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의 아이들 (양장) - 히로세 다카시 반핵평화소설, 개역개정판
히로세 다카시 지음, 육후연 옮김 / 프로메테우스 / 201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어렸을때 소련의 체르노빌이라는 곳에서 원전 사고가 일어났다는 말을 들었었다. 그때는 나이가 어려서 그것이 얼만큼 큰일인지도 몰랐고 당시 냉전하 공산국가였던 소련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정확한 정보를 얻는것도 불가능했다. 그냥 안좋은일이 일어났구나 하고 넘어갔었다. 우리와는 멀리 떨어진곳에서 일어난 아무 상관없는 일이려니 했을것이다. 

그런데 올해 일본에서 지진해일에 의한 원전사고가 일어났다. 지진에 의한 해일도 참 무시무시했지만 더 큰 문제가 그 여파로 원자력 발전소가 파괴된것이었다. 수십년전의 그 체르노빌 발전소 폭발사건이 바로 생각났다. 그런데 이번엔 먼 소련땅이 아니라 바로 우리 이웃나라 일본에서 일어난 일이다. 완전 발등에 불이 떨어진격이 아니겠는가. 

원전이 파괴되어 흘러나온 방사능이 대체 어디까지 어떻게 영향을 끼칠까를 예측조차할수도 없다는게 더 큰 공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숨쉬는 공기, 마시는 물, 먹는 음식들, 쓰는 공산품 모두가 방사능에서 자유로울수없다는 사실이 정말 소름을 끼치게 만든다. 

이 책은 체르노빌의 사건이 일어나고 그 거대한 소용돌이에 아무것도 모르고 죽어간 어린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어렸을때 방사능과 관련된 책을 읽어서 그 영향이랄까 그런것을 잘 기억이 안났는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방사능이 얼마나 무서운것인가 새삼 느끼게 되었다. 아마 어쩌면 여기서 설명한 여러가지 증상들은 빙산의 일각이 아닐까. 눈앞에 보이는 것만 해도 끔찍한데 눈앞에 보이지 않고 우리 몸 속 깊숙한 곳에서 독버섯처럼 자랄 암적인 존재들에 대한 생각을 하면 더욱더 끔찍해진다. 

이 책은 체르노빌의 사건을 낱낱히 밝힌 르뽀가 아니다. 체르노빌의 아이들을 보면서 과연 핵이란것이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짧지만 강력한 메시지다. 소설 형식이지만 여기에 나온 아이들이 바로 우리가, 우리의 아이들이 될수도 있는것이다. 원자력이란것이 얼마나 큰 위험성을 갖고 있는지를 이 책을 보면 여실히 느낄수가 있다. 

사실 원자력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오랜 기간 그 안정성에 대해서 논란이 있어왔다. 점점 확대해왔던 우리나라와는 달리 선진국에서는 점차 축소하는 분위기였는데 최근에 유가급등등의 문제로 다시 확산하는 추세였기도 했다. 원자력이란것이 그 효율성면에서는 다른 에너지원보다 잇점이 있는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효율적인 에너지를 얻기위해서 치루어야할 댓가가 너무 크다는 것이 문제다. 원전을 짓는데도 돈이 많이 들지만 그 운영을 위해서도 적지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그 하나다.  

원자력 발전을 하면 필수적으로 나오게 되는 방사성 폐기물이 있는데 그것의 처리비용이 보통 큰게 아니다. 단순히 폐기물 매립지에 건물을 짓는게 아니라 그 매립지를 결정하기 위한 비용이 엄청나다는 것이다. 최근에 수년간 끌어온 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장으로 경주가 결정되었다. 참 우여곡절끝에 결정되었지만 여기는 말그대로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폐기물의 처리장인데 만일 '고준위' 폐기물의 처리장을 정해야한다면 누가 받아들일것인가. 일방적으로 정한다면 민란이 일어날 일일지도 모른다.  

원전의 또 하나의 문제점은 원자력 발전의 특성상 물을 많이 사용해야 하기에 해안지역에 짓는 경우가 많다는것이다. 그런데 그 결과가 바로 지난 일본에서 일어난 원전 사고다. 자연 재해에는 속수무책인것이다. 우리나라 원전도 동해안에 집중해서 건설되어있는데 일본 원전 사고를 생각하면 뒷골이 서늘해진다. 게다가 우리나라 원전은 내구연한을 지나서 계속해서 쓰고 있는 원전도 있다. 새로운 발전소를 만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 그런거 같긴 하지만 이 얼마나 불안한가. 그리고 각종 발전 사고 소식에 더욱더 불안감을 떨칠수가 없다.  

원전이 다른 에너지원보다 안전하다고 하지만 그건 그냥 숫자놀음일뿐이다.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는 생각도 든다. 2만분의 1 확률이라고 하지만 그게 한번 사고가 터지면 그때는 나라 전체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러시아같은 땅떵이가 넓은 나라도 아닌 이 좁은 국토에서 대체 어디로 도망갈것인가. 그땐 그냥 소설속의 아이들처럼 이유도 모른채 죽어가지 않겠는가.  

그럼 이 위험하기짝이 없는 원전을 쓰지 않으면 안될까? 전력수요 자체를 줄일수는 없는것이 이미 사회 자체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구조로 바뀌었기에 화력이나 수력으로 에너지를 충당하기는 어렵다. 많은 부분을 원전으로 대체하고 있는 셈인데 과연 원전말고는 답이 없을까. 

지은이는 그렇지 않다고 답하고 있다. 일본만 해도 지금의 원전을 다 없애고 천연가스만 이용해도 충분히 에너지를 다 공급할수가 있다고 한다. 원전은 우리가 모르는 독점자본의 이익을 위해서 존재한다고 하는데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수 없어서 아쉬웠다. 사실 다른 대체 에너지원에 대한 개발을 게을리한것은 맞다. 그거 손쉬운 방법만 계속 쓰고 있는것이다. 들어가는 여러 사회 경제적 비용을 생각하면 그리 싼것도 아닌데 효율성이 높은 싼 에너지원이라는 이유로 원전에만 의존하는 우리나라가 참 답답하다.  

당장 원전을 없앨수는 없을것이다. 하지만 왜 많은 나라들이 원전을 줄였는가에 대한 생각도 해봐야할때가 아닐까. 원전만능주의에서 벗어나서 무엇이 진실로 안전하고 좋은 에너지인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그 선상에서 결국 원자력 발전이란 것은 인간과 오래 갈수 없는 모델이란것에 생각이 미칠것이다. 

지은이인 '히로세 다카시'는 1인 대안 언론으로 유명하다. 제1권력이라는 책에서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검은 세력의 정체를 이미 오래전에 밝힌바있는 대단한 저널리스트이다. 그가 쓴 책이기에 더 큰 신뢰감이 들기도 한다. 

책은 짧다. 담담하면서도 사실적이고 극적이지도 않고 그대로를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긴 내용의 이야기보다도 더 강렬하고 무서운 경고를 우리에게 보내고 있다. 체르노빌 사고가 일어났을때 소련 정부가 보인 그 모습에 분노하고 원전 사고의 끔찍함에 무서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결국 남는것은 '슬픔'이었다. 인간이 이렇게 무기력할수가 있을까를 느끼게 할만큼 그저 속수무책으로 당할수밖에 없었던 그 사실이 너무나 슬펐다.  

일본 원전 사고로 새삼 원전의 무서움에 대해서 느낀 가운데 이 책을 읽어서 그런지 몰라도 현실에 대해서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책이었다. 너무 불안해 할 필요는 없지만 원자력 발전이란것이 인간에겐 결국 재앙으로 다가올수도 있다는 점은 분명히 인식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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