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읽는 책 재빨리 들춰보고 아이구 두야, 하고 건네주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뇌과학 개론서를 읽고 전두엽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낌. 귀가하던 중 또 언니랑 우연히 만나 커피 일잔 하고 잠깐 수다 떨었다. 술 마실까 둘이 잠깐 갈등하다가 우리의 뇌를 위해서 오늘은 패스하자, 라고 제안하니 언니가 엄청 웃었다. 내가 알던 그 수연이가 맞냐? 라고. 저도 늙어요, 언니, 라고 애교 부렸다. 특별한 건 없었으나 포인트를 세 가지 꼽으라고 한다면 기능부전을 발기부전으로 잘못 오해해서 읽은 점, 왜 노친네가 되면 더 고집이 짙어져가는지 그에 대한 이야기 또한, 허나 그건 지극히 인간의 몸으로서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는 점, 인간이 인간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마음이라는 건 무엇인지 또한, 무조건 좋고 나쁘고 이런 걸 딱딱 선 그어놓는 게 뇌에게는 그닥 좋지 않다는 점, 회색지대를 드넓혀라, 이거 좀 참신하고 마음에 들었다. 외길을 가라, 하나를 파고 들어라, 이렇게 말들 하는데 이게 정말 장기적인 비전으로 봤을 때 그러한지, 무조건 인풋하는 게 나쁜 건 아니지만 아웃풋할 수 있는 기회를 거의 받지 못하면 인간이 어떻게 망가는지 또한, 이런 것들 때문에 순삭. 감정노화 테스트 결과 궁금해서 해보니 예상대로 30대 초반으로 나왔고. 점심 먹으면서 아이가 들려준 이야기, 이과가 무조건적으로 환영받는 시대이지만 문과는 계엄을 내릴 수 있다! 라는 말에 식당에서 폭소하고 말았다. 술을 너무 마셔서 전두엽이 잠시 어떻게 된 인간이 저지른 짓이 여러모로 순환에 순환을 거쳐가고 있다는 것도. 다음주에 술약속이 한 건 잡혔고 다다음주에 또. 와다 히데키 선생 왈, 나이들어가서 뇌가 40대부터 늙어가는 걸 어떻게 할 수는 없지만 그걸 마냥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그렇다면 40대부터 할 수 있는 일이란? 요지는 간단하다. 인간 좋아하는 인간, 운동 좋아하는 인간이 조금 덜 늙는다는 사실.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은 대출중이더라. 일단 책 구입은 자제하기로 해서 받기로 한 책이 앞으로 5권 정도 남은듯, 기다렸다가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야지. 귀가하는 길에 버스 안에서 중년의 남성이 반나체의 젊은 여성들 사진을 무더기로 보면서 정신없이 몰두하는 모습을 버스 맨 뒷자리에서 우연히 보았다. 그러니까 와다 히데키 선생에 따르면 중년에 접어들기 시작하면서 테스토스테론이 확 감소하는데 이걸 끌어올리는 활동을 하는 게 중요한 것도 사실이긴 하나 그렇다고 해서 불륜을 저지르거나 사창가에 가라는 말은 아님, 하는 구절에서도 폭소가 일어나긴 했다. 전경린 신간 나온 거 보고 이야 아직까지 쓰는 거야? 언니도 대단한데, 새삼 존경심이 일어서 도서관에 신청하려고 봤더니 개정판이로구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