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라플랑슈와 장 베르트랑 퐁탈리스의 정신분석 사전 프랑스어 원서보다 한글번역본이 더 예쁜데!!!!!! 하고 디자이너 찾아보니 박봉식, 그대 이름을 기억하겠어요. 디자인 잘 뽑았음. 사악하면서도 섹시하게 나와서 그냥 물자체만으로도 기분이 해피해지는. 내 새끼가 내 생일날 나 버리고 자기 친구들이랑 저녁 약속을 잡아버려서 아침을 먹으면서 투덜거렸다. 이 에미 생일도 까먹다니, 훌쩍, 하니 아이참, 내가 일부러 그랬나, 나 요즘 스케줄 빡빡해서 정신이 없었다 아이가, 기분 풀어라, 생일선물 근사한 거 사줄게, 해서 기분을 풀기로 하고 마음에 드는 책을 세 권 고르고 2025년 다이어리를 고르고 하니 미안미안, 해서 저녁도 사줄래? 했더니 내가 갑부가?! 버럭 하길래 그럼 저녁은 엄마가 사줄게 헷 했다. 인터넷 기사님 곧 오신다고 하니 잡소리 그만 하고 청소기를 돌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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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4-12-02 0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아.. 진짜 책 너무 간지 나서..... 정신분석에 대한 욕망이 뻐렁치기 시작한다... (책 가지려고 공부하는 사람)

수이 2024-12-02 09:54   좋아요 0 | URL
난리났네 ㅋ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4-12-02 1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사하시면서 책나눔 극하게 하셨다는 이야기는 전해 들었어요. 빈 자리 채우는 그 열정에, 빨간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짝짝 짝짝짝!

단발머리 2024-12-02 10:45   좋아요 1 | URL
미리보기에 서문만 잔뜩 있더라구요. 읽는 종종 내부 좀 보여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4-12-02 10:49   좋아요 0 | URL
에헴, 12월에는 안 살 겁니다! 💋
 





12월의 시작이다. 시작은 상콤하게 새로 산 책으로 시작을 하고 싶었으나 머리가 돌아가지 않아 읽던 책을 다시 펼쳤다. 삶은 계란 다 먹고도 배가 고파 호두 가득 들어간 단팥빵을 조금씩 뜯어먹는다. 요거트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도 정리할 게 태산인지라 장을 보지 못했다. 오늘은 하여 장 보는 날. 냉장고를 열면 단백질 관련 음료와 계란만 두 판이니 냉장고가 과연 냉장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건지. 그렇다고 내 새끼를 굶기는 건 아님.

어제는 잠들기 전에 생각 하나에 사로잡혀 그 일에 대해 생각을 조금 하다가 결론을 맺을까 하다가 결론을 확 맺지는 못하고 일단 잤다. 일어나니 다시 그 생각에 사로잡히긴 했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싶어 책을 펼친 건. 계란을 삶으면서.

좋아하는 선생님 보러 잠깐 요가원에 갔다가 간만에 특훈 받고 이사하고 필러 맞느라 못 나왔다는 이야기를 하니 다시 시작하면 된다 했지만 비틀기 행하고 90분 몸 이리저리 비틀고 쥐어짜고 펼쳐내고 하면서 알았다. 이 고통을 내 몸이 원했구나 라는 걸. 쇠질하는 곳에서 행하는 할머니들, 아줌마들 한그득한 말랑말랑 요가와는 다른 고통. 고요 속에서 차원이 다른 고통을 억지로 몸 안에 불러들이다보면 온몸의 내장이 펄떡펄떡거리는 게 느껴진다. 환희에 차서. 오르가즘에 비할 바 아니나 몸 이곳과 저곳에서 동시에 행해지는 기쁨이 세포를 달군다는 것. 무리하고 싶었으나 무리하면 큰일난다 라는 자각이 일었고 순간 기우뚱 해서 탁 무너져 엎어졌는데 이건 요가 바로 전에 급하게 아이스라떼와 담배를 요가원 앞에서 흡입했기 때문이라는 걸 알았고 운동 전에는 흡연은 불가다 하고 정했다. 오래 운동을 쉬었다가 쇠질 조금 하고 요가 조금 했다고 아침에 일어날 때는 근육통이 사지에 한그득이어서 안되겠다 뜨끈한 물에 몸 담궈야겠구나 싶은.

훈이가 눈은 괜찮냐 물었을 때 내 두 눈은 지극히 멀쩡하기만 한데 갑자기 왜 눈을 물어볼까 싶어서 응, 괜찮은데, 했더니 훈이가 웃으며 말했다. 책을 안 읽으니 괜찮은 거 아니냐 하고. 책 조금만 읽어도 눈물 주룩주룩 난다고 했잖아. 그 말을 듣고난 후에야 깨달았다. 책을 진짜 안 읽었구나 올해. 한 시간 이상만 읽어도 눈물이 주룩주룩 흘러 아 글렀다 이제 내 두 눈은, 노화의 극치에 다다르는구나 깨닫고 절망했는데 두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온 게 언제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으니 그러하다, 이제 읽는 인간이라고 말하기 참 창피하구먼 싶은.

민이 오랜만에 늦잠 자는 날이다. 30분 정도 남았으니 30분이라도 간만에 책을 읽어보겠다. 켁. 사진은 모두 어제 기록. 교보에서 입 벌리고 주무시는 따님을 발견하고 사진 한컷 남기고 손에 들고 있는 건 뭐냐 물어보니 그냥 자고 있으면 민망하니 책 읽다 피곤한 중딩 컨셉이다 라는 대답을 듣고 웃겨서 쿡, 아침점심저녁 한끼로 해결해서 폭식, 샴페인 과하게 마셔서 순간 핑 돌아서 아이구마 했다가 커피 마시고 술 깼다. 요가원 냐옹이 오랜만에 만났더니 엄청 성장했고 나의 요가 실력은 하락했다. 요가원 가는 길에 맛난 샌드위치집 발견해서 사진 찍다가 한켠에 거울 커다란 거 있어서 거기서 셀피 찍고 나의 뚱뚱하고 건강하고 튼튼한 하체를 새삼 실감했다. 나 몰래 언제 모자 샀냐 파스타 흡입하면서 민이가 닦달하는데 그냥 씨익 웃고말았다. 내 아가가 나를 위해 철필로 긁어 새긴 조명을 또 선물받고 아이의 꿈과 내 꿈이 중첩되어있음을 또 알았다. 더 여자가 되어버린 내 새끼 몸매에 감탄하면서 이 에미에게 감사하거라, 훌륭한 유전자를 물려받았으니 말하니 내 브레인은 아빠 브레인인데, 해서 허허허허허허허 너털웃음 짓고 괜찮다, 니 애비 아이큐가 이 에미보다 더 훌륭한 건 인정한다. 안되겠다 남자새끼들이 가만히 두지 않을 터이니 너는 이 에미랑 찰싹 달라붙어서 도서관이랑 장만 보러 다니자꾸나 딸아 했더니 막 웃는데 천하의 딸바보가 또 여기 있구만 하고 알았다. 친구들 잔뜩 사귀고 남자친구 생기면 나랑 놀 시간은 뭐 거의 없겠구먼 싶어서 그럼 또 운동 하나를 새로 시작해야지 라는 생각을 하고 있더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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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애인이 페이스북에 한대수와 같이 사진을 찍고 자랑질해놓은 걸 보았다. 아 물론 옛날 애인 사진 막 찾아보고 그러지 않음, 친구의 친구인지라 아직까지 온라인으로 보기는 보지만. 이게 더 구차한 변명처럼 들리겠는걸. 노상 한대수 틀어놓고 그의 침대 위에서 일이 끝나고 나면 같이 책 읽던 때도 엊그제 같은데 벌써 수십년 전이다. 수십년 전 일이라고 하니 무슨 70대 할머니 같구먼 느낌이. 동굴에서 사람들이 그 벽에 벽화를 그리며 서로 낄낄거렸던 일처럼 아주 옛날 같아 기억에서도 흐릿한.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어, 라는 그의 말이 뭘 뜻하는지 어렴풋 알 것도 같다 싶다. 어제는 마치 아주 옛날 일인 것만 같아 그게 작년이지? 벌써 1년도 지났지? 라고 친구에게 말해놓고 보니 무슨 1년 전인가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건 불과 1년 동안이었고 2024년은 질곡의 시간 속에서 갑자기 여러 번개를 맞아 뜻하지 않게 한꺼풀씩 그 틈바구니 사이에서 나온 한 해로 기록되지 않을까 싶다. 12월이 다 되어 앗차차 너무 놀았구나 라고 반성도 하고는 있지만. 이건 언제나 알라딘 새해 다이어리를 받을 적마다 느끼는 거다. 앗차차 너무 놀았구나 어느덧 한 해의 마무리라니, 라는 심정으로. 하여 사람들이 제일 많이 새해 다짐을 세우는 건 12월이다. 피티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제일 등록을 많이 하는 시기는 바로 한 해의 끝, 12월. 12월부터 슬슬 모터를 가동하여 새해에는 진짜 새로운 몸으로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나겠다 라고 회원님들은 이야기하심, 이라고. 한 셋트 끝내고난 후에 그럼 새로운 몸으로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나는 퍼센트는 어느 정도? 물어보니 머리를 굴리더니 음 글쎄, 한 5프로? 라고 그래서 좋아, 이 몸이 그 5프로 안에 들어가도록 하지요, 했다. 어제 친구의 진지한 표정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듣는 동안 좋아하는 이들 얼굴의 표정에서 마음을 앗기는 때가 각기 다르구나 라는 걸 알았다. 이 사람에게는 이 표정, 저 사람에게는 저 표정, 그 사람에게는 그 표정. 저녁을 먹고난 후 같이 귤을 까먹는 동안 민이가 너와 나의 경계, 나보다 너를 생각하는 것과 너보다 나를 헤아리는 것, 그 경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다. 축제 준비를 하는 동안 한 아이가 무단으로 결석해서 팀 플레이에 차질이 간 이야기를 하면서. 집단과 룰에 대한 강직함이 이 아이에게는 있구나, 그걸 아이를 키우는 동안 여러 번 느끼곤 했다. 십대 후반이 된 아이는 그 강직함을 확연하게 드러내곤 한다. 진이 같구나, 싶었다. 내 첫째동생 진이와 내 아이 민이의 그 꼬장꼬장함, 그 꼿꼿함, 그 강직함, 그런 것들이 겹쳐지면서 진이 같구나 아이에게도 이야기했다. 무단으로 결석할 수밖에 없었던 까닭이 있었겠지, 팀 플레이에 차질이 생긴 건 아쉬운 일이지만 그 친구에게도 뭔가 사정이 있었겠지, 했더니 딸아이는 코로나 걸려 아픈 거 아니고서는 당연히 나와야지, 축제인데. 라고 답했고 그 답을 들으면서 아이 얼굴을 살펴보았다. 그렇지, 내 동생도 어렸을 때 그렇게 답하곤 했지. 열이 40도가 아니면 당연히 학교 가야지, 뭐 그런 식의 대답. 월요일에 만나면 물어봐봐, 왜 결석했는지. 말하고 모든 게 확연할 수 없단다, 아가, 살다보면 그런 경우들을 더 많이 겪을 테고, 네 강직함이 언젠가 거대한 벽에 부딪힐 때가 있을 텐데 그때 너무 아파하고 무너지고 그러지 마, 아가, 하고 속으로만 말했다. 오전 내내 아이를 데리고 병원과 헤어샵을 다녀오고나면 늦은 점심을 먹을 테고 일정이 다 끝나 집에 돌아올 무렵이면 어둠이 세상을 덮을 시간이고 허둥지둥 또 버릴 것들이 뭐가 있는지 헤아려야 한다. 기나긴 하루가 될듯 혹은 스쳐지나가는 것처럼 휙 지나갈 테고. 한해 마무리를 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았는데 올해 알게 된 건 내가 몸을 쓰는 걸 엄청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 이 몸이 나로구나, 라는 걸 알게 해준 이들, 요가 선생님부터 시작해서. 죽기 전까지 이 몸의 틀어짐을 내내 지니고 가야한다고 여겼는데 최대한 균형을 맞추려고 나날이 애쓰는 동안 매일 1000kcal 소모한지 이제 3주째. 엄마와 진이가 매일 아프다는 이야기를 한다. 오늘은 여기가 아프고 오늘은 저기가 쑤시고. 다리 찢기를 다시 시작하면서부터 다리를 찢어봐, 두 팔을 늘리고 목도 왔다갔다 움직이고 너무 안 움직이는 거 아니야? 잔소리를 매일 해대고. 새로 운동 하나를 더 시작하면서부터 느낀 건 움직이지 못해 환장한 년 같구먼, 이다. 어쩌면 팩트일지도. 간만에 핀란드 있는 친구에게 전화 넣어야겠군. 생일이라는 걸 깜박할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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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 불경을 읽는 이들이_ 불경까지는 아니어도 붓다 말씀이 적힌 이런저런 대중서들을 읽는 이들이 주변에 꽤 늘어가는 건 어떤 현상일까 싶다. 번뇌를 다스리는 게 그 순간은 가능할 터인데 페이지를 덮고난 후에도 그 번뇌가 잘 다스려지는지에 대해서 궁금해 질문을 한 적 있는데 언젠가 스님은 그 순간이야 다잡을 수 있다고 여기지만 다 그렇게 다잡혔다면 세상이 이렇게 엉망진창이겠냐고 껄껄 웃으며 말씀하셨다. 다잡으려고 애쓰는 그 모습이 갸륵해서 말없이 바라보고는 있지만 순간 무너질 걸 아니까 또 말없이 바라만 보고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불경은 읽지 않고 있다. 그만큼 지금 내 안에 번뇌가 소용돌이치는 순간들이 극히 적다는 반증인 거고. 민이가 상담 중에 너털웃음을 짧게 지으면서 불경 하나 챙겨서 가야겠네요, 마음 수양 꽤 하려면, 이라고 대꾸해서 원장님도 나도 웃음이 터져 나왔다. 어젯밤에는 오랜만에 레이첼 야마가타의 옛 노래를 우연히 접하고 찾아 들었다. 스무살 즈음에 자주 다니던 소프트 락부터 시작해서 정통락까지 자주 틀어주던 술집 사장님과 우연히 동네에서 마주쳐 실례를 무릅쓰고 가서 아는 척을 했더니 정말 사장님이 맞았다. 이제는 은퇴하시고 손녀딸 보살핀다고 하셨다. 하긴 내가 쉰이니 사장님 연세를 정확히는 알지 못해도 그 즈음 이실듯. 그 연세에 롤링스톤즈 앨범 커버 사진이 박힌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인물이 흔하지 않으니 알아보기도 알아보았지만. 록산 게이 책이 나왔고 주디스 버틀러가 개역이 되어 나왔다. 학원 가기 전에 친구에게 책 좀 보내고 의도치 않게 운동을 사흘 쉬어야 해서 간만에 여유가 생겼다. 벽돌책 들고 나가서 읽어야겠군. 슬슬 집을 찾아보고 있다. 온라인으로 대략 분위기라도 알고 싶어서. 평수는 작어도 해가 잘 드는 곳으로. 몇 군데 알아보고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계약하기로. 이 나이에 방 하나 없이 지낼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뭐 민이 방 주고 나는 거실에서 룰루랄라 온갖 비밀을 만들기로. 어제는 길을 걷다 꽃을 사고 싶었는데 곧 짐 옮겨야 하는 처지에 가당치 않다 싶어 이사하고 사기로. 아이는 당근으로 이것저것 소소한 자기 물건들을 팔아치우고 있다. 나도 좀 팔아보려고 뒤적여보았는데 책 말고는 물건이 하나도 없더라. 아이구, 이 여자야, 이제 옷도 좀 사고 그래보자, 라고 스스로 헛웃음. 같이 수업을 듣는 여대생들 중에 모태 솔로가 둘 있는데 언니, 연애하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라고 물어봐서 말했다. 연애를 막 많이 하면 돼. 라고. 그랬더니 둘 다 까르르르 웃으면서 연애를 막 어떻게 많이 해요! 한 번도 못했는데! 라고 그래서 글을 잘 쓰려면 편지를 많이 쓰고 일기를 많이 쓰면 돼, 그럼 어느 순간 글을 잘 쓰게 돼. 그러니까 진심을 다해서 솔직하게 내 마음을 페이지에 활자로 새겨넣는 거지. 연애도 비슷할 거야, 일단은 플러팅이지. 라고 했더니 둘 다 눈빛이 반짝반짝거려서 귀여워서 다들 머리 쓰다듬어주었다. 귀여운 것들. 그리고 이어 말했다. 실패하는 걸 두려워하지 마, 쪽팔려서 미리 입 못 여는 게 한국인 특징이잖아, 처음부터 완벽한 문장을 말하려고 머릿속에서 난리법석, 그렇다고 해서 만든 문장이 완벽한 문장인가 싶으면 아니야 또. 그럼 또 좌절해요. 그럼 또 침묵하고. 그게 한국애들 가장 큰 특징인데 물론 어렸을 때 나도 그랬고_ 그냥 열어 입을. 실패해도 괜찮아, 쪽팔려도 괜찮고. 그런데 뭐 아주 처음부터 완벽한 연애를 한다고 투철하게 준비를 하시는데 그런 식으로 하지 마. 그냥 깨질 거 각오하고 으스러질 거 각오하고 실패해도 괜찮아, 이런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해. 죽지 않아, 아무리 사랑했다가 헤어져도. 언니가 해보니까 알겠더라. 안 죽어. 그러니까 해, 연애. 하고 싶으면 해. 더불어 오픈 유어 마인드, 오픈 유어 아이즈, 오픈 유어 이어즈 앤 voilà, 오픈 유어 바디! 했더니 선생님이 아주아주아주! 하시더니 엄청 웃으셨다. 몸과 마음은 언제나 같이 가는 겁니다, 선생님, 그 무엇이 처음인지는 모르겠으나. 라고 말하고 또 잠깐 그의 말이 떠올랐으나 그것까지는 하지 않았다. 아이들 충격 받을까봐. 어느 일러스트레이터가 자신의 작품을 올리고 그 아래 코멘트를 달았는데 다른 이들이 댓글 단 거 보니까 아니야, 너, 그거, 너 그거 틀렸어, 네 마음 그거 틀린 거야, 라고 가스라이팅하는 늙은 여인들 많더라. 각자 다른 거고 각자 달리 사는 거지, 뭘 또 그렇게 틀렸다고 난리법석일까, 이 언니들은, 싶었다. 니네나 잘 살아, 그렇게 니네 말이 옳으면, 라고 댓글 달까 하다가 관뒀다. 속으로 Peace, 하면서. 암튼 여왕벌들은 어딜 가나 존재하는구만. 오프나 온라인이나. 조용히 납작하게 엎드려서 사람들 눈에 안 띄게 조용히 조용히 운동하고 책 읽고 맛난 거 사먹으면서 존재감 없이 살아야 돼, 라고 스스로에게 타이르고 있다. 그게 얼마나 가능할지 불확실하니까. 이사하면 꽃 사야지. 점찍어둔 와인도. 해상도에 대해서 그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책과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_ 아무리 그렇게 많은 책을 읽고 아무리 좋은 선생님들에게 많이 배우고 그래봤자 당신이 삶을 바라보는 해상도가 겨우 그 정도라면 나는 실망하지 않을 수가 없어, 라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했는데 그 말을 그런 식으로 다이렉트로 했으니 그가 상처를 받았으리라, 싶은 건 나중에 내가 한 말을 똑같이 반복하는 그 입술을 바라볼 때였던 것도 같다. 삶의 해상도를 달리 만드는 사람을 만나봐, 내가 바라보던 그 해상도 그대로 말고 높이거나 낮추거나 그와 무관하게 말야. 관계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지기도 하니까, 라고 말하면서도 스스로 꼰대 같다 느껴서 방금 내가 말한 건 꼰대 같았어, 인정해. 하지만 그래도 말하고파서_ 라고 덧붙였다. 봄에 가장 먼저 출국하는 아이에게 말했다. 엄마아빠언니오빠 다 없잖아, 하고 싶은 거 다 해, 공부 말고 딴 것도. 말하고나니 아 내가 얘 엄마뻘인데 하고 막 웃었다. 이 아이 엄마가 나보다 두 살 더 많은데 그 언니가 내가 이런 말 하는 거 알면 나 죽이려 하겠군 싶어서 또 키득키득.


친구가 릴리 킹 계속 이야기해서 내가 11월에는 책 안 산다, 이사 전까지, 했다가 결국 질렀다. 읽어야지. 개인적으로는 가운데 원서 표지가 마음에 드는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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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11-20 1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릴리 킹.... 일단 적어볼게요. 적자생존. 적어야 산다. 적는 것만이 살 길. 적어둔 사람이 참 승자.
적을 때는 이니셜로. 아니면 가명. 아니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4-11-20 11:07   좋아요 1 | URL
실명 쓴다 돌아버리면, 그러고 가명입니다 하면 안돼? ㅋㅋ

단발머리 2024-11-20 11:29   좋아요 1 | URL
오케이 and 예스 and 슈어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but ㅋㅋㅋㅋㅋㅋ

수이 2024-11-20 11:32   좋아요 0 | URL
언니 말을 잘 듣는 저는 💋
 
















어제 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아니 왜 그런 환상을?! 했더니 이제 환타지를 무너뜨릴 준비를 해야겠군요, 그와 비슷한 말을 했는데 엄청 웃었다. 잠깐 그를 보고 돌아오는 동안 그러니까 그 환상을 얼른 무너뜨리고 다시 새롭게 정비를 하면 될 일인데 문제는 계속 환상에 머무르려고만 하는 거고 그 환상에서 내내 머무를 수 없어 현실로 억지로 끌려나올 적마다 새롭게 항상 불쾌한 감정이 동반되는 거 아니겠냐는 말은 혼자 속으로만 했다. 애써서 고(schmerz)를 부속품처럼 지니려고 하지 마, 그 말은 텍스트로 했다. 이십대 시절에 옛연인과 즐겨 나누었던 말이 있는데 말해줘도 모르잖아, 그럼 굳이 입 아프게 말할 필요 없어, 그냥 냅둬, 인간은 어차피 지 꼴리는대로 살게 되어 있어, 였다. 거북한 감정 없이 불편함도 일절 느끼지 못한 채 천천히 홀로 길을 걸어 내려오는데 단테의 문장 하나가 떠오르면서 그걸 인용한 마르크스가 어떤 마음이었을지도 알 거 같아 푸훕 웃었다. 삼합 읽기 책은 이번 달 야전과 영원이다. 고르고 한 페이지 달랑 읽은 사람 반성하자. 이러고 비비언 고닉 바로 펼치지 마. 친구들한테 욕 먹어. 전기와 도시가스와 인터넷 정리를 해야 하고 또 할 일이 뭐가 있더라 버릴 쓰레기가 아직도 엄청 많고 냉장고도 서서히 비워야 하고 또 체크. 올해 들어 셀피를 엄청 찍었다. 작년부터 매일 아침 나가기 전에 현관 앞에서 혹은 깨끗한 화장실 거울 앞에서 종종 찍는 게 습관이 되어 꾸준하게 찍고 찍고 버리고 또 찍고 버리고 그러면서 한 사람 말이 겹치기도 겹쳤고. 허리 채 오지 않았던 머리카락을 싹둑 자르고나니 허전하기도 허전하고 도시 아줌마에서 그냥 산 타는 아줌마로 변신했어, 라는 민이 말에 웃기도 웃었지만 편한 건 역시 어쩔 수 없구나 싶다. 산 타는 여자에게 허리까지 오는 기나긴 머리카락이 대체 뭐 필요하겠는가. 물론 나는 산을 안 타지만. 머리는 어차피 내내 길러야 하니까 거지존을 어떻게 버틸지가 문제다. 광배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더불어 왼쪽 어깨가 약하다는 것도 운동을 하는 동안 알았다. 금연했다고 하니 선생님이 칭찬했다. 이야기를 하다가 아니 그게 어떻게 금연이야? 절연이지! 해서 마음 내키면 폈다가 아니면 다시 끊고 그건 금연이라고 할 수 없죠. 금연이면 죽을 때까지, 칼이 내 목에 들어온다고 해도 절대 담배를 태우지 않겠다! 이게 금연이죠! 해서 인간이 꼭 그렇게까지 살아야 하는 거니? 3셋트 끝내고 말했더니 배를 움켜쥐고 미친듯 웃더라. 그릭 요거트는 맛이 없다. 블루베리랑 뒤섞어 먹으니 그나마 먹을만. 아 어제 들이 말한 것 중 선생님이랑 비슷한 말 있어서 또 홀로 웃었다. 공부하고 공부하고 공부하다 보니 놀 시간까지 제대로 놀지 못해 세월이 이렇게 흘러 곧 육십이다, 이게 말이 되니? 대체? 잘 놀아야지 하고 공부했던 건데, 하고 불어로 선생님이 욕했는데 어제 들도 아 공부만 하지 말걸 그랬어요, 좀 놀기도 놀았어야 하는데, 해서 혼자서 큭큭. 집에 돌아와 민에게 그 이야기를 들려주니 공부도 해야 돼, 놀기도 놀아야 돼, 대체 언제 쉬나요, 아이구나, 해서 머리 쓰다듬어주면서 내내 하염없이 쉬는 시간만 주어지기도 한다, 인간에게는, 그러니 그때가 오기 전에 바지런히 놀고 바지런히 공부해야죠, 라는 꼰대 발언을 가감없이 했다. 붓다가 하는 말은 언제나 진리다. 그 진리가 인간사 적용이 된다는 것도 알고 시간 너머로 쌓이고 쌓여 그게 진리로서 굳건하다는 것도 알고 그러다가 문득 아 붓다 가까이 하는 이들 멀리 해야겠다 싶었다. 내가 참 붓다를 사랑해, 붓다 말씀을 즐겨 듣고 즐겨 읽어, 그리 살고 싶지, 평화롭게 유유자적 지혜롭게, 라고 항상 말들을 해요. 그리고 시간이 좀 흘러 그들 마음 속 지옥도를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또 아 하나님, 아 부처님, 아이고 공자님, 이러고 있더라. 하여 붓다 말씀 인용하며 이러이러합니다_라는 이들은 경계해야겠구나 알았다. 부처님 앞에서 삼배하면서 나 홀로 그랬지. 좋은 것들에만 붓다를 인용하고 밝고 귀한 것들에만 붓다를 인용하고 싶지 당연히, 그런 마음을 왜 모르겠는가. 더 읽고 더 듣고 더 반성하고 그러렴, 아가들아, 붓다 말씀은 좀 적당히 인용하고. 이런 마음이 들면 붓다를 멀리 하는 게 답일까 아니면 붓다를 가까이 하는 이들을 멀리 하는 게 답일까 헷갈릴 수도 있는데 내 환상이 거기에서는 딱 그 정도까지만, 만일 더 알고 싶다면 그 이상 인연과 무관하게 나아가는 거 아니겠는가, 라고 말해서 알았다. 어제 들 지인 중에 연애 엄청 하고 싶어하는 이가 있다고 하면서 연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라는 질문을 들었는데 연애는 하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만으로는 불가한 거 같고 혼자만의 세계를 꾸려나가는 와중에도 다른 이들에게 틈새를 보여야 하고 관심을 보여야 하고 그래야 하는 거 같아요, 그 대답은 당시에는 하지 못해서 나중에. 다시 탑 안으로 들어간다면 그걸 굳이 말릴 필요는 없구나 그것도 알았는데 대화를 나누다가 굳이 어떤 경계를 정해서 이게 옳고 이게 맞다 그렇게 되면 그쪽을 택했으니까 어떻게든 그 길로 계속 나아가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이 나이가 되어서 이런저런 경험을 하고 살다보니 물론 꼰대스러운 말이라는 건 잘 알겠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고통을 끝까지 부여잡고 이 길이 내가 택한 길이야, 라고 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이게 붓다 말씀이랑 합이 맞는 거야? 아니면 상충되는 거야? 속으로 알쏭달쏭하기는 했다. 턱 아래 길이가 제각각 다른 털 세 가닥에 모든 집중이 쏠리는 걸 느끼면서 나는 현상학적 인간이군 어쩔 수 없이, 알았다. 아이리스 머독의 책 한 권을 끝냈다. 언니 주장이 페미니즘이랑 어쩐지 합치되는 면이 있는듯. 언제나 하는 말이지만 너나 잘해, 다른 이들 걱정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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