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돌봄
여자는 아흔 살의 엄마를 요양원에 보내는 문제로 고민하고
있었다 거동이 좀 불편하긴 해도 여자의 엄마는 인지능력에는
그리 큰 문제가 없었다 여자의 고민은 거기에 있었다 인지능력이
아직 남아있는 엄마를 요양원에 보내도 괜찮을까? 여자는 이미
그 엄마를 15년 동안 돌봤다 형제들이 있다고 해도, 돌봄은 미혼인
여자의 몫이나 다름없었다 힘들다는 말이 목까지 차오른 것도
오래되었다 그래도 부모 자식 간의 인연이란 질기디질긴 것이다
여자는 엄마를 어떻게든 보살펴야 한다는 의무감과 이제는 자신의
삶을 살아야 한다는 당위성 사이에서 고민했다 쉽게 결론이 나질 않자,
여자는 자신의 사연을 커뮤니티 사이트에 올렸다 어떤 이들은 여자가
마음의 준비가 될 때까지 엄마를 좀 더 보살피라고 했고, 또 다른 어떤
이들은 15년이면 할 만큼 했으니 엄마를 요양원에 보내라고 했다
그 후, 여자가 자신의 글에 달린 그 많은 댓글을 보고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15년이라, 여자가 아픈 엄마와 보낸
그 세월의 이면을 그 누가 가늠할 수 있겠는가? 치매를 앓는 엄마를
보살피면서 나는 지속 가능한 돌봄에 대해 늘 생각하게 된다
엄마가 낮시간만이라도 주간보호센터에 가면 좋으련만, 엄마는
그런 곳에는 절대로 가지 않겠다고 하신다 왜 그러시냐고 물으니,
거기에는 영감들이 있어서 싫으시다는 것이다 그러면 할멈들만
있는 주간보호센터는 가시겠냐고 하니까, 그건 생각해 보겠다고
말씀하신다 아, 할멈들만 있는 주간보호센터가 있기는 있을까?
아마도 그런 곳은 없을 것이다 엄마의 인지능력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나는 엄마와 함께하는 이 여정이 어떻게 이어질지 전혀
알지 못한다 지속 가능한 돌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해야 할
돌봄의 몫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결국 아웃소싱할 수밖에 없다
돈으로 교환되는 돌봄의 자본주의적 아웃소싱, 그것이 불가피한
선택이 되는 순간이 내게도 조금씩, 고통스럽게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