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수업중에 누군가의 죽음을 인터넷을 통해 알게 되고난 후 여러모로 생각이 많아졌다. 세세하게 그것들을 늘어놓을 수는 없지만 악의라는 게 참 깃털 같이 느껴지다가도 그 깃털 같은, 별로 관계성이랄 것도 찾을 수 조차 없는 그런 관계에서조차 그 악의성 짙은 무게감을 느낄 수조차 없는 그 깃털이 누군가의 영혼을 짓누르고 짓눌러서 그 압박감에 숨을 쉴 수도 없게 만든다는 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싶다. 인간이 인간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그걸 누차 궁금해하고 궁금해했는데 이건 말 그대로 싸데팡이더라. 정신없이 2월을 보내고난 후 3월 말에는 얼추 판가름이 날듯 싶다. 어디를 가든 마찬가지겠지만 오늘 꽃다운 아이가 사라진 걸 알고난 후에 이 나라가 좀 끔찍하다 싶을 정도로 징그럽긴 하더라. 물론 나와 얼추 나이가 비슷한 중년의 아저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날에도 그런 걸 느끼긴 했지만. 정신없이 서초에서 광화문까지 왔다갔다 녹초가 되어 귀가해보니 파스타 해먹을 기운이 없었는데 내 새끼는 배고프다 칭얼거리고 나도 온몸이 노곤하니 와인 생각이 저절로 나서 급히 파스타면을 볶았다. 완전 맛있어 엄지를 척척 내미는 아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추운 봄밤이 깊어져갔다. 봄이고 밤이고 합쳐져 곧 있으면 더할나위없을 정도로 환상적인 봄날들이 이어질 터인데 스물을 갓 넘긴 소녀가 이 길이 자신이 택할 수밖에 없는 유일한 길이라 여기며 얼마나 외로워했을지, 그 봄밤이 얼마나 소녀에게 춥고 무섭게 느껴졌을지. 판단하고 비판하며 옳은 길이라 여기며 내내 혀로 채찍질을 하는 걸 즐기는 이상한 어른들이 너무나도 많고 많지 않은가. 이 이상한 나라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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