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
J.K.피터슨 지음, 박병철 옮김, Deborah Kogan Ray 그림 / 히말라야 / 1995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영어제목은 'I have a sister. My sister is deaf.'라는 두 문장으로 되어있다. 영어로 된 동화에서 마지막 장의 내용이기도 한 이 제목이 상당히 시적인 여운을 주는 것 같아서 제목치고는 좀 길지만 꽤 괜찮은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게는 여동생이 있다. 그 아이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라고 번역될 수 있겠는데 내게는 여동생이 있다는 평범한 첫 번째 문장 다음에 나오는 '그 아이가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두 번째 문장이 갑자기 궁금증을 유발시키며 계속 이 책의 내용에 시선을 고정시키게 만든다.

하지만 한국어판 제목에서는 '내게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여동생이 있습니다'라는 한 문장으로 그것도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내용이 앞서 나와버려서 조금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반면에 deaf를 '귀머거리'라는 표현대신 '소리를 듣지 못하는'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 아주 좋아보였다.

책의 표지에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어린 소녀가 토끼인형을 안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이 소녀의 얼굴을 보며 야생 동물들과 이야기 나누던 '동물들과 대화하는 아이 티피'라는 소녀가 떠올랐다. 덥수룩하게 풀어헤친 머리때문이기도 했고, 굳이 '말'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두 소녀의 특성때문이기도 했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어린 소녀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데 동화책의 그림이 모두 무채색으로 되어있다는 점이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특별히 무슨 감동적인 사건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소리를 듣지 못하는 어린 소녀의 생활에 대해 그녀의 언니가 잔잔히 풀어써 놓은 것이 전부이다. 그래서 별다른 재미가 있지는 않지만 소녀의 언니가 그런 것처럼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에 대해 조금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소리를 듣지 못하고, 그렇기에 발음도 좀 이상하지만 그들도 우리들과 의사소통할 수 있으며 소리를 듣는 것 외에 다른 많은 것들을 우리들과 똑같이 느끼고 생각한다는 것. 그리고 그들 역시 한 가족의, 우리 사회의 '너무나 사랑스런' 일원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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