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한이다. 절기로 따져 가장 추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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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1-05 17: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모 자랑 금지!! 🤪

수이 2025-01-05 17:52   좋아요 1 | URL
흥! 알라딘에는 자랑질 하러 오는 곳이라고 들었는걸요! 언니에게! 😳

단발머리 2025-01-05 17:53   좋아요 1 | URL
누가요? 대체 누가 그런 무식한 말을! 😳😎🤩

수이 2025-01-05 18:12   좋아요 1 | URL
욕망을 그대로 드러내거나 욕망을 감춰 드러내건 인간이 인간일 수밖에 없는 지점들이 있죠. 무식과 유식을 떠나 자기 현시에 사로잡혀 있으니 SNS가 존재하는 거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서도 상대방을 향해 어떤 시선으로 응시하는 것 자체가 바로 마주하는 대상 그 자체가 내 현시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얼핏 스치기도 했던 거 같은. 각자 다양한 프리즘으로.
 



 






레드가 이토록 잘 어울리는 남자도 드물긴 하다만 그 이름 루이 알튀세르의 저작이 여러 번역자들의 노고로 인해 신년 나왔다. 블로그 이웃님의 신간 소개로 알게 되어 급히 알라딘에 달려오니 있더라. 가뿐하게 신년 첫 책으로 지르고난 후 라면과 와인을 흡입하러 간다. 점심에 유부우동 먹었으니 라면은 먹으면 안 되는데 냉장고에 있는 건 유부초밥과 와인이 전부인지라 유부초밥을 급히 만들고 라면물을 올려놓고 딸아이에게 소리를 질러 와서 라면 끓여줘! 하고 푹 익은 갓김치와 단무지와 썩어가기 일보 직전인 아보카도를 냉장고에서 꺼낸다. 초판 발행 60년 만에 완역된 [자본을 읽자]이다. 패트릭 어셔의 책을 다 읽어갈 무렵 도착할듯. 커피맛 좋은 곳을 알았다. 공간은 아담하나 음악이 주는 힘이 있어서 종종 찾아갈듯. 공간이 좋고 커피맛이 나쁘지 않으나 음향이 주는 울림까지 그 삼박자가 균등하게 힘을 내는 곳은 참 찾기 드물더라. 겉과 속이 동일한 인간과 진심을 담아 이야기를 주고받기가 쉽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조금만 가볍게 굴면 될 것을. 그게 불가하니 삶이 복잡해지는 거다. 딸아이가 학원을 다녀와서 울었다. 하나도 못 알아들었어. 라고. 자 그게 바로 경험이다, 아가. 하나도 못 알아들을 말 속에서 길은 전혀 보이지 않고 안개만이 뿌옇고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으니 심장이 새까맣게 타들어가겠지. 바보가 된 거 같고 눈치를 보게 되고. 되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겠지. 허나 뒤를 보아도 온통 안개뿐이다. 되돌아 왔던 길을 간다 치자. 허나 그 길이 과연 같은 길이겠는가. 자 그럼 방법은 뭘까? 하고 물어보니 징징 짜면서 울던 아이가 눈물을 뚝 그치고 나를 바라보았다. 풋 웃음이 일었고 자 도망칠 곳은 없어, 도망치면 계속 도망쳐야 한단다, 얼마나 도망쳐야 하는지도 알지 못하고. 몸에 힘이 빠지고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가고 입술이 메마르다 보니 심장도 쿵쿵거리고 머릿속은 네게 보이는 바깥 세상처럼 온통 뿌옇기만 하고. 자, 아가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말하니 입술에 앙 하고 힘이 들어가는 게 보였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싶었다. 자 일루 와, 안아줄게, 하니 안겨서 강아지처럼 끙끙 칭얼거리는데 한참을 속으로 웃었다. 신년에는 할 일이 많다. 몸을 단단히 만들 일이다, 일단은. 네게 기댈 인간들과 네게 기대고자 하는 인간들이 물결처럼 파도쳐 올 것이다. 루이 알튀세르의 회색빛 책을 품에 안아들고 페이지를 펼쳐들다보면 내천자가 새하얀 이마 정중앙에 깊이 새겨지는 것도 모르는 채 시간이 흐르고 흐르고 흐를 터이니. 겨울이 가면 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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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5-01-03 07: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빨간피가 흐른다!! ㅋㅋㅋ 커피잔 예뻐요😘

수이 2025-01-04 09:39   좋아요 0 | URL
오늘 잘 다녀와요!! 💋
 









 















배신은 언제나 내가 내 피와 내 살과 내 내장을 기꺼이 내줄 수 있는 존재가 행하는 것이다. 관심도 없는 이와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이 행하는 배신이라고 해봤자 언제나 코웃음을 치게 만드는 거고. 하여 인간에게 마음을 줄 때 조심해야 하는 거라고 노상 어르신들이 그러시는 거 아니겠는가. 정신과 의사가 스레드에서 조언하는 인간관계 꿀팁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악 소리가 나서 댓글을 달았다. 인간이 왜 인간인가? 라고 말이다. 허나 곧이어 그가 다른 댓글들에 한 말을 보니 그가 생각하는 것 또한 나와 일맥상통하는 걸 알고난 후에야 괜히 버럭했네 싶어 무안했다. 1년 전 오늘 글이 떠서 보니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찰랑거리고 있었고 더 길러볼까나 하고 있었던데 1년이 흐르고 나는 긴 머리를 싹둑 잘랐다. 아침을 먹으면서 민에게 보여주니 머리 이야기는 안 하고 등근육 봐라, 여름에 비키니 입은 거 찍어줄게 해서 열심히 키울게요, 언니, 라고 답했다. 필러를 녹이고나니 다시 주름 자글자글한 40대 후반의 여성으로 돌아왔다. 언제더라 왜 갑자기 머리를 싹둑 했는지 그 까닭은 잊었으나 거추장스럽고 자꾸 무거워서 목이 아프고 하여 싹둑 자르고 긴 머리카락 스타일 유지하는 나이든 언니들 모습이 눈에 들어오더라. 머리 관리하는 일이 보통이 아니로구나 그것도 그때 알았고. 허나 민이는 긴 머리카락을 좋아하는 소녀인지라 컷하고 난 후 항상 하는 이야기, 나는 긴 머리카락 엄마가 좋았는데, 나는 긴 머리카락 엄마가 좋은데, 투덜투덜까지는 아니지만. 3년 정도 길러야 하나, 아마 그럼 저 정도 될 텐데 싶어 기를까 말까 왔다갔다. 그건 시간이 흘러봐야 알 일. 며칠 전에 이발했는데 하교한 민이가 또 머리 잘랐어? 해서 네, 언니, 하니까 난 긴 머리가 좋은데! 빽, 하더라. 오랜만에 소설에 빠져 읽고 있는중. 아침 먹으면서 아가, 이 소설 죽인다, 일단 도입부 읽고 있는데 읽어봐, 너도 좋아할 거야, 라고 하니 아, 응, 하고 대충 피드백을 보여서 심장에 스크래치 났다. 딸아이 학원 수강료를 결제하고 오늘도 슬렁슬렁 요가를 하고 원목으로 된 책장을 당근에 내놓고난 후 이동하면서 엄마랑 통화를 좀 하고. 입고 싶은 실크드레스 봐뒀다. 1년 후에 입어주겠어. 노상 우리가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운동하는 건 다 뇌를 위해서야, 뇌. 문제는 운동하고 뇌 사용해야 할 때 뇌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꿈벅꿈벅 졸 때가 문제. 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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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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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유형의 명시적인 반성적 의식에서 ‘우리는 자각의 명시적 대상으로 지각하는 것을 의식할 뿐만 아니라 우리의 자각을 주시할 때 그 집중된 의식을 주의해서 의식한다.... 즉, 우리는 자기 몸에 대한 자신의 지각적 주시를 자기 의식적으로 자각한다.
몸을 명시적인 지향적 대상으로 간주하지 않는, 더 미묘한 사전 반성적 자아 자각을 ‘수행적 자각‘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몸 부분을 명시적 방식이 아니라 행위의 목표에 더 가까운 방식으로 ‘움직이거나 무언가를 하는감각‘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르그랑(Dorothée Legrand, 2007)은 전문 무용수의 수행적 자각 개념의 특징을 묘사한다. 르그랑에 따르면 무용수는 춤을 추면서 반성적으로 몸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몸을 하나의 대상으로 간주하지 않은 채 몸에 집중적으로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 오히려, 주체로서의 자신의 몸에 대한 무용수의 자각은 고양된 사전 반성적 자각이다. 전문성은 경험이나 행위를 단순한 지향적 대상으로 바꾸지 않고 사전반성적 자각의 수행적 특징을 자기 경험의 ‘앞에‘ 놓을 수 있다. 자신의운동 체계가 [고유감각적으로나 운동감각적으로] 올바르게 배열된 때가 언제인지를 느낄 수 있는‘, 타석에 들어선 크리켓 선수나 야구 선수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 경우에 몸 이미지는 완전히 전경화되지 않더라도 다양한 전문화된 자각 형태에 의해 향상된다. - P88

우리는 병을 앓기도 하지만 밖에 있는 병이 몸으로 들어오거나 (병들다), 안에서 생긴 병이 밖으로 드러나기도 (병나다) 한다. 또 밖에 있는 병에 걸려 넘어지기도 (병 걸리다) 한다. 병을 앓는 것은 몸의 주체적 경험이지만 병이 들거나 나고 병에 걸린다고 말할 때 그 병은 객관적 실체가 된다. 이렇게 병은 객관적 대상이기도 하고 주관적 경험이기도 하다.
‘앓다‘라는 말은 ‘알프다‘, ‘알프다‘, ‘아프다‘로 변해 왔는데, 아픔을 뜻하는 ‘앎‘에 ‘ㅂ/브‘가 결합된 형태라고 한다. 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아프다‘, ‘슬프다‘, ‘고프다‘는 단일어 또는 파생어라고 한다. 몸이 아프고 배가 고프며 마음이 슬픈 것이 모두 실존에 부정적인 경험이고 그래서 그 기원이 같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우리말 ‘앓다‘에는 실존과 관련된 질병의 ‘의미‘가 담겨있다.
병을 앓는 것은, 몸 안에서 생기거나 밖에서 침입한 병을 ‘겪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그 병을 앓아가는 체험의 과정이라는 생각이 반영된 말이다.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병ㅎ다‘가 ‘앓다‘의 옛말이라고 하는데, 우리 조상들이 질병을 경험하는 방식이 적극적이고 주체적이었다는증거로 해석할 수 있다. 여성의 월경 경험을 ‘몸하다‘라고 표현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 P102

행화적 접근법(enactive approach)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이것은 한 마디로 "걸으면서 길을 내기"이다. 신경계는 단순한 정보처리 장치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의미를 창조하고 삶의 방향을 설정하고 조절하는 살아있는 체계다. 마음은 지각과 행위의 반복되는 감각과 운동의 패턴에서 솟아오른다. 맛있는 음식에 기쁜 마음이 생기는 것은, 그것을 보고 냄새 맡고 맛을 본 경험의 패턴이 몸에 기록되었기 때문이다. 몸과 환경은 감각과 운동의 쌍 결합으로 공동체가 된다. 몸의 지각은 환경의 수용이고 행위는 환경에 개입하는 능동이지만, 여기서 능동과 수동은 관점의 문제일 뿐 객관적 실재가 아니다. 그렇게 몸속에 들어와 자리 잡은 환경과 경혐의 시공간이 몸 크로노토프다. - P114

이미 몸속에 들어와 자리 잡은 수십억 년 진화의 시간, 세포와 조직 속을 걷는 분초단위의 시간, 그리고 삶의 경로를 만들면서 걸어가는 수십 년 생애의 시간은 몸이라는 공간 그리고 몸과 쌍으로 결합한 환경과 얽히고설키면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간다.
생명의 진화는 우리 몸속에 욕망과 감정의 길을 만들었다. 그 길은 생존과 생식이라는 지향이 만든 것이다. 인간은 큰 전두엽이라는 기관을 진화시켜 이성의 힘으로 그 지향에 거스를 수도 있지만 그러려면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한다. 그러므로 욕망과 감정이라는 지향의 큰길을 완전히 벗어나는 건 무척 위험한 선택이다. 건강과 질병의 길과 도덕의 길도 그렇다. 생물의학은 건강과 질병의 길을 해부학과 생리학이 만든 고정된 길에 종속시켰지만, 진화의학은 우리 조상이 걸어 온 진화의 지향이 만들어 온 길에서 건강과 질병을 사유한다. 예컨대 현대인의 비만은 식량이 턱없이 부족하던 환경에서 우리 조상들이 진화시킨 과도한 식욕이 먹을 것이 넘쳐나는 현대의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채 우리 몸속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진화의학은 우리의 몸이 그 속에서 진화해 온 환경과 현재 환경의 어긋남을 질병의 중요 요인으로 파악한다. 진화의학은 몸을 자연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파악하는 자연주의 의학이다.
진화가 아무리 큰 지향성을 가졌더라도 그 힘을 느끼면서 살기는 어렵다. 삶의 주인은 누구보다 백 년이 채 안 되는 생애를 살아가는 개체 생명의 몸이기 때문이다. 수십 년 생애의 시간 속에서도 여러 갈래의 길이 만들어진다. 어떤 경험을 하는지에 따라 몸의 경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생애 초기의 경험이 생애 후기의 삶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해 질병을 세포와 분자의 공간적 배치가 아닌 시간의 축을 따르는 삶의 질적 변화로 파 - P118

악하려는 일단의 의학자들은 생애경로접근(life course approach)이라는 새로운 연구와 임상 방법론을 제시했다. 생애 경로의 변화는 생물학적 변화와 함께 오며 세대를 거치면서 그 변화가 이어지기도 한다. 어려서 경험한 학대나 기근이나 질병이 후반기 삶에 심각한 생물학적- 심리적-사회적 장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생애의 시간을 잘라 그 단면을 들여다보는 방법으로는 몸의 삶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질병을 환자의 경험과 그 경험에 부여하는 가치와 의미 그리고 삶의 흐름 속에서 만들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파악하려는 임상의학자들도 나타났다. 이를 서사의학(narrative medicine)이라 한다. 생애경로접근법을 몸의생물학적 변화뿐 아니라 가치와 의미를 포함한 몸의 실존으로까지 확장한 것이다. 서사의학은 앞에서 분석한 현대 생물의학의 성과를 계승하면서도 환자의 체험과 실존을 중히 여기는 인간주의 의학이며 체험주의 의학이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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