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십대 중반에 읽던 책을 우연히 발견하고 웃음이 일었다. 책정리를 살짝 했다. 다시 읽고 싶은 로맨스 소설 대여섯 권을 제외하고 지니고 있던 영문소설을 오늘 정리했다. 대략 60권 정도 버렸다. 우와 하고 놀랐다. 읽지 않은 것도 모두 정리해서 중고에 내다팔 건 중고로. 김영민을 읽다가 아이에게 읽어봐, 하고 추천하고 신곡을 천천히 읽어도 될 때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단테가 한 그 말을 김영민이 다시 옮겨 적었는데 그 문장이 주는 울림이 대단했기에. 새벽에 일어나 한 시간 동안 알렌카 주판치치 글을 읽는 동안_ 서로가 서로에게 강렬하게 끌리는 그것을 어떤 말로 정의하기란 언제나 버겁기만 하다. 사촌동생과 통화를 하는 동안 장례식에 갈 준비를 하는 것보다는 살아있는 동안 고모와 한 번이라도 더 눈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엄마가 말해서 가기로 했다. 옷을 버리고 책을 버리고 또 옷을 사고 또 책을 사고 좀 어리석네, 라는 생각을 하다가 이른 저녁을 먹고 딸아이와 한 시간 정도 산책을 하고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나란히 앉아 귤을 까먹으면서 아이가 보고 싶다고 한 애니메이션 15분짜리를 두 개 보는 동안 아니 이 어미가 이렇게 하찮은 걸 보면서 도파민을 얻어도 되는 것이냐 이 나이에 라고 말하니까 사는 게 뭐 별 거 있나 하더니 이런 거 보면서 도파민 얻는 걸로 죄책감 느끼지 마, 엄마, 라고 그래서 끄덕끄덕. 저녁을 먹는 동안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소설가 한강과 한승원에 대해서 한 말이라며_ 아이가 들려주었다. 소설에 대해서 스포를 했다고 아이는 버럭 했다. 김영민을 조금 더 읽다가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