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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사과
기무라 아키노리, 이시카와 다쿠지 지음, 이영미 옮김, NHK '프로페셔널-프로의 방식' / 김영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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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농약으로 사과를 재배한다.
그것이 자신의 '천명'이었다.
이를 악물고 그 일에 열중하는 동안 벼락을 맞은 것처럼 분명하게 깨달은 게 있다. 내가 포기하면 누구도 두 번 다시 그 일을 시도하지 않을 것이다. 내가 포기한다고 말하는 것은 인류가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었다.-150쪽

자기는 이제껏 농약 대신 벌레나 병을 없애 줄 물질만 찾아 헤맸다. 퇴비를 뿌리고 잡초를 깎으며, 사과나무를 주변 자연으로부터 격리시키려 했다. 사과나무의 생명이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농약을 쓰지 않았어도 농약을 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병이나 벌레 때문에 사과나무가 약해졌다고만 생각했다. 그것만 없애면 사과나무가 건강을 되찾을 거라고......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벌레나 병은 오히려 결과였다.
사과나무가 약해졌기 때문에 벌레와 병이 생긴 것이었다.
도토리나무 역시 해충이나 병의 공격에 노출되어 있을 터였다. 그런데도 그토록 건강한 것은 식물은 본래부터 농약 같은 게 없어도 스스로를 지킬 힘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자연의 본모습이다. 그런 강력한 자연의 힘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사과나무는 벌레와 병으로 고통받았던 것이다.-158~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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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중요해지는 순간
론 커리 주니어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09년 8월
절판


잘 들어라.

모든 것에 끝이 있고, 그래서 모든 것에 의미가 있다.

너와 네가 사랑하는 모든 것이 끝날 지라도 모든 것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끝나기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네가 가진 모든 것-네 아내의 입술, 네 딸의 눈, 네 형의 심장, 네 아버지의 뼈, 그리고 너 자신의 슬픔-이 모든 것이며, 모든 것 뒤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 현명하게 모든 것을 받아들여라. 슬픔 속에서 의미를 찾고, 지금 이 순간부터 끝까지 절대로, 절대로, 단 한 번도 외면하지 마라. 왜냐하면 그것은 모두 똑같고, 깊이를 헤아릴 수 없으며, 무시무시한 다른 길보다 무한히 바람직한 길이기 때문이다.


-446~447쪽

비명이 들린다. 집단적인 비명. 너는 그 소리를 들으며 그들을 안쓰러워한다.그들이 너처럼 이해하기를 바란다. 달아날 곳은 없었으며, 두 세포가 하나가 되는 순간 죽음의 운명이 시작된다는 것을. 그들이 인생 전체에서 경험한 기쁨보다 더 큰 기쁨이 이 마지막 한순간에 있다는 것을. 너는 그들이 달아나고, 비명을 지르고, 서로에게 총을 쏘는 짓을 한동안 멈추길 바란다. 그러면 그들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마지막 순간에도 여전히 모든 것이 있기 때문이다. 전 은하와 영원, 시간을 가로지르는 모든 경험의 총합이 바로 여기서, 바로 지금, 바늘 끝으로 졸아들고, 그들이 원하면 언제든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어떤 것도, 어떤 것도, 어떤 것도 가능하다.-4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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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꾸는 글쓰기 공작소 - 한두 줄만 쓰다 지친 당신을 위한 필살기 이만교의 글쓰기 공작소
이만교 지음 / 그린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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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르코프스키가 '잠입자'의 '금지구역' 및 '비밀의 방'을 통해 우리에게 보여 주는 것은 결국, 세계원리와 인간본성 모두가 심연이자 미로라는 사실이다. 고슴도치 자신은 동생의 완치를 소원했지만 그의 보다 강렬한 소원은 자신이 벼락부자가 되는 것이었듯이, 우리 인간이란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존재다.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는 이렇듯 언제나 크고 작고 견고한 간극이 놓여 있다. '잠입자'의 '고슴도치 일화'는 우리에게 '내가 의식적으로 꾸는 꿈과 무의식적으로 욕망하는 실질적 내용이 전혀 다른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20~21쪽

꿈꾸는 사람은 반드시 변하기 마련이다. 만약 우리가 정말로 무엇인가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우리는 미미하게라도 자신이 꿈꾸는 방향으로 변하지 않을 수 없다. 의식뿐 아니라 의식과 무의식 전체로 꿈꾸는 사람은 반드시 자기 삶에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자신의 내면세계 전체로 변화를 꿈꾸는데 어떻게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변화는 당연히, 반드시,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것도 현실에서 가능한 가장 빠른 속도로 일어나게 되어 있다.-43쪽

언어는 인간이 발견한 가장 섬세하고 예민한 악기여서, 쓴 문장을 꼼꼼히 들여다보면 글 쓴 사람의 내면 풍경이 너무나 정밀하게 드러난다.-284쪽

똑같이 저속으로 달린다 해도, 겁을 먹고 달리는 것과 여유를 가지고 달리는 것은 다르다. 고속으로 달려도 조급하게 달리는 것과 신속하게 달리는 것은 서로 다르다. 하지만 초보 운전자인 나는 이것을 제대로 가늠하지 못했다. 차분하게 운전하는 것은 괜찮지만 겁을 집어먹고 운전하는 것은 곤란하고, 신속하게 달리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조급하게 운전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364쪽

글쓰기 공부는 언제나 몸 전체로 걸어가야 하는 환유동물의 걸음만큼이나 느리고 더딘 과정으로 진행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여전히 읽고 쓰고 생각하며 걸음을 내딛어야 하는 이유는, 언제나 우리 자신의 가장 내밀하고도 절박한, (제도의 문제 이전에) 자기 내면의 자유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는 때문이다. 또한 다시금 읽고 쓰고 공부하는 글쓰기를 통해 우리 스스로가 곧바로 얻을 수 있는 혜택 역시도 바로 이러한 지점일 것이다. 돈, 경제력, 학벌, 외모, 직급, 아파트 평수나 자동차 배기량 등과 같은 특정 가치에만 고착되는, 고착되어 쉼없이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혹은 고착되어 있지 않은 척하느라 자기 기만에 시달리고 있는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다시금 새소리를 새소리로 즐기고 구름을 구름으로 바라보는 한편으로 자기 안의 실질적 욕망을 발견하기 위해 어떤 형태로든 읽고 쓰고 생각하는 공부는 긴요하다.-3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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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와 책 - 지상에서 가장 관능적인 독서기
정혜윤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품절


"달 보니까 생각나는게 있어. 언젠가 벳푸로 여행을 갔을 때 일이야. 호텔이 무료로 제공하는 반딧불이 투어에 갔는데 말이야. 깊은 숲 속에 맑은 냇물이 흐르는 곳이었어. 그 투어의 가이드는 그 말을에서만 평생을 산 아저씨였지. 그 아저씬 그 온천 마을의 깊숙한 곳까지 알고 있다고 자랑을 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하늘의 보름달을 향해 플래쉬를 비췄어. 그때 뭐가 보였는지 알아? 보름달 위로 날아가는 부엉이 한 마리였어. 보름달을 향해 직선으로 날아가는 크고 검은 부엉이의 그림자를 난 본 거지. 그 순간 내게는 그게 내 영혼 같아 보였어. 미래를 향해 날아가는 내 영혼의 그림자. 과거와 미래에 대해 가장 아름다운 말이 뭔지 알아? 과거는 출발점이고 미래는 목표라 생각하지만 그건 틀렸어. 과거와 미래는 공통점이 있어. 과거와 미래의 공통점은 둘 다 가능성이란 것이야! 아까부터 이 말을 너에게 속삭여주고 싶었어. 우리의 우울은 의지박약 탓이 아니고 기질이니까 너무 기를 쓰고 애쓰지 말자. 잘 자."-26~27쪽

그의 머릿속을 따라다니다 보면 진정으로 매력 있는 사람은 매일 매일 비슷한 일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게 하는 사람들일 거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32쪽

하지만 <파브르 평전>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대목은 <꿈>이란 제목이 달린 부분이다. '나는 꿈에 잠길 때마다 단 몇 분만이라도 우리 집 개의 뇌로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랐다. 모기의 눈으로 세상을 바람볼 수 있기를 바라기도 했다. 세상의 사물이 얼마나 다르게 보일 것인가?'-78쪽

내게는 수많은 나쁜 일과 몇 개의 좋은 일이 일어날 것임을 예감했습니다. 하지만 항상 그런 모든 것, 특히 나쁜 일이 장기적으로 글로 변할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행복은 다른 것으로 변환될 필요가 없으니까요. 행복은 그 자체가 목적이니까요.

이 문장은 나를 깜짝 놀라게 한다. 장기적으로 우리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것은 행복보다 불행일 수 있다는 말일까? 보르헤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한 작가, 아니 모든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든지 그것이 유용한 수단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에게 일어나는 모든 것, 심지어 수치와 장애와 불행을 포함한 모든 것을, 예술의 재료로서... 그런 것들은 우리가 변형하도록 우리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실명은 하늘의 선물입니다.-162쪽

그래서 시간이 덧없는 날, 쓸쓸한 날 진정으로 적합한 질문은 '나는 누구인가?'가 아니다. '나는 무엇을 하고 왜 살아왔는가?'도 아니다. 진정으로 적합한 질문은 이것 하나다. 보르헤스가 ,목격자.란 글에서 던졌던 그 질문.
'만일 내가 죽으면 나와 함께 무엇이 죽고 세계는 서글프로 부서지기 쉬운 어떤 형상을 잃게 될 것인가?' 보르헤스에겐 그것이 목소리, 거리, 책상 속의 물건들이었다.-166쪽

매일의 작은 모욕감은 간이 맡는다. 췌장은 사라진 것들에 대한 충격을 관장한다. 췌장이 얼마나 많이 받아들이 수 있는지 당신이 안다면 놀랄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은 오른쪽 신장이 맡는다.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느끼는 실망은 왼쪽 신장이 맡는다. 개인적인 실패는 창자의 몫이다.

이 문장은 뉴욕의 떠오르는 별 니콜 크라우스가 <사랑의 역사>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차례차례 몽땅 다 잃고 혼자 살아남은 폴란드계 유대 노인이 고통을 처리하는 방식을 설명한 글이다.-1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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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서울 - 미래를 잃어버린 젊은 세대에게 건네는 스무살의 사회학
아마미야 카린, 우석훈 지음, 송태욱 옮김 / 꾸리에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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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치야 감독은 "민족주의자 아마미야는 아직 아마미야 자신이 아니다."라고 했다. "무엇이든 어떤 주의主義를 짊어지는 순간 사람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 이것이 아마미야의 전향이었다. 자신의 고단한 삶으로 되돌아와 그것을 응시하고, 고통의 원인을 캐물으며, 그것을 쉽게 운명이라 생각하여 미리부터 포기하며 허무(공허)에 자신을 맡기지 않는 것.....
아마미야 카린은 자신의 고단한 삶(이것이 언제나 그녀가 쓰는 글의 중심 테마이다)으로 되돌아가 기록하기 시작한다.-10쪽

기본적으로 교도소는 기독교를 포함한 종교들의 선교 장소가 되어 있습니다만, 좀 극단적으로 말하여 그것은 갇힌 자들에게 별 도움도 되지 않고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문학이 가장 필요한 것은 사실 가난한 사람들입니다. 왜 자신이 지금 이런 상황에 있는가를 이해하게 해주는 것이 인문학이니까요. 그런데도 그것을 접할 기회가 적습니다.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교도소에서 강의를 들은 사람 중에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내가 밖에 있었다면 절대 이런 건 듣지 않았을 겁니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잠이나 잤을 겁니다.' 라고요. 이것을 계기로 공부를 하게 된 사람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154~1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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