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주말 일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동물 다큐멘터리'를 챙겨보는 일이다. EBS 1에서는 토요일 오후 4시에, KBS 1에서는 주말 오후 5시 10분에 동물 다큐멘터리를 방영한다. EBS의 동물 다큐는 on air 서비스가 되지 않지만, KBS는 인터넷으로도 볼 수 있다. KBS의 on air 창을 보면 동시 접속자수가 뜨는데 대략 3천 명에서 4천 명 정도의 사람들이 본다. 나처럼 동물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그 시청자들이 때로는 동료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내가 KBS 1TV의 '동물의 세계'를 본 세월은 대략 40년에 가깝다. 이제는 고인이 되신 성우 이완호 선생의 구수한 해설이 그리워진다. 내가 왜 그렇게 동물 다큐멘터리를 좋아했을까 생각을 해보았다. 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에게 동물 다큐멘터리는 일종의 '명상의 시간'이었다. 가만히 넋놓고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차분해졌다. 동물을 인간의 시각이 아닌, 자연의 생명체로서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된 것이 40년 동물 다큐 시청이 남긴 깨달음이다.

  그렇게 보았던 다큐들 가운데 기억 속에 남아있는 에피소드들이 있다. 첫번째는 새끼를 잃은 어느 어미 치타의 이야기이다. 대부분의 치타는 무리를 짓지 않고 단독 생활을 한다. 어미 치타는 온전히 자신의 힘만으로 새끼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 사냥을 나가기 전에 치타는 새끼들을 풀숲에 숨겨둔다. 새끼 치타를 노리는 포식자들은 많다. 사자와 하이에나가 대표적이다. 초원의 포식자들은 한정된 먹이 자원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한다. 사정이 그러하니 육식 동물들은 경쟁 관계에 있는 동물의 새끼들을 보면 본능적으로 죽여버린다. 내가 본 다큐 속 어미 치타도 새끼를 그렇게 사자에게 잃었다.

  힘겹게 잡은 사냥감을 가지고 와서 어미는 새끼를 부른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어미는 곧 축 늘어진 새끼의 시체를 풀숲에서 발견한다. 황망함 속에 나즈막하게 울음 소리를 내던 어미는 곧 차분해진다. 그러고 나서는 어미는 자신의 죽은 새끼를 먹어치우기 시작한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흘러도 내게는 잊혀지지 않는 놀라운 광경이었다.


  사자는 대개의 경우 치타나 하이에나의 새끼를 죽이기만 하고 먹지는 않는다. 죽은 새끼 치타는 얼마 지나지 않아 청소부 하이에나들의 뱃속으로 들어갈 터였다. 굳이 인간적인 생각을 보태자면 이렇다. 어미는 자신의 새끼가 어차피 포식자들에 의해 갈갈이 찢겨 먹히는 것을 보느니 차라리 그냥 자신이 처리해 버렸던 것이 아닐까?

  그렇게 충격을 주었던 것과는 다른 애잔함을 느끼게 만든 에피소드도 있다. 늙은 미어캣(meerkat)의 이야기였다. 미어캣 무리의 우두머리는 암컷이다.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늙은 암컷은 그저 무리에서 이런 저런 뒤치다꺼리를 하며 지낸다. 우두머리 암컷이 낳은 새끼들도 돌보고, 다른 미어캣들에게 사냥 기술을 가르치기도 한다.


  이 늙은 미어캣에게는 지혜와 따뜻함이 있었다. 무리의 젊은 수컷 하나가 유독 이 늙은 미어캣을 따라다녔다. 철없는 수컷은 늙은 미어캣에게 짝짓기를 하자고 계속 졸라댔다. 늙은 미어캣은 그럴 때마다 계속 젊은 수컷을 밀어냈다. 생의 끝자락에 놓여있는 늙은 암컷은 젊은 수컷을 마치 어린아이처럼 달랬다. 그러거나 말거나 젊은 수컷 미어캣은 늙은 암컷을 따라다니며 보챈다. 해가 저물 무렵의 초원에서 두 미어캣이 나란히 서있던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하다.

  그저 비정한 약육강식의 모습만 존재할 것 같은 동물의 세계.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거기에도 인간사 못지 않은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존재함을 알게 된다. 나는 그 세계에 깃든 조화와 경이로움을 오랫동안 애정해왔다. 가끔은 이런 동물 다큐멘터리가 언제까지 제작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인간이 야기한 기후 변화와 환경 오염으로 인해 생물종의 다양성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서식지를 잃은 동물들은 육지와 바다에서 계속해서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이제는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면 신기하고 재미있는 것이 아니라 걱정이 앞선다. 내가 지구와 동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해봐야 일회용품을 덜 쓰고, 소비를 줄이는 것이 전부이다. 나는 지난 세월 동안 내 사유의 근원이 되어준 이 소중한 동물 다큐멘터리를 앞으로도 오래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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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하수 2023-03-12 08:08   좋아요 0 | URL
푸른별님 말씀에 깊이 공감합니다
동물의 세계 저도 좋아합니다 얼마 전 읽었던 [코끼리도 장례식장에 간다] 읽으며 저도 그런 생각했어요 동물의 서계 생각도 많이 났구요. 그들 세상과 우리 세상은 지구별이란 한정된 공간ㅇㅔ서 결국 이어져 있잖아요 무얼 할 수 있을지 고민입니다.

푸른별 2023-03-12 21:06   좋아요 0 | URL
은하수님도 ‘동물의 세계‘를 좋아하는군요. 코끼리들의 애도 의식도 특별하지요. 동료와 가족이 죽었을 때 코끼리들이 보여주는 슬픔과 연민이 매우 인간적으로 느껴지거든요. 아주 오래전 까치글방에서 펴낸 ‘코끼리가 울고 있을 때‘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동물행동학에 대한 책인데 찾아보니 절판이네요. 은하수님이 읽은 책에도 코끼리 이야기가 있군요.
지구와 동물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해봅니다. 요즘 내가 읽고 있는 과학 잡지들에는 육식과 축산업에 대한 논의가 많이 올라와요. 나는 그런 기사들을 보며 육식을 점차적으로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은하수님이 가진 생태적인 마인드가 참 좋네요. 그런 고민들 속에서 작은 실천을 해나가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지난주에 방영된 EBS 다큐 시네마는 '춘희막이(2015)'였다. 본처 막이 할머니와 첩 춘희 할머니의 구구절절한 삶이 담긴 다큐였다. 막이 할머니는 젊은 시절에 아들 둘을 잃는 비극을 겪었다. 할머니의 남편은 대가 끊긴다며 딴살림을 나겠다고 성화를 부렸다. 하는 수 없이 막이 할머니는 자신의 손으로 첩을 골라서 집안에 들였다. 그렇게 해서 들어온 사람이 춘희 할머니였다. 춘희 할머니는 아들 둘과 딸 하나를 낳았다. 지적 장애를 가진 춘희 할머니가 아이를 키울 수 없어서, 막이 할머니가 그 아이들을 다 키웠다. 막이 할머니는 춘희 할머니가 아들 하나만 낳으면 내쫓으려 마음을 먹었단다. 하지만 그건 자신의 양심을 거스르는 일이어서 그냥 같이 산 세월이 46년이었다.

  막이 할머니의 삶은 일그러진 가부장제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대를 이어야 하는 가부장제적 명분은 막이 할머니의 삶을 춘희 할머니와 엉키게 만들었다. 그 삶의 그늘과 고통은 춘희 할머니도 옥죈다. 장애인의 인권이라는 개념이 희박한 시대에 춘희 할머니는 자신의 집안에서 어떻게든 치워버려야할 존재였을 것이다. 결국은 누군가의 아들을 낳아주는 도구적 존재로, 그리고 '첩'이라는 경멸적인 용어로 규정되는 삶을 살았다. 미움과 연민이 켜켜이 쌓인 두 할머니들의 삶을 고작 96분의 다큐멘터리로 제 3자가 가늠하기란 어려운 일일 것이다.

  다큐를 보고나서 그 후일담이 궁금해졌다. 어린 아이의 지능을 가진 춘희 할머니를 마치 자식처럼 보살폈던 막이 할머니는 고인이 되었다. 춘희 할머니는 요양원에서 잘 지낸다고 했다. 다큐에서 춘희 할머니는 막이 할머니를 '어매', '어마이', '할마이', 여러 호칭으로 부른다. 춘희 할머니에게 막이 할머니는 유일한 친구이며 삶의 동반자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큐를 만든 이는 박혁지 감독이다. '춘희막이' 이후에 만든 작품이 있나 해서 찾아보니 올해 1월에 개봉한 다큐가 있었다. 제목은 '시간을 꿈꾸는 소녀(2023)'. 어린 나이에 신내림을 받은 무당의 성장기를 담아낸 다큐라고 한다. 다큐의 주인공으로 나온 무당은 이전에도 여러 TV 출연으로 이름이 알려진 젊은 처자였다. 어쩌다가 그 무당 처자가 개설한 유튜브 채널도 보게 되었다.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무당의 삶에 대해 궁금한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짧은 동영상에 담겨져 있었다. 그 가운데에는 이런 제목도 있었다.

  "신(神)발이 떨어진 무당은 어떻게 해야할까요?"

  그 보살(일반적으로 무당은 스스로를 보살, 제자라고 부른다)은 그런 때가 오는 건 다 신의 뜻이라고 말했다. 공부(무당도 공부를 해야한다. 굿의 사설부터 춤과 노래 같은 것들)를 하거나 기도를 한다고 했다. 내게는 그렇게 낯설지 않은 이야기이기는 하다. 오래전, 종교학 강의를 들을 때 샤머니즘에 관심이 생겨서 굿을 보러 다닌 적이 있다. '진적굿'은 그런 면에서 본다면 무당의 '신(神)발'이 떨어졌을 때에 꼭 해야하는 굿이다. 진적굿은 무당 자신이 스스로를 위해 하는 재수굿이다. 자신의 손님들과 가까운 지인들을 불러서 하는 일종의 잔치라고 보면 되겠다. 나는 나이든 만신(巫女를 대접하여 부르는 말)의 진적굿을 보러 갔었다.

  만신의 나이는 칠순에 가까웠다. 그 나이에도 무당으로 살아가려면 자신이 믿고 따르는 신들에게 공손하게 의탁을 해야한다. 굿당에서 신에 사로잡혀 춤을 추는 만신의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한편으로는 놀라움과 애잔함이 느껴졌다. 신의 제자로 살아간다는 삶의 무게란 저런 것이겠구나, 싶었다. 자신을 찾아오는 재가집(무당은 손님을 그렇게 부른다)의 점을 보거나 굿을 해주기 위해서는 신들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없다. 그러니 무당들은 '신(神)발'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명산대처(名山大處) 찾아다니며 열심히 기도를 하는 것이다.

  나는 그 무당 처자의 유튜브를 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글발이 떨어진 작가는 무엇을 해야할까? 사실 그것은 내가 지금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전에는 그리 어렵지 않게 써내던 영화 리뷰들을 내가 써내지 못한 지가 좀 되었다. 이른바 'Writer's Block'이라고 부르는 이 현상은 글쓰는 이들에게 찾아오는 직업병 같은 것이다. 그런데 이걸 고칠 수 있는 방법이란 것이...'없다'.

  누군가에게 답이 되었던 해결책은 나의 것이 아니다. 글의 신이 있다면 제사라도 지내고 싶은 심정이지만 그런 신이 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뮤즈(Muse)는 그저 신화 속의 표상일 뿐이다. 뭐 어쩌겠는가? 그냥, '악깡버(악으로 깡으로 버티기)'하면서 스스로 그 장벽을 무너뜨리는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이런 잡다한 글을 쓰고 있는 것인지도. 다큐 '춘희막이'를 보다가 시작한 한밤중 생각의 흐름은 결국 이렇게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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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입학식 시즌이다. 내가 자주 가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어느 젊은 아빠가 쓴 아들의 유치원 입학식 이야기를 읽었다. 그는 자신의 아들이 발달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담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릿한 가슴저림이 느껴지는 글이었다. 글 속에서 유독 나의 눈에 밟히는 문장이 하나 있었다. 젊은 아빠는 아이가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부터 자신의 마음이 '바다 같았다'고 썼다. 평온하다가도 세찬 바람이 불어서 파도가 일렁이고, 다시 또 잦아들고 그런 일상의 반복이었다고 했다.

  다음달 4월에는 어머니의 신경 인지 검사가 예약되어 있다. 내 모친이 치매 진단을 받은지도 벌써 1년이 되었다. 1년 만에 다시 받는 신경 인지 검사인 셈이다. 주치의는 검사 결과에 따라 차후 치료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나 나름대로 어머니를 보살피느라 애를 썼다. 무엇보다 치매의 진행 속도를 늦추기 위해서 인지 학습에 시간을 많이 썼다. 동생은 무슨 수험서 사나르듯 어머니가 공부할 교재를 사서 나한테 보냈다. 그렇게 산 책들을 가지고 거의 매일 어머니와 함께 공부를 했다. 다행히 어머니는 배우는 것을 좋아하는 분이라 열심히 잘 해주셨다.

  어머니의 인지 학습을 처음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나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이걸 열심히 하면 어머니의 상태가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는 그런 기대가 헛된 것임을 깨달았다. 어머니를 가장 괴롭히는 단기 기억력의 문제는 점점 더 나빠지고 있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어머니의 언어 구사력과 수리 계산과 같은 인지 능력은 온전하다. 지난 1년 동안 해온 어머니의 공부는 그것을 지켜내기 위한 치열한 여정이기도 했다.

  매일 어머니가 하는 인지 학습 가운데에는 조각 맞추기 퍼즐도 있다. 24개의 조각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그림을 맞추어 내는 것이다. 두 개의 그림을 가지고 몇 달째 맞추기를 하고 있지만 어머니에게는 매번 낯선 그림처럼 느껴지는 모양이다. 어머니가 맞추어 놓은 그림의 몇 조각은 제자리가 아닌 곳에 끼워져 있다. 어느 날은 틀린 곳 없이 퍼즐이 완성되는 날도 있다. 그러면 내 마음도 뿌듯해진다. 가끔은 어머니가 아주 쉬운 계산 문제를 틀리실 때가 있다. 엄마, 이렇게 쉬운 것도 못맞추면 어쩌려고 그래요? 그럴 땐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에 나도 모르게 큰 목소리가 나온다.

  나는 문득 나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본다. 국민학교 시절, 그때는 학원이라고 해봐야 피아노와 태권도, 주산, 웅변 학원이 전부였다. 아이들의 성적은 부모의 닥달과 회초리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다. 나의 모친은 자식들의 공부에 있어서는 참으로 열렬하고 극성스러운 면이 있었다. 매일 숙제를 점검했고, 시험 준비로 철저히 공부를 시켰다. 나는 그렇게 혹독하게 공부를 시키는 어머니가 때로는 싫고 무섭기까지 했다. 4학년 때였던가, 시험 성적이 안좋게 나왔던 적이 있었다. 나는 어머니가 화를 낼까봐 걱정이 된 나머지 가출을 할 생각을 했다. 나와 비슷한 처지의 같은 반 아이들 몇몇이 동네 외곽의 버스 정류장에서 얼쩡거렸던 기억이 난다. 물론 나는 어두워지기 전에 집에 들어왔다.

  이제 나의 모친은 날이 갈수록 흐릿해지는 기억을 붙잡고 살아가신다. 어머니는 당신이 그토록 열심히 공부시켰던 자식으로부터 매일 알뜰히 지식을 나누어 받고 있다. 그렇게 보면 내 어머니는 참으로 복이 많으신 분이다. 이런 어머니와 지난 1년을 보내는 동안 나의 마음도 '바다'와 같았다. 그 바다의 파도는 잔잔해졌다가 요동치기를 반복했다. 어머니의 공부가 잘 되는 날에는 기쁘다가도, 그렇지 않은 날에는 걱정이 앞선다.

  특별한 아들의 유치원 입학을 축하하는 어느 아빠의 글에 많은 이들이 응원의 댓글을 달았다. 나는 그 젊은 아빠의 마음 속에 자리한 '바다'가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 듯도 했다. 아마도 그는 앞으로도 오랜 시간 동안 그 바다 위를 항해할 터였다. 나는 어머니의 나이를 헤아려 본다. 내가 어머니와 함께 할 시간이 얼마나 될까? 아직은 남아있는 그 시간들은 지난 1년 보다 더 힘들고 괴로울지도 모른다. 나에게 그것은 내 마음 속 바다를 들여다 보아야 하는 여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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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1. 뇌미인 트레이닝 베이직 1권, 2권/ 펴낸곳 뇌미인

  삼성병원 신경과 의료진이 협업으로 만들어낸 책. 베이직 1권과 2권은 환자들이 처음 학습하기에는 괜찮은 난이도를 보여준다. 하지만 3권과 4권은 구성도 다소 복잡하고 어려운 부분이 있다. 각각의 챕터는 하루에 공부할 수 있는 분량만큼 잘 나누어져 있다. 중간 중간 그림 그리기 코너도 들어있다.

2. 시니어 인지활동북 1, 2, 3권/ 펴낸곳 넥스웍

  일러스트와 구성이 매우 깔끔하고 가독성이 높다. 교재의 난이도가 매우 쉬운 편이라 처음 접하는 인지 학습서로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3. 추억 색칠하기+ 인지 워크북/ 펴낸곳 한국 실버 교육협회

  치매 환자에게 그림 그리기는 여러 이점이 있다. 집중력을 길러주고, 손근육을 사용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이 책은 노인 세대의 과거 회상 능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도안으로 구성되어 있다. 모내기, 동네 구멍 가게, 버스 차장, 통행 금지, 엿장수 등과 같은 소재가 등장한다. 그림과 함께 떠올린 기억을 글로 쓸 수 있는 여백도 들어있다. 처음 시작하는 그림 그리기 책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4. 달 숲 정원사 컬러링 북/ 펴낸곳 우리 학교

  색칠 공부에 적합한 책. 귀여운 토끼와 곰의 우정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지는 책이다. 다소 복잡한 일러스트로 구성된 페이지가 있기는 하다. 그림을 그리면서 따뜻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


5. 오려도 오려도 끝판왕 진짜! 마트 오리기/ 펴낸곳 한빛에듀
6. 진짜 진짜 쉬운 첫 오리기 100/ 펴낸곳 길벗 스쿨   


  노인 인지 학습에서 손의 사용은 매우 중요하다. 색칠하기 학습과 함께 오리기 학습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유아를 위한 오리기 책인데 노인들을 위한 오리기 학습에도 적합하다. 구성이 매우 단순해서 처음 오리기를 시작하는 노인 학습자들도 쉽게 할 수 있다.

7. 100가지 숨은 미로 찾기/ 펴낸곳 노란 우산

  초등학생을 위한 미로찾기 책. 미로 찾기는 추리력과 사고력을 향상시킨다. 보통 인지 학습 교재에 맛보기식으로 끼워져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난이도도 평이하고, 아동의 수준에 맞추어 재미있는 일러스트들이 배치되어 있다.  

8. 영국 아이들의 집중력 미로/ 펴낸곳 키즈히어로

  미로 찾기 책. 초급에서 중급에 이르는 난이도를 가지고 있다.

9. 숫자 따라 조각조각 스티커 모자이크/ 펴낸곳 기탄 출판

  이 책도 역시 아동을 위한 책으로 나왔다. 다양한 숫자가 그려진 일러스트에 해당 번호 스티커를 붙이게끔 구성되어 있다. 노인 환자들에게는 손근육을 쓰면서 집중력도 높일 수 있는 교재로 적합하다. 구성에 다소 난도가 있는 편이라서 학습을 도와주는 사람이 스티커를 떼어주면서 함께 하는 것을 추천한다.

10. 가로세로 낱말 퀴즈/ 펴낸곳 루비 박스

  어휘력 학습에 도움이 되는 교재. 난이도는 초급에서 중급을 아우른다. 매일 한 두 페이지 정도 부담없이 학습하기에 좋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Play 스토어 검색)

1. Oya

  다양한 그림 퍼즐의 짝을 찾아내는 게임이다. 이 앱은 '알츠하이머 게임'으로 아예 이름이 붙여져 있다. 구성도 매우 단순하고 쉽다. 그리고 이 앱의 가장 큰 장점은 그 어떤 광고도 없다. 개발자가 순수한 공익의 목적을 가지고 만든 게임인듯 하다. 늘 하면서 개발자의 행운을 바라게 되는 게임.

2. Brainilis

  인지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여러 게임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 게임에는 시간 제한이 있는데, 젠모드를 선택하면 그런 부담을 갖지 않고 편안하게 게임을 할 수 있다. 중간 중간 광고가 들어가는데, 그리 신경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다.

3. Spot the hidden difference

  틀린 그림 찾기 앱. 2개의 그림을 비교해가면서 다른 부분을 찾아내는 게임이다. 집중력을 키우는 데에 좋다. 이런 종류의 애플리케이션이 많으므로, 여러 가지를 써보고 학습자가 좋아할만한 앱으로 설치하면 된다. 이런 앱의 단점은 매 게임마다 집요하게 광고가 붙는다는 점이다.

4. 가로세로 상식달인2

  십자말 풀이 앱. 시사 상식, 일반 상식, 고사성어에 이르는 다채로운 어휘들을 학습할 수 있다. 


유튜브 동영상

1. 노원구 치매 안심센터에서 만든 여러 동영상들

  치매 예방을 위한 손가락 운동과 체조 동영상은 노인 학습자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만들어졌다.

2. 치매 똑똑

  신경과 의사가 치매에 대해 설명해주는 유튜브 채널. 치매 환자를 대하는 법, 치매에 관한 여러 의학적 지식을 쉽게 풀이해서 들려준다.

3. 오래전 가요 히트곡들 부르기

  노래 부르기는 지난 시절을 회상해보고, 편안한 감정을 갖는 데에 도움이 된다. 따라부르기 쉽게 큰 가사 자막이 있는 동영상을 택한다. 선곡은 노래를 부르는 이의 의견을 최대한으로 존중한다. 되도록이면 슬픈 곡은 피한다. 밝고 행복한 노래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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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해외 언론사에 실린 사진 한 장을 보게 되었다. 그 사진은 칠레 아타카마 사막의 풍경이었다. 그런데 보통 우리의 눈에 익숙한 사막의 모습이 아니었다. 사막에는 이상한 덩어리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바로 옷의 산이었다. 선진국의 의류 쓰레기를 폐기물 처리업자가 남미 국가에 싼값에 떠넘긴 결과였다. 그 옷들 가운데에는 가격표도 떼지 않은 새옷들도 많다고 했다. 'Fast Fashion', 이는 중저가의 의류 생산 업체들이 엄청난 물량 공세로 최신 유행을 주도하는 것을 일컫는다. 언제부터인가 사람들에게 옷은 대충 입고 버리는 물건이 된 듯하다.

  내가 집에서 입는 티셔츠 소매가 헤진지 좀 되었다. 그 옷을 산지 4년 되었나, 그 정도면 나름대로 잘 입었다 싶기도 했다. 새걸로 하나 사야겠네 생각을 하기는 했다. 비록 옷이 늘어지고 소매 끝이 떨어졌어도 그 옷은 참 편했다. 그래서 쉽게 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지가 않았다. 누가 보면 이런 내 모습을 궁상맞다고 여길지도 모른다. 그런데 정작 나는 그게 아무렇지도 않다. 사실 그런 마음가짐을 갖게 된 것은 어떤 다큐를 보고 나서이다.

  KBS에서 방영한 다큐 '세상 끝의 집(2019)'에는 카르투시오 봉쇄 수도원의 일상이 담겨있다. 그곳의 수사들은 세상과 단절되어 자신의 삶을 오직 기도와 노동만으로 채워간다. 다큐를 보고 있는데, 수사님이 신고 있는 구멍난 양말이 눈에 띄었다. 극도로 절제된 청빈의 삶, 수도자들의 표정과 말은 온화하고 평화로웠다. 아마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나는 가지고 있는 물건들은 좀 더 오래 쓰려고 했고, 새 물건은 반드시 필요한 때만 샀다. 쓰던 물건을 버릴 때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는 습관이 생겼다.   

  궁상(窮狀)과 청빈(淸貧)의 차이는 결국은 마음가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사람이 자신이 낡은 옷을 입고 있는 것을 부끄럽고 한심하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궁상이 되겠지. 하지만 옷의 가치를 단정하고 깨끗한 것에 둔다면 그 사람에게 비싼 옷은 그리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구멍난 양말을 신고 있으면서도 그것에 걸림이 없이 온전한 삶을 살아내는 수사의 모습이 그러했다.

  속세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물건의 소유와 그로 인한 집착에서 자유롭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좋고 아름다운 것은 비싸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상품들이 정신없이 쏟아져 나온다. 남들이 가진 것을 갖지 못하면 뒤떨어진 것만 같다. 때로는 다른 사람들보다 돋보이기 위해 명품 브랜드 제품 몇 개쯤은 갖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나는 카르투시오 수사님의 그 구멍난 양말을 떠올려 본다. 



*사진 출처: Martin Bernetti 2021/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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