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하는 사람
정호승 지음 / 현대문학북스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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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정호승 시인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의 작가로도 매우 유명한 사람이다. 그의 작품중 시집은 처음 샀던 것인데 몇년 전에 사서 다 읽고 책장에 꽂아 놓았다가 오늘 꺼내서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시의 좋은 점이 이런데에 있다. 나같은 경우에 소설은 책장에 꽂혀 있어도 시간이 흐른 후 다시 꺼내 읽는 경우는 별로 없다. 하지만 시의 경우는 가끔씩 꺼내서 다시 읽어본다. 시는 읽을 때마다 느낌이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 시집의 경우는 대체로 시인이 말하고 있는 것이 쉽게 눈과 마음에 들어오기 때문에 처음에 읽었을 때나 다시 읽었을 때의 느낌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정호승씨는 몇 편의 시를 제외하고 나머지 시는 너무 비슷비슷해서 재미가 없게 느껴진다. 다만 그의 시 전편에 조용히 흐르고 있는 불교적 색채가 마음과 정신을 고요함 속에 젖어들게 하고 시들이 쉽게 읽히는 덕에 시집을 덮는 순간까지 마음이 편안했다. 하지만 역시 정호승씨의 진가는 어른을 위한 동화 속에서 더 발휘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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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07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나는 동화는 진짜 별로던데! 역시 사람의 취향은 가지각색이군요.@o@
 
두고 온 시 창비시선 213
고은 지음 / 창비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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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시집 코너에 가보면 그의 시집이 참 많이 있다. 굉장히 다작(多作)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자신도 ‘저는 시를 쓰지 않을 때는 폐인에 가까운 존재가 됩니다. 때때로 세상에 대해 판단정지 상태에 빠지기도 하고, 또 아주 멍청해져 버리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시 한 편이 나오면 눈이 번쩍거리고 뭔가 살아야겠다는 용솟음 같은 게 차 오르곤 하죠. 시를 쓴 뒤에는 뭔가 멍해져서, 마음속의 지평선을 막막하게 바라보곤 합니다.’라는 말을 한 것을 보면 고은의 삶에서 시란 단지 생계수단이나 취미 생활이 아닌 그 자체로서 하나의 삶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시를 통해 숨쉬고 세상을 살아가는 시인. 고은……. 그래서일까 그의 시를 읽다보면 정말 그의 삶이 그대로 보이는 듯도 하다. 그가 살아온 기이한(?) 삶과 어우러져 그의 시 역시 매우 다양한 주제와 내용을 담아내고 있다.

그의 많은 시가 그러하듯 이 시집 역시 ‘무슨 내용일까?’ 꼼꼼히 따져 읽기보다 그냥 가슴 속에서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더 적당할 것 같다. 언젠가 고은씨의 시를 두고 한 염무웅 선생의 지적대로 이 시에서도 그의 격정적이고 충동적인 언어사용으로 그 뜻을 밝히는데 많은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행간의 말들을 이어서 생각해 보려고 하면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아 한참을 고민하게 된다. 고은 자신도 ‘겉핥기식 이론이 아닌 가슴의 소리를’통해 시를 읽어주길 바라고 있다는데 더 말해 무엇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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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문 강에 삽을 씻고 창비시선 16
정희성 지음 / 창비 / 197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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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처음 읽은 것이 고등학교때였는데 그때도 이 시를 쉽게 읽었다고 기억되는 걸 보니 이 시는 결코 난해하지는 않다.

이 시는 우리에게 노동자의 삶을 그냥 담담하게 보여준다. 일이 끝난 후의 지친 한 노동자의 모습이 눈에 그려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라는 표현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시적 화자는 가난한 노동자의 삶을 사는 사람이다. 일이 끝나고 나서 흐르는 강을 바라보며 자신의 고단한 삶을 돌아본다. 그저 잔잔히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그리고 현실을 바라보며 시적 화자는 조용하게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현실에 대한 저항도 아니고 크게 소리쳐 우리를 선동하는 것도 아닌데 이 시가 주는 울림은 조용하면서도 매우 큰 것이다. 인생은 흐르는 강처럼, 매일 뜨고 지는 달처럼 그저 그렇게 똑같이 반복될 뿐이다. 이 시 속에는 그 어떤 희망도 말하고 있지 않다. 썩은 강같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시적 화자도 알지만 그는 다만 ‘쭈그려 앉아 담배만 피우고’ 돌아선다. 그의 모습은 언 듯 ‘스스로 깊어가는 강’과도 같다. 삶의 연륜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단지 시적화자의 소극적인 삶의 자세일까?

아무런 희망도 없이 사는 듯 보이는 그의 생활이지만 샛강바닥의 썩은 물에 달이 뜨듯이 그의 삶도 그렇게 암울하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달은 언제나 차고 기우는 것이듯, 그의 기운 삶 또한 언젠가는 환하게 찰 것이라는 희망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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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내게로 왔다 1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시가 내게로 왔다 1
김용택 지음 / 마음산책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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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집은 김용택 시인 자신이 좋아하는 시들을 모아놓은 시집이다. 여러 작가들의 대표적이라고 할만한 좋은 시가 나와 있다. 그래서 한 시인에 대하여 깊이 있게 이해하고 알아가고 싶은 사람에게는 그리 권할만한 시집이 아니다. 시가 나와 있고 시 옆에 그 시에 대해 혹은 그 시를 쓴 시인에 대해 김용택씨의 짧은 생각들을 적어 놓았다. 그래서 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김용택씨의 생각을 통해 시에 대해 좀더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시는 읽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 느낌이 다를 수 있기때문에 김용택씨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비교하며 시를 읽어보아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내가 좋아하는 시를 모아서 나만의 작고 귀여운 시집을 한 권 만들어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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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속의 검은 잎 문학과지성 시인선 80
기형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8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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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지성사에서 나온 그의 전집을 구했다. 처음에 그의 사진을 보았다. 실제보다 훨씬 나이 들어 보이는 얼굴하며 짙은 눈썹. 그의 얼굴은 개성 있는 연기파 배우의 얼굴처럼 무척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다음에 본 것은 그의 필체. 그의 필체는 매우 다양하고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공부를 꽤나 열심히 그리고 많이 한 사람의 글씨체다. 조금은 여성스러워서 섬세한 듯하지만 무척 단호하게 뻗어나간 글씨의 굴곡들. 그의 시와 소설과 일기 등을 읽어나가면서 자꾸만 우울하고 음습한 기운들이 느껴져서 몇 번이나 책장을 덮어야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그의 전집을 다 읽기까지는 꼬박 일주일의 시간이 걸렸다.
그의 연보는 1994년까지 나와 있지만 그는 1989년에 만 29세의 생일을 엿새 앞두고 종로의 한 심야극장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고 쓰여 있다. 이름만큼 기형적인 죽음이다. 왜 똑똑한 많은 작가들은 단명 하는 것일까? 그들은 세상의 많은 것들을 너무 일찍 다 알아버려서 더 이상 보고, 느낄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들 특유의 허무주의 역시 그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그들은 잎을 피우기도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목련처럼 삶을 채 살아보기도 전에 삶의 허무를 키웠다.(류시화의 시 ‘목련’ 인용) 그들은 남들이 마라톤으로 달릴 거리를 단거리 선수처럼 달렸다. 그리고 쓰・러・졌・다. 그들이 바라본 하늘은 어둡고 우울한 무채색이었다. 기형도의 하늘엔 진눈깨비가 날리고 있었다. 그렇게 그는 줄곧 겨울을 살다갔다.

‘입 속의 검은 잎’ 이 독특한 시 제목은 주의해서 머리 속에 새겨두지 않으면 안 된다. 언제고 ‘잎 속의 검은 입’이 되어 사용될 수도 있으니까.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시다. 도대체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그 분위기만 느껴질 뿐 뚜렷이 손에 잡히지는 않는다. 그의 많은 시에서처럼 짙은 허무주의만이 안개처럼 감싸고 돌 뿐. 그러나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든 카페에 들어가 보면서 그의 시에서 희망을 읽었다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에 나는 적잖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에는 그의 시에서 비판과 비관을 읽고 거기서 동질감을 얻어서 그의 시를 좋아하던 사람들이 시간이 갈수록 그의 시에서 희망을 읽었다는 말은 나에게는 좀체로 이해되지 않는 말이었다. 그의 시들은 삶의 최극단의 절망에 서 본 사람의 시다. 그의 시는 가난한 가족사와 경제 성장기 한국 사회의 모순들을 그림으로써 상당히 보편성을 지닌 소재로 시를 써갔다. 담담하고 비관적인 눈으로……. 그의 시를 읽으면서 비슷한 분위기의 작품으로 조세희 씨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떠올랐다. 장르는 시와 소설로 나뉘지만 두 작품의 분위기가 무척 비슷했다는 점이 인상에 많이 남는다.

기형도는 그렇게 우울하고 어두운 분위기로 시를 이끌어나가면서도 어떤 밝은 전망도 시 속에 제시하지 않는다. 그런 면이 어쩌면 많은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기에 유리한 점으로 작용했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어처구니없는 환상 따위…, 억지 전망이야말로 그의 시를 읽는 사람들을 우롱하는 것일 수도 있었으니까……. 그렇게 본다면 그의 시에서 ‘희망’을 읽은 사람들의 말이 조금은 이해가 가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은 그의 시가 ‘희망이 적어 오히려 읽기에 행복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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