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메레르 6 - 큰바다뱀들의 땅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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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흥~ 우리 귀염둥이 용가리 테메레르가 돌아왔다. 2년만에.
지난 5권에서 테메레르의 비행사인 로렌스가 적에게 정보를 알려주었다는 죄로 반역의 오명을 뒤집어쓴채 쓸쓸히 끝나서 그 뒤가 어떻게 될지 궁금했는데 드디어 다시 왔다.

그런데 의외로 그 뒷이야기는 간단히 처리되었는데 그냥 반역죄로 사형시키진 않고 영국 식민지였던, 그러나 머나먼 외딴 곳인 오스트레일리아로 유배를 떠나게 된것이었다. 내심 그의 처지가 어떻게 되느냐에 많은 분량이 할당될듯했는데 지은이는 과감하게 그 부분은 간단하게 처리했다. 영국 정부와 로렌스측의 공방에서 테메레르의 모습이 드러날 일이 잘 없어서 그냥 그렇게 마무리 지은거 같았다.

뭐 어쨌든 테메레르로서는 또다른 대륙으로 모험을 떠나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신비의 대륙이자 아주 아주 큰 섬인 오스트레일리아였다. 영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과 아프리카, 그리고 고향인 중국을 넘어서 이제는 저 남쪽의 큰땅인 오스트레일리아.
그런데 비행사인 로렌스는 비록 유배로 온거지만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비행중대를 건설하라는 명을 받고 왔다. 그래서 거기서 중대를 이룰 용알 3개도 함께 왔던 것이다.

하지만 전쟁도 없고 평화스러울꺼같던 그 대륙에서도 골치아픈일이 벌어졌고 이런저런 혼란속에서 용알이 하나 없어지는 일이 벌어진다. 그 용알을 찾기위한 여정이 시작되는데 대륙을 횡단하는 긴 모험이 벌어지는것이다. 그전에 한번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땅에.
그리고 새롭게 진실이 밝혀지는 사건들...그러면서 로렌스의 태도도 점점 자유스런 마음으로 변하게 되고 로렌스와 테메레르의 운명은 앞길을 장담하지 못할 상황으로 발전하게 된다.

어떻게보면 이번 6편은 전작들에 비해선 박진감이 좀 떨어진다고 볼수있다. 급박한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있었던것이 아니라 그 전쟁의 한복판을 벗어나 평화로운 곳이 배경이었기 때문이다. 나름의 이런저런 충돌이 있긴 했지만 전작들에서 보여준 스펙터클한 장면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번호는 다음의 큰 이야기들을 위한 치밀한 복선이 깔린 호가 아닌가 싶다.

원래 이번호에서 테메레르시리즈는 끝나는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라 7,8,9권이 남아있다고 한다. 이야기가 확장된 만큼 배경도 더 넓어져야하는데 그것의 복선으로 깔릴 이야기들이 이책에서 펼쳐진다. 어쩌면 다른 대륙이나 다른 나라에서의 테메레르를 볼수도 있겠다.
물론 끝은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장면이 되긴 하겠지만.

시리즈가 6편으로 이어지면서 테메레르는 더욱더 귀여우면서도 사랑스러운 면모를 보인다.
그리고 로렌스에게 보여주는 그 애정은 비록 소설이지만 무척이나 부러운 생각이 들게 할 정도다. 무엇보다 테메레르의 성장이 이어지면서 좀더 '인간화'되어간다는것이 흥미롭다.

이성을 가졌으되 인간과는 다른 존재로 폄하당한 용인 테메레르가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면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이번호에서는 좀더 두드러진다. 거기에 비록 부드럽고 이성적이긴 하지만 전형적인 영국 군인이었던 로렌스의 성격이나 마음도 달라지게 된다. 어떻게 보면 테메레르가 가지는 지극히 당연한 의문에 로렌스도 귀기울이게 되고 그것이 옳다고 여겨져서 마음까지 바뀌게 되는것이었다. 그래서 한편으론 이들의 마음과 행동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론 전혀 바뀌지 않은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이 되기도 했다.

매번 독특하면서도 살아있는듯한 느낌을 주는 캐릭터 구축에 성공했던 지은이가 이번에도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이는데 바로 용 '시저'다. 태어날때부터 말썽쟁이의 기질을 잘 보였는데 말썽만 피우는게 아니라 교묘하기도 하고 거드름을 피우기도 하는 용이다. 밉상인것같이 보이다가도 귀엽기도 하고. 암튼 미운데 밉지않게 잘 그려진거 같다.

그리고 '버닙'과 제목에 나오는 '큰바다뱀'이란 존재도 그려지는데 둘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전설상의 동물이라고 한다. 버닙은 인간도 동물도 아닌 존재지만 교활하기가 이를때 없는 무서운 존재로 그려지는데 참 특이한 캐릭터다. 그리고 큰바다뱀은 잘 활용하면 인간에게 큰 이득을 주는 존재지만 잘못 활용하면 엄청난 재난을 가져올수있는 존재로 그려진다.
하지만 제목까지 나올 정도의 캐릭터에 비하면 나오는 분량은 그리 큰거 같지는 않다.

이번 6권은 어떻게보면 약간 쉬어가는 편이었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아기자기하게 재미난 부분도 많았다. 무엇보다 테메레르와 이별하지않는다는게 제일 기뻤다. 그래서인지 좀 편하게 읽었다. 내용도 아주 긴박하고 위험한 그런 배경은 아니었으니까.
테메레르 시리즈는 아주 고약한 단점이 있는데 마지막장 책을 덮을때 바로 다음편이 기다려진다는것이다. 이제 3권이 남았다고 해서 배부르진 않다. 벌써 배고파진다.

그래서 하는말인데, 지은이인 나오미 노빅씨. 그렇게 노닥거릴때가 아니오. 얼른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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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크리스 - 거울 저편의 세계
코넬리아 푼케 지음, 함미라 옮김 / 소담주니어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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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이란건 나를 비추는 도구다. 하지만 똑같이 비추는게 아니라 반대로 비춘다. 그리고 겉은 비슷하게 보일지라도 그속에 들어있는것은 금방 나타나지 않는다.그러면서도 내안의 또다른 모습을 그려내기도 한다. 나만 보는 도구니까. 아무도 몰래 나만 볼때 내안의 모습을 그려낼수있으니까.그러기에 거울은 은근히 무섭기까지 한다.

그래서 거울이란 도구는 공포나 판타지에서 잘 쓰이는 소재다. 이것을 매개체로 여러가지 일이 일어난다는것인데 이 책은 새로운 세상,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문으로 기능을 하게 된다.

제이콥. 어린 동생과 엄마와 살고 있는 아이. 그의 아버지는 어느날 식구들을 버려두고 갑자기 사라져버렸다. 어떤 이유도 없이 어디로 갔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제이콥은 아버지의 자취를 느끼려는듯 자주 서재에 간다.
그러던 어느날, 서재에 있는 거울이 보통 거울이 아님을알게된다. 그것은 그가 살고 있는 세상이 아닌 또다른 세상으로 들어가게 하는 문이였던 것이다. 아마도 그의 아버지도 거울을 통해서 다른 세상으로 갔으리라. 그 뒤로 제이콥은 거울 이쪽과 저쪽의 세상을 왔다갔다하면서 살아가면서 거울 저편에서는 꽤 유명한 보물사냥꾼이 된다. 

그러다가 동생과 함께 거울 저편으로 갔다가 동생 빌이 거울 저쪽 세상의 전쟁통에 돌이 되어가는 병에 걸리는 일이 발생한다. 제이콥은 빌을 정상으로 돌려놓기위해서 온갖 힘을 다하고 그 와중에 빌의 여자친구인 클라라까지 동행하게 된다. 과연 제이콥은 어떻게 빌을 고칠수있을까. 그리고 거울 저편에서 계속 살아가게 될까. 

책 내용의 가장 큰 얼개는 동생의 피부를 복구하기 위해서 고군분투 모험을 떠난다는 것이다. 그것이 현재의 세상이 아닌 판타지의 세상이라서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나는게 그게 참 독특하고 재미난 것이 많았다. 일단 거울 저편의 세상은 현재 인간의 세상과 크게 다른건 아닌데 결정적인 차이는 마법이 통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법을 통한 여러가지 장치들이 흥미를 끌었는데 상대가 누구던 사랑하게 하는 마법의 물이라던지 몸을 숨기게 하는 달팽이액, 금화가 나오는 나무나 반지 같은것 말이다. 무엇보다 기존의 알고있는 동화를 비틀어서 영 묘한 느낌의 결과가 나오는게 재미있었다. 예를 들면 백설공주이야기에서 원래는 왕자가 뽀뽀를 해서 깨어나서 행복하게 사는거였는데 이 책에서는 왕자는 커녕 아무도 오지 않아서 수백년동안 공주가 누워만 있다는 그런거였다. 물론 그 소재 자체가 글 내용 전개에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하기에 그냥 웃고 지나칠순 없는 부분이긴 했다. 

전체적으로 판타지 소설에 어울리는 전개와 다양한 소재의 결합으로 재미나게 잘 쓰여진 작품이었다. 다만 청소년용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전개가 좀 단촐한 면이 있고 긴장감이나 긴박감이 덜한 면이 있었다.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구축도 그리 선명하지 않아서 아쉬운 면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과 완전하게 다른게 아니라 비슷하면서도 특이한 세상을 배경으로 삼은것은 좀더 현실감있으면서도 편한 느낌이 들게 했고 거울의 양 세계라는 설정은 더 많은 일들이 일어나게 하는 장치인거 같다. 주인공의 남은 시간이 1년 남짓이라는것에서 이야기가 끝난걸로 봐서 후속작이 나올꺼 같았다. 동생의 여자친구인 클라라와의 관계도 앞으로 새롭게 발전할꺼 같고 동생의 피부를 돌로 변하게 했던 고일족과 마녀의 존재도 해소되지 않았기에 후속작에서 좀더 활발하고 박진감 넘치는 모험담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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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인의 책마을 - 책세이와 책수다로 만난 439권의 책
김용찬.김보일 외 지음 / 리더스가이드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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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참 난감하다.
왜냐하면 책에 대한 서평을 위주로만들어진 책인데 그 서평을 또 '서평'해야 하니 말이다.

거기다가 책의 뒷편에 '서평'과 '독후감'의 차이를 자세하게 설명한 글이 있어서 은근하게 책에 대한 서평이란 행위에 대해서 부담이 되기도 했다.
요컨데 독후감은 그냥 감상일뿐이고 서평은 평가에 따른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다.

그 해설에 고개가 끄덕끄덕하면서 수긍하다가도 드는 생각. 그런데 이러이러한 감상은 평가가 아닌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그 뜻이 애매해지는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건 이래서 좋다 저건 저래서 좋다라는 단순한 감상이라고 해도 이미 '평가'당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는 서평의 범위에 들어가는게 아니겠는가.

이 책은 생각하기에 따라서 서평인지 독후감인지 애매한 책들에 대한 평가, 감상을 적은 글을 모은 책이다.
어떻게 보면 서평이란 말에서는 무언가 전문가적인 느낌이 든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자신의 글을 쉽게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수단이 생기면서 서평이란것도 폭넓게 이해되기 시작했지만 사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도 서평이 있었다.그땐 주로 신문이나 잡지 같은 활자매체였지만. 그런데 그런곳이 아무나 글을 싣는곳인가. 이른바 '전문가'들이 주로 글을 실었다.

하지만 그 전문가가 진짜 책을 좋아해서 그 책을 읽고 재미나서 글을 썼는지 아니면 의무적으로 글을 써야 해서 혹은 원고료를 받기 위해서 써야 했는지 알수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어찌보면 딱딱하고 어렵고 무언가 편하게 읽기 어려운 서평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이 책은 그런 전문가가 아니라 실제 책을 읽는 사람, 그냥 우리 보통의 독자들이 쓴 서평이다.
실제 책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눈높이가 비슷한 사람들이 펴낸 글들이겠다. 그래서인지 뭔가 편하게 다가온다. 그냥 옆집사는 누구누구가 책읽고 이 책은 이렇더라 라고 말해주는 느낌이 든다. 물론, 출판이라는 형태를 띄고 '파는'상품이 된 탓에 글도 좀더 정제되고 점잖게 쓰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네 눈높이에서 책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실 이른바 전문가란 위치에서 쓰는 글보다 이렇게 편하게 비슷한 위치의 사람들이 쓰는 글이 더 가슴에 와 닿고 설득력도 있다. 말 그대로 그 사람의 마음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도 쉽고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다. 무슨말인지 모를 말을 쓰거나 말장난에 불과한 수사로 범벅한 전문가의 글보단 훨씬 낫다.

책은 크게 4부분으로 나누어서 글을 싣고 있다. 문학과 인문사회, 문화,과학의 영역에서 다양한 글들을 싣고 있는데 사실 이공계쪽이긴해도 과학쪽보다는 문학쪽의 책들을 더 많이 읽었기에 문학의 글들이 더 눈에 들어왔다. 나같은 사람을 위해서 과학영역의 글들을 과감하게 앞에 배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슬며시 든다. 뭐 재미없다고 뒤로 넘겨 읽으면 되긴 하지만 책 앞표지부터 꼼꼼히 순서대로 읽어내려가는 스타일인 나한텐 꼼짝없이 읽어야 했을지도 모르는데.

글은 각양각색이다. 큰 주제가 있긴 하지만 사실 주제와는 상관없다. 주제는 그냥 정해놓은거고 한마디로 말해서 자기 책읽기에 대한 글이라고 할수있다. 글에서 언급한 많은 책중에서 읽어본 책이 그리 많지 않아서 글쓴이의 글과 아하! 하고 교감을 나눈건 그리 많지 않지만 이 사람들, 치열하게 책 읽는구나 하는 생각은 강하게 들었다.

글들이 대충 책읽고 쓸수있는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수십, 어쩌면 수백권을 읽고 그 내용이 축적되서 마음속에 담아있는 상태에서나 나올만한 글이랄까. 비록 개개인의 편차가 있고 과학과 문학처럼 뚜렷이 대비되는 성질의 글들을 한 방향에서 비교할수는 없지만 글들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사실 책을 읽고 쓴 서평이라고 하지만, 그 책을 통해서 우리가 못봤던 세상의 여러면들을 볼수있기에 글쓴이들이 내 대신 '봐준' 세상을 읽을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먹고 살기 급급하다는 이유로 어떻게 보면 참 중요한 가치와 사실들을 잊고 살수 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생각할 시간을 가진다면 이 책이 준 가장 큰 소득이 아닐까 한다. 평소 즐겨 읽는것은 소설쪽이었는데 그것이 아닌 사회, 문화, 교육, 생명, 과학, 음악 등등의 여러 분야의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는 계기가 된 책이었다.

독서의 행위에 대한 의미는 많이들 알고 있을것이다. 그럼 이 책읽기의 '뒷행동' 인 서평쓰기는 무엇일까. 그것이 독후감이던 서평이던 책읽고 난뒤에 무언가를 쓴다는 건 무엇일까. 그것은 작게는 나를 인식하는것이고 넓게는 다른 사람을 인식하게 하는것이 아닐까 한다. 집에 있는 공책에 책을 읽고 난 후의 감상을 쓰는것을 나를 위한것이리라. 위인전을 읽고 나도 이렇게 살아야겠다고 생각이 든것을 적어놓는건 나란 사람에 대해서 인식해 가는 일일꺼다. 그런데 그것을 넘어서 다른 사람에게 보인다면?

그것은 그 사람들도 그렇게 느끼게 동참했으면 하는 바램이 아닐까.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어떠한 분야의 책이던 책을 읽고나서 너무 마음에 들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 그럴때 주위 사람에게 이 책 좋으니 읽어보라고 하는건 소극적인 감상이겠지만 그 느낌을 정제된 글로 써서 '내보이는'것은 적극적인 감상이다.  나혼자 알기 아까우니 당신도 읽어보란 뜻이리라. 이쯤되면 독후감이냐 서평이냐 하고 구분하는건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감상도 엄연히 평에 속하니까.  

아무런 감상도 없이 사실만 나열하는 정보글과는 구분될지언정 일단 불특정 다수에게 내보인다는 뜻에서 독후감이던 서평이던 상관없을듯하다. 중요한 것은 글쓴이의 진심이 아닐까. 진심이 드러난 글에 우리는 마음이 움직이니까.

아쉬운 부분은 있다. 우선 책 제목의 100인. 누가보면 진짜 100명이 글 쓴줄 알겠는데 50명도 안된다. 다양함이 주는 객관성과 함께 너무 나열해서 산만함이 공존할 가능성이 있는 숫자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를 했다란 뜻으로 해석하면 될듯한데 각 꼭지에 해당하는 글 뒤에 나오는 책수다에 좀더 많은 사람들을 참여시켰으면 좋았을꺼란 생각이 든다. 더 많은 책도 소개하고 100이란
숫자에도 부합될테니까.

그리고 사실 이건 좀 어려웠겠지만 같은 책을 읽어도 남녀에 따라서 연령에 따라서 다른데 책을 기획하면서 그런것도 고려했으면 좀 더 폭넓은 시각을 볼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밖에 크게 4부분으로 나눈 주제도 정형화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한듯하고 문학과 과학이 차별화 될뿐 중간에 인문사회와 문화는 개념이 겹치는 부분이 없잖아 있는거 같다. 각 글의 글쓴이들의 글 편차는 어쩔수 없는 문제이긴 한데 분량 조정을 통해서 그것을 좀 줄였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뭐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런 형식의 시도는 최초(아마도?) 이고 첫 출간이니만큼 안정감있게 가자는 면도 있으니 크게 흠이 될만한 사항들은 아니다. 글쓴이들의 내공이 담긴 글들이 여러 아쉬움을 달래고도 남는다.

오히려 추천글이 사족이다.

웹2.0 의 시대라고 했던가. 인터넷을 열심히 활용하지 않는 탓에 거기에 적극 참여하진 않지만 지금은 혼자가 아니라 참여를 통해서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시대라는건 안다. 옛날의 전문가와 비전문가로 나누던 시대가 아니란 뜻이다. 이것은 글쓰는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서평이나 독후감 쓰는데 뭔 전문가인가. 문학평론가만 프로고 다른 사람들은 아마추어인가. 아니다. 수많은 글쓰기와 독서를 통해서 다져진 실력으로 쓴 글은 다 프로글이다. 현란한 말장난으로 전문가인척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진짜 내공이 있는 사람은 드러나게 되어 있다. 글쓰기계에도 더 많은 숨어있던 '고수'가 드러날 것이다.

그 고수들을 끄집어 낸 이 시도만으로도 가치있다. 그것도 최초라고 하니. 앞으로 이런 식의 더 많은 책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각 분야의 좀더 세밀한 부분까지 각 영역의 글쟁이들이 쓴글을 모은 책  말이다. 

글써서 밥먹고 사는 사람들은 좀 힘겨워지긴 하겠지만.
제2, 제3의 '100인의 책마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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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홍수 - 에릭 드루커의 다른만화 시리즈 4
에릭 드루커 지음, 김한청 옮김 / 다른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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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읽기 쉽지 않았다. 다 읽고 나서도 멍하게 무슨뜻일까를 고민했었다.
흔하디 흔한 그림책이 아니다. 대사 한마디 없는 그냥 그림의 '연속'일뿐이지만 그 속에는 수만 마디의 말이 숨겨져있다. 그림을 또렷히 보면서 음미한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말들이 보일것이다. 이 책은 분명, 즐거우라고 만든 책이 아니다.
괴로우라고, 좀 생각하라고 만든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현실..진실..그것이 그림에 오롯이 그려져있다. 우리가 아주 맛있는 것을 먹거나 아주 멋진 풍경을 볼때 말이 필요없다 말을 할수가 없다란 표현을 쓴다. 말 그대로 다른 수식어가 필요없을정도로 뜻이 통한다는 게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오히려 대사가 있는것이 사족일 정도였다. 어떻게 보면 그림을 수백 수천장 그려서 그것을 그대로 연결한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냥 명화 수백장을 보는것이다.

이 책의 그림은 판에 잉크를 바른뒤 면도칼로 긁어내는 방식으로 그려졌다고 한다.
알듯 모를듯한게 어릴때 학교 미술 수업 시간에 비슷한걸 해봤던 기억이 난다. 그때 그림을 그리고 파내는 과정이 그리 쉽지 않았는데 그 볼품없던 작업도 그리 힘들었는데 이 책의 그림을 보니 상상이 안간다. 아주 세밀하게 그린것은 아니지만 선들이 정확하고 참으로 사실주의적인 스타일로 그린것이 더욱 인상이 깊다.
그래서 그림 한컷 한컷이 하나의 예술작품인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림의 원본은 미국도서관협회에서 사들여서 전시를 한다고 한다. 후대를 위한 살아있는 교육이 될것이다.

내용은 3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있다.
첫번째인 '집'은 한 평범한 노동자가 직장을 잃고 방황하다가 결국 노숙자의 처지로 떨어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뭐 내용이 깜짝 놀랄일도 아니다. 바로 우리의 이야기다. 사회안정망이 불안한 우리나라로서는 언제 짤릴지 모르는 비정규직이 늘어날수록 신분이 불안정하고 결국 집도 잃은채 노숙자가 될수도 있는것이다. 지은이는 이런 현실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두번째 작품인 'L'은 한 남자가 지하철 승강장에 들어서면 원시의 춤판으로 변하는 환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현대인들이 느끼는 예술적인 감정이 원시인들과 크게 다른건 아니란걸 표현한다고 하는데 사실 인간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표현 수단이 더 풍부해졌을뿐.
하지만 그 환상여행에서 깨서 현실로 돌아온 순간의 그 씁쓸함이란. 어쩌면 그런 환상을 꿈꾸기에 이 힘든 현실을 헤쳐나가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세번째 작품인 '대홍수'는 말그대로 대홍수가 나게 되는 장면을 그렸다. 지하철에서 나온 어떤 남자는 비를 피할 도리가 없는데 한 현자가 우산을 씌어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폭우,에스키모,물에 잠긴 뉴욕등의 모습에서 모든것이 끝났나 싶다가 마지막에 현장에게 고양이가 구출된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는 메시지가 아닐까.

뉴욕이라는 거대 도시의 소외되고 낮은 곳에 사는 사람들을 주된 주인공으로 삼은 이 그림들은 꼭 미국만이 아니라 현대의 어느나라 도시민에게도 다 해당되지싶다.
나같이 그림 한번보고 멍해진 사람들을 위해서 끝에 길다란 '글'로 해설과 추천글, 지은이와의 인터뷰를 실은것이 좋다. 작품에 좀더 가깝게 다가갈수 있었다.

말랑말랑하고 쉽고 재미난 그림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딱딱하고 멍해지지만 뭔가 탁 머리를 깨게 해주는 그림책을 보는것도 좋을꺼 같다. 맛난것만 먹고 편식하면 제대로 크지 못하듯이 이런 책도 읽어줘야 좀 덜 바보가 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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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계절 1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1
도나 타트 지음, 이윤기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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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하다. 대단하다는 표현밖에 쓸수없는 책이었다.
왜냐? 정말 별 일도 아닌 이야기를 거의 천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으로 써내려간 지은이가 대단하기도 하지만 그 별것도 아닌 이야기를 가지고 천페이지 내내 흡입력을 읽지 않게 만들어서 결국 시나브로 다 읽게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이게 추리소설인지 심리소설인지 잘 모르겠다. 딱히 장르를 규정지을만한 인상적인 것이 있지는 않다. 하지만 추리소설 못지 않은 비밀과 긴장감이 있었고 심리소설 못지 않은 눈에 보일듯한 심리묘사가 있었다.

시점은 나 '리처드'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1인칭이다. 미국서부쪽 지역에 살던 리처드는 입학한 대학에 정을 못 붙이고 있던중 옛날에 받았던 대학요람을 우연히 발견하고 무엇엔가에 이끌린듯 동부의 한 대학에 입학한다. 그곳은 묘한 인문주의적 분위기가 나는 대학이었는데 단 다섯명만 가르친다는 고전학과에 우여곡절끝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시작된 그 다섯명과의 인연. 그러나 그 속에는 그의 운명을 뒤흔들 큰 사건이 깃들어있었는데...

사실 줄거리상으로 보면 몇줄의 글로 요약할수 있을정도로 단출하다. 많은 사람이 등장하는것도 아니고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살인사건이 일어나는것도 아니며 희대의 악당이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런 것이 없어도 은근하게 계속 읽게 만드는게 이 책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첫장부터 다섯명중의 한명인 버디의 죽음이 나온다. 그리고 그것이 자연사가 아닌 타살이라는 분위기를 뿜어내면서 무엇인가 사건이 연달아 일어날꺼 같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다. 2권에서 또 다른 한명의 죽음이 일어나긴 하지만 이 책에서 그런것은 중요한것이 아니다. 고전학과라는 어떻게 보면 요즘 시점에선 뜬구름잡는듯한 학문을 하는 이들이 보통사람과는 좀 다른것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대그리스어를 공부하고 라틴어를 공부하는 이들의 욕망은 무엇이었을까.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학문을 한다는 지적인 허영심이었을까. 하지만 그들의 학문은 그들만의 리그였던것 같다.
인간을 위한 학문이 아니었던 것이다. 살인을 하게 되는 과정도 사실 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그것을 은폐하기 위한 그들의 행동은 그 살인에 고의가 없다는걸 안다고 해도 그들의 지식이 아까울 정도였다.

비밀은 비밀을 낳고 또다른 문제를 불러온다. 이들으니 자신들이 만든 비밀에 자신들이 발목이 잡히고 결국 그 비밀에 의해서 또다른 먹구름을 불러오게 한다. 하지만 이들의 마음이 이해안가는것도 아니다. 내가 만일 이런 상황에 쳐했다면 어떻게 했을까. 비밀이 탄로날까봐 전전긍긍하는 이들의 모습이 또한 내 모습이 아니었을까.

두툼한 페이지의 많은 분량에 비해서 아주 복잡한 줄거리는 아니었고 아주 재미난 이야기도 사실 아니다. 하지만 조금만 조금만 그러면서 끝까지 책을 읽게 만드는 신비한 마력이 있는 책이었다. 큰 이야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책의 완성도가 떨어지지 않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마지막 장을 덮고나서 묘한 여운이 남기도 했던 책이기도 하다.

다만 초반의 그리스어부분과 고전학과 교수 줄리언의 이런저런 철학적인 수사들은 솔직히 지루하다. 전체적으로 탄탄하게 이야기를 잘 이어가고 있지만 너무 늘어지는 면도 없지 않아 있다. 좀더 속도감있게 썼으면 하는 바램도 있지만 이 책이 지은이의 처녀작이라는 점에서 그런 허물도 살짝 용서가 되긴 한다.

거의 국내 유일의 책AS 번역가인 이윤기씨의 깔끔한 번역도 이 책의 가치를 높여준다. 몇군데 보이는 오자는 옥의 티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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