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괭이
어린 상괭이는 부둣가에 드러누워 있었다
허여멀건한 배를 드러내고는
아기 손톱같은 이빨에는 피가 흥건했다
이런 걸 찍어야지, 이런 게 진짜야
사진 선생은 연달아 셔터를 눌러대었다
학생들은 진저리를 치며 자리를 떴다
나는 죽음은 아름답지 못하므로
상괭이의 사진을 찍지 않으려고 했다
그 부둣가에는 도무지 사랑할 만한 것이 없었다
어부들은 아침부터 사진 찍는다고 욕설을 퍼부었고
선착장의 인부는 바다를 향해 오줌을 내갈겼다
사각의 프레임 안에 들어오지 않는 더러운 소문
마침내 버려지고 잊혀진 것들
상괭이가 나의 프레임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나는 차마 셔터를 누르지 못했다
오늘 아침, 상괭이가 웃으며 걸어나왔다
스무 번의 여름이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