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우울모드라고 내 하루를 소개한 적 있다. 요약하자면, 내가 원하는 부서에 올해도 못가게 될 것이라는 이유.

그런데, 극적 반전이 있었다. 금요일 퇴근 전, 소장님이 20여명 센터 직원들을 모두 모았다. 거기서 올해 부서 구성 발표가 있었다... 나눠주신 프린트물에는 내 이름이 떡하니 내가 원하는 부서에 있었다. 내가 그 부서를 원하는 것은 다름아니라 내 전공을 가장 많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부서에는 많이 있는 20대 젊은 여성들이 2-3명 있기 때문은 절대 아니었다. 나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어찌 이런 일이... 내가 그 부서에 가지 못하게 됨을 알고 그 부서 팀장에게 한풀이 비스무리한 것을 좀 했더니, TO를 늘려서 날 받은 것인가? 사실 그 팀장은 내가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날 그 팀으로 데려가겠다는 말로 날 설레게 한 죄가 있었다.

속으로 쾌재를 부른 이유는, 아무래도 나와 같이 일하고 싶어하는(혼자만의 착각일까?) 현재 팀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 조심스럽게 설명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그게 제가 여기 팀 사람들이 싫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요.... 사람은 좋은데 말이죠, 일이.. 아니, 여기 일이 싫다는 것이 아니라,, 제 전공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곳이 저곳이라서요.." 음.. 너무 다른 사람 배려를 많이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실 여기 팀장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과 일하기 싫은 것도 한 이유였다. 이 부서에서 나는 언니라 불리고, 그는 오빠라 불렸다. 즉, 남성성이 강력한 여성이었다. 어찌나 변덕이 심한지, 기분 좋은 날과 기분 안좋은 날이 명확히 다르다. 자신과 친하게 지내는 여직원과도 기분 좋지 않으면 말 한마디도 안건네니, 옆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피곤했는지... 아무튼 새로운 직원들과 함께 다시 일년을 꾸려가고 싶은 생각도 솔직히 있었다.  

아, 다음 주부터 이사를 하고 나면,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겠구나.. 이제는 진짜 처음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잘 해야지..  아무튼, 그렇게 표정관리를 하면서 주말 인사를 하고 집으로 향하는데, 옆 팀의 한 사람이 머리를 싸매고 인상을 잔뜩 찌푸린다.. 왜 그런지를 물어보니, 글쎄.... 아까 발표한 구성안을 들고 원장에게 결재를 하러 갔다가 신규 직원 뽑는 것 모두 취소하라는 말을 듣고 결재도 못받고 나왔다는 것이다.

오, 마이 갓~~~ 새로 부임한 원장이 업무 파악도 하지 않고 어설프레 30명이나 되는 인원을 작년말에 자르더니, 이제는 새로 팽창한 사업을 일할 사람조차 뽑지 못하게 하는 것인가?  그건 그렇다 치고, 아니 원장이 결재 하지도 않았는데,  새로운 올해 조직도를 미리 발표해서 맥 빠지게 하는 센스는 또 무엇인가?

갑자기 엄습하는 불안감과 두려움.

앗,.. 신규 직원을 뽑지 못한다면 각 팀마다 인원 배치가 다시 될 것이고, 내가 가려하는 팀마저 인원이 재배치되면 나는 다시 그 부서로 들어간다???  아악... 몇 시간에 불과하지만 내 마음은 이미 이 곳을 떠났고, 여직원 5-6명과 같은 방을 쓰는 새로운 장미빛 미래를 꿈꿔 왔었는데(물론 난 청일점), 다시 그 방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니...

요 몇년 사이에 롤러코스터 타는 기분을 느낀 적은 저번 금요일 뿐이 아니었을까?

으윽. 원장님이 마음을 바꿔 신입사원 채용 기안에 멋지구리구리하게 결재하기만을 간절히 바라면서 월요일 출근 준비를 해야겠다. 제발 플리즈, 결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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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1-09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월요일 아침 좋은 일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길 바랍니다

바람돌이 2006-01-09 0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될거예요. 서림님 화이팅!!!

세실 2006-01-09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재 하실꺼예요~~ 그 날은 뭔가 심기가 불편하셨던듯.....저도 화이링~~~

마늘빵 2006-01-09 0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엔리꼬 2006-01-09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 네. 그랬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폭풍전야 같습니다.
바람돌이님... 음.. 어느 광고를 보는 듯한 문구~ 감사합니다.
세실님... 심기가 불편하다고 사람을 뽑지 말라고 그러지는 않았을 것 같아 우울합니다. 원래 인건비 줄이자! 가 목표인 분이시거든요.. 돌이킬 수 있을 것인지..
아프락사스님.. 저도 ^^

날개 2006-01-09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떻게 되었나요?
좋은 결말이었으면 좋으련만......

진주 2006-01-09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건 정말 행운이에요!
일이 잘 풀려서 기분 좋네요. 남은 일들도 아마 잘 될 거예요.
(원장님은 결재를 재깍 하라 하라하라하라<--주문거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