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힘센 수탉
이호백 글, 이억배 그림 / 재미마주 / 199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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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림으로 더 유명해진 책이다. 어린 수평아리가 자라서 수탉이 되어 전성기(?)를 맞이하는 부분이 참 재미있다. 멋지고 늠름한 모습으로 새벽을 알리고, 힘자랑 대회에서 일등을 하고, 다른 수탉들이 이 수탉을 부러워하고, 젊은 암탉들이 수탉을 따라다니는 장면......

하지만 백수의 왕 사자도 나이가 들고 힘이 약해져 자신의 서열에서 밀려나고 무리에서 쫓겨나면 초라한 신세가 되듯이 이 수탉 역시 자신보다 더 힘이 센 수탉이 나타나자 '동네에서 제일 술을 잘 마시는 수탉'으로 타락(?!)해 버린다. 젊은 시절의 무용담을 들먹이면서......

이런 수탉의 모습은 인간사회를 빗대어 놓은 것이다. 이 수탉은 너무나 과거에만 얽매여 현재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다. '세월 이기는 장수 없고, 오는 백발 막지 못 하는 법'인데 자연스럽게 세월의 흐름에 맞추어 사는 법을 모른다.

이 수탉에게 '어느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고 해서 고귀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진정한 고귀함은 과거의 너 자신보다 더 우월해지는데 있다.'는 충고를 해주고 싶다. 물론 과거의 자신보다 더 힘이 세지라는 말이 아니라 과거의 자신보다 좀더 성숙해지라는 의미의 충고가 될 것이다.

마지막 장면은 수탉이 건강하게 자라는 자손들을 보며 깨달음(?)을 얻고 힘차게 꼬리 깃을 펴는 것이다. 드디어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고 제자리로 돌아온 것을 나타내고 있기에 마지막 수탉의 모습이 이 책의 어느 부분에서의 수탉의 모습보다 헐씬 멋져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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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J.K.피터슨 지음, 박병철 옮김, Deborah Kogan Ray 그림 / 히말라야 / 199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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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영어제목은 'I have a sister. My sister is deaf.'라는 두 문장으로 되어있다. 영어로 된 동화에서 마지막 장의 내용이기도 한 이 제목이 상당히 시적인 여운을 주는 것 같아서 제목치고는 좀 길지만 꽤 괜찮은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게는 여동생이 있다. 그 아이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라고 번역될 수 있겠는데 내게는 여동생이 있다는 평범한 첫 번째 문장 다음에 나오는 '그 아이가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두 번째 문장이 갑자기 궁금증을 유발시키며 계속 이 책의 내용에 시선을 고정시키게 만든다.

하지만 한국어판 제목에서는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라는 한 문장으로 그것도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내용이 앞서 나와버려서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반면에 deaf를 '귀머거리'라는 표현대신 '소리를 듣지 못하는'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아주 좋아보였다.

책의 표지에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어린 소녀가 토끼인형을 안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 소녀의 얼굴을 보며 야생 동물들과 이야기 나누던 '동물들과 대화하는 아이 티피'라는 소녀가 떠올랐다. 덥수룩하게 풀어헤친 머리때문이기도 했고, 굳이 '말'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두 소녀의 특성때문이기도 했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어린 소녀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데 동화책의 그림이 모두 무채색으로 되어있다는 점이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특별히 무슨 감동적인 사건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소리를 듣지 못하는 어린 소녀의 생활에 대해 그녀의 언니가 잔잔히 풀어써 놓은 것이 전부이다. 그래서 별다른 재미가 있지는 않지만 소녀의 언니가 그런 것처럼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에 대해 조금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소리를 듣지 못하고, 그렇기에 발음도 좀 이상하지만 그들도 우리들과 의사소통할 수 있으며 소리를 듣는 것 외에 다른 많은 것들을 우리들과 똑같이 느끼고 생각한다는 것. 그리고 그들 역시 한 가족의, 우리 사회의 '너무나 사랑스런' 일원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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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똥 민들레 그림책 1
권정생 글, 정승각 그림 / 길벗어린이 / 199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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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흰둥이가 골목길 담 밑 구석에서 똥을 누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무도 없는 구석진 곳에서 잔뜩 웅크리고 똥을 누고 있는 강아지 흰둥이의 모습이 무척 귀엽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귀여운 강아지가 눈 '강아지똥'은 '더럽다'는 이유 하나로 구박받는다.

강아지똥은 서러운 마음에 여러번 눈물을 흘린다. 생명력이 부여되어 울고 있는 작은 강아지똥의 모습이 무척 애처롭고 불쌍하다.

꽃'을 피운다는 민들레를 바라보는 강아지똥의 모습에 부러움이 가득하다. 곧이어 강아지똥이 거름이 되어주어야 별처럼 고운 꽃을 피울 수 있다는 민들레의 말에 기뻐하며 민들레를 온 몸으로 꽉 껴안는 강아지똥의 모습은 내가 생각하는 이 동화책의 가장 감동적인 부분이다. 나를 필요로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은 언제나 감사하고 행복한 일이다.

이 세상의 누구든 그 존재의 가치가 있으며 존재 자체로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 누구든 세상 어느 곳엔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할 곳이 있다는 사실. 우리 아이들이 이해할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많은 아이들에게 꼭 소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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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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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발한 상상력의 이 책은 서문에서 작가 자신이 말했듯이 '저마다 하나의 가정을 극단까지 몰고 갔을 때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나도 가끔씩 '어딘가에 과거의 나, 미래의 나가 지금의 나와 비슷한 혹은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를 가지고 살아갈텐데 베르나르는 그의 상상력의 폭을 훨씬 넓혀서 기발한 여러 단편을 구성해 냈다.

『어린 신들의 학교』- 신이라 해서 완벽한 것이 아니라 신도 우리들처럼 공부하고 노력하고, 실패를 통해서 배우는 것을 보니 신들이 참 친근하게 느껴졌다.

『수의 신비』-지식으로 계급(?!)이 결정되는 사회를 나타내고 있다. 세상에는 20 이상의 수는 없다고 믿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보며 어떤 면에서 그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의 범위가 내가 가진 지식의 세계를 상징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자』-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말처럼 '인간과 다른 존재들의 시선을 빌어 인간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언제나 유익하고 흥미로우'면서도 '인간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을 하게 해준다. 객관적으로(?!) 인간에 대해 분석해 놓은 글을 읽으며 좀 과장된 면이 없지 않으나(어쩌면 이런 과장이 다른 동물들과 다르지 않는 인간 특성을 더욱 극명하게 드러내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 인간도 다른 동물들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은 '단순한 동물'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캉스』- 우리가 한 번즈음 생각해 봤음직한 과거로의 시간여행에 대하여 묘사하고 있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도 어쩌면 미래인이 숨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완전한 은둔』- 상당히 흥미로운 작품이다. 인간 뇌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이 외에도 모든 작품들이 단편의 묘미인 긴장감과 반전이 살아있어서 흥미를 잃지 않고 많은 이야기들을 금새 읽을 수 있게 해주었다. 재미있고 가볍지만 어딘가에 자꾸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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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아, 머뭇거리기에는 인생이 너무 짧다 1 - 비전(VISION) 편
강헌구 지음 / 한언출판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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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꼴찌의 성적으로 인문계 고등학교에 입학해서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내겐 너무나도 간절했던 목표를 가지고 3년을 공부해 졸업 당시 반에서 1등을 했던 나. 장학생으로 대학에 입학하고 이젠 그토록 원하던 선생님이 된 나.

고등학교 3년, 대학 4년 지난 시절 열심히 공부하면서도 지치지 않고 힘든 순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까닭은 내겐 너무나 소중했던 '선생님이 되고싶다'는 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에 고등학교 입학했을 때가 떠오른다. 중학교 때까지 집안 형편을 핑계로 아무런 꿈도 없이 놀기만 하던 나였기에 고등학교 입학 후에도 성적이 좋지 않아 ‘과연 이래서 선생님이 될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이 생기곤 했다. 하지만 내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내 꿈에 대한 열정으로 열심히 노력했다. 학교에 계신 모든 선생님이 놀라실 정도로 성적은 수직상승했다.

그때 깨달았다. ‘내 인생에 확고한 비젼과 목표가 있다면 내가 하지 못할 것이 없다’라는 사실.. 그리고 ‘두드리면 문은 열린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는 것.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선생님이 되었다고(?! 물론 아이들을 향한 교사의 사랑은 대체로 짝사랑인 경우가 많다..ㅠ.ㅠ) 나름대로 자부하는 지금. 불과 1년 전의 학생이었던 나와 작년까지 가지고 있던 꿈을 어느 정도 이룬 선생님이 된 지금의 나를 비교해보면 많이 나태해진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가끔씩 ‘앞으로 무얼 더 하고 싶은가?’하며 내 미래를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다. ‘지금처럼 계속 선생님이겠지?’하는 막연한 생각만 들뿐. 이 책을 읽고 나니 이젠 내게 ‘구체적으로 어떤 선생님이 될것인가?’에 관한 비젼을 떠올려보는 일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내 인생의 또 다른 부분에서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중요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용기 있는 자가 미인을 얻는다’는 말은 사실일지도 모른다. 나는 덧붙여 ‘비젼 있는 자가 자신의 꿈을 이룬다’는 말을 하고 싶다. 아직 꿈과 비젼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책의 표지에는 '10대에 이미 인생의 반이 결정되고, 20대에 그 성패가 가름난다.'고 했지만 나이에 상관없이 이 책의 메시지가 주는 울림은 크리라고 생각한다.

이 책 자체는 계기만을 제공해줄지도 모른다. 비젼의 중요함을 제시할 뿐 자신만의 비젼을 떠올리고 그에 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노력하는 것은 책을 읽는 개개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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