 즐겨보는 사이트에는 광고나 홍보성 글들은 다 삭제되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만 보여준다. 내가 관심없는 주제들은 뒤에 숨겨놓거나 아예 빼버린다. 시간낭비도 없을테고 즐거운 클릭질만 남는다.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들에는 편리한 혜택과 함께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단점이 있다.
개별화된 인터넷의 단점이라면, 편협된 자기만의 세상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내 개인정보가 악용될 우려도 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필터링된 인터넷은 내 관심사에서 점점 더 깊게만 들어가게 된다. 넓이를 키우진 못하고 자기가 파 놓은 점점 더 깊은 자기세상에 갇히게된다. 우린 때때로 다른 사람이 뭘 보는지, 어떤 뉴스를 보는지 알아야 할때가 있다. 그러나 당신이 만약 필터 버블에 빠졌다면(빠졌다는 사실도 모를테지만...) 당신의지가 아닌 기계가 결정하고 보여주는 것만 봐야한다. 필터버블은 당신이 앞으로 볼 뉴스를 결정하고, 당신이 좋아할 거라고 판단되는 것들만 보여준다. 필터버블에 빠져들면 들수록 기계에 대한 통제권은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것이다. 사람이 기계를 조종하는게 아니라 기계가 사람을 끌고다니는 시대가 올 것이 우려된다.
세상에는 없어서는 불편을 초래할 것들이 많다. 자동차, 세탁기, 냉장고, 텔레비전, 핸드폰 등등 무수히 많은 아이디어 상품들이 사랑받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익히 알고있는 단점들이 눈에 띈다. 자동차는 이동시간을 단축하는 대신 대기를 오염시키고, 교통사고를 유발하며, 전자제품은 편리함을 주는 대신 유한한 에너지를 고갈 시키고, 전자파로 건강을 손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린 여전히 그 제품들을 사용한다.
왜?
없으면 이제 불편해서 살아가는데 지장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그 단점을 피해 극히 일부이지만 산골로 들어가 홀로 문명과 싸우며 사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여전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단점을 알지만 그냥 산다. 편리함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의 정보를 이용하고 있고, 그 정보의 혜택을 직접, 간접적으로 누리고 있다. 인터넷이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 힘들정도로 우리 생활 구석 구석을 지배하고 있다. 여기 이 책에 그 단점을 지적해 놓았지만, 충분히 알고 이해해도 쉽게 인터넷을 버리진 못할거다.
우리가 누리는 편리한 도구들이 가진 단점을 알고 조심히 다루는 것 하고, 그런 사전 이해가 없이 전혀 모르는 상태로 생활하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을거라 생각한다. 칼이나 망치, 불이 인간에게 주는 편리함과 여러 수고스러움을 덜어주는 것에 반해 잘못 사용하면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무기가 될수 있다. 우리는 그 점을 익히 알고 있고, 대신에 조심스럽게 다룬다. 필터버블도 단점을 생각하며 조금더 세심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
그 점에서 이슈를 제기하고 기꺼이 정보를 파헤쳐준 저자에게 고마운 마음이다. 이런 책이 아니었다면, 관련개발자가 아닌 일반대중들이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이 책은 자신만의 편협된 '필터 버블' 속에서 허우적대는 사람에게, 필터버블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똑똑하게 살아남으라고 주장한다. 필터버블의 위험성을 경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