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이즌우드 바이블
바버라 킹솔버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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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치면 글이 빽빽하다. 별로 여유도 없다. 마치 끝없이 펼쳐져있는 아프리카 대초원처럼 이야기가 펼쳐진다.

대서사극. 그 단어에 딱 맞는 소설같다. 아프리카라는 뭔가 스케일 큰 배경을 깔고 있으면서 여러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들이 쉴새없이 이어지는것을 보면 그 낱말에 어울리지 않나 싶다.

 

이야기의 뼈대는 아프리카로 선교를 떠난 한 가정의 일대기를 그린것이다. 하나님을 믿는 자신의 신념으로 불쌍한 아프리카 미개인들을 새로운 길로 인도하겠다는 투지의 사나이 목사 네이선.

그리고 그를 따라서 낯선 세계로 불안한 발걸음을 옮기게 되는 아내 올리애너와 4명의 딸들인 레이첼,리아,에이다,루스메이. 이교도를 믿는 흑인들로 가득찬 대아프리카땅에서 이 소수의 백인들이 살아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역시나 짐작한데로 불안의 근원은 아프리카에 있는것이 아니라, 목사 네이선에게 있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치않게 거론되는 타인을 존중하지 않는 독선적인 기독교인이 바로 그 네이선이다. 그는 그 자신만이 옳고 그 자신만이 이 미개한 사람들에게 구원을 줄수있다고 여기고 참으로 열성적으로 힘차게 하지만 독선적이고 무모한 전도를 한다. 그런데 누가 거들떠 보기나 할까.기독교의 초기선교방식처럼 한손에 빵을 든것도 아닌데. 그저 맨땅에 헤딩식으로 무식하게 하니 누군들 관심을 가질리가 만무하다. 그런데 관심 가지지 않으면 그만인 원주민들과는 달리 네이선의 가족들은 큰 고통을 겪게 된다. 그러면서 큰 비극이 닥치게 되고 그것을 기점으로 아프리카를, 아니 네이선을 떠나기 위한 가족들의 몸부림이 이어지게 된다.

 

책의 흐름은 아내 올리애너와 4명의 딸들의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아프리카 생활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각 인물이 느끼고 생각한 것을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가고 있어서 우리는 입체적으로 이야기를 바라볼수 있게 한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곳은 아프리카 중에서도 콩고라는 나라다. 우리에게는 잘 들어보지 않은 낯선곳인데 책을 통해서 이 땅이 어떻게 변질되어가는지를 잘 보게 된다. 요즘은 드러나지 않게 하는지 몰라도 냉전시대의 미국은 콩고에서 했던 방식으로 신생국들을 조종하려했다. 국가의 정체성이 민주적이냐 아니냐와 관계없이 무조건 미국에 이익이 되는 정권만을 원했고 그런 정권이 들어서게 하기 위해서 정부 전복도 서슴치않는 그야말로 깡패국가같은 행위를 한것이다. 지은이는 여러 화자의 눈과 입을 통해서 그것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세계사에 어느정도 지식이 있는 사람은 역시나할것이고 그런것을 잘 모르는 사람은 어쩌면 충격을 받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콩고라는 나라의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백인 국가에서 파견한 기독교 선교사가 흑인 국가에서 어떻게 원주민과 접목하게 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할수 있게 한 소설이었다.

 

지은이는 어린 시절을 아프리카에서 산 덕분에 좀더 사실적으로 아프리카를 그릴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여성이어서 그런지 내용 자체가 참 섬세하면서도 굵직하고 꼼꼼하면서도 대범한 필체가 돋보인다. 극중 화자가 각기 다른 여성 인물들이어서 더욱더 그렇게 느껴지는것일지도 모르겠다.

 

출판사 광고 문구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 책은 이런저런 소식으로 알려진 책이다. 숱한 상을 받았고 미국에서는 학생들이 꼭 읽어야하는 필독서에 속하는 신고전에 해당하는 책이라고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론 뜬금없을지 몰라도 하퍼리의 '앵무새죽이기'에 버금가는 책이라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미국에서 난리가 났던 책인데 1998년에 출간이 되었으니 나온지가 한참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제야 출간이 된다는건 아무래도 헛된 기독교 선교방식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내용이 문제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처음에 끝없이 펼쳐진 아프리카 대초원같다고 했는데 그 초원을 시속 200킬로로 달리는 스포츠카를 타고 가는것처럼 빠르게 잘 읽힌다. 과장 좀 보태서. 물론 중간에 아프리카물소떼가 지나가는 통에 거의 기어가다시피한 부분도 좀 있긴 했지만.

한 가족의 가족사를 통해서 현대사와 지역사를 알수있었고 여성의 이야기도 느낄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포이즌우드는 우리말로 독나무(poisonwood)다. 독은 잘 쓰면 사람을 살리는 약이 되고 못 쓰면 사람을 죽이는 독이 된다. 이 책을 읽고 많은 사람들에게 약이 되는 독나무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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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제주도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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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 수십만명이 찾는 제주는 우리나라을 대표하는 휴양지라고 할만하다. 우리나라 사람 치고 제주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것이다. 하지만 제주를 '아는'사람은 많아도 제주를 '알아보는'사람은 많지 않다. 그냥 유명한 관광지에 와서 좋다라곤 하지만 속속들이 알고 하는게 아니라 그냥 겉에 보이는것만 감탄하는것이다. 옆동네도 아니고 비행기를 타고와야하는 제주에 와서 그정도만 본다면 아깝지 않을까.

 

어떤 관광지를 가던 그냥 가는것과 알고 가는것은 하늘과 땅 차이일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제주를 알려주는 좋은 안내장이 될만하다. 이 책으로 제주를 다 알수는 없겠지만 제주가 어떤곳인지에 눈을 뜨게 한다고나 할까.

 

책은 유명한 구라쟁이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7권이다. 전에 책들은 여러곳의 유적지들을 답사한것을 모았는데 이번에는 오롯이 제주에 관한 이야기다. 그야말로 제주 특집이라고나 할까. 역시 이번에도 쉽게 읽히는 지은이의 글솜씨가 잘 드러난다. 글을 어렵게 쓰는 사람들은 유홍준의 책들을 좀 유심히 봐야한다. 어떻게 써야 같은 말이라도 쉽게 잘 전달할수 있는지를. 지은이의 쉽고도 재미난 글덕에 제주에 대해서 한층 더 쉽고 친근감있게 다가가는듯하다.

 

내용은 처음에 본향당이란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본향당이 뭐지? 아마 나를 포함한 제주에 대해서 잘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 듣는 말일꺼다. 하지만 이 본향당이야말로 제주란 고장의 특색중에 하나란걸 이 책을 읽으면서 알수 있었다. 일본으로 떠난 제주출신들이 제주를 생각하며 결국 제주에 돌아와서 가장 먼저 찾게 되는 그야말로 마음의 본향 같은 곳 그곳이 본향당이다. 어느 지역이나 고향을 그리는것이 있겠지만 이 본향당같이 애틋하면서도 뭔가 뭉클한, 특색있는 곳은 잘 없을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제주의 4.3 사태. 제주가 가지는 그 슬픔이 이 사건으로 인해서 더욱 짙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뭍에 사는 사람들은 꿈에도 생각못할 일들. 이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서 담담하면서도 사실적으로 이야기 해준다. 본향당에 이어서 구슬픈 제주의 느낌을 느끼게 해주었다.

 

하지만 제주가 어찌 슬픔의 도시이려나. 제주를 그 어떤 지역보다도 빛나게 하는 여러것들이 있으니 대표적인 것이 오름과 용암동굴들이다. 오름이란것은 한라산 근처에 있는 작은 화산언덕을 말하는건데 국내 어디에도 없는 제주만의 특색적인 곳이다. 어디 우리나라만 그려랴 세계적으로도 제주오름만큼 아름답고 멋진곳은 잘 없을것이다. 이어지는 용암동굴들. 내륙에 있는 동굴들과 확실하게 차별되는 정말 아름다운 곳. 이 제주의 동굴들은 그 독창성과 희귀함으로 인해서 결국 세계자연유산에 오르게 되는 중요한 인자로 작용한다. 앞으로 동굴과 관련해서 세계자연유산에 오르려면 제주의 동굴들을 뛰어넘는 아름다움과 희귀성을 보여야 한다고 하니 괜히 내가 뿌듯해진다.

 

그밖에 제주의 역사인 탐라국의 이야기를 하면서 유배지로서의 제주 이야기 등 풍성한 제주의 모습을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곳곳에서 보이는 제주를 사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참 인상적으로 남는다. 제주의 자연과 제주의 언어, 제주의 습생등을 묵묵히 기록하고 조사했던 그들 덕분에 오늘날 제주를 조금이나마 쉽게 알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새삼 그분들에게 고마움을 느꼈다.

 

이 책 한권으로 제주를 알수는 없을것이다. 그야말로 제주의 한귀퉁이 조그만 점 정도나 알수있을까. 하지만 제주가 다른지역과 다른 참 아름답고 멋진 곳이란것을 느끼기에는 충분하다. 그 마음을 가지고 이젠 제주를 제대로 알아갈수 있을것이다. 제주 다녀온지가 어언 30년인데 그동안 제주도 무척 많이 바뀌었으리라. 늘 가고 싶다는 노래만 부르고 가보지 못했는데 이제 언제 갈까하고 달력을 뒤척이고 있다.

가깝게 가긴 조금 먼 제주. 하지만 바로 옆동네처럼 친근하게 느끼게 만든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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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엘리어트
멜빈 버지스 지음, 정해영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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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영화를 소설화하는 것을 그리 탐탁하게 느끼진 않는다. 소설이 주는 재미와 영화가 주는 재미가 엄염히 다른데 원작영화의 소설화는 뭔가 아쉬움이 많아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원작영화를 소설화한 작품중에 인상적인 책은 그리 보지 못했다.

그래서 이 책, 빌리 엘리어트를 처음 접할때도 은근히 우려했었다. 그저 그런 단순히 영화를 글로 옮긴 수준은 아닐까하고. 게다가 이 영화는 내가 참 좋아하는 영화이기도 해서 영화의 감흥을 깰까도 싶었다.

 

그런데 그 걱정, 기우였다. 원작영화에서 느꼈던 그 느낌이 또다른 느낌으로 전해진다랄까. 잘 쓰여진 영상소설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용은 영국의 어느 광산이 있는 시골도시의 한 소년 이야기다. 여느 영국 아이들과 비슷하게 빌리도 복싱을 배우면서 사는 평범한 아이였다. 전형적인 광부인 아버지와  형, 그리고 약간의 치매끼가 있긴 하지만 빌리를 사랑하는 외할머니랑 살고 있다. 시절은 그리 편하지 않아서 영국 정부의 광산정책에 대항해서 파업을 일으킨 아버지와 형의 처지때문에 넉넉하지 못한 환경이 된다. 이런 때일수록 강해져야한다는 의미로 아버지에 의해 복싱을 배우게 되지만 빌리는 왠지 같은 체육관에서 하는 발레에 관심이 간다. 살짝 동작만 했는데 이내 발레에 관심이 생겨버린 빌리.

 

게다가 빌리는 재능이 있다고 한다! 빌리가 그 누구보다 발레에 재능이 있다고 윌킨슨 선생님도 말한다. 한술 더 떠서 큰 도시로 가서 본격적으로 배워야 한다고 한다. 오디션을 보라고.

근데 어떡하지. 오디션은 커녕 발레 한다는 사실에 아버지와 형이 가만있을리가 없다. 난리날텐데 어떻게 허락을 받나.

 

발레라는 것을 통해서 소심한 소년에서 당당한 청년으로 커가는 이 책은 일종의 성장소설이다. 그런데 성장하는것이 꼭 빌리라는 이 소년 뿐일까. 어쩌면 이 책은 빌리 뿐만 아니라 그의 아버지인 재키와 토니의 성장일수도 있다.

단순한 광부로, 그저 그런 삶을 살면서 인생을 보내던 그들에게 빌리는 별종이다. 광산에서의 삶 이외의 것은 생각도 안해봤고 발레라는것에는 여자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편견만 있을뿐 별다른 인식도 없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가족인 빌리가 발레를 한단다. 그것도 무지 잘한단다. 자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전형적인 무뚝뚝한 경상도 가정의 남자로 태어난 나로서는 빌리 아버지와 형이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을지 대충 짐작이 갔다. 빌리가 발레를 한다니. 오 맙소사! 처음에 그들이 그렇게 느꼈던 것은 당연했지 싶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빌리의 마음을 들어준다. 삶이란게 그리 단순한게 아니라 또 다른 길이 있다는것을 깨달은것이고 발레는 남자도 멋지게 할수있다는걸 인정한것이리라. 그점에서 그들도 빌리와 함께 성장했다고 할수 있지 않을까.

 

영화라는 영상 매체로 먼저 나와서 그것을 본 사람들이 많음을 생각했는지 이 책은 다중 일인칭 시점이라는 독특한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주인공인 빌리와 함께 아버지나 형등 여러 등장인물들의 시점에서 다양하게 전개시키고 있다. 마치 여러대의 카메라로 빙 둘러가면서 찍는듯한 느낌을 준다랄까. 그래서 좀더 사실적이고 객관적으로 빌리를 바라볼수 있게 한다.

 

이 소설의 백미는 역시나 후반부이다. 빌리가 어떻게 가족들에게 인정받고 어떻게 오디션에 참가하고 그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가 숨가쁘게 전개되는데 영화를 본 사람에게는 그 장면이 주마등처럼 지나갈듯하다.

 

원작 영화를 여러번 본 상태에서 이 책을 봤는데 괜찮게 잘 쓰여진거 같다. 영화를 안 보고 이 책을 봐도 좋은 성장소설로 손색이 없을듯하다. 눈물날 만큼 감동적인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떤 교훈을 주는것도 아니지만 그냥, 그냥 마음이 뭉클해진다. 감정이 과잉되지도 않게 적절하게 조절되면서 마음을 참 산뜻하게 해준다고나 할까.

 

좋은 책이다. 쉽게 재미있게 기분좋게 읽을만한 책이다. 더불어 이 책에서 좋은 느낌을 받은 사람은 영화를 안 봤으면 꼭 보기 바란다. 이 책을 더 가깝게 느껴지게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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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 뫼비우스 서재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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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소설을 읽으면서 범인을 추격하거나 주인공이 아슬아슬한 순간에 이르면 바짝바짝 긴장이 되면서 심하면 오금이 저릴때도 있다. 간이 '쫄깃쫄깃'해진다고나 할까.

그런데 이 책, 와 정말 책 읽는 내내 뭔가가 꽉 막힌듯한 느낌이 들게 했다. 간이 쫄깃하다못해 그냥 얼었다 녹았다 할 정도였다.

 

이 책은 분명 추리 스릴러 장르에 속한다. 주인공이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을 그린게 중심이니까. 하지만 그것을 그린 뒷배경이 어쩌면 더 가슴 서늘하게 해서 그런 느낌이 들게 한것이라고 볼수도 있다. 무대가 되는 시대가 1950년대 옛소련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시절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는 그리 많지 않은데 이 책은 그 시절을 참으로 세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바로 자유를 뺏겨서 공포 속에 살아가던 그 시절을. 그런 얼어붙은 시절을 배경으로 서늘하게 전개되는 스릴러니 간이 쫄깃해질만도 하지 않겠는가.

 

책은 첫장부터 인상깊게 시작한다. 1930대 소련의 우크라이나지역에서 일어났던 대기근의 시절의 한 단상을 자세하게 그리고 있다. 이른바 '굶어 죽어가는' 장면이 실감나게 그려진다. 하지만 그것이 하나의 복선이란건 책을 읽어가면서 눈치 챌것이다.

 

주인공인 레오는 소련 정보기관의 촉망받는 요원이다. 막강한 권력의 정보부 직원이라는 뒷배경을 바탕으로 국가에 절대충성하던 그는 여러가지 사건에 의해서 먼 지방의 민병대 요원으로 좌천된다. 말이 좌천이지 그냥 잠시 사형이 유예된거나 마찬가지의 상황. 그런데 거기서 묘한 사건들을 맞이하게 된다. 바로 어린 아이들의 시체가 계속해서 발견되는것이었다. 그런 일련의 사건들은 자신의 안위와도 간접적으로 관계가 있는터. 그는 그 사건들의 진실을 캐기로 한다. 하지만 당시 소련은 '완전 국가'라는 미명하에 살인사건도 공식적으로 없는것으로 치부된다. 레오는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간다.

 

어떻게보면 범인을 추격해가는 과정 자체는 그리 대단할것이 못된다. 연쇄 살인 사건이 특별한것도 아니고. 하지만 그 무시무시한 시대적인 배경이 결합이 되니까 대체 어디서 어떻게 일이 터질까하는 긴장감이 배가 되는거 같다.

 

책에서는1950년대 소련시절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구체적이고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그냥 공산 국가도 아닌, 스탈린이라는 우상화된 1인 독재체제의 시절에서 살아가는것이 어떤것인가에 대해서 절실하게 느끼게 해준다. 정말 저 시절에 사람들은 어떻게 저러고 살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글만 읽어도 답답하고 숨이 꽉 막히는데 실제로는 심정이 어떠했을까하고 말이다. 단순히 내가 하고 싶은것을 못하게 하는 상태가 아니라, 언제 어떻게 나와 내 가족의 목숨이 왔다갔다 할지 모르는 그런 공포의 상태가 더욱더 심장을 조였을것이다. 새삼 자유라는것이 얼마나 소중한것인지를 잠시나마 생각하게 했던 소설이었다.

 

지은이는 이 책이 첫번째 소설이라고 한다. 경험 많고 나이 많은 노련한 작가가 쓴것마냥 밀도있고 완성도 높은 책이었는데 이 책을 쓴 나이가 29살이라니 더욱더 놀랐다. 연쇄 살인이라는 설정을 스탈린 시대라는 배경을 깔고 인간의 사악함과 공포를 교묘하게 혼합해서 이런 수준 높은 책을 썼다는것이 참으로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추리나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은 물런이고 르포형식의 사실적인것을 좋아하는 사람도 다 만족할만한 색다른 시대적 스릴러였다. 이 책 안 읽으면 분명 후회할 것이다.

지은이의 나이가 아직 창창하니 앞으로 나올 그의 작품들도 기대가 된다.

 

덧, 그전에 판에 광고문구도 썩 맘에 들진 않았지만 띠지에 있어서 넘어갔었다. 그런데 새로 나온 개정판에 광고문구는 더 오글거렸는데 아예 앞표지 자체에 박혀있어서 좀 아쉽다. 이 책은 그런 오바스러움이 불필요한 작품인데...자유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도 하니까 '반공소설'이라고 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윽 개그콘서트에나 나올 말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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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세컨즈 1 - 생과 사를 결정짓는 마지막 3초 그렌스 형사 시리즈
안데슈 루슬룬드.버리에 헬스트럼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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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나 일본의 추리 스릴러 장르에 익숙해있던 사람들에게 북유럽 스릴러물은 새로운 감흥을 불러일으키는거 같다. 나또한 그러하니까.뭔가 색다르고 신선한 느낌을 준다랄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나 줄거리는 그렇게 많이 특이한거 같진 않지만 그속에 담겨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역시 다른나라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최근 새롭게 기대를 모으고 있는 북유럽 스릴러물중에 새로운 책이 나왔다.

바로 이 책 '쓰리 세컨즈'.

북유럽 스웨덴을 무대로 한 이 책은 이중첩자라는 모티브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실 이중첩자란 설정은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소설에서 다루어진 설정이다.  영화 '무간도'에서 서로 상대 진영에 침투시킨 이중스파이 이야기가 대표적으로 생각난다. 이 설정은 들키지 않을까하는 조마조마한 떨림이 극대화될수록 잘 쓰여진 이야기가 될것이다. 그래서 사건의 개연성이나 풀어가는 방식이 설득력이 있지 않으면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는 재미난 스릴러물이라고 할수있었다. 경찰에게 협력하는 존재지만 공식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하는 '파울라'. 그는 또한 스웨덴 마약시장의 비열한 범죄자로서도 활동한다. 그 이름 '호프만'. 원래 범죄세계에 있는데 간간히 경찰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들은 흔하지 않게 볼수 있다. 하지만 아예 작정하고 범죄의 소굴로 들어가서 그 실력을 인정받아 높은 지위에 오르면서 그 치부를 낱낱이 밝히는 경찰이나 경찰 정보원은 그리 많지 않다. 그만큼 쉽지 않은 임무이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파울라'는 그런 임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한다. '가족'을 위해. 그것을 행할 강인한 의지와 실력이 수반되는건 필수. 그런 그를 거물급 범죄자로 만들기 위해서 그를 고용한 담당 경찰은 국가 범죄 데이터 시스템에 그가 저지르지도 않았지만 저지른것처럼 꾸민 허위 정보를 조작한다. 그 결과 무시무시하고 위험한 범죄자가 되는것이었다. 그 결과 범죄단 상층부에 능력을 인정받아서 드디어 스웨덴 교도소 마약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임무가 주어진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은 그가 중범죄자로 교도소에 들어가긴 쉽지 않은터. 일부러 범죄를 저지를수도 없는데 이것을 그의 존재를 알고 있는 극소수 경찰수뇌부가 기록을 조작, 그가 중범죄자로 교도소에 들어갈수있게 해준다. 성공적인거 같았던 그의 침투는 그러나 그의 신분이 발각이 되면서 정부나 범죄단 모두에게 버림받는 지경에 이르고 만다. 그가 과연 그 난국을 어떻게 빠져나가게 될까...

 

한편 이 책은 이중간첩인 파울라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그의 뒤를 쫓는 그렌스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그랜스 형사 시리즈'이기도 하다. 비록 파울라라는 인물이 주는 인상이 아주 강렬해서 상대적으로 그렌스 형사의 느낌이 약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그는 스웨덴 최고의 형사다. 어떤 사건이든 그가 물고 늘어지면 언젠가는 해결되는, 악바리 형사라고나 할까.

 

그런데 그런 그가 아무것도 모른채 파울라를 끝까지 추적한다. 어쩌면 파울라의 존재를 그도 알게 했으면 좀더 수월하게 파울라가 임무를 수행하지 않았을까. 최고의 형사가 경찰을 위해 일하는 이중첩자를 맹렬하게 추적하는 꼴이 되버렸다. 물론 기밀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좋긴 하지만 그 형사는 보통 사람이 아니지 않는가.

 

이중첩자인 파울라가 과연 어떻게 임무를 수행하는지, 살아남기는 하는지와 노회하고 강력한 그렌스 형사가 어떻게 파울라를 잡게 되는지 그 둘의 쫓고 쫓기는 대결이 흥미진진하게 잘 그려진 작품이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사건이 어떻게 해결되고 그런거보다 중간에 그려진 스웨덴 사회의 한 단면이었다. 그것은 군대라는 존재가 무엇인가에 대한 것이었다.

 

사건의 해결을 위해서 군대의 힘을 빌어야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우리같으면 그냥 아무 생각없이 군대를 동원하지만 이 사회에서는 민간의 일에 군대를 동원하는것이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고 그런 명령을 내리는 사람들 조차도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그 자체에 큰 고민을 하는걸로 나온다. 그리고 동원된 군인도 민간인의 일에 개입하는것에 큰 불편함과 망설임을 느끼고 있다. 이야기 흐름상 군대가 동원되어도 별 신경도 안 썼었는데 그 장면을 보면서 느낌이 묘했다. 어쩌면 스웨덴에서의 그 사고가 정상적이지 않을까. 남북이 대치되고 여러가지 안 좋은 사건들이 많았던 우리 사회에서의 생각에서 본다면 신선한 충격이 아닐수 없었다. 책에서는 결국 군대를 동원한게 아니라, '군대 출신'을 동원하는 편법을 쓰기까지 하니 그렇게까지 민간과 군이 분리된다는것이 부럽기도 했다.

 

영미의 스릴러는 부드러우면서도 말랑한 느낌을 준다고 한다면 북유럽의 스릴러는 투박한 느낌을 준다. 아마 날씨가 추운 곳이라서 그런가. 분명 뭔가 다른 느낌을 준다. 솔직히 아직까지는 내용의 전개나 개연성, 소재의 다양함등에 비해서 북유럽 스릴러가 모자란듯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사람이라는 존재를 좀더 잘 느끼게 해준다는 생각에 영미의 스릴러에 버금갈 수 있을꺼란 생각도 든다.

 

낯설은 언어권의 작품이라서 어색한것도 있었지만 재미있었고 나머지 그렌트 형사 시리즈도 읽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할 만큼 괜찮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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