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의 에티카 - 진리와 행복을 찾아서
필립 아마도 지음, 조현수 옮김, 베네딕투스 데 스피노자 원작 / 이숲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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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하자마자 새로운 이들을 만나 생각을 나누는 동안, 자 어디로 나아가나요, 문화 차이로 인한 충격과 더불어 역량 강화 느낌인지라. 그림과 함께여서 이해되기 더 용이했고 스피노자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너의 스피노자와 나의 스피노자가 다름이 얼마나 다행인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기에 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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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읽는 책 재빨리 들춰보고 아이구 두야, 하고 건네주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뇌과학 개론서를 읽고 전두엽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낌. 귀가하던 중 또 언니랑 우연히 만나 커피 일잔 하고 잠깐 수다 떨었다. 술 마실까 둘이 잠깐 갈등하다가 우리의 뇌를 위해서 오늘은 패스하자, 라고 제안하니 언니가 엄청 웃었다. 내가 알던 그 수연이가 맞냐? 라고. 저도 늙어요, 언니, 라고 애교 부렸다. 특별한 건 없었으나 포인트를 세 가지 꼽으라고 한다면 기능부전을 발기부전으로 잘못 오해해서 읽은 점, 왜 노친네가 되면 더 고집이 짙어져가는지 그에 대한 이야기 또한, 허나 그건 지극히 인간의 몸으로서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점, 인간이 인간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마음이라는 건 무엇인지 또한, 무조건 좋고 나쁘고 이런 걸 딱딱 선 그어놓는 게 뇌에게는 그닥 좋지 않다는 점, 회색지대를 드넓혀라, 이거 좀 참신하고 마음에 들었다. 외길을 가라, 하나를 파고 들어라, 이렇게 말들 하는데 이게 정말 장기적인 비전으로 봤을 때 그러한지, 무조건 인풋하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아웃풋할 수 있는 기회를 거의 받지 못하면 인간이 어떻게 망가는지 또한, 이런 것들 때문에 순삭. 감정노화 테스트 결과 궁금해서 해보니 예상대로 30대 초반으로 나왔고. 점심 먹으면서 아이가 들려준 이야기, 이과가 무조건적으로 환영받는 시대이지만 문과는 계엄을 내릴 수 있다! 라는 말에 식당에서 폭소하고 말았다. 술을 너무 마셔서 전두엽이 잠시 어떻게 된 인간이 저지른 짓이 여러모로 순환에 순환을 거쳐가고 있다는 것도. 다음주에 술약속이 한 건 잡혔고 다다음주에 또. 와다 히데키 선생 왈, 나이들어가서 뇌가 40대부터 늙어가는 걸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그걸 마냥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그렇다면 40대부터 할 수 있는 일이란? 요지는 간단하다. 인간 좋아하는 인간, 운동 좋아하는 인간이 조금 덜 늙는다는 사실.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은 대출중이더라. 일단 책 구입은 자제하기로 해서 받기로 한 책이 앞으로 5권 정도 남은듯, 기다렸다가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야지. 귀가하는 길에 버스 안에서 중년의 남성이 반나체의 젊은 여성들 사진을 무더기로 보면서 정신없이 몰두하는 모습을 버스 맨 뒷자리에서 우연히 보았다. 그러니까 와다 히데키 선생에 따르면 중년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테스토스테론이 확 감소하는데 이걸 끌어올리는 활동을 하는 게 중요한 것도 사실이긴 하나 그렇다고 해서 불륜을 저지르거나 사창가에 가라는 말은 아님, 하는 구절에서도 폭소가 일어나긴 했다. 전경린 신간 나온 거 보고 이야 아직까지 쓰는 거야? 언니도 대단한데, 새삼 존경심이 일어서 도서관에 신청하려고 봤더니 개정판이로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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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2-20 07: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지는 간단하다. 인간 좋아하는 인간, 운동 좋아하는 인간이 조금 덜 늙는다는 사실....

을 명심할게요. <늙지 않는 뇌의 비밀> 저도 읽어야겠어요. 일단 도서관 좀 찾아보고요^^

수이 2025-02-20 08:10   좋아요 1 | URL
요지는 간단하긴 한데 그렇게 사는 게 좋은 걸 다 알면서도 다 그렇게 살지 않는 걸 보면 그것도 좀 재미있지 않아? 그러니까 요지는 퍼지면 귀찮아지면 그냥 그때 모든 게 아 그래, 끝나는구나, 라고 뇌가 알아먹는다고 하는 게 잼났습니다. 귀찮아도 퍼져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게 중요한듯. 안 읽어도 돼 ㅋㅋ 그냥 재미삼아 읽은 거.
 




우리는 처음 만나도 언제나 웃음을 주고받는데 그 까닭이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다. 덧니가 꽤 매력적인 젊은 아가씨의 나이와 이름을 묻지는 않았으나 인터뷰 준비를 하고 있는데 다가와서 몇 시인지 묻고 듣기 좋은 칭찬을 처음 보았는데도 허물없이 하는 걸 보고 젊음이라는 건 정말 좋구나 다시 느꼈다. 왜 굳이 그곳인지 물을 때 나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두려워했던 것도 같은데 중년이 채 되지 않은 그러니까 이제 곧 중년에 접어들 준비를 하는 저 여성 또한 내게 그런 말을 던졌다. 단번에 모든 걸 해결하겠다, 넘어서겠다, 해내고 말겠다, 이런 마음이 아니어도 그냥 몇 번 실패하고난 후면 그러니까 좀 느긋해지면 어느새 그 길에 다다르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라는 조언을 하는데 이 부분에서 살짝 감동을 먹었던 것도 같다. 떨리는 마음에 준비해간 것들의 절반의 절반도 채 다 말하지 못하고 머뭇거렸지만 원하는 것들이 명확하게 보인다는 건 확실히 좋구나 아침에 완독한 스피노자 만화책 속 장면들 떠오르면서. 여기에서 말하는 우리는 그냥 낯선 외국어를 조금씩 배워가는 어떤 그룹을 뜻한다. 15년 되었는데도 아직도 때때로 어려워요, 그래서 한국어도 아니고 불어도 아닌 이상한 발음이 새어나올 때도 있어요, 라고 했다. 초등학교 2학년에 불어를 시작해서 중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더듬거리면서 아이들이랑 대화했어요, 저는, 언니는 가셔서 금방 하실 거 같아요, 밝은 분이라서, 라고 덧니 아가씨가 말했다. 요즘 MZ 특징들인가 싶었다. 터닝 포인트를 지나고나니 표정이 밝아지고 따라서 낯선 이들과도 스스럼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어떤 기대나 희망이나 줄다리기 같은 게 필요하다 싶은 타이밍은 정말로 적구나 라는 걸 이 나이때쯤에는 저절로 알게 되는 거 같다. 동시에 들어갔고 동시에 나오면서 서로 헤어지면서 우리 인연이면 파리에서 만나겠다, 그때 커피 마셔요, 했다. 덧니 아가씨는 환하게 웃으며 좋아요 언니, 했다.





우리는 역사를 재구성할 때마다 등장하는 빈틈과 대결해야 하는데, 때로는 새롭게 관찰되고 이야기되는 역사에서 팩트와 빈틈은 계속 새롭게 조명된다. 이 점은 한나 아렌트의 에세이 「리틀록 사건을 돌아보며」와 관련한 논쟁에도 해당되는 듯하다. 아렌트의 전기 작가 엘리자베스 영-브륄(Elisabeth Young-Bruehl)이 적절히 표현했듯이 그 에세이는 가늠할 수 없는 감정과 청산하지 못한 과거의 물결을 거슬러 헤엄쳐 간다. 아렌트가 북부에서는 보통 멸시받는 생각을 지닌 남부 백인에게 제한적이더라도 사회적 배타성에 대한 권리를 인정했다는 사실은 정의에 대한 많은 친구들의 표상을 훼손시켰다. 그럼 그 논쟁에서는 무엇이 문제였을까?
월간지 『코멘터리(Commentary)』의 편집부는 한나 아렌트에게 리틀록 사건에 대한 원고를 청탁했다. 그러나 시간에 쫓겨 쓴 원고가 도착했는데도, 편집부는 출간을 머뭇거렸다. 아렌트의 성찰이 이 잡지를 발간하는 미국유대인위원회(American Jewish Committee, AJC)의 정책에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러 유대 - P61

인 단체는 과거에 흑인 인권 운동 단체를 적극 지지했고, 20세기 초에는 흑인 대표 단체인 전미유색인종지위향상협회(National Association for the Advancement(Colored People, NAACP)의 설립도 도운 바 있다. 남부의유대인 변호사들만이 권리를 찾기 위해 필사적인 흑인들을 대변한 것은 아니었다. 변호사들 중 일부는 아주소신 있는 정의를 실천했다. 예를 들면, 잭 그린버그(Jack Greenberg)는 앞서 언급한 1954년 "브라운 대교육위원회" 재판에 참여한 27세의 최연소 변호사로서 흑인의 권리를 위해 법정에서 여러 번 싸웠고, 인종 차별이 만연한 남부로 출장을 가서, 흑인 호텔에 투숙했으며, 흑인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그렇다면 ‘흑인전용‘의 최종 결정권자는 누구였는가?
아렌트의 「리틀록 사건을 돌아보며」의 배경으로 돌아가 보자. 흑인 교육 기관의 터무니없는 상황과 백인의 교육 특권을 고려해 보면, 남부 주의 학교에서 합법적인 인종 차별을 종식하는 일은 많은 사람에게 마음의 문제를 넘어서는 일이었다. 랠프 엘리슨도 1954년 통합이라는 법적인 강제가 연방대법원에 의해 결 - P62

정되었을 때 크게 환호했다.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참으로 기적 같은 가능성의 세계가 열리고 있구나!" 마침내 진정한 남북전쟁의 승리에 도달했고, 이제 이 승리의 성공 여부는 결국 전적으로 아이들이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아렌트가 어디에서도 그런 큰 희망은 일절 언급하지 않으면서 반대로 남부 백인부모의 (겉으로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개별 "권리"를 옹호한 사실은 교육과 통합에 희망을 건 모든 이를 격분시켰다. ‘학교의 인종 차별 철폐는 정치적 과제가 아닌 사회적 과제‘라는 아렌트의 주장은 광범위하고 완전한 몰이해에 직면했다. 이는 당시에도 그랬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여기서 거의 이해되지 않은 것은, 한나 아렌트는 결코 당시의 상황을 유지하자고 말하지 않았으며 편견에 기반한 불공정한 사회는 공동체의 결정을 통해서만 구제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학교 위원회의 공동 결정을 거친 후에 모든 인종에게 교문을 개방하거나, 혼합된 학교를 만들려는 목표로 시작된 사회 운동으로부터 공동체의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시도는 거의 실현되지 않았다. - P63

아렌트의 비평가 중 데이비드 스피츠(David Spitz)는 당시 아렌트가 말한 정치, 사회, 개인의 구분이 매력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실제로 이 영역들 중 한 가지에만 해당하는 인간 행위는 없다고 주장했다. 아렌트의 에세이가, 흑인을 배제하는 폭행과 법원 판결이사람들의 영혼에 일깨운 희망에 대해 말을 아낀 것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또 소외계층이 계속해서 부당한 일을 겪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고 또 일어나야 하는지에 대해거의 언급하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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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5-02-18 2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념의 스피노자~ 또 어려운 책 읽는 울언니!

수이 2025-02-19 07:33   좋아요 1 | URL
만화책입니다, 안 어렵습니다, 정신없이 바쁜 나날들 보내고 계십니까? (밥 잘 챙기삼)

단발머리 2025-02-19 08:48   좋아요 2 | URL
네, 언니! 아침은 요플레, 점심은 순대국, 저녁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녁은?

수이 2025-02-19 09:03   좋아요 1 | URL
그릭요거트에 견과류, 블루베리나 딸기 필수 😋

단발머리 2025-02-19 09:44   좋아요 2 | URL
🍦🥜🫐🍓🤪

수이 2025-02-19 09:45   좋아요 2 | URL
저속노화의 지름길 ㅋㅋㅋㅋ 마라탕 땡기네, 오늘도 춥습니다! 목도리 챙겨!!

단발머리 2025-02-19 09:54   좋아요 2 | URL
털목도리에요 ㅋㅋㅋㅋ 괜찮을까요? 빨리 답해 주세요! 챙겨야함 🧣

수이 2025-02-19 10:03   좋아요 2 | URL
좋습니다 ㅋㅋ

단발머리 2025-02-19 10:1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플러스 🧤플러스 ♨️

공쟝쟝 2025-02-19 17: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녁은 커피에 조각 케잌먹는 쟝쟝입니다

수이 2025-02-19 17:47   좋아요 2 | URL
와인도 한잔 하십쇼, 운동 다 했으면, 일 다 했으면

단발머리 2025-02-20 07:45   좋아요 1 | URL
위 댓글을 정희원 교수님이 싫어합니다. 메 롱 !!

수이 2025-02-20 08:44   좋아요 1 | URL
난 정희원 안 좋아하는데 ㅋㅋㅋ
 





우연히 수업중에 누군가의 죽음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고난 후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졌다. 세세하게 그것들을 늘어놓을 수는 없지만 악의라는 게 참 깃털 같이 느껴지다가도 그 깃털 같은, 별로 관계성이랄 것도 찾을 수 조차 없는 그런 관계에서조차 그 악의성 짙은 무게감을 느낄 수조차 없는 그 깃털이 누군가의 영혼을 짓누르고 짓눌러서 그 압박감에 숨을 쉴 수도 없게 만든다는 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싶다. 인간이 인간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그걸 누차 궁금해하고 궁금해했는데 이건 말 그대로 싸데팡이더라. 정신없이 2월을 보내고난 후 3월 말에는 얼추 판가름이 날듯 싶다. 어디를 가든 마찬가지겠지만 오늘 꽃다운 아이가 사라진 걸 알고난 후에 이 나라가 좀 끔찍하다 싶을 정도로 징그럽긴 하더라. 물론 나와 얼추 나이가 비슷한 중년의 아저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날에도 그런 걸 느끼긴 했지만. 정신없이 서초에서 광화문까지 왔다갔다 녹초가 되어 귀가해보니 파스타 해먹을 기운이 없었는데 내 새끼는 배고프다 칭얼거리고 나도 온몸이 노곤하니 와인 생각이 저절로 나서 급히 파스타면을 볶았다. 완전 맛있어 엄지를 척척 내미는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추운 봄밤이 깊어져갔다. 봄이고 밤이고 합쳐져 곧 있으면 더할나위없을 정도로 환상적인 봄날들이 이어질 터인데 스물을 갓 넘긴 소녀가 이 길이 자신이 택할 수밖에 없는 유일한 길이라 여기며 얼마나 외로워했을지, 그 봄밤이 얼마나 소녀에게 춥고 무섭게 느껴졌을지. 판단하고 비판하며 옳은 길이라 여기며 내내 혀로 채찍질을 하는 걸 즐기는 이상한 어른들이 너무나도 많고 많지 않은가. 이 이상한 나라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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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먹고 운동 가볍게 하고 유통기한 지난 우유 처리해야 해서 빅파이 오물거리면서 조금씩 읽고 있다. 봄이 오고 있다는 걸 또 이런 식으로 마주할 수도 있다는 게. 오랜만에 도서관에서 여섯 시간 채우고 아가들 데리고 삼겹살 먹었다. 당근 거래 끝내고 온 딸아이가 우연히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 편의점에서 한 시간 동안 수다를 떨고 와서 이야기, 그 친구가 막 다 읽은 [균형 잡힌 뇌] 이야기를 했노라고. 우리 엄마도 도서관에서 오늘 그거 내내 읽었는데! 라고 반가웠노라고. 자기도 읽어보겠노라고 신나서 이야기. 책읽기에도 카르마가 적용되는 건가, 싶어 후훗 웃었다. 그 아가 괜찮네, 엄마랑 독서 취향도 겹치고. 했더니 그런데 이윤기 선생님 신화책은 안 읽어봤다고 그래서 나는 그거 추천했어, 엄마, 라고 말. 마리 루이제 크노트 30분 읽고 스피노자 만화책 조금 읽으면 오늘은 자정쯤 침대에 뻗을듯. 체조해서 그래도 아직 머리가 쌩쌩 돌아가네. 삼겹살 먹을 때 맥주 자제하여 스스로 머리 쓰다듬어줌. 







워렌은 대화 중에 기본적인 질문 세 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남북전쟁이 끝난 후 새로운 시작을 위해 만일 남부의 노예 소유자와 농부가 노예제도 폐지에 대한 동의를 쉽게 하도록 보상을 받았다면 미국 내부에 더 많은 평화가 있었을지에 대한 의견이었다. 몇몇 정치 평론가는 남부인이 패배를 경험하기보다 보상을 받았다면 굴욕감을 덜 느꼈을 테고, 따라서 노예를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풀어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추정을 반복해서 피력했다(워렌은 노예가 겪은 불의에 대한 보상이나 원상회복에 대해 어느 대목에서도 언급한 적이 없다). 그의 두 번째 질문은 흑인의 자기 이해 문제로 직행했다. 일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모든 흑인 미국인에게는 두 영혼, 즉 항상 백인의 시선과 기대를 염두에 두고 스스로를 인지하는 이중의식이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의심스러운 경우에 흑인 미국인의 충성심은 누구에게로 향하는가? - P34

그러나 결정적인 질문도 빠트리지 않았다. 워렌은 도발적으로 물었다. 어떻게 흑인은 매일 경험했고 경험하는 온갖 불의, 억압, 굴욕 앞에서 비통해하고 화를 내지 않을 수 있었는가? 훨씬 적절한 반응은 복수가 아니었을까? 국가의, 경찰의, (백인의) 폭행에 맞서 고집스럽게 비폭력으로 자신을 묶어두는 것은 영혼이 감당하기 어려운 도전이 아니었을까?
워렌은 열려 있는 정신으로 대화 상대방의 열려있는 정신을 이끌어냈다. 그는 상대방에게 발언권을 주었고, 상대방은 발언권을 얻었다. 아마도 아렌트는 다음의 이유로 랠프 엘리슨에게 편지를 썼을 것이다. 모든 인간은 피억압자에 소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주인이며 자신의 발언권을 행사해야 하고, 또 해야 한다는 엘리슨의 소견에 감사했기 때문이었다. - P35

엘리슨과 아렌트에게 자유란 인간의 행위가 역사의 흐름을 바꾸고 과거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원동력이다. 아렌트의 책 [인간의 조건(Vita activa)]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말하고 행위하면서 우리는 태어나기 전에 존재했던 속세로 들어가며, 이런 접속은 말하자면 탄생에 스스로 책임을 지는 제2의 탄생과 같다." 만인은 태어나면서부터 "나타나는", 즉 스스로 속세의 관심사에 섞여서 이런 자신의 세계를 공동으로 형성하는 기회를 얻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렌트와 엘리슨은 인간이 존재임을 실현해야 할 필연성이 행위를 통해 가능함을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행위하지 않는데 특별한 담력과 자제력이 필요한 순간, 즉 행위하지 않음으로써 위험에서 벗어난다면, 행위하지 않는 것도 행위의 순간임을 알고 있었다. 그렇다. 계속되는 굴욕을 더 보태주는 위험에서 벗어나야 한다면, 행위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행위이다. 그리고 아렌트와 엘리슨, 두 사람은 모두 순응의 위험이나 유혹에 대해 경고했다. - P50

그들은 간단히 말해서 순응을 통제의 변주로 보았다. 소설에서 엘리슨의 주인공은 타인이 그에게 요구하는 모든 것을 할 채비를 갖춘 성격의 특징을 보여준다. 그의 조상처럼 그 역시도 (너무 오랫동안) 낯선 세상의 톱니바퀴였다. 순응하려는 주인공의 열망은 너무 강렬했다. 주인공처럼 동화하려는 사람은 자신의 특별함이 드러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이것도 일종의 보이지 않음이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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