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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인해 나 이처럼 행복해도 될까요♥

詩고은설

바람처럼 일어나
내가슴 깊은곳에
천천히 고여가는
그대로 인해
나 이처럼 행복해도 될까요

연두빛 꿈결로 다가와
내 체온속으로
밀물처럼 밀려드는
그대로 인해
내 영혼이 이처럼 눈부셔도 될까요

갈색의 대지에
옹골지게 물들어 가는
은총의 색깔들
그대로 인해
나 이처럼 아름답게 채색되어도 될까요

그리움과 축복이
같은 부피로 채워지는
아침같은 시간들
나직히 불러보는 그대라는 이름
나 이처럼 봇물터지듯
그대를 그리워해도 될까요

그대라는 강물위에
투명한 이야기들을 풀어제끼고
푸른 물길을 따라
은빛 날개를 퍼득이며
그대가 있는 곳에 날아가
그대에게 최후의 기쁨으로 스며드는 한방울의
삶이 되고 싶은 소망을 품어도 될까요

그대로 인해
내가 이처럼 행복해도 될까요
그대로 인해
내가 이처럼 눈부셔도 될까요

그대가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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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 부 (新婦) ]

사랑하는 이여, 나를 불러 주세요, 큰 소리로 나를 불러 주세요!

당신의 신부를 이토록 오래 창가에 서 있게 하지 마세요.

늙은 플라타너스의 가로수길에는

이제 저녁도 잠들어

가로수길은 텅 비어 있습니다.

당신이 오시어 당신의 목소리로

나를 밤의 집에 잡아두지 않으신다면,

나는 붙잡은 나의 두 손을 뿌리치고

짙은 쪽빛 뜨락으로 나가

내 가슴을 쏟아버릴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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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 전혜린

     거리만이 그리움을 낳는 건 아니다.
   
    아무리 네가 가까이 있어도 너는..
    충분히 

    실컷 가깝지 않았었다.
 

    더욱 더욱 가깝게...
    거리만이 아니라 모든 게...
    의식까지도

    가깝게 가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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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진 후에 - 조용미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꽃이 진 후에



꽃이 진 후의 일들을 나 이제 겪어야 하네

달콤하고 수상쩍은 냄새가 났던 봄밤



봄날 누워서

꽃이 피는 소릴 들으며,



머리를 빗고 일어나 나가보면 천지에

꽃들 이미 다 져버린 뒤



바람소리를 듣지 못하는 귀를 가지게 되었네

꽃이 진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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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  - 조용미

오늘밤은 그믐달이 나무 아래

귀고리처럼 낮게 걸렸습니다

은사시나무 껍질을 만지며 당신을 생각했죠

아그배나무 껍질을 쓰다듬으면서도

당신을 그렸죠 기다림도 지치면 노여움이 될까요

저물녘, 지친 마음에 꽃 다 떨구어버린 저 나무는

제 마음 다스리지 못한 벌로

껍질 더 파래집니다

멍든 푸른 수피를 두르고 시름시름 앓고 있는

벽오동은 당신이 그 아래 지날 때,

꽃 떨군 자리에 다시 제 넓은 잎사귀를

가만히 내려놓습니다

당신의 어깨를 만지며 떨어져내린 잎이

무얼 말하고 싶은지

당신이 지금 와서 안다고 한들,

그리움도 지치면 서러움이 될까요

하늘이 우물 속 같이 어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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