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수장룡의 날
이누이 로쿠로 지음, 김윤수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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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함. 책을 읽고 났을때의 느낌이다. 내가 책을 읽었나? 아니면 책속에 내가 있었나? 순간적으로 깜빡할 정도로 느낌이 묘했다. 어떻게 보면 그만큼 몰입도가 큰 책이라고나 할까. 

책 내용은 그리 복잡하지 않다. 만화가인 여주인공이 혼수상태로 계속 누워있는 남동생과 'SC인터페이스'라는 기계를 통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고 하는데 그 와중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그리고 밝혀지는 여러 진실들이 의식과 현실속을 오가면서 씨줄과 날줄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내용이다. 

언뜻 보면 그 특수한 기계를 통해서 동생이 주인공에게 어떤 '정보'를 줘서 사건을 해결한다 뭐 그런이야기 같았지만 전혀 아니다. 이 책에 나오는 'SC인터페이스'라는 기계 자체가 원래 있는것인지 아닌것인지 모를 정도로 현실과 의식을 혼란스럽게 하는 이야기다. 영화 '인셉션'에서 봤었던 꿈속의 꿈, 의식속의 현실 등이 주제라고 할수 있다.  

복잡한것 같지만 내용은 결국 하나다. 바로 여주인공인 만화가의 의식이다. 그녀가 어떤 생각을 하는가에 따라서 내용이 출렁거린것이다. 물론 그것을 깨닫게 되는것은 결말끝까지 가야 알게되지만. 

동기는 남동생의 자살이다. 자살 미수로 무의식 상태에 있지만 특수 기계를 통해서 이야기를 할수 있는 상태다. 그런데 왜 자살했을까? 그리고 동생이 하고자 하는 말은 무엇일까? 동생은 결국 살아날까? 등의 동기가 소설의 이끌어가는 동력이 된다.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몸부림이 묘한 긴장감과 호기심이 불러일으키게 된다. 과연 어떤 진실이 숨어있을까? 결론은 어떻게 진행될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결말을 향해 나아갈때 비로서 아! 하는 느낌이 들면서 뭔가 실타래처럼 얽혔던 진실들이 정리가 되기 시작한다. 복잡한 사건이 일어나는 미스터리적인 내용도 아니지만 묘한 분위기의 이야기 구조탓에 뭔가 불안하면서도 기대를 하게 되면서 집중력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책이었다. 

영화 '메트릭스'를 보면 비현실인걸 알면서도 그냥 그 비현실에 있고 싶어 하는 사람이 나온다. 현실이 너무 고달프니까 그냥 비현실속의 달콤한 상태에 있고 싶어하는 마음. 이 책에서 결국 여주인공도 현실을 부정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계속해서 다른 꿈을 꿀려고 한것은 아닐지. 

결말을 알고 반전을 통해서 진실을 알게되긴 했지만 왠지 시원한 느낌보다는 몽롱한 느낌이 들게 하면서 뭔가 의식속에서 꿈틀거림이 있게 했다고나 할까. 참 묘한 분위기의 책이었다. 기본적으로 참 잘 짜여진 줄거리 구조라고 생각이 든다. 미스터리면서도 의식소설 같기도 하고 살짝 지루할듯하면서도 묘한 집중력을 보여준 소설이랄까. 

책을 다 읽고 난뒤 멍하게 여운이 남은 책은 참 오랫만인거 같다. 서늘한 바람이 부는 이 가을에 읽어보면 괜찮을듯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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