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수장룡의 날
이누이 로쿠로 지음, 김윤수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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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함. 책을 읽고 났을때의 느낌이다. 내가 책을 읽었나? 아니면 책속에 내가 있었나? 순간적으로 깜빡할 정도로 느낌이 묘했다. 어떻게 보면 그만큼 몰입도가 큰 책이라고나 할까. 

책 내용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만화가인 여주인공이 혼수상태로 계속 누워있는 남동생과 'SC인터페이스'라는 기계를 통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고 하는데 그 와중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그리고 밝혀지는 여러 진실들이 의식과 현실속을 오가면서 씨줄과 날줄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내용이다. 

언뜻 보면 그 특수한 기계를 통해서 동생이 주인공에게 어떤 '정보'를 줘서 사건을 해결한다 뭐 그런이야기 같았지만 전혀 아니다. 이 책에 나오는 'SC인터페이스'라는 기계 자체가 원래 있는것인지 아닌것인지 모를 정도로 현실과 의식을 혼란스럽게 하는 이야기다. 영화 '인셉션'에서 봤었던 꿈속의 꿈, 의식속의 현실 등이 주제라고 할수 있다.  

복잡한것 같지만 내용은 결국 하나다. 바로 여주인공인 만화가의 의식이다.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는가에 따라서 내용이 출렁거린것이다. 물론 그것을 깨닫게 되는것은 결말끝까지 가야 알게되지만. 

동기는 남동생의 자살이다. 자살 미수로 무의식 상태에 있지만 특수 기계를 통해서 이야기를 할수 있는 상태다. 그런데 왜 자살했을까? 그리고 동생이 하고자 하는 말은 무엇일까? 동생은 결국 살아날까? 등의 동기가 소설의 이끌어가는 동력이 된다.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몸부림이 묘한 긴장감과 호기심이 불러일으키게 된다. 과연 어떤 진실이 숨어있을까? 결론은 어떻게 진행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결말을 향해 나아갈때 비로서 아! 하는 느낌이 들면서 뭔가 실타래처럼 얽혔던 진실들이 정리가 되기 시작한다. 복잡한 사건이 일어나는 미스터리적인 내용도 아니지만 묘한 분위기의 이야기 구조탓에 뭔가 불안하면서도 기대를 하게 되면서 집중력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책이었다. 

영화 '메트릭스'를 보면 비현실인걸 알면서도 그냥 그 비현실에 있고 싶어 하는 사람이 나온다. 현실이 너무 고달프니까 그냥 비현실속의 달콤한 상태에 있고 싶어하는 마음. 이 책에서 결국 여주인공도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계속해서 다른 꿈을 꿀려고 한것은 아닐지. 

결말을 알고 반전을 통해서 진실을 알게되긴 했지만 왠지 시원한 느낌보다는 몽롱한 느낌이 들게 하면서 뭔가 의식속에서 꿈틀거림이 있게 했다고나 할까. 참 묘한 분위기의 책이었다. 기본적으로 참 잘 짜여진 줄거리 구조라고 생각이 든다. 미스터리면서도 의식소설 같기도 하고 살짝 지루할듯하면서도 묘한 집중력을 보여준 소설이랄까. 

책을 다 읽고 난뒤 멍하게 여운이 남은 책은 참 오랫만인거 같다. 서늘한 바람이 부는 이 가을에 읽어보면 괜찮을듯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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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와의 이틀 밤
문지혁 지음 / 노블마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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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읽는 한국작가의 단편집이다. 그동안 장편 소설만 읽다가 보니 조금 지루함도 있었는데 색다른 단편집을 읽다보니 편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책은 이별과, 추억과, 사랑에 관한 여러가지 일들을 담은 에피소드 모음집이다. 각 이야기들은 서로 독립적이지만 그 속을 관통하는것은 역시 추억과 사랑이다. 그것도 좀 애틋함이 녹아있는.  특이하게도 결말부분이 묘하게 끝나서 여운을 남기기도 한다. 배경은 주로 미국과 한국인데 미국의 지명은 뭐 안가봐서 잘 모르겠지만 한국은 익숙한 지명이 나와서 더 편하게 읽은거 같다. 주로 서울이지만 알만한 지명도 나오고 특정 기업의 이름도 자연스럽게 나와서 색다른 맛이 난다. 

첫번째 작품인 '사자와의 이틀밤'을 읽고나서 든 첫번째 생각은, '와 나도 저런 편한 여자친구있었으면 좋겠다'. 책 내용에선 눈물많은 면도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정이 많으면서도 쿨한 면이 있는 성격이다. 주인공과 그녀가 뭔가 이루어질듯도 하지만 묘한 느낌을 남기면서 끝난다.  

'안녕, 열일곱'은 도발적인 작품이다. 아직 미성년인 여고생과 어른인 과외선생과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내용인데 보통 연상되는 단아하고 풋풋한 사랑이야기가 아닌 지극히 현실적인 장면이 나온다. 현실이 적절히 가미된 탓에 결말의 슬픔도 그려려니 하는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17살 여고생에게 닥쳤다면 그 아이의 인생은 어떻게 뻗어나갈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스페이스맨'은 제일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었다. 성이 '우'씨고 이름이 '주인'인 한 청년이 한국 최초의 우주인 선발에 나서게 되는 과정을 그린 작품인데 뭔가 우울한듯한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설정 자체의 발랄함때문에 재미있게 읽었다. .SF단편을 썼던 지은이의 이력이 나타난 작품. 

'마이 퍼니 밸런타인'도 웃으면서 읽은 이야기다. 읽으면서 남자 주인공에게 든 생각은 '이 등신아!' 였다. 어리석은 여자의 모습도 보이지만 역시 멍청한 남자의 모습도 보인다. 요즘 남자들은 책 내용보다는 더 교활하게 일처리할텐데 하는 생각도 들고. 서울의 익숙한 지명이 나와서 현실감이 있었던 이야기. 

'온 더 댄스 플로어'는 세월이 빠름을 느끼게 했다. 요즘의 1년은 옛날의 10년과 맞먹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는거 같다. 아주 오래된 세월도 아닌데 정말 오래된것같은 DDR에 관한 추억을 끄집어낸 이야기. ddr에 관한 자세한 용어설명은 좀 사족같기도 하고. 아무리 군대에 있었다고 해도 세상이 바뀐걸 그렇게 모를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욕 좀 먹어도 싸다 싸. 

'흔적의 도시'는 책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슬프면서도 애매한 이야기였다. 배경은 미국이지만 국내에서도 심심치않게 볼수있는 일...개인적으로 성과 관련없이 다른 사람을 억지로 해하려는 그 행위 자체를 아주 증오하기에 그냥 그 부분을 읽는 것 자체로 짜증이 났다. 어떻게 전개가 될지 궁금했는데 극전개가 뭐가 미스터리하게 진행되는듯하더니만 끝이 난다. 밥먹는데 한숫가락만 먹은듯한 느낌? 좀 찜찜했다. 

'그랜드 센트럴의 연인'은 인연이란것에 대해서 생각해본 이야기다. 극중에 나오는 '공군 소위 존 블래퍼드와 메이넬의 이야기'는 뻔할 뻔자 유치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누구나 그런 로망을 갖고 있기에 긴 생명력으로 오랫동안 비슷하게 이야기되는것일터. 이 이야기도 그런 로망을 모티브로 삼은 작품인데 뭐 인연이란게 쉽게 그리 이루어지지는 않는다는 현실적인 면도 느끼게 했다. 

마지막 작품인 '골목길'도 어떻게 보면 나도 모르는 나의 '흠모자'가 어디에 있지 않을까하는 보통 사람들의 상상을 모티브로 삼은 글이 아닐까싶다. 자신도 모르게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 구조가 재미있었다. '사랑이라는 이데올로기에서 고백이 의미하는 것은 사랑의 시작이거나 사랑의 종말이다'라는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이런 종류의 단편집을 접해본적이 잘 없어서 뭔가 허전한 느낌도 들기도 한 책이다. 주로 장편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결말부분에서 답답함을 느끼게 될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이 아마 이 책의 지은이의 글쓰기 방식인거 같다. 뭔가 묘한 여운을 느끼게 하는 끝말이다. 호불호가 있겠지만 이색적인 서정집이다. 크게 부담되지 않게 편하게 읽을수 있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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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시대 1 - 봄.여름
로버트 매캐먼 지음, 김지현 옮김 / 검은숲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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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얼마전 참 오랫만에 연락이 된 고등학교 동기랑 전화통화를 했다. 졸업후 10년이 넘었지만 이미 우리는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서 티격태격 아이처럼 농담하면서 이야기 했었다. 둘다 밖에서는 사회적 지위도 있어서 어떨땐 근엄하게 보이기도 하는 신분이지만 힘들었던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한테는 그런 격식따윈 필요없었는 것이다. 하긴 자주 보는 초등학교 동창은 볼때마다 초딩처럼 장난도 치고 그런다. 어른이 되어서 만난 친구와는 결코 느낄수 없는 감정의 사이니 그럴것이다. 나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그런 경험이 있을듯. 

그런 어린시절에 대한 아련한 기억을 일깨워주는 책이 바로 '소년시대'이다. 책의 장르 구분이 미스터리, 환상소설쪽으로 되어있길래 고개를 갸우뚱하기도 했지만 이 책의 배경이 되는 시대야말로 마법같은 시절이라서 그것도 맞다는 생각도 들긴 든다. 책의 주인공인 '코리'의 어린 소년시절을 배경으로 삼은 내용인데 참으로 상상력이 풍부했던 시절이 아니겠는가. 공포 영화를 보고나서는 그것이 진짜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동네의 호수에는 괴물이 산다고 철썩같이 믿었던 순수의 시절...그 아름답고 아련한 시절이 배경이다. 

1960년대 미국 남부의 작은 마을 '제버'. 아버지의 우유배달일을 종종 돕는 주인공 코리는 천상 아이다. 부모님 말씀 잘 듣는 착한 아이이기도 하고 세상의 모든일에 호기심을 갖는 호기심쟁이이기도 하고 가끔 말썽도 피우는 전형적인 아이이다. 어느날 아버지와 우유배달을 하다가 동네 호수로 돌진한 차와 마주치게 된다. 차속의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 뛰어든 아버지. 하지만 그 사람은 이미 처참하게 살인당해서 수갑까지 채워진 상태였고 결국 시신을 구하지 못한다. 그 이후 아버지는 끔찍한 시신의 악몽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코리는 사건 현장에서 주운 녹색 깃털의 존재로 살인자가 가까운곳에 있는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빠져든다.  

살인사건이 일어나서 그것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미스터리가 아닐까 했지만 초반의 중요한 모티브로 작용하면서 수면아래로 숨어버리고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건들, 인물들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여전히 남아있던 흑인백인차별의 잔재들...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좀더 나은 방향으로의 발전등의 모습도 보인다.  

소년 코리에게는 살고 있는 마을이 작다곤 해도 바라보는 전체의 세상이다. 이 마을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다. 마을에는 착한 사람도 나쁜 사람도 다 살고 있다. 다행히 지혜로운 부모덕분에 코리는 세상을 균형있게 바라보는 연습을 할수 있다. 그리고 의리있고 착한 친구들의 존재 덕분에 밝은 마음을 가질수 있다. 

1인칭 소설이라서 좀 단조로운 면이 보일지도 모르지만 이 책의 흡입력을 돋보이게 하는것은 그 무엇보다도 주인공인 코리다. 부모의 유산과 그 스스로의 노력이 있겠지만 참으로 영혼이 맑은 아이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밝게 보고 사람은 누구나 착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에 상상력이 더 발달한거 같기도 하다. 이 소년의 매력덕분에 이야기가 더 사랑스러워지는거 같다. 

이야기는 4계절을 기준으로 봄,여름,가을,겨울을 거치면서 점점 성장하는 소년의 시선을 따라가고 있다. 어떻게 보면 점점 자라나는 성장소설이라고 할수 있겠다. 여러가지 에피소드별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사실은 그것이 따로 떨어진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다. 초반에 나왔던 살인사건도 결국 책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모티브로 작용하면서 결말까지 이어지게 된다. 그외에도 하나 하나의 에피소드에 나온 내용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조금씩 조금씩 성장하는 코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책은 2권짜리로 분량이 만만치 않다. 자극적이지도 시각적인 그런 내용도 아니다. 하지만 빨리 읽힌다. 뭐지? 뭐지? 하면서 술술 읽게 된다. 때로는 긴장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흐뭇하게 웃으면서 기분좋게 읽을수 있는 책이랄까. 최근에 읽은 책중에서 가장 편안하게 읽었을 정도다. 자신의 어린 시절을 다시 돌아보게 하는 책. 

여름이라서 책읽기가 어려운가? 그럼 이 책을 읽어보시라. 호수속 괴물, 별똥별, 백년을 넘게 사는 살아있는 마귀가 그 더위를 잠시 잊게 할것이다. 무엇보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내 아름답고 소중했던 어린 시절의 추억에 아련해질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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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아이 미스터리 나를 찾아가는 징검다리 소설 12
시본 도우드 지음, 부희령 옮김 / 생각과느낌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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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한 소설이다. 미스터리가 기본이긴 한데 뭔가 아련한...뭔가 조금씩 나아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소설이랄까. 그래서 제목에서 미스터리적인 성장소설이라고 했다. 미스터리적인 사건을 통해서 조금 더 성장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제목인 '런던 아이'는 대관람차라고 하는데 사실 뭘 말하는지 몰랐다. 비교적 최근에 생긴 영국 런던의 명물인데 자전거 바퀴 모양으로 된 구조물에 올라서 런던을 구경할수 있는 관람기구이다. 이 관람차에 타서 천천히 올라갔다가 내려오면서 런던 시내를 조망할수 있는 건데 꽤 괜찮은 관광 기구라는 생각이 든다. 바로 이 기구가 사건의 중심인 것이다. 

이야기 줄거리는 간단하다. 이 런던 아이의 관람차에 탔던 '살림'이라는 아이가 타고 나서 내릴때 존재가 사라진것이다. 탈땐 분명히 있었는데 내릴땐 없다라? 하늘로 사라졌나 땅으로 꺼졌나? 이 이해할수없는 사건을 풀어가는 것이 핵심인, 어떻게 보면 미스터리로서는 좀 심심한 이야기 구조이다. 

그런데 이 사건을 풀어가는 주인공은 아마 탐정 사상 가장 독특한 사람중에 한 사람일것이다. 사건의 실마리를 쫓는 탐정은 사라진 살림의 사촌인 '테드'다. 문제는 보통 평범한 아이가 아니란 것인데 이른바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알려져있는 '고기능성 자폐 스펙트럼 증후군'을 앓고 있는 발달 장애아란다. 병명이 참 길기도 하고 뜻을 알기도 아리송한데 한마디로 특정 분야에서 보통 사람보다 더 뛰어난 천재적인 능력을 갖고 있는 병이라고 한다. 반면에 보통 일상 생활에서 사람들과의 관계나 의사소통에는 지장이 있어서 사회성이 떨어지는 뭐 그런 병이란다. 

이 병에 걸린 테드는 친구라고 해봐야 부모님이랑 선생님뿐이라고 할만큼 외톨이신세다. 하지만 사건의 실체를 찾아가는 문제에서 이 병이 재능으로 발휘된다. 철저히 사실을 보는 그의 능력에 의해 미궁에 빠질뻔 했던 사건의 단서를 찾게 되는것이다. 

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을 해결하는 미스터리 형식이 기본 토대이긴 하지만 참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독특한 병에 걸린 테드가 이상하다고 하지만 사실은 테드를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이상한것이다. 그리고 이혼한 이모의 이야기, 살림과 관련된 인종차별, 집단 따돌림등의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하는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미스터리적인 성장소설이라는 제목을 썼듯이 이 책은 결국 성장소설이 아닐까 생각한다. 자신이 가진 큰 능력을 인식하지 못했던 테드가 이 사건을 통해서 부쩍 성장했고 그를 둘러싼 가족들도 더 큰 사랑으로 뭉쳐지는 계기가 되는것을 보면서 흐뭇한 느낌도 들었다.  

테드가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는 독특한 탐정으로 성장할 것인가? 이 책을 지은 작가의 작품을 더 보지 못해서 잘 모르겠지만 시리즈로 이어져도 좋을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장애란 생각하기에 따른것이지 실제로는 그냥 나와 조금 다른것이란것을 많은 사람들이 깨달았으면 하는 생각이다. 

이 책, 좋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고, 단순하지도 복잡하지도 않으면서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고 책장을 덮을때 왠지 모를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에게도 기분 좋아지게 하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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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의 아이들 (양장) - 히로세 다카시 반핵평화소설, 개역개정판
히로세 다카시 지음, 육후연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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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때 소련의 체르노빌이라는 곳에서 원전 사고가 일어났다는 말을 들었었다. 그때는 나이가 어려서 그것이 얼만큼 큰일인지도 몰랐고 당시 냉전하 공산국가였던 소련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정확한 정보를 얻는것도 불가능했다. 그냥 안좋은일이 일어났구나 하고 넘어갔었다. 우리와는 멀리 떨어진곳에서 일어난 아무 상관없는 일이려니 했을것이다. 

그런데 올해 일본에서 지진해일에 의한 원전사고가 일어났다. 지진에 의한 해일도 참 무시무시했지만 더 큰 문제가 그 여파로 원자력 발전소가 파괴된것이었다. 수십년전의 그 체르노빌 발전소 폭발사건이 바로 생각났다. 그런데 이번엔 먼 소련땅이 아니라 바로 우리 이웃나라 일본에서 일어난 일이다. 완전 발등에 불이 떨어진격이 아니겠는가. 

원전이 파괴되어 흘러나온 방사능이 대체 어디까지 어떻게 영향을 끼칠까를 예측조차할수도 없다는게 더 큰 공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숨쉬는 공기, 마시는 물, 먹는 음식들, 쓰는 공산품 모두가 방사능에서 자유로울수없다는 사실이 정말 소름을 끼치게 만든다. 

이 책은 체르노빌의 사건이 일어나고 그 거대한 소용돌이에 아무것도 모르고 죽어간 어린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어렸을때 방사능과 관련된 책을 읽어서 그 영향이랄까 그런것을 잘 기억이 안났는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방사능이 얼마나 무서운것인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아마 어쩌면 여기서 설명한 여러가지 증상들은 빙산의 일각이 아닐까. 눈앞에 보이는 것만 해도 끔찍한데 눈앞에 보이지 않고 우리 몸 속 깊숙한 곳에서 독버섯처럼 자랄 암적인 존재들에 대한 생각을 하면 더욱더 끔찍해진다. 

이 책은 체르노빌의 사건을 낱낱히 밝힌 르뽀가 아니다. 체르노빌의 아이들을 보면서 과연 핵이란것이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짧지만 강력한 메시지다. 소설 형식이지만 여기에 나온 아이들이 바로 우리가, 우리의 아이들이 될수도 있는것이다. 원자력이란것이 얼마나 큰 위험성을 갖고 있는지를 이 책을 보면 여실히 느낄수가 있다. 

사실 원자력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오랜 기간 그 안정성에 대해서 논란이 있어왔다. 점점 확대해왔던 우리나라와는 달리 선진국에서는 점차 축소하는 분위기였는데 최근에 유가급등등의 문제로 다시 확산하는 추세였기도 했다. 원자력이란것이 그 효율성면에서는 다른 에너지원보다 잇점이 있는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효율적인 에너지를 얻기위해서 치루어야할 댓가가 너무 크다는 것이 문제다. 원전을 짓는데도 돈이 많이 들지만 그 운영을 위해서도 적지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그 하나다.  

원자력 발전을 하면 필수적으로 나오게 되는 방사성 폐기물이 있는데 그것의 처리비용이 보통 큰게 아니다. 단순히 폐기물 매립지에 건물을 짓는게 아니라 그 매립지를 결정하기 위한 비용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최근에 수년간 끌어온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장으로 경주가 결정되었다. 참 우여곡절끝에 결정되었지만 여기는 말그대로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폐기물의 처리장인데 만일 '고준위' 폐기물의 처리장을 정해야한다면 누가 받아들일것인가. 일방적으로 정한다면 민란이 일어날 일일지도 모른다.  

원전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원자력 발전의 특성상 물을 많이 사용해야 하기에 해안지역에 짓는 경우가 많다는것이다. 그런데 그 결과가 바로 지난 일본에서 일어난 원전 사고다. 자연 재해에는 속수무책인것이다. 우리나라 원전도 동해안에 집중해서 건설되어있는데 일본 원전 사고를 생각하면 뒷골이 서늘해진다. 게다가 우리나라 원전은 내구연한을 지나서 계속해서 쓰고 있는 원전도 있다. 새로운 발전소를 만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그런거 같긴 하지만 이 얼마나 불안한가. 그리고 각종 발전 사고 소식에 더욱더 불안감을 떨칠수가 없다.  

원전이 다른 에너지원보다 안전하다고 하지만 그건 그냥 숫자놀음일뿐이다.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는 생각도 든다. 2만분의 1 확률이라고 하지만 그게 한번 사고가 터지면 그때는 나라 전체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러시아같은 땅떵이가 넓은 나라도 아닌 이 좁은 국토에서 대체 어디로 도망갈것인가. 그땐 그냥 소설속의 아이들처럼 이유도 모른채 죽어가지 않겠는가.  

그럼 이 위험하기짝이 없는 원전을 쓰지 않으면 안될까? 전력수요 자체를 줄일수는 없는것이 이미 사회 자체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구조로 바뀌었기에 화력이나 수력으로 에너지를 충당하기는 어렵다. 많은 부분을 원전으로 대체하고 있는 셈인데 과연 원전말고는 답이 없을까. 

지은이는 그렇지 않다고 답하고 있다. 일본만 해도 지금의 원전을 다 없애고 천연가스만 이용해도 충분히 에너지를 다 공급할수가 있다고 한다. 원전은 우리가 모르는 독점자본의 이익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하는데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수 없어서 아쉬웠다. 사실 다른 대체 에너지원에 대한 개발을 게을리한것은 맞다. 그거 손쉬운 방법만 계속 쓰고 있는것이다. 들어가는 여러 사회 경제적 비용을 생각하면 그리 싼것도 아닌데 효율성이 높은 싼 에너지원이라는 이유로 원전에만 의존하는 우리나라가 참 답답하다.  

당장 원전을 없앨수는 없을것이다. 하지만 왜 많은 나라들이 원전을 줄였는가에 대한 생각도 해봐야할때가 아닐까. 원전만능주의에서 벗어나서 무엇이 진실로 안전하고 좋은 에너지인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그 선상에서 결국 원자력 발전이란 것은 인간과 오래 갈수 없는 모델이란것에 생각이 미칠것이다. 

지은이인 '히로세 다카시'는 1인 대안 언론으로 유명하다. 제1권력이라는 책에서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검은 세력의 정체를 이미 오래전에 밝힌바있는 대단한 저널리스트이다. 그가 쓴 책이기에 더 큰 신뢰감이 들기도 한다. 

책은 짧다. 담담하면서도 사실적이고 극적이지도 않고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긴 내용의 이야기보다도 더 강렬하고 무서운 경고를 우리에게 보내고 있다. 체르노빌 사고가 일어났을때 소련 정부가 보인 그 모습에 분노하고 원전 사고의 끔찍함에 무서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결국 남는것은 '슬픔'이었다. 인간이 이렇게 무기력할수가 있을까를 느끼게 할만큼 그저 속수무책으로 당할수밖에 없었던 그 사실이 너무나 슬펐다.  

일본 원전 사고로 새삼 원전의 무서움에 대해서 느낀 가운데 이 책을 읽어서 그런지 몰라도 현실에 대해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었다. 너무 불안해 할 필요는 없지만 원자력 발전이란것이 인간에겐 결국 재앙으로 다가올수도 있다는 점은 분명히 인식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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