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인의 책마을 - 책세이와 책수다로 만난 439권의 책
김용찬.김보일 외 지음 / 리더스가이드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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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참 난감하다.
왜냐하면 책에 대한 서평을 위주로만들어진 책인데 그 서평을 또 '서평'해야 하니 말이다.

거기다가 책의 뒷편에 '서평'과 '독후감'의 차이를 자세하게 설명한 글이 있어서 은근하게 책에 대한 서평이란 행위에 대해서 부담이 되기도 했다.
요컨데 독후감은 그냥 감상일뿐이고 서평은 평가에 따른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다.

그 해설에 고개가 끄덕끄덕하면서 수긍하다가도 드는 생각. 그런데 이러이러한 감상은 평가가 아닌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그 뜻이 애매해지는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이건 이래서 좋다 저건 저래서 좋다라는 단순한 감상이라고 해도 이미 '평가'당하고 있기 때문에 그 자체로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는 서평의 범위에 들어가는게 아니겠는가.

이 책은 생각하기에 따라서 서평인지 독후감인지 애매한 책들에 대한 평가, 감상을 적은 글을 모은 책이다.
어떻게 보면 서평이란 말에서는 무언가 전문가적인 느낌이 든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자신의 글을 쉽게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수단이 생기면서 서평이란것도 폭넓게 이해되기 시작했지만 사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도 서평이 있었다.그땐 주로 신문이나 잡지 같은 활자매체였지만. 그런데 그런곳이 아무나 글을 싣는곳인가. 이른바 '전문가'들이 주로 글을 실었다.

하지만 그 전문가가 진짜 책을 좋아해서 그 책을 읽고 재미나서 글을 썼는지 아니면 의무적으로 글을 써야 해서 혹은 원고료를 받기 위해서 써야 했는지 알수가 없다. 그래서 그런지 어찌보면 딱딱하고 어렵고 무언가 편하게 읽기 어려운 서평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이 책은 그런 전문가가 아니라 실제 책을 읽는 사람, 그냥 우리 보통의 독자들이 쓴 서평이다.
실제 책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눈높이가 비슷한 사람들이 펴낸 글들이겠다. 그래서인지 뭔가 편하게 다가온다. 그냥 옆집사는 누구누구가 책읽고 이 책은 이렇더라 라고 말해주는 느낌이 든다. 물론, 출판이라는 형태를 띄고 '파는'상품이 된 탓에 글도 좀더 정제되고 점잖게 쓰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네 눈높이에서 책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실 이른바 전문가란 위치에서 쓰는 글보다 이렇게 편하게 비슷한 위치의 사람들이 쓰는 글이 더 가슴에 와 닿고 설득력도 있다. 말 그대로 그 사람의 마음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말도 쉽고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다. 무슨말인지 모를 말을 쓰거나 말장난에 불과한 수사로 범벅한 전문가의 글보단 훨씬 낫다.

책은 크게 4부분으로 나누어서 글을 싣고 있다. 문학과 인문사회, 문화,과학의 영역에서 다양한 글들을 싣고 있는데 사실 이공계쪽이긴해도 과학쪽보다는 문학쪽의 책들을 더 많이 읽었기에 문학의 글들이 더 눈에 들어왔다. 나같은 사람을 위해서 과학영역의 글들을 과감하게 앞에 배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슬며시 든다. 뭐 재미없다고 뒤로 넘겨 읽으면 되긴 하지만 책 앞표지부터 꼼꼼히 순서대로 읽어내려가는 스타일인 나한텐 꼼짝없이 읽어야 했을지도 모르는데.

글은 각양각색이다. 큰 주제가 있긴 하지만 사실 주제와는 상관없다. 주제는 그냥 정해놓은거고 한마디로 말해서 자기 책읽기에 대한 글이라고 할수있다. 글에서 언급한 많은 책중에서 읽어본 책이 그리 많지 않아서 글쓴이의 글과 아하! 하고 교감을 나눈건 그리 많지 않지만 이 사람들, 치열하게 책 읽는구나 하는 생각은 강하게 들었다.

글들이 대충 책읽고 쓸수있는 성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수십, 어쩌면 수백권을 읽고 그 내용이 축적되서 마음속에 담아있는 상태에서나 나올만한 글이랄까. 비록 개개인의 편차가 있고 과학과 문학처럼 뚜렷이 대비되는 성질의 글들을 한 방향에서 비교할수는 없지만 글들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사실 책을 읽고 쓴 서평이라고 하지만, 그 책을 통해서 우리가 못봤던 세상의 여러면들을 볼수있기에 글쓴이들이 내 대신 '봐준' 세상을 읽을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먹고 살기 급급하다는 이유로 어떻게 보면 참 중요한 가치와 사실들을 잊고 살수 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생각할 시간을 가진다면 이 책이 준 가장 큰 소득이 아닐까 한다. 평소 즐겨 읽는것은 소설쪽이었는데 그것이 아닌 사회, 문화, 교육, 생명, 과학, 음악 등등의 여러 분야의 이야기들을 접하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발견하는 계기가 된 책이었다.

독서의 행위에 대한 의미는 많이들 알고 있을것이다. 그럼 이 책읽기의 '뒷행동' 인 서평쓰기는 무엇일까. 그것이 독후감이던 서평이던 책읽고 난뒤에 무언가를 쓴다는 건 무엇일까. 그것은 작게는 나를 인식하는것이고 넓게는 다른 사람을 인식하게 하는것이 아닐까 한다. 집에 있는 공책에 책을 읽고 난 후의 감상을 쓰는것을 나를 위한것이리라. 위인전을 읽고 나도 이렇게 살아야겠다고 생각이 든것을 적어놓는건 나란 사람에 대해서 인식해 가는 일일꺼다. 그런데 그것을 넘어서 다른 사람에게 보인다면?

그것은 그 사람들도 그렇게 느끼게 동참했으면 하는 바램이 아닐까.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어떠한 분야의 책이던 책을 읽고나서 너무 마음에 들어서 기분이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 그럴때 주위 사람에게 이 책 좋으니 읽어보라고 하는건 소극적인 감상이겠지만 그 느낌을 정제된 글로 써서 '내보이는'것은 적극적인 감상이다.  나혼자 알기 아까우니 당신도 읽어보란 뜻이리라. 이쯤되면 독후감이냐 서평이냐 하고 구분하는건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감상도 엄연히 평에 속하니까.  

아무런 감상도 없이 사실만 나열하는 정보글과는 구분될지언정 일단 불특정 다수에게 내보인다는 뜻에서 독후감이던 서평이던 상관없을듯하다. 중요한 것은 글쓴이의 진심이 아닐까. 진심이 드러난 글에 우리는 마음이 움직이니까.

아쉬운 부분은 있다. 우선 책 제목의 100인. 누가보면 진짜 100명이 글 쓴줄 알겠는데 50명도 안된다. 다양함이 주는 객관성과 함께 너무 나열해서 산만함이 공존할 가능성이 있는 숫자다. 많은 사람들이 참여를 했다란 뜻으로 해석하면 될듯한데 각 꼭지에 해당하는 글 뒤에 나오는 책수다에 좀더 많은 사람들을 참여시켰으면 좋았을꺼란 생각이 든다. 더 많은 책도 소개하고 100이란
숫자에도 부합될테니까.

그리고 사실 이건 좀 어려웠겠지만 같은 책을 읽어도 남녀에 따라서 연령에 따라서 다른데 책을 기획하면서 그런것도 고려했으면 좀 더 폭넓은 시각을 볼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그밖에 크게 4부분으로 나눈 주제도 정형화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한듯하고 문학과 과학이 차별화 될뿐 중간에 인문사회와 문화는 개념이 겹치는 부분이 없잖아 있는거 같다. 각 글의 글쓴이들의 글 편차는 어쩔수 없는 문제이긴 한데 분량 조정을 통해서 그것을 좀 줄였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뭐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런 형식의 시도는 최초(아마도?) 이고 첫 출간이니만큼 안정감있게 가자는 면도 있으니 크게 흠이 될만한 사항들은 아니다. 글쓴이들의 내공이 담긴 글들이 여러 아쉬움을 달래고도 남는다.

오히려 추천글이 사족이다.

웹2.0 의 시대라고 했던가. 인터넷을 열심히 활용하지 않는 탓에 거기에 적극 참여하진 않지만 지금은 혼자가 아니라 참여를 통해서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시대라는건 안다. 옛날의 전문가와 비전문가로 나누던 시대가 아니란 뜻이다. 이것은 글쓰는 일에서도 마찬가지다. 서평이나 독후감 쓰는데 뭔 전문가인가. 문학평론가만 프로고 다른 사람들은 아마추어인가. 아니다. 수많은 글쓰기와 독서를 통해서 다져진 실력으로 쓴 글은 다 프로글이다. 현란한 말장난으로 전문가인척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진짜 내공이 있는 사람은 드러나게 되어 있다. 글쓰기계에도 더 많은 숨어있던 '고수'가 드러날 것이다.

그 고수들을 끄집어 낸 이 시도만으로도 가치있다. 그것도 최초라고 하니. 앞으로 이런 식의 더 많은 책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각 분야의 좀더 세밀한 부분까지 각 영역의 글쟁이들이 쓴글을 모은 책  말이다. 

글써서 밥먹고 사는 사람들은 좀 힘겨워지긴 하겠지만.
제2, 제3의 '100인의 책마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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