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지성사에서 펴낸 김혜순의 시집

또 다른 별에서 (1981)
나의 우파니샤드, 서울 (1994)
우리들의 음화 (1995)
불쌍한 사랑 기계 (1997)
달력 공장 공장장님 보세요 (2000)
한 잔의 붉은 거울 (2004)
당신의 첫(2008)
슬픔치약 거울크림(2011)

自序


가슴과 함께 뇌가 작동을 시작한 시한폭탄처럼 폭발하려고 한다. 그러나 거울을 보면언제나 같은 얼굴, 같은 표정, 같은 水面.

이 시집의 시들은 첫 시집 이후의 시들을간추려 모은 것이다. 또, 시집을 내주고, 만들어주는 분들께 감사드린다.

진정코 한번 멋들어지게 폭발하고 싶다.
그래서 이 껍질을 벗고 한줌의 영혼만으로
저 공중 드높이..…....

1985년 여름
김혜순

기어다니는 나비


음악이 피리 구멍에서 나오듯
느타리버섯이 진창에서 벗어나오듯

어두운 자궁 속에서 고고의 힘찬 울음이 터져나오듯
쓰러진 육체의 구멍 속에서부터 고통에 찬 영혼이 벗어나오듯

그렇게 무거운 살을 털어버리며
영겁의 기억의 무게를 벗으며
터져나오려는
수천의 무지개빛 종소리를 틀어쥐고
고치를 벗어나 더듬이를 세우고
형형색색의 날개를 펴 마악,
저 푸른 하늘로 투신하려 할 때
갑자기 스러지듯 드러눕는
무심한 번개 한 자락
내 두 날개를 짓뭉개버렸지 - P11

전염병자들아
- 숨차게


푸르게, 시리게, 촉, 수, 만, 켜들고, 달려, 가라, 달려, 가라, 전신을, 파, 먹는, 구, 더, 기, 들에겐, 전신을, 주고, 다리, 사러, 온, 사람에겐, 다리, 팔고, 신나게, 경매를 외쳐라. 토하고, 싸고, 흘리며, 모두, 모오두, 나눠, 줘라, 네, 심지를, 꺼내 보여라. 뛰어라. 앓는, 몸아, 너를, 부르거든, 큰, 소리로, 살아있다살아있다, 외쳐, 대라. 도착하진, 말고, 떠, 나, 기만, 하, 거, 라. 주사, 바늘들이, 빠져, 달아나고, 희디흰,침대, 가, 다, 부서지도록,피똥이,튀고, 토, 사물과, 악취가, 하늘, 높이, 날리도록, 달리기만 하거라. 생명이, 나갔다가들어오고, 출발했다가도착하며, 생, 명, 을, 부렸다가다시, 지고, 또, 다, 시, 달려, 나가는, 않는, 몸아! 저기, 저기, 쳐다봐라, 유화, 물감으로, 그려진, 행복이, 액자,
속에 담겨 있고, 이제, 막, 기쁨의, 사, 카, 린, 이, 강, 물, 처, 럼, 네, 피, 속으로 들어가고 있구나, 누군가, 살아있냐 묻거든, 머리를, 깨부수고, 촉, 수, 를, 보여, 줘, 라.










! - P14

사연


너는 하나의 단어가 되었다
욕설과 증오가 반죽이 된
하나의 찬란한 이름이 되었다
오늘밤 나는 그 이름에게
더러운 옷을 입히고 두 손목을
포승줄로 꽝꽝 결박지어
이 거리 저 거리로 이랴이랴 몰고 다닌다

나도 스무 살박이 하나의 단어가 되었다
나를 향해 서러운 단어들이
기억의 숲 깊은 곳에서 몰려나왔다
그리고 어느덧 서글픈 문장들이 나를 둘러쌌다
가슴에 피멍든 사랑을 품고
거렁뱅이가 된 나는 하나의 이름이 되었다 오늘밤 나는 그 이름의 머리에 꽃 하나 꽂아주었다
더러운 처녀에게 비웃음 나는 향수도
토닥토닥 뿌려주었다

오늘밤 늙은 우리는 한 장의 종이 조각이 되었다
때묻은 기억일랑 세월로 짓뭉개버린 - P18

한 장 종이에 박힌 못난 두 얼굴이 되었다
밤새껏 구겨쥐었다 다시 펴보는
냄새 나는 사연이 되었다
늙은 얼굴에 비명을 감추고
한껏 웃어보려고 입술을 비틀며
시궁창 같은 사연에 가슴 설레는
낯선 두 남녀가 되었다 - P19

日沒


노을 속에 머리칼을 처박고
서 있다보면,
나의 발부터 야금야금 먹어치우는
밤의 정체를 숨죽여 바라보다보면,
긴 행렬을 짓고
개울을 가로질러 가는
물새떼들을 보다보면
뒤따라 슬픔이 자르듯이
가슴에 새겨지는 것을 보다보면,
얼굴엔 눈물이
생선 비늘처럼 꽂히는 것을
강물에 비춰보다보면,
나무들이 이리저리 돌아서고
들판이 한없이 접히는 것을 어지러워하다보면,
느닷없이
플래시를 터뜨리듯
내 뺨에 철썩 처얼썩 떨어지는
그의 손바닥을 보다보면
내 얼굴에서 강둑에 떨어져 번득이는
비늘을 보다보면, 내 눈알을 쏘아보다보면 - P20

비상 먹은 달이
팽팽하게 떠올라오지 - P21

비명


겨울 산 나무들은
비명을 질러댄다
머리를 땅에 처박고
긴 목으로 일렁이며
가랑이를 공중에 쫙 벌린 채
거꾸로 선 나무들은
비명을 질러댄다
입으로 흙이 들어가서
위장이 꽉 막히도록
놀란 머리카락들이
땅속에서 철사줄처럼
팽팽해지도록
비명을 질러댄다
겨울 산에 가보라
겨울 나무들이 벗은 살에
매운 매를 맞으며
땅속에 얼굴을 파묻은 채
막힌 비명을
질러대는 것이 보이리라 - P23

추운 겨울 밤이 오면
산의 나무들은 더욱 큰
비명을 질러댄다
아무도 모르게 죽은
사람들의 머리채와
거꾸로 선 나무들의
머리채가 서로 맞닿아
질긴 매듭이 지워지고
더욱 큰 비명들이 터져나온다.
추운 겨울 밤
산 나무들은 더욱 큰 소리를 질러 삼킨다
두 가랑이를 휘저으며
그 아래 열 손가락을
부챗살처럼 펴고 펄렁이며
겨울 밤 나무들은
꽉 매인 가슴을 쥐어뜯고 울부짖는다
겨울 밤 산에 올라보라
거기 내가 네 발 아래
물구나무서서
차가운 별빛 같은 매를 맞으며 - P24

매서운 바람 같은 두 손바닥의 질타를
참고 있는 것이 보이리라
언 땅속에서 눈물을 비비고
막힌 사연을 품고
공포에 떨며떨며
비명만 질러대고
있는 것이 보이리라 - P25




나에게 찬물을 끼얹고는
두 주먹으로 가슴을 움켜들고 다니다가,
홍두깨로 사지를 좌악 밀어놓고는
아스팔트 위에 내동댕이도 쳐보다가,
그 위로 버스도 구르고, 탱크도 구르게
하다가, 또 싫증나면
밀가루 같은 것을 솔솔 뿌려
얼굴도 토닥거려주다가,
시퍼런 칼을 들고 나타나서는
머릿속을 쫑쫑 누비고 다니다가도
끓는 물 속에 풀썩 팽개쳐버리는,
하얗게 세어버린 내 머리카락을
물 속에 흔들어 건진 다음
양념에 무쳐 맛있게도 냠냠 칼국수를
말아먹는,
여름 한낮의

너. -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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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질문이기에,
이 책을 완성한 건 내가 아니다.
김혜순

저는 그해에도 사직서를 냈다가 다시 안식 학기를 보내고있었어요. 수업이 없고 여유 시간이 생겨 제가 도맡아 엄마를 모시고 앰뷸런스를 불러 타고 병원과 호스피스를 전전했습니다. 결국 엄마의 임종을 맞이하고, 엄마 집을 정리하는 일까지 했지요. 그 와중에 시를 적었습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어서 적은 것들입니다. 그 이후에는 시가 떠올라도 거의 적지 않고 있어요. 후배 시인의 조언대로 시와 멀어져야 할까요? 『죽음의 자서전』부터『날개 환상통』을 거쳐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에 이르기까지 저는 참 많이도 죽음 사건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그래서 죽음 3부작이 되었지요. 시인이란 존재는본래 죽음에의 선험적 직관을 표출하는 존재이지만, 그래서 내내 자신의 끝을 미리 살아내는 존재이지만, 이 시기에는 제 자신이 죽음으로서의 저를 좀 더 느낀 건 아닌가생각되기도 합니다. 저는 죽음 사건으로 비탄에 빠진 사람들의 연대와 죽음에의 선험적 직관 사이에서 헤매고 있었습니다. 이 시들을 쓰면서 저는 죽은 후의 ‘나‘는 ‘단수"
가 아니라 ‘복수‘라는 시적 경험을 하게 되었지요. 그러자복수의 화자가 말을 하는 시끄러운 시들이 폭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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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매들이여, 딸들이여, 친구들이여
-목소리를 찾기를.


-라이베리아 대통령 엘렌 존슨 설리
아프리카에서 민주적으로 당선된 첫 여성 대통령, 노벨상 수상 소감,
2011년 12월 오슬로

학대가 없다면 당연히 치유가 필요없지 않을까? 치유는 필수조건임이 분명하지만 성매매 여성은 치유를 위해 더많은 혼란과 복합성 속에서 탐색해 나가야만 한다. 사회는 성매매 본질을 그릇되게 단정해버려 성매매 경험 당사자들이 앞으로 나아가고 그 경험을 넘어서려는 노력을 심각하게 방해한다. 돈은 성학대를 정당화하고 침묵하게 할 뿐 아니라 모호하게 하는 데도 무자비하게 효과적이다. 성매매여성의 피해자성 자체가 모호함 속에서 흐려지고 덮인 상태에서, 피해자 자격이 있다고 이해하는 데 첫번째 장애물이 있을 때 치유가 얼마나 더 어려울까?
- P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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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피닷 2024-01-01 0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성매매가 보편화된다면 성매매 내에서 일어나는 비정상적인 교류와 태도 또한 모두 보편화되어야 하지만 사람들을 이렇게 대우하는 현실은 정상적이지 않다. 그러므로성매매를 보편화하려는 시도는 비정상을 정상화하려는 시도이고, 이 비정상적인 교류 방식은 인간 고통을 야기하므로 비도덕성을 인정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성매매의 정상화 전략들을 먼저 인식하고 이해하여야만 거부할 수 있다. 이 전략들은 집단적 정신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 마치 현명하게 나이 든 개인처럼 성매매는 빈번히 ‘가장 오래된 직업‘으로 불리고, 그 적법함이 세월에 의해 수여된다.
성매매 경험을 ‘성노동‘으로 눈가림하려는 전략과 같고, 둘 다 같은 목적을 공유하니 같은 맥락이다. 이 묘사 뒤에는 분명히 고의적인 의도가 있다. 성매매를 품위와 결합시키려는 의도이고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부끄럽지 않아야 용인할 만하기 때문이다. - P347

어떤 이들은 성매매 여성들을 성소수자로 표현하기 위해 성매매 여성을 동성애 그룹에 포함시키려고도 시도했다. 성매매는 성적 지향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점에서 이시도는 잘못됐다. 그렇게 묘사하려는 시도는 마치 이 세상에서 좀 더 부유한 곳에 사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 옷을 짓는 개발도상국가에 사는 빈곤한 사람이 마치 성을 표현하는 활동을 한다는 제안과도 흡사하다.
이 전략은 도덕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그릇된 전제에 기대어 성매매와 관련한 생각에 영향을 미치려고 하며, 성소 - P347

수자들의 적법한 권리를 합당하게 주장할 수 없는 성매매가 그럴 권리가 있는 것처럼 상정하면서 성매매와 관계된정치적 풍토를 바꾸려 한다. 극단적으로 찬성매매 단체들은 이 개념을 신속히 받아들이고 그 허구를 이용해 성소수자 축제에서 행진까지 했다! 그 행진이 환영받은 게 놀랍다. 성소수자 커뮤니티가 자신들이 이용된다는 사실을 알수 없다니 놀랍다. - P348

성매매를 보편화시키려고 공모하는 모든 시도들 속에서 성매매 경험을 재구성하려는 시도가 보이는데 이를 극명하게 나타내는 예를 하나 살펴볼만하다. 전 세계 성소수자 축제에서 행진하는 성매매 옹호론자들은 현재 성소수자그룹에 주어진 합법적인 권리와 시민권이 자신들에게 옮겨갈 거라는 희망과 의도를 품은 채 고의적이고 계획적인 연대를 한다는 사실을 나도 그들도 잘 알고 있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자면 성매매 지지 활동을 하는 이들이 성소수자 권리에 동승하고 있다. 이런 활동들이 너무나도 명백하게 부적격하다는 사실을 성매매의 진실을 아는사람들과 성매매에 대해서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인지해서 다행이다. 우리 성매매 여성들은 성소수자로 우리 자신을 인식하지 않았을 뿐더러 그런 생각조차 들지 않았었다는 사실을 독자들에게 전적으로 장담할 수 있다. - P348

탈성매매가 득의만면하게 기쁘고 즐거운 팡파르로 반겨질 거라고 예상한다면 모든 경우가 다 그렇지 않다고 할수는 없지만, 나의 경우는 확실히 아니었다. 성매매를 벗어나자 성매매를 살아내던 삶에서 그것으로 인해 휘청거리는 매일을 살게 되었다. 성매매를 견뎌내던 삶에서 면밀히검토하는 삶으로 바뀌었다. 그 삶 각각에는 나름의 고통이있지만 바뀐 삶에서는 분열되는 느낌과 새로운 씨름을 해야 했다. 예를 들어, 현재의 나와 8년 전 엄마 집을 걸어 나왔던 열네 살짜리 소녀 사이의 유효한 연결고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그 아이는 누구였을까? 나는 누구였을까? 그 소녀와 나 사이의 거리를 잇는 단 한 가지가 수 많은 것들 중에서 썩고 악취 나는 경험이고, 그 경험이 소녀를 빚어냈을때 대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연결 지을 수 있을까? 성장이 아니었다. 내 자신을 한참 벗어나 자라고 있었다. 나를성매매에서 살아남게 도와준 나의 장점들과 열네 살 자신이 지녔던 기본적인 요소들이 여전히 남아 있으며, 내 안에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 P351

마음이 다른 차원에서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을 상상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그리고실현할 수 있으리라 상상할 수 없어 이전에는 적어도 드러내고 원할 엄두를 내지도 못하던 일들을 원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타자를 치는 지를 가장 먼저 배우고 싶었다.
열여섯 살에 체포되었을 때 아동 법원의 명령으로 더블린 남쪽에 있는 기술학교에 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때 워드프로세서를 알게 되었다. 수주 안에 기술학교에서 옮겨졌고 머지않아 거리 성매매로 돌아가게 되었지만 워드프로세서에 대해서는 결코 잊지 않았다. 화면에서 글씨들이 조작되는 모습을 놀라 쳐다봤고 매혹적인 발명을 알게 됐다고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생각도 처리할 수 있는 방식으로보였다. 글쓰기를 갈무리할 완벽한 방법으로 보였다. - P355

언제나 글을 썼다. 10대에는 종잇조각들, 상자, 맥주 받침 뒤에다 끄적거리곤 했다. 공책, 책 앞뒤에 붙은 백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곳에서 급하게 찢어 낱낱이 흐트러진 종이 쪽지들로 가방이 꽉 차곤 했다. 영수증은 모두 펼쳐서, 납작하게 눌러 뒷면에 반 정도만 알아볼 만한 낙서로 뒤덮었다. 한번은 여성 경찰관에게 붙잡혔는데 그 경찰관이 내시와 운문 들을 읽는 부끄러움을 참아야 했는데, 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이거 네가 쓴 거니?"라고 물었다. 수치가 증발했다. 비웃을 거라 짐작했다. 대신 그 경찰관이 감동해나도 감동받았다. 내가 살던 삶이 내게 적합하지 않음을 누군가 생각해줬다는 사실을 알아서 좋았다. - P355

그다음해 봄까지 미래에 하고 싶은 일을 결정했고, 더블린시티대학의 저널리즘 과정을 신청했다. 결코 작은 일이 아니었다. 그 대학을 처음 걸어 들어갈 때 느꼈던 두려움을 설명할 수 있는 적절한 단어의 조합이나 말은 없다.
면접을 보려고 갔을 때, 나는 미지 속으로 걸어들어갔다.
내게 맞지 않거나 나를 인정하지 않는 틀에 스스로를 끼워넣는 시도를 하고 있었고 혹 맞았다 하더라도 그곳에 속하지 못하는 그 어떤 것으로 스스로를 인식했으면서도 한편으론 내가 그곳에 있어야만 한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에그럴 테면 그러라지 내 네모난 자신을 동그라미에 끼워 넣을 테다라고 생각했다. 내 자신을 위해 새로운 삶, 새로운존재를 얻으려고 세상과 관계 맺는 새로운 방법 그리고 처음으로 내가 기대하는 용어로 세상이 나와 다시 관계 맺도 - P357

성매매 경험 당사자가 사회에 통합되는 일만이 어려운건 아니다. 더 크고, 더 중요하고 더 어려운 일이 있다. 성매매 경험 당사자는 자기자신과의 통합 또한 배워야만 한다. 섹스가 첫 번째 장애물이고 바로 다음과 같은 문제가있다. 우리 여성들은 수많은 성매매를 통해 정신적으로, 감정적으로 스스로를 성행위에서 분리하는 방법을 배웠다.
느낌과 우리 자신을 단절하는 데 너무 익숙해져서 벨트를푸는 행위와 같이 성매매를 표상할 만한 작은 행위에도 파블로프 실험의 개처럼 느낌을 멈추고 차단하게 된다. 보통의 삶을 살려는 희망을 붙잡는다면 이런 반응을 되돌릴 수있다고 여겨야 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한가지 요소가 있다. 성매매 경험이 있는 여성과 파트너 사이의 깊은 신뢰관계이다. - P361

거리에서 개발 허가 공지 사항을 읽으며서 있었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내가 몸을 돌렸을 때 한 남자맞은편 길을 걸으며 나를 보는 모습을 보았다. 즉각적으아마도 이 글을 쓰는 중이어서 였겠지만)이 곳이 아닌다른 곳에 이렇게 서 있었더라면 그 남자는 나를 성매매 여것이라고 추측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은 보통거리에 서 있으면 엄청난 사생활, 익명의 사생활이 주어진다. 그 반대 상황을 경험하지 않고는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탈성매매 인생에서 긍정적인 부분중 하나이다. 이새로운 현실, 내가 단순히 여성으로 인식된다는 이 고요하고새로운 이해, 몸을 파는 여자나 천박한 여자 혹은 문란하다고 도덕적으로 낙인이 찍혔거나 더러운 여자가 아니라 그냥 여자 말이다. - P365

아무런 수식어가 붙지 않은 여성으로서 여겨지는 느낌을 알기 전에도 이미 수년 동안 여성이었다. 하지만 마침내이제 나와 비성매매 여성으로서 나의 새로운 정체성이 머뭇거리며 만나 친밀하게 연결되는 새로운 현실을 경험한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 느낌은 차분하고 평화로운 질감을가진다.
이 느낌을 꼭 붙든 채 더 쌓아나가고 싶고, 내 자신에대해 생각할 때 언제나 이렇게 더 가깝게 다가가 성매매 경험을 들여다보면서 그 경험을 그저 응시하는데 머물지 않고 현재의 나로부터 이전의 나를 풀어줄 수 있는 때가 오기를 바란다. - P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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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걸 넘어 탈성매매를 하더라도 주도권의 결핍은 끝나지 않는다. 나의 경우, 14년이나 지난 지금도 가명을쓰지 않고서는 원하는 대로 공개적인 발언을 할 수 없다고 느껴져 부족해진 나의 주도권과 씨름해야만 했다. 결정을 내리는데 든 고민들은 내가 선택하거나 통제할 수 없었던 부정적 인식에 강하게 영향을 받았다. 결국엔 올바른 선택을 했고, 내 이름으로 이 책을 집필하길 결정해서 기쁘다.
P- 261

성매매 여성들이 사회에서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데, 사회는 어떻게 법이 그 여성들을 구속할 거라고 기대할 수있을까? 사회에서 성매매 여성을 취급하는 방식과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성매매 여성이 사회와 관계하는 방식은 무척이나 얽히고설켜 있다. 성매매 여성들은 사회의 공적 구조에서 실격되고 배제되어 사회가 통제할 수 있는 소관 저밖에 존재할 때까지 스스로 더 멀리 퇴거하게끔 부추겨진다. 예외적인 하나의 경우는 여성들을 처벌하려고 공권력이 개입할 때이다. 우리는 법적으로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면서 불공평하게 대우받았다.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주도권이 없다는 사실과 더불어 그런 건 기대도 하지 말아야한다는 사실을 재빨리 배웠다. - P259

성매매 여성의 주도권 상실은 성매매 유입 기간 동안만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실제로 성매매 여성은 인간 관계를 포함한 인생의 여러 측면에서 일어나는 경험을 비성매매 여성이 당연하게 경험하는 방식으로 그려낼 수 없다. 성매매에서 벗어나기 매우 어려운 탓에 미래를 주체적으로 견인할 힘이 무척이나 축소되어 있고, 과거 경험에서 비롯된 여파나 자신의 성매매 경험을 아는 모든 사람들의 왜곡되고 부정적인 시각에 대한 통제력도 전혀 없다. 성매매 여성이 성적으로 사회악의 중심이라는 끊임없는 비난에 대한 통제력도 없다. 이렇게나 총체적이고 전반적으로 존중받지못하는 삶의 방식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당연히 숨기는데도 대중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통제력은 없다. 그녀가 속한 삶의 영역에 있는 여성들을 향한 판단과경멸로부터 피할 수 없고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기만적 은폐이다.
이 모든 걸 넘어 탈성매매를 하더라도 주도권의 결핍은 끝나지 않는다. 나의 경우, 14년이나 지난 지금도 가명을쓰지 않고서는 원하는 대로 공개적인 발언을 할 수 없다고 느껴져 부족해진 나의 주도권과 씨름해야만 했다. 결정을 내리는데 든 고민들은 내가 선택하거나 통제할 수 없었던 부정적 인식에 강하게 영향을 받았다. 결국엔 올바른 선택을 했고, 내 이름으로 이 책을 집필하길 결정해서 기쁘다. - P261

성매매 여성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환상에 내 자신이 공모했다는 사실에 오랫동안 창피하고 화가 났지만 더 이상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적어도 그러지 않으려 노력한다. 감정을 왜곡하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진실을 숨겼던 이유를 이해하고 나자신을 용서해야 한다. 성적인 학대는 수치심을 불러일으킨다. 보편적으로 인정된 사실이다.
혼자 수치스러워하는 건 괴롭다. 공개적으로 수치스러워하는 건 고통스럽다. 주도권이 있는 척하면서 이런 수치스러운 감정들을 숨기고 누그러뜨린다. 성매매 여성들이 주도권을 가진 체하는 주된 목적은 공공연히 당하는 수치를 없던 일처럼 만들려고 함이다. 이렇게 하는 많은 성매매 여성들의 입장을 백분 이해하지만 성매매가 그 진정한 본질에 부합되려면 쓰디쓴 진실은 폭로될 필요가 있다. 성매매는주도권의 부재로 정의된다. - P263

성매매 경험을 반추할 때 가장 먼저 드는 느낌은 그야말로 상실이다. 순수함, 시간, 기회, 신뢰, 품위를 상실한첫 자신과의 연결고리를 잃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진다. 더나열할 수 있지만 주된 요소는 늘 상실이다. 잃어버린 자아가치감과의 싸움은 영원히 계속된다. 탈성매매 하면서 당장 마법처럼 성매매 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다. 자신을되찾는 작업을 시작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예전의 자신이대체 얼마나 남아 있을까? 그리고 이제 영원히 바뀌어버린내가 그걸 확인할 자질이 있는 걸까?
성매매가 정신적, 감정적으로 아수라장을 만들고 난 후에 남아 있는 내 자신을 모두 확인할 수는 없지만 나와 다른 여성들 모두를 위해 성매매 경험을 해부하는 이 책은 성매매를 거부하는 내면 저 깊은 곳에서부터 비롯된다. 글을쓰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이든지 간에 성매매가 파괴하지못한 그 무엇이라는 걸 안다. 과연 얼마나 남아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의 노력을 할 수 있을 만큼은 남아 있어서 기쁘다. - P275

구매자들은 그들이 찾는 것 외에는 일부러 눈을 감고 모른 체했지만 사회 전반적으로는 어떤가? 성매매 영역 밖에 존재하는 사람들은 어떤가? 왜 사람들은 성매매 여성에게 그토록 초점을 두는가? 성매매에서 여성들이 가장 눈에 띄는 참여자라고 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왜 여성 참여자들이 가장 많이 기록되고, 주목받고, 논의가 많이 되는 참여자인지 질문을 던져봐야만 한다.
사람들이 성매매를 신기해하는 이유는 바로 자신을 성매매하는 행위가 인간에게 본질적으로 너무 생경하기 때문이겠지만 여성에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은 모든 성매매 행위가 교환이라는 점을 간과한다. 그 교환은 서비스가 되어버린 행위에 지불하는 현금이다. 판매자의 성별이 그 산업의 젠더 정체성을 좌지우지하는 산업 분야가 있던가? 주로 그리고 거의 독점적으로 여성에게 초점을 맞추면 성매매가존속하는 직접적 연관과 책임이 압도적으로 남성에게 있다는 사실이 사라진다. 스톡홀름 경찰 성매매 담당 경감 사이몬 해그스트롬은 2012년 10월 더블린에서 열린 정부 회의 - P295

에서 6백 명 넘게 체포한 성구매자들 중 여성은 단 한 명도없었다고 언급했다. 성매매를 열렬하게 지지하는 사람들은남성과 트랜스젠더인 사람들이 성매매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그렇다. 하지만 누가 그들을 구매하는가?
성매매 수요에는 젠더가 있고, 그 젠더는 남성이다.
성매매에 대한 어떤 신화들은 허무맹랑하게 비논리적이고 어떤 말들은 그저 터무니없다. 어떤 구매자들은 섹스를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게 아니라 성산업을 떠나라고 돈을지불한다고 표현한다 마치 성매매 여성이 그 문을 나가기위해 격려가 필요하다는 듯이 말이다!
이런 태도는 여성 전체를 폄하하는데, 여성들이 제공해야 하는 건 섹슈얼리티뿐이라고 역력하게 표명한다. ‘이런삶의 층위에 있는 여성들은 다른 여성에게는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경멸하며 대할 수 있어‘라는말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 P296

부패한 것은 성매매 그 자체인데, 여성들은 성매매 안에서 자신의 몸뿐 아니라 인격에 가해진 학대의 부패함을 짊어져야 한다. 자신을 성매매하는 행위는 여성의 본질과는 아무 상관이 없고 여성이 처한 환경과 관련이 있으므로성매매 여성에 대한 그릇된 묘사는 그저 비방이고 불의이다.
들어본 중에서 가장 어처구니없는 찬성매매 주장 중 마지막 하나는 오로지 성매매에서만 남성과 비교해 여성에게 돈이 더 많이 지불되기 때문에, 성평등이 이뤄졌을 뿐 아니라 초과 달성한 영역이라는 말이다. 이 말도 안 되는 주장은 상대적으로 성매매에서 비용이 높은 이유를 간과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여성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매매는 남성이 여성을 동등한 경제 주체로 대하는 어떤 마법 같은 삶의 무대가 아니다. 다른 여성들이 하루나 일주일 만에 받을 돈을 성매매 여성들이 한 시간 만에 받는이유는 여성들 자신이 인간 자위 도구로 이용되는 사실을 허용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높은 수입은 성평등을 반영하지 않는다. 그건 돈을 버는 어려움을 반영한다. - P308

강제되었다면 적어도 그 사실에 자위할 수 있을 텐데말이다. 죄책감이나 책임감에서 자유로운 피해자의 결백한 마음가짐에, ‘다른 길을 찾을 수 없었니?‘라는 내면에서 속삭이는 목소리도, 마음속에 깜박이며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는 질문도 없이 말이다. ‘글쎄, 아무도 네게 강요하지 않았잖아!"라고 감히 말하는 누군가에게 나는 짧게 쏘아붙일 수있긴 했지만(감히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인신매매된 여성은 ‘음, 사실 누군가가 제게 강요했어요‘라고 말할 수 있다―그녀의 맞대응은 외부를 향할 수 있고, 자신의 내면보다는 외부에서 대답을 찾을 수 있다.
아무에게도 강요받지 않은 나와 같은 여성들은 우리의 목소리를 찾아 누군가 강요하지 않았다는 그 말이 아무것도 우리를 강요하지 않은 건 아니라는 사실을 주장할 필요가 있다. 강압적인 상황에서 지구상 가장 강력한 강제성은 무형으로 존재하는데, 강제의 존재를 인식하기 위해서 주먹이나 총, 칼이 있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건 무척이나 인간적인 어리석음이다. 내 성매매 경험은 강요되었다. ‘자유로운‘ 범주에 속하는 우리들을 강압한 건 삶이다. -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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