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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소설 세 얼간이
황승윤 지음, 비두 비노드 쇼프라·라지쿠마르 히라니·애브히짓 조쉬 각본 / 북스퀘어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세 얼간이>로 책을 검색하자 두 권이 나온다. 저자가 서로 다른데, 같은 이야기 같다.
아직 영화도 못 봤고, 원작소설도 읽어보지 못해서 비교는 어렵지만 내용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이 책은 제목위에 영상소설이라는 낯선 타이틀이 달려있기도 하다.
미국에 하버드대가 있고 한국에 서울대가 있다면, 인도에는 ICE 대학이 있나보다.
그 인기 있는 ICE 대학을 들어가기 위해 많은 학생들이 밤잠을 설치며 열심히 공부 한다. 그렇게 공부해도 경쟁률이 어마어마해서 한 해에 고작 200여명만 입학할 수 있다고 한다. 나머지는 들러리인 셈이다.
합격통지서를 받고 기쁜 마음으로 신입생 대열에 서게 된 세명의 주인공. 란초, 라주, 파르한.
이 들 셋은 한 방을 쓰게 되었는데, 란초를 제외한 두명은 꼴찌를 서로 다투는 수준이다. 조금 레벨이 낮은 학교에 가지 않고, ICE 대학에 턱걸이로 합격했다. 뱀의 머리보다 용의 꼬리를 택한 셈이다. 란초는 공부도 별로 안하고 수업도 열심히 안듣는다. 즐겨하는 일이라곤 눈에 띄는 기계류를 뜯어 해체해 보고 다시 조립시켜 놓고... 그러고 노는게 즐거움인 란초. 그런 그의 행동에 반해 성적은 항상 1등이다. 우리는 이런 부류의 사람을 "천재"라고 부른다. 즐기는 천재를 보통사람의 노력으로는 절대 이기지 못한다.
여기서 한가지 짚고 넘어가자. 학생은 공부를 왜 해야 할까?
1.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서.
2.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서,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
3. 좋은 배우자를 만나기 위해서. 노후의 안락과 편안함을 위해서.
대부분 이 사이클을 타기 위해 공부를 한다. 1번 → 2번 → 3번 순차적으로 수행해야 성공할 확률이 높다.
자신이 좋아하는지, 하고 싶은 일인지는 두번째 문제다. 부모들의 강요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본인의 판단일 수도 있다.
본인이 선택한 거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좋아하는 분야라면 아주 좋은 선택이다. 좋아하는 분야를 즐기면서 공부하면 효율도 좋고, 성과도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아주 높다. 재능까지 겸비했다면 금상첨화 겠다.
문제는 강요에 의해 하기 싫은 분야를 선택했을 경우이다. 파르한 처럼 본인은 사진에 재능이 있는데, 히틀러 아빠때문에 공대에 들어왔다. 사진은 할수록 기쁘고 행복한데, 기계는 그에게 즐거움을 주지 못한다.
박지성 선수에게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라고 강요한다면? 피겨여왕 김연아에게 피아니스트의 꿈을 강요한다면 어떻게 될까?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해야한다. 1~3번의 사이클을 타기 전에 제일 먼저 선행되어야 하는것이 있다.
"내가 자신있게 하고 싶은 일이 뭔가?" 하는 고민이다. 이 고민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1번부터 사이클을 타면 된다.
이 책은 진정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 늦지않게 자신의 길을 가는 세 얼간이의 이야기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상대방을 이겨야 한다. 남보다 1시간 더 공부하고 조금 더 자신을 갈고 닦으라고 강조하는 바이러스 학장과 그에 맞서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길인지 고민해야하고, 학점이/성적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란초 일당과의 대결이 주된 내용이다. 바이러스 학장 눈에는 란초 일당은 사고뭉치에 당장 퇴학시켜야 할 학생들이다. 란초 일당의 눈에는 바이러스 학장이 인간적인 면이 하나도 없는 기계로 여겨진다.
바이러스 학장의 의견도 틀린 말은 아니다. 란초 일당도 인간적이고 의미가 있는 주장이다. 어떤 선택을 할지는 본인의 자유다. 어떤 길이 옳은 선택이었는지는... 죽기전에 자신의 일생을 뒤돌아보며 판단할 수 있을테지만, 이왕이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생을 소비하는게 옳은 길이라는 건 살아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p.s :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잘 아는 사람에겐 용기를 줄 수 있는 책이지만, 자신의 길을 아직 정하지 못한 이들에겐 자칫 공부조차 소홀하게 할 수 있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