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여행 - 만화가 이우일의 추억을 담은 여행책
이우일 글 그림 / 시공사 / 2009년 6월
절판


둘이서 여행하기. 그것처럼 위험한 것이 또 있을까? 보통은 아주 친하다는 이유로, 혹은 가족이니까. 사랑하니까 하며 방심하고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결과는 종종 처참하다. 신혼여행때 유럽을 배낭여행하면서 무수히 많은 세계 각국의 나 홀로 여행자들을 만났다. 특이한 것은 그들이 집을 떠나올 때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1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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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사회학
수디르 벤카테시 지음, 김영선 옮김 / 김영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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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내가 자네에게 매일 먹을 빵 한 조각만 주면서 왜 굶주리느냐고 묻는다면 자넨 뭐라고 할 텐가?"
이 뜬금없는 질문에 나는 허를 찔린 기분이었다. 잠시 생각해보다가 대답했다. "충분히 먹지 못해서 굶주리고 있다고 하지 않을까요?"
"교수님, 많이 배우셔야겠군." 베일리 부인이 말했다. "자, 다시 묻겠네. 만약 내가 자네에게 매일 빵 한 조각을 주면서 왜 굶주리느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할 텐가?"
한층 어리둥절해진 나는 이판사판의 심정이 되었다. "당신이 먹을 걸 안 주니까?"
"맞았어! 아주 좋아!"
나는 한숨을 놓았다. 더 이상 시험이 닥치지 않기를 바랐다. 하지만 베일리 부인은 계속했다. "내가 자네 집 열쇠를 가져가는 바람에 자네가 바깥에서 잠을 자야 한다고 해보세. 어떤 사람이 와서 자넬 '노숙자'로 취급해. 그럼 자네는 뭐라고 할 텐가?"
"음......" 이 질문은 훨씬 어려워 보였다. "부인이 잘못했다고 말하겠죠. 난 집이 있어요. 그러니까...... 아니죠! 난 노숙자가 아니라고요!" 나는 질문에 제대로 답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베일리 부인은 내 대답에 화가 난 듯했다. "세상에, 자네 자신을 위해 어떻게 해야 했냐고?"-203쪽

적어도 베일리 부인이 문자 그대로의 답을 바라고 이런 질문을 하는건 아니라는 걸 알 만큼은 나도 눈치가 있었다.
"내가 자네 집 열쇠를 가져갔다면!" 하고 베일리 부인이 고함을 쳤다. "자넨 어떻게 되는 거지?" 책상 건너편의 부인이 상체를 앞으로 구부렸다. 내 얼굴 가까이에서 부인의 거친 숨결을 느껴졌다.
"부인이 내게서 빼앗아간 거죠. 그러니까 난 노숙자가 아니라 희생자인 거죠."
"좋았어. 잘 돼가고 있어. 이제 내가 경찰에게 자네가 사는 동네엔 가지 말고 내가 사는 동네에만 오라고 말했다고 해보세. 그런 다음 나는, 자네가 범죄가 만연한 지역에 살고 있으며 그 동네는 내가 사는 동네보다 범죄가 더 많다고 글을 쓰는 거지. 그럼, 자넨 뭐라고 할 텐가?"
"글쎄요, 부인이 경찰을 모두 차지해버렸으니 부당한 처사라고 말할 것 같아요. 그러니까...."
"교수님, 이제야 좀 진전이 있군!" 베일리 부인은 두 손을 들어 축하하는 시늉을 했다. "좋아,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고. 자넨 흑인들이 이 주택단지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고 싶어해. 왜 가난한가. 왜 이렇게 범죄가 많을까. 왜 가족을 부양하지 못할까.-204쪽

왜 아이들은 자라서 일자리를 얻을 수 없을까. 그럼 이제는 백인을 연구하겠나?"
"예." 그제야 나는 베일리 부인이, 이곳 주민들의 일상적인 삶을 결정하고 있는 로버트 테일러 홈스 바깥쪽 사람들에게도 초점을 맞추길 바란다는 것을 이해했다.
"하지만 우릴 희생자로 만들진 마. 우린 우리가 어찌해볼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거니까. 모든 게 우리가 어찌해볼 수 있는 건 아니거든."-204쪽

한번은 이 주택단지의 고등학생들 가운데 60퍼센트가 중퇴하는 문제를 논의하러 간 적이 있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이 고등학교를 마칠 수 있다면 빈곤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25퍼센트라고 해요. " 나는 강의하듯 읊조렸다. "어릴 때의 교육, 즉 아이들을 학교에 남아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죠. 또한....."
베일리 부인이 끼어들었다. "만약 자네 가족이 굶주리고 있고 내가 자네에게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어쩌겠나?"
"당연히 돈을 벌겠죠 뭐. 내 가족을 도와야 하니까요."
"하지만 학교는 어쩌고?"
"미뤄야 한다고 생각해요."
"언제까지?"
"가족들이 충분히 먹고살 수 있을 떄가지요."
"하지만 자넨 학교에 다녀야 하잖나, 안 그런가?" 베일리 부인이 언성을 높여 비꼬듯 말했다. "그게 자네를 빈곤에서 벗어나도록 도울 테니 말이야."-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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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
세스 그레이엄 스미스 지음, 최인자 옮김, 제인 오스틴 / 해냄 / 2009년 8월
절판


"글쎄, 난 진심으로 제인이 잘되기를 빌어. 사실 내일 당장 제인이 그 분과 결혼한다 해도, 행복해질 가능성은 열두 달에 걸쳐 그분의 성격을 연구한 후에 결혼했을 때와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해. 결혼해서 행복해질 가능성은 순전히 운이거든. 그러니까 평생을 같이 보낼 사람의 결점은 가능한 모르는 편이 나아." - 샬럿의 말-23쪽

"불쌍한 제인! 정말 안됐구나. 제인의 성격으로 봐서 금방 극복하지 못할 텐데. 리지, 차라리 너에게 그런 일이 있었더라면 나을 뻔했는데. 너라면 빙리 씨의 배를 갈라서 창자로 그의 목을 졸라버렸을 테니까 말이다. 그러지 말고 제인더러 우리와 함께 런던에 가자고 하면 어떨까? 장소를 바꿔보는 게 도움이 될 수도 있쟎니. 게다가 집에서 잠깐 벗어나는 것도 다른 것 못지않게 도움이 될거야."-1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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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 - 일리노이 주립대 학장의 아마존 탐험 30년
다니엘 에버렛 지음, 윤영삼 옮김 / 꾸리에 / 2009년 7월
구판절판


한스라우징 프로젝트의 웹사이트에는 사멸해가는 언어에 대해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적고 있다.

오늘날 지구상에 존재하는 6,500개 언어 중 절반이 50년에서 100년 이내에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과학적으로나 우리 인류에게 큰 재앙이 될 것입니다. 모든 언어에는 그 말을 쓰는 사람들의 고유한 지식, 그리고 그들의 역사와 세계관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각각의 언어는 그 자체로서 인간의 소통 능력이 진화하고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다양한 형태를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입니다.-4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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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올레 여행 - 놀멍 쉬멍 걸으멍
서명숙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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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는 제주를 두고 '만만한 아름다움'이라고 규정했다. 아기자기하고 여성적이어서 위압감이나 두려움 대신 평화와 위안을 준다고, 그러면서도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풍경이라고. 뜨겁게 달궈진 암반에 드러누워 자연 선탠과 암반 찜질을 즐기면서 여자들은 한비야의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했다.-120쪽

"엄마, 여긴 하느님에게 칭찬을 참 많이 받은 곳 같아요."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건데?"
"칭찬을 많이 받았으니까 이렇게 아름다운 거지요."
"아름다운 게 뭔데?"
"빛나게 예쁜 게 아름다운 거예요."
자연을 보는 아이의 눈이 어른들보다도 예민하고, 남자 아이의 감수성도 결코 여자아이 못지않다는 걸 올레일을 하면서 확인하게 되었다. 다만 자라면서 때가 묻고 잘못 길들여지는 것일 뿐.-125쪽

사고로 팔이 잘린 사람도 한동안은 자기에게 닥친 현실을 좀체 인정하려 들지 않는단다. 정신적인 문제도 마찬가지란다. 오래된 관계를 정리하려면 살아온 세월만큼 시간이 걸린단다. 간절하게 이혼을 원해놓고도 정작 이혼한 뒤에 정신적으로 방황하고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뜻밖에도 아주 많단다. -14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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