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교수는 신자유주의 정책과 자본시장 개방을 밀어붙이는 현 정권을 비판하면서 일정한 국가의 개입과 보호정책, 재벌과의 사회적 타협 등을 촉구하고 있다.-007쪽
그는 "시장은 현재 상태를 강화하려는 경향이 농후하다. 자유시장은 각국이 이미 잘 하고 있는 것에 충실할 것을 지시한다. 이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가난한 나라들에게 현재 하고 있는 생산성이 낮은 활동을 계속하라는 얘기일 뿐"이라고 말한다. 선진국은 늘 자신들이 먼저 사다리를 올라탄 다음 뒤따라 오는 나라들이 오르지 못하게 사다리를 걷어찬다. 한마디로 "니 꼬라지를 알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너희들이 게을러서, 문화적으로 후져서 경제 발전을 못한다"고 비아냥 거린다.-009쪽
하지만 기본적으로 지금 우리 문제가 뭐냐면, 과거 독재정권이 개입주의적이고 규제를 많이 했기 때문에 개입을 안 하고 규제를 푸는게 마치 민주주의 같이 되어 있거든요.-018쪽
주주자본주의가 강화되면서 단기이윤을 많이 내야 하잖아요. 1사분기, 2사분기 이런 식으로 이윤을 발표하니까, 이윤이 떨어지면 당장 주가가 떨어지고, 주가가 떨어지면 (과거에는 여러 가지 제도를 통해서 기업의 인수합병을 어렵게 만들어놨는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외부에서 경영권을 위협 받으니까 단기이윤을 많이 내야 합니다. 거기에서 제일 쉬운 방법은 투자를 안 하는 거거든요. 그 다음에 단기이윤을 낸 것 중에서도 주주들에게 배당을 많이 한단 말예요. 예를 들어서 (전형적인 재벌기업은 아니지만) 포스코도 무조건 50퍼센트 이상 배당, 이런 식으로 정책을 세워 놓는단 말이죠. 그러면 결국 거기서 나온 것을 주주한테 많이 나눠 주는 만큼 투자할 능력이 떨어지는 거고, 동시에 단기이윤을 많이 내려고 하다보니까 될 수 있으면 비정규직 노동자를 많이 쓰고, 하청단가 깎고 그래서 노동자나 중소기업에 또 압력을 넣는 거죠.-019쪽
이렇게 자본시장의 변화가 고용 관행의 변화를 불러오고, 고용 관행의 변화와 우리나라 전통의 취약한 복지국가가 결합하면서 자영업이 과잉 비대해진다든가, 아까 말한 대로 모든 능력 있는 이과생들은 의사가 되려고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아주 병리적인 현상들이 나타나는 거죠.-022쪽
저는 복지국가를 얘기할 때 흔히 자동차의 브레이크를 비유로 들어요. 브레이크가 있기 때문에 차를 빨리 운전할 수 있거든요. 예를 들어 브레이크가 없는 차를 몰면 항상 시속20킬로미터 정도로 몰아야지, 안 그러면 사고가 나서 죽는다고요. 브레이크라는 안정장치가 있기 때문에 100킬로미터 이상으로도 몰 수 있단 말이죠. 그런 식으로 개인이 직업을 선택할 때도, 내가 설령 실직하더라도 최소한 밥은 먹고 살 수 있겠다거나 재교육을 받아서 금세 취업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있을 때 과감한 선택을 하지, 안 그러면 방어적으로 '어떻게 하면 무슨 자격증을 따서 쫓겨나는 일 없이 먹고살 수 있을까'하는 궁리만 하게 되는 거죠.-023쪽
현실에서 가능한 게 뭔가 하는 것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거죠. 좀 단순화해서 얘기하자면, 자본주의라는 것을 없애기 전에는 어차피 자본하고 일을 해야 하는데, 그 자본 가운데 전체 국민경제로 보면 그래도 가장 나은 자본이 뭐냐, 그런 식으로 보는 거죠.-031쪽
왜냐하면 시장이라는 것은 1원1표고, 민주주의는 1인1표니까 시장에서는 내가 당신에 비해 1억분의1밖에 영향력이 없지만, 투표장에 가면 당신도 한표, 나도 한표라고요. 구조적으로, 돈 있는 사람한테 상대적으로 불리한 게 민주주의고요. 그런데 여러 가지 역사적인 이유, 개인적인 잘못, 이런 걸로 해서 민주화 이후에 옛날보다 더 불평등하고, 약자에 대해 더 잔안한 사회가 되어버린 거죠.-039쪽
그런 구조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게, 이런 개개인이 선택을 하게 되면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고, 선별적이 되다보니까 개인이 편견이나 이런 게 들어가거든요.-063쪽
"할 수 없이 개방을 한 거다" 또는 "잘못됐다고 하지만, 개방이 대세니까"하는데, 저는 대세론처럼 싫은 게 없어요. 대세론이 옳다면 친일파는 왜 처벌합니까? 오히려 그 사람들 칭찬해야죠, 대세를 따랐는데. 그런 예를 보면서, 나라를 이끌어가는 사람들이 그만큼 중요하고, 그만큼 책임감을 갖고 생각해야 한다는 거죠.-071쪽
스위스 같은 나라는 EU가 농업을 엄청나게 보호하는데도 그것도 너무 낮다고 EU 가입을 안 하는 것 아닙니까. 스위스는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세계 최고의 공업국입니다. 1인당 공업생산량이 세계1위예요. 일본보다 25퍼센트나 높고, 미국의 2배가 넘습니다. 스위스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얘기하냐면, "우리가 지금은 공업국이지만, 우리의 뿌리는 농촌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기꺼이 비용을 지불한다"는 거죠.-112쪽
사람들이 시장논리, 경제논리하고 정치논리를 분리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하거든요. 정치논리가 개입하면 시장의 합리성이 깨진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요. 제가 주장하는 것은 시장이라는 게 뭐냐, 시장은 결국 어떤 일정한 재산권이라든가 사회적 관계, 제도로 규정되는 건데요. 그것들은 결국 정치적으로 결정된다는 거거든요. -148쪽
단기적으로는 문화라고 표현할 수 있는 행태나 사고방식이 다른 것 때문에 경제가 다르게 돌아가는 부분이 상당히 많은데요. 그렇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경제를 문화를 규정하는 면이 더 크거든요.-212쪽
기본적으로 신자유주의 체제라는 게 장기투자를 안 하는 체제예요. 모든 걸 다 열어놓고 움직이기 좋게 만들었기 때문에 조금만 어려워도 다 빠져나가는 거거든요. 역설적으로 주주가 명목적으로 주인인데 주인의식 제일 약합니다. 제일 빠져나가기 쉽거든요.-278쪽
'세상이라는 것이 이렇게 복잡하고 어려운 거구나. 여러 가지 길로 갈 수도 있고, 나름대로 방법을 찾을 수도 있구나' 하는 것을 알아줬으면 해서 자꾸 그런 얘기를 하는 겁니다. 우리나라 재벌 문제가 댔건 WTO얘기가 됐건, 미국 역사에 관한 얘기가 됐건 그런 것이 다 그런 의도에서 하는 거란 말이죠. (중략) 세상이 꼭 흑백이 아니고, 진실이 한 가지만은 아니라고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230쪽
미국은 복지국가가 잘 안 되어 있어서 기업이 구조조정하면 갈등이 많아요. 옛날에는 사설탐정 고용해서 쏴 죽였잖아요. 보호주의 압력도 굉장히 강해요. 한미FTA에서 자동차 문제 그렇게 되는 게 지역구 의원들이 자동차 노동자에게 잘못보이면 선거에 지장이 있기 때문에 그것도 생각하는 거거든요. 복지국가가 잘 안 되어 있어서 그 사람들 직장 잃으면 끝이거든요. 양극화가 심화되어 있기 때문에 거기서 잘리면 너무 말도 안 되는 곳에 가야 하니까 보호무역 압력이 셀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스웨덴, 핀란드 이런 데가 구조조정 더 원활히 할 수 있고, 이런 나라들이 그래서 노조 조직률 80퍼센트, 조세부담률 50퍼센트인데도 무슨 국제경영지수 이런 거에서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전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거든요. 바로 이런 나라들의 얘기가 "복지나 분배는 성장에 안 좋다"는 고정관념을 깨주는 거죠. 그러니까 결국 복지를 잘하면 성장에도 좋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2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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