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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가을에 온다면,
반쯤은 웃고 반쯤은 비웃으며 주부가
파리를 쓸어 내 버리듯이,
여름을 쓸어 내 버릴래요.
1년이 흘러야 그대를 볼 수 있다면
한 달 한 달을 공처럼 뭉쳐 -
순서가 섞이지 않도록,
서랍마다 하나씩 넣어 둘래요 -
수 세기가 지나야 그대를 볼 수 있다면,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지쳐서 내 손가락이
반디멘스랜드에 떨어지겠죠.
이번 생이 끝날 때, 분명히 -
그대도 나도 사라져야 한다면
이번 생을 과일 껍질처럼 버리고,
영원을 맛볼래요 -
하지만 지금은 시간이 얼마나 날갯짓을
더 해야 그대가 올지 전혀 몰라,
쏘지 않고 윙윙대는 기다림이 -
악마 벌처럼 날 괴롭혀요.
(122-123)
조애리 번역
에밀리 디킨슨의 시를 읽으면서 오늘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