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문 강에 삽을 씻고 창비시선 16
정희성 지음 / 창비 / 197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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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처음 읽은 것이 고등학교때였는데 그때도 이 시를 쉽게 읽었다고 기억되는 걸 보니 이 시는 결코 난해하지는 않다.

이 시는 우리에게 노동자의 삶을 그냥 담담하게 보여준다. 일이 끝난 후의 지친 한 노동자의 모습이 눈에 그려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라는 표현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시적 화자는 가난한 노동자의 삶을 사는 사람이다. 일이 끝나고 나서 흐르는 강을 바라보며 자신의 고단한 삶을 돌아본다. 그저 잔잔히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그리고 현실을 바라보며 시적 화자는 조용하게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다.

현실에 대한 저항도 아니고 크게 소리쳐 우리를 선동하는 것도 아닌데 이 시가 주는 울림은 조용하면서도 매우 큰 것이다. 인생은 흐르는 강처럼, 매일 뜨고 지는 달처럼 그저 그렇게 똑같이 반복될 뿐이다. 이 시 속에는 그 어떤 희망도 말하고 있지 않다. 썩은 강같은 세상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시적 화자도 알지만 그는 다만 ‘쭈그려 앉아 담배만 피우고’ 돌아선다. 그의 모습은 언 듯 ‘스스로 깊어가는 강’과도 같다. 삶의 연륜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단지 시적화자의 소극적인 삶의 자세일까?

아무런 희망도 없이 사는 듯 보이는 그의 생활이지만 샛강바닥의 썩은 물에 달이 뜨듯이 그의 삶도 그렇게 암울하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달은 언제나 차고 기우는 것이듯, 그의 기운 삶 또한 언젠가는 환하게 찰 것이라는 희망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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