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처럼 기어코 한 마디 덧붙이자면 해본 자들만 알 수 있습니다. 

 니콜 언니가 왜 저런 포즈를 취하고 저런 표정을 짓는지는.


 친구가 서프라이즈 선물을 보내왔습니다. 

 저녁 외식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에스프레소를 내리고 있던 중에 받았어요.


 절벽에서 뛰어내린 저를 가뿐하게 받아서 착지시켜준 이는 제 어린 연인이지만 

 친구들이 곁에 있어서 이 모든 과정을 쉬이 겪어낼 수 있다고 여깁니다.


 오래오래 함께 읽고 

 오래오래 함께 쓰자.


 봄여름가을겨울이 끝없이 돌고 돌아 돌아오는 것처럼 

 물론 우리에게도 봄여름가을겨울이 먼 훗날 언젠가는 멈춰질 날이 있겠지만

 

 제 울음과 웃음을 여과 장치 없이 받아주고 받아주고 받아주어 

 한없는 고마움만을 느낍니다. 


 아모르 문디,

 고맙다 삼합. 

 



 




댓글(12)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쟝쟝 2024-03-13 20: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니체는 아모르 파티 우리는 아모르 문디 🩷

수이 2024-03-13 20:11   좋아요 3 | URL
든든합니다, 설령 연인에게 3년 후에 차인다고 해도 그동안은 실컷 사랑만 하고 그 동안에 사유하고 키스도 하고 그래야겠습니다. 써, 쓰라구! 아 네, 물론 쓰겠습니다, 모조리. 출판사에서 다 거절하면 자비 출판으로 내야겠습니다, 책값은 싸게.


엄청 든든하네, 아모르 문디, 삼합.

단발머리 2024-03-13 2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꽃이 너무 싱그럽고 예쁘네요. 꽃처럼 활짝 웃고 있을 수이님을 상상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새로운 시작을 응원합니다!
날개옷 찾았으니 훨훨 날아올라요!!

수이 2024-03-14 08:44   좋아요 0 | URL
앞으로 내내 웃겠습니다.
새로운 시작을 응원해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날개가 있다는 건 좀 근사한 거 같아,
신이 인간을 위해서 마련한 몇몇 것들 중
날개, 희망, 꿈, 우정, 사랑, 그런 것들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어제 혼자 훌쩍훌쩍 울면서
웃으면서 했어.

그라찌에!!!!!

책읽는나무 2024-03-13 2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모르 문디...ㅋㅋㅋ
문디가 내가 아는 그 문디인 건가? 싶어 갑자기 웃음이 납니다.ㅋㅋ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시나 보군요.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모습도 또 그것을 응원해 주는 지인의 모습도 꽃처럼 아름답군요.^^
무조건 파이팅입니다.

2024-03-14 11: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14 1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3-14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오 2024-03-14 14: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린 연인?!?! 연하남인가요?!?!?! 😳
어린 연인분 수이님 행복하게 해주세요~!!
아웅 저 카드는 제가 봐도 감동이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님의 우정도 사랑도 모두 응원합니다...💕

수이 2024-03-14 18:34   좋아요 0 | URL
네, 연하남입니다. 어쩌다보니. 말하고 뿌듯.

은오님의 사랑도 응원합니다.
행복한 결실 맺으시기를!

난티나무 2024-03-15 0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부 부럽……. 🥹 (수이님의 니콜 포즈와 그 마음에 대한)

수이 2024-03-15 05:39   좋아요 0 | URL
해방감 무시무시해요 언니, 물론 책임감도 무시무시해지지만 어쨌거나 해피 모드 가동중입니다 봄날!!!
 

오늘을 평생 기억하게 될 거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단발머리 2024-03-13 15: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책이 있다는 말씀을 ㅋㅋㅋㅋㅋㅋㅋ 꼭 드리고 싶어요. 전 완독 못했구요. 수이님 꼭 완독하셔서 ‘읽었어요‘의 영광 누리시길!!

수이 2024-03-13 16:55   좋아요 1 | URL
누구야 누가 저 책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좀만 기다려요, 저라도 할게요 완독 ㅋㅋ

난티나무 2024-03-15 00: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샀는데요 저 책…..@@ (먼 산…)

수이 2024-03-15 06:14   좋아요 0 | URL
언니 읽을만 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덩달아 먼 산.......)
 
밖의 삶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밖의 삶은 온갖 것을 요구하나, 대부분의 예술 작품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다.˝ (129) 아니 에르노의 금욕적인 문체로 쓰인 건조한 문장들을 읽고 나니 피로해졌다. 그는 항상 모 아니면 도의 글쓰기를 행한다. 원하는 것들을 정확하게 얻으면서도 항상 갈증에 시달리는 인간의 욕망들을 캐치하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11

그대가 가을에 온다면,
반쯤은 웃고 반쯤은 비웃으며 주부가
파리를 쓸어 내 버리듯이,
여름을 쓸어 내 버릴래요.

1년이 흘러야 그대를 볼 수 있다면
한 달 한 달을 공처럼 뭉쳐 -
순서가 섞이지 않도록,
서랍마다 하나씩 넣어 둘래요 -

수 세기가 지나야 그대를 볼 수 있다면,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지쳐서 내 손가락이
반디멘스랜드에 떨어지겠죠.

이번 생이 끝날 때, 분명히 -
그대도 나도 사라져야 한다면
이번 생을 과일 껍질처럼 버리고,
영원을 맛볼래요 -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얼마나 날갯짓을
더 해야 그대가 올지 전혀 몰라,
쏘지 않고 윙윙대는 기다림이 -
악마 벌처럼 날 괴롭혀요.

(122-123)

조애리 번역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읽으면서 오늘도 화이팅!

댓글(4)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24-03-11 18: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시 낭송에 정말 잘 어울리는 목소리이고 톤이고 분위기네요.
잘 감상하였습니다.
저는 윤명옥님 번역하신 디킨슨 시선집에 들어있길래 다시 읽어보았어요.

수이 2024-03-11 18:23   좋아요 1 | URL
감사해요 나인님, 든든해서 앞으로 종종 올릴게요. 봄날 감기 조심하시구요. :)

단발머리 2024-03-11 18: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수이님의 불어 낭송을 엄청 좋아하는 1인입니다.
에밀리의 시가 이렇게 좋군요. 매일 한 편씩 꼭꼭 부탁드립니다!!

수이 2024-03-11 19:1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 단발님이랑 나인님만 좋아하실걸요.
매일 올리면 알라딘이 싫어할지도 몰라서 이틀에 한 번씩 헤헤헤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딸아이는 탐스러운 딸기를 한입에 왕 넣고 우물거리며 이야기했다. 말에 사로잡힌 자의 운명이려니 여기면서도 네가 또 그로 인해서 잃게 될 것들이 있을까봐 나는 어미로서 살짝 저어하는 마음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그건 네 삶이고 네 시간이고 네 운명이고 네 사람들이니까 이 어미가 할 수 있는 조언이라는 건 어쩌면 네게 하등 쓸모가 없을지도 모른다. 도망치려는 생각뿐이었던가. 도망치고 도망치면 언젠가 내 낙원에 다다르게 될 거라고 여겼던 건가. 도서관 다녀오는 길에 햇살이 너무 좋아 일순간 행복했다. 당신의 숭고한 몸_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던 순간을 잠깐 헤아려본다.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흐르고. 일흔이 가까워오는 한 나이든 여성의 일기를 우연히 읽었다. 나를 더 이상 여자로 봐주는 시선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내가 아직도 여자 같지만 세상은 더 이상 나를 여자로 봐주지 않고 그 시선에 익숙해진지 어느덧 십여 년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때때로 서운함을 느끼는 건 나이든 여자의 노망일까. 그 일기를 읽다가 한 풍경이 떠올랐다.


 나를 어여삐 여기시는 신들이시여, 제 나아갈 길을 보여주세요, 제가 그 길을 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제 기도를 들어주세요. 그때가 작년 이맘때쯤. 


 불과 1년이 지났을 따름인데.



 




 


 



더 이상 말할 수 없는 것에 관해서는 그에 대해 말하는 것을 멈추지 않아야 마땅하리라, 몸과의 접촉은 불확실하고 간헐적이며 자꾸 달아나면서도 여전히 끈질기게 잠존하는 것이지만, 그럼에도 그 몸에 부딪혀 끊임없이 말과 언어, 담론을 쥐어짜내야 하리라. 확신해도 좋은 사실은 여기서든 저기서든, 접촉되고 명명되고 의미의 바깥으로 기탈되어 진정 이것이 되는 몸의 노출이 발생하는 곳에서라면 어디에서든지 언어와의 몸싸움 corps à corps, 의미의 육박전이 일어나리라는 점이다. - P6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