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이 넘어 다시 읽는 동화 - 동화 속에 숨겨진 사랑과 인간관계의 비밀
웬디 패리스 지음, 변용란 옮김 / 명진출판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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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동화를 보는 새로운 관점이 나름대로 흥미로운 책이었다. 삽화도 예쁘고, 책의 구성도 깜찍하게 되어 있고, 글도 위트 있게 쓰여 있기 때문에 만약 선물을 받는다면 참 기분 좋게 책장에 꽂아두고 싶은 책이다. 솔직히 돈 주고 사기에는 아까운 책이라는 말인데 작가가 동화를 새롭게 해석해 둔 것이 뭐 그다지 새롭고 중요한 이야기라기보다는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런 내용이나마 조금 부실한 것도 같고 워낙 한 페이지당 글자 수가 적어서 금방 재밌고 쉽게 읽어갈 수 는 있으나 다 읽고 나면 마치 별 내용 없는 하이틴 잡지를 읽은 것처럼 조금 허무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동화를 비롯해 다른 모든 종류의 글들도 마찬가지라 생각되지만 글을 읽고 거기서 얻어내는 교훈이나 받아들여지고 기억에 남는 부분은 사람마다 다르리라고 생각한다. 텍스트 자체도 어느 정도의 주체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텍스트 자체를 완전히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 자신이다. 구성의 주체가 바로 독자이기 때문이다. 문자기호라는 자극체를 통해 독자는 자신의 경험이나 사회적 관습에 바탕해서 자기에게 의미있고, 가치로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낸다. 물론 독자마다 경험과 선이해가 다르기 때문에 의미의 낙차와 진폭(이것이 의미구성에 작용하는 변화요인이 될 수 있다.)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예전에 절개와 지조가 높다고 여겨지던 춘향이가 현대판에서는 신분 상승욕이 강한 여자로 그려진다. 하지만 내게는 춘향이가 자신의 목숨을 바치면서 까지 사랑하고 싶은 사람을 만난 것이나 이몽룡이 신분을 뛰어넘어가며 춘향이를 다시 찾을 만큼 춘향이를 사랑한다는 것을 보며 ‘둘은 정말 사랑하는구나. 정말 부럽네’ 하는 생각(너무 단순한가..?^^;;)을 갖게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어쩌면 이 책을 읽으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사람마다 배경지식이나 살아온 환경이 다르니 각자의 생각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냥 자신과 다른 관점이더라도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익으며 얻는 것도 많으리라 믿는다. 게다가 위트 있는 글은 정말 머리 속에 쏙쏙 들어오기 때문에 비록 나와는 생각이 다른 부분도 많았지만 내게는 참 재미있는 책이었다.

※주의점: 상징으로서의 동화 해석은 언제나 상대적인 것이므로 동화를 야기하는 하나의 방법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심리학적 코드로 동화를 읽을 때 상징 조작을 함에 있어 심각한 왜곡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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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 신화를 이해하는 12가지 열쇠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 1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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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제대로 읽어보고는 싶었지만 쉽게 읽히지 않아서 읽을 때마다 금방 책장을 덮어버리곤 하던 것이 그리스 로마 신화였다. 엄청나게 많은 등장 인물들과 얽히고 설킨 이야기들이 나를 지레 겁먹게 만든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이윤기씨의 그리스 로마 신화는 쉽게 쓰여져 있었기때문에 부담없이 읽을 수 있었다. 물론 서평을 쓰신 다른 분들의 말씀처럼 내용이 많이 가벼울지도 모른다. (솔직히 다른 그리스 로마 신화 책을 못 읽어봐서 진짜 그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같이 그리스 로마 신화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이윤기씨의 이 책이 신화에 접근하는데 좋은 가교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 게다가 책 사이사이에 곁들여진 그림들이 신화 이해를 더욱 흥미롭게 한다. 언젠가 유럽 여해을 가면 그림이나 조각을 보고도 좀 아는 체 할 수 있게 해줄 것 같아서 더 좋다..^^

읽으면서 그리스 로마 신화가 좋은 이유 중의 하나가 신들이 참 인간적이란 것이다. (아마 신이 인간을 만들때 자신들을 닮게 만들어서 일지도 모르지만...) 최고 신인 제우스는 바람둥이이고 헤라는 엄청난 질투의 화신이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자신의 미를 뽐내기나 하고... 정말 신들이 가깝고 재밌게 느껴진다. 하지만 신들을 무턱대고 친구처럼(?!) 대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 인간에게 교훈을 주고 벌을 주는 것도 신들이니까..

내가 이윤기씨의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가장 인상깊게 읽은 부분이 프시케와 에로스의 사랑 이야기다. 신화에는 수많은 사랑 이야기가 나오지만 프쉬케와 에로스의 사랑 이야기가 그 중 단연 으뜸이라는 생각이 든다. '비록 보이지는 앟지만 사랑은 의심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줄 뿐 아니라 신과 인간 사이에 신분(??)을 뛰어넘는 사랑이 멋있게 보였기때문이기도 하다. 역시나 사랑은 프쉬케의 사랑이 그러했듯이 죽음도, 고난도, 박해도 이겨낼만큼 커다란 가치가 있는 것인가 보다.

풍부한 상상력 속에 녹아있는 낭만적이고도 교훈적인 여러 이야기들. 아마도 몇 번을 더 읽어야 (다른 책을 겸해서)그 의미를 더 확실히 알 수 있고,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 그리스 로마 신화인 것 같다. 이 책을 발판으로 다른 그리스 로마 신화도 용기를 내어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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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소설로 그린 자화상 2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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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이 말은 작가가 서울 현저동으로 이사와서 매동학교까지 가는 길에 산을 넘는 동안 낯설고 정도 가지 않던 아카시아의 '비릿하고 들척지근'하여 '헛구역질'이 나는 맛을 보고 고향인 박적골 뒷동산의 '새콤달콤'하며 '입 안에 군침이 돌게 신 맛'인 싱아의 맛을 그리워하며 하는 말이다.

어린 시절 박적골에서의 기억은 그야말로 유년시절의 철모르던 행복함 그 자체로 그려진다. '한시도 정지해 있지 않고 살아 움직이고 변화'하는 자연 속에서 '심심할 겨를'도 없었고, 무엇보다도 '할아버지'라는 든든한 백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엄마를 따라 서울로 오면서부터 본격적으로 그녀의 성장통이 시작된다. 풍요롭고, 자유롭던 박적골에서와는 달리 그녀는 서울에서야 비로소 궁상맞은 생활을 경험했으며 엄마의 이중성으로 인해 엄청난 혼란스러움을 겪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궁상스러움이나 인간의 이중성이란 철저히 세상에 물들어 가는 과정을 상징하는 것이니만큼 어린 그녀에게는 처음 겪는 낯설음과 혼란을 안겨주었으리라.

그녀가 기억으로 묘사하고 있는 그녀의 성장의 과정이 단지 한 개인의 지나온 과거로 읽히지 않았던 까닭은 당시의 혼란스러운 사회상에 우리의 지난 역사가 그려져 있었기때문이다.

오빠의 사상과 전향. 한민족끼리의 사상 싸움이 이렇게도 혹독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무척 가슴이 아팠다. '승리의 시간은 있어도 관용의 시간은 있어선 안 되는게 이데올로기의 싸움의 특성인 것 같다'는 작가의 말. 어쩌면 시대가 죄인을 만든다는 말이 맞는 말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누구에게나 유년의 기억은 <다시 되돌아갈 수 없는 평화로움과 아늑함의 시간>과 급격한 신체적, 감정 변화와 예민하다 못해 날카롭기까지 한 감수성으로 인한 <혼란스러움의 시간>으로 나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자가 '싱아'로 후자가 '아카시아'로 짧게 대별되었다고 한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아련한 그리움과 따뜻한 기억의 상징인 싱아는 정말 누가 다 먹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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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빔툰 - 정다운네 만화 홈페이지
홍승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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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겹다며 빨리 돌리지 말고 / 슬로우 모션으로 천천히 보면, / 우리가 못 보고 그냥 지나친 장면들을 세세하게 다 볼 수가 있다. / 내가 과연 이런 행동과 표정을 지었던가...... / 의문이 생길 정도다. / 삶이 지겹다고 느끼는 것은 그 삶 속의 미세한 감정들을 그냥 흘려 보냈기 때문일 것이다. / 행복이란 평범함 속에서 희열을 찾아내는 작업과도 같은 것이므로......(책의 부분)

네잎 클로버의 꽃말이 행운이라고 한다. 그런데 세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행운을 잡기 위해 우리 주변에 있는 행복을 짓밟고 다닌다고 했던가?

이 책을 읽는 동안 우리 주변에 늘 있을 법한 사소한 이야기들로부터 재미를 얻을 수 있었다. 눈을 돌려 조금만 살펴보면 내 주변 어디에서든 즐겁고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우리는 그것을 잘 모르는 것 같다. (물론 나 역시) 비빔툰은 우리 주변의 그런 것들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하여 우리들을 일깨운다. 몇 컷의 만화로 우리에게 내 일상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것이다. 참 단순한 사건들을 그려놓은 몇 컷 만화를 읽으며 이렇게 웃어보긴 처음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몇 번이나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면서 소리내어 웃었는지 모른다.

작은 발상의 전환과 내 자신과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과 여유를 갖고 내 일상을 돌아본다면 나의 삶도 정보통씨의 삶만큼 유쾌하고 재밌는 것으로 넘쳐나지 않을까...

새해에는 행복을 옆에 두고 행운만을 쫓는 어리석은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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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크리스토 백작 1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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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란 이런 것이다.'라는 것을 완벽하게 보여준 몽테크리스토 백작.

이 책을 처음 읽었던 것은 내가 중학교때였다. 책을 손에 잡으니 다 읽을 때까지 책을 손에서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너무 흥미진진하고 유쾌, 통쾌, 상쾌한 내용이었기때문이다. 그때의 기분을 느껴보려고 10년만에 다시 손에 잡은 이 책. 역시나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의 전개는 무척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학교때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냥 쭉쭉 잘도 읽었던 것 같은데 10년이 지난 지금 다시 이 책을 읽을 때는 종이 위에다가 등장 인물 이름을 적어가면서 읽어야 했다. 나이가 들어서 인지(^^;;) 아니면 통쾌한 복수 이야기에 그때만큼 집중이 잘 되지 않아서 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종이 위에 적은 것을 보며 에드몽 당테스, 마르타, 뱃사람 신뱃, 몽테크리스토 백작, 톰슨 앤드 프랜치 상회의 대리라는 영국인, 자코네, 윌모여경, 이탈리아인 브조니 신부가 모두 동일인이라는 것에 상당히 놀랐다. 이 엄청난 변장술과 신출귀몰하는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놀라운 능력! 이런 것들이 긴장감을 유지하며 이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든 것이 아닐까.

복수를 계획하면서 일어났던 많은 일들이 몽테크리스토에게 매우 쉽고 유리하게 벌어진 것이 어떻게 보면 너무 허무맹랑하게도 느껴지지만 반면에 그런 것들이 착한 이는 복을 받고 나쁜 이는 벌을 받아야 한다는 우리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권선징악적 주제를 띤 우리나라 고전소설을 보면 대체로 하늘이 나쁜 사람을 벌주는 내용이 많은데 이 책은 하늘이 벌을 줄때까지 기다리는 수동적인 자세가 아닌 오랜 세월동안 계획적으로 복수의 칼을 갈며 와신상담하는 적극적인 인간상을 만들어 낸 것 같아 우리 속을 훨씬 더 시원하게 해주는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아무래도 복수에는 죄를 지은 사람이 벌을 받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착하고 죄없는 사람이 나중에 모든 이가 부러워할만큼 성공하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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