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은 언제나 내가 내 피와 내 살과 내 내장을 기꺼이 내줄 수 있는 존재가 행하는 것이다. 관심도 없는 이와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이 행하는 배신이라고 해봤자 언제나 코웃음을 치게 만드는 거고. 하여 인간에게 마음을 줄 때 조심해야 하는 거라고 노상 어르신들이 그러시는 거 아니겠는가. 정신과 의사가 스레드에서 조언하는 인간관계 꿀팁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악 소리가 나서 댓글을 달았다. 인간이 왜 인간인가? 라고 말이다. 허나 곧이어 그가 다른 댓글들에 한 말을 보니 그가 생각하는 것 또한 나와 일맥상통하는 걸 알고난 후에야 괜히 버럭했네 싶어 무안했다. 1년 전 오늘 글이 떠서 보니 머리카락이 허리까지 찰랑거리고 있었고 더 길러볼까나 하고 있었던데 1년이 흐르고 나는 긴 머리를 싹둑 잘랐다. 아침을 먹으면서 민에게 보여주니 머리 이야기는 안 하고 등근육 봐라, 여름에 비키니 입은 거 찍어줄게 해서 열심히 키울게요, 언니, 라고 답했다. 필러를 녹이고나니 다시 주름 자글자글한 40대 후반의 여성으로 돌아왔다. 언제더라 왜 갑자기 머리를 싹둑 했는지 그 까닭은 잊었으나 거추장스럽고 자꾸 무거워서 목이 아프고 하여 싹둑 자르고 긴 머리카락 스타일 유지하는 나이든 언니들 모습이 눈에 들어오더라. 머리 관리하는 일이 보통이 아니로구나 그것도 그때 알았고. 허나 민이는 긴 머리카락을 좋아하는 소녀인지라 컷하고 난 후 항상 하는 이야기, 나는 긴 머리카락 엄마가 좋았는데, 나는 긴 머리카락 엄마가 좋은데, 투덜투덜까지는 아니지만. 3년 정도 길러야 하나, 아마 그럼 저 정도 될 텐데 싶어 기를까 말까 왔다갔다. 그건 시간이 흘러봐야 알 일. 며칠 전에 이발했는데 하교한 민이가 또 머리 잘랐어? 해서 네, 언니, 하니까 난 긴 머리가 좋은데! 빽, 하더라. 오랜만에 소설에 빠져 읽고 있는중. 아침 먹으면서 아가, 이 소설 죽인다, 일단 도입부 읽고 있는데 읽어봐, 너도 좋아할 거야, 라고 하니 아, 응, 하고 대충 피드백을 보여서 심장에 스크래치 났다. 딸아이 학원 수강료를 결제하고 오늘도 슬렁슬렁 요가를 하고 원목으로 된 책장을 당근에 내놓고난 후 이동하면서 엄마랑 통화를 좀 하고. 입고 싶은 실크드레스 봐뒀다. 1년 후에 입어주겠어. 노상 우리가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운동하는 건 다 뇌를 위해서야, 뇌. 문제는 운동하고 뇌 사용해야 할 때 뇌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꿈벅꿈벅 졸 때가 문제. 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