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걸 넘어 탈성매매를 하더라도 주도권의 결핍은 끝나지 않는다. 나의 경우, 14년이나 지난 지금도 가명을쓰지 않고서는 원하는 대로 공개적인 발언을 할 수 없다고 느껴져 부족해진 나의 주도권과 씨름해야만 했다. 결정을 내리는데 든 고민들은 내가 선택하거나 통제할 수 없었던 부정적 인식에 강하게 영향을 받았다. 결국엔 올바른 선택을 했고, 내 이름으로 이 책을 집필하길 결정해서 기쁘다.
P- 261

성매매 여성들이 사회에서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데, 사회는 어떻게 법이 그 여성들을 구속할 거라고 기대할 수있을까? 사회에서 성매매 여성을 취급하는 방식과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성매매 여성이 사회와 관계하는 방식은 무척이나 얽히고설켜 있다. 성매매 여성들은 사회의 공적 구조에서 실격되고 배제되어 사회가 통제할 수 있는 소관 저밖에 존재할 때까지 스스로 더 멀리 퇴거하게끔 부추겨진다. 예외적인 하나의 경우는 여성들을 처벌하려고 공권력이 개입할 때이다. 우리는 법적으로 어떠한 보호도 받지 못하면서 불공평하게 대우받았다.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주도권이 없다는 사실과 더불어 그런 건 기대도 하지 말아야한다는 사실을 재빨리 배웠다. - P259

성매매 여성의 주도권 상실은 성매매 유입 기간 동안만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실제로 성매매 여성은 인간 관계를 포함한 인생의 여러 측면에서 일어나는 경험을 비성매매 여성이 당연하게 경험하는 방식으로 그려낼 수 없다. 성매매에서 벗어나기 매우 어려운 탓에 미래를 주체적으로 견인할 힘이 무척이나 축소되어 있고, 과거 경험에서 비롯된 여파나 자신의 성매매 경험을 아는 모든 사람들의 왜곡되고 부정적인 시각에 대한 통제력도 전혀 없다. 성매매 여성이 성적으로 사회악의 중심이라는 끊임없는 비난에 대한 통제력도 없다. 이렇게나 총체적이고 전반적으로 존중받지못하는 삶의 방식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당연히 숨기는데도 대중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에 대한 통제력은 없다. 그녀가 속한 삶의 영역에 있는 여성들을 향한 판단과경멸로부터 피할 수 없고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는 기만적 은폐이다.
이 모든 걸 넘어 탈성매매를 하더라도 주도권의 결핍은 끝나지 않는다. 나의 경우, 14년이나 지난 지금도 가명을쓰지 않고서는 원하는 대로 공개적인 발언을 할 수 없다고 느껴져 부족해진 나의 주도권과 씨름해야만 했다. 결정을 내리는데 든 고민들은 내가 선택하거나 통제할 수 없었던 부정적 인식에 강하게 영향을 받았다. 결국엔 올바른 선택을 했고, 내 이름으로 이 책을 집필하길 결정해서 기쁘다. - P261

성매매 여성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환상에 내 자신이 공모했다는 사실에 오랫동안 창피하고 화가 났지만 더 이상은 그렇게 느끼지 않는다. 적어도 그러지 않으려 노력한다. 감정을 왜곡하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진실을 숨겼던 이유를 이해하고 나자신을 용서해야 한다. 성적인 학대는 수치심을 불러일으킨다. 보편적으로 인정된 사실이다.
혼자 수치스러워하는 건 괴롭다. 공개적으로 수치스러워하는 건 고통스럽다. 주도권이 있는 척하면서 이런 수치스러운 감정들을 숨기고 누그러뜨린다. 성매매 여성들이 주도권을 가진 체하는 주된 목적은 공공연히 당하는 수치를 없던 일처럼 만들려고 함이다. 이렇게 하는 많은 성매매 여성들의 입장을 백분 이해하지만 성매매가 그 진정한 본질에 부합되려면 쓰디쓴 진실은 폭로될 필요가 있다. 성매매는주도권의 부재로 정의된다. - P263

성매매 경험을 반추할 때 가장 먼저 드는 느낌은 그야말로 상실이다. 순수함, 시간, 기회, 신뢰, 품위를 상실한첫 자신과의 연결고리를 잃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진다. 더나열할 수 있지만 주된 요소는 늘 상실이다. 잃어버린 자아가치감과의 싸움은 영원히 계속된다. 탈성매매 하면서 당장 마법처럼 성매매 전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없다. 자신을되찾는 작업을 시작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예전의 자신이대체 얼마나 남아 있을까? 그리고 이제 영원히 바뀌어버린내가 그걸 확인할 자질이 있는 걸까?
성매매가 정신적, 감정적으로 아수라장을 만들고 난 후에 남아 있는 내 자신을 모두 확인할 수는 없지만 나와 다른 여성들 모두를 위해 성매매 경험을 해부하는 이 책은 성매매를 거부하는 내면 저 깊은 곳에서부터 비롯된다. 글을쓰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이든지 간에 성매매가 파괴하지못한 그 무엇이라는 걸 안다. 과연 얼마나 남아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정도의 노력을 할 수 있을 만큼은 남아 있어서 기쁘다. - P275

구매자들은 그들이 찾는 것 외에는 일부러 눈을 감고 모른 체했지만 사회 전반적으로는 어떤가? 성매매 영역 밖에 존재하는 사람들은 어떤가? 왜 사람들은 성매매 여성에게 그토록 초점을 두는가? 성매매에서 여성들이 가장 눈에 띄는 참여자라고 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왜 여성 참여자들이 가장 많이 기록되고, 주목받고, 논의가 많이 되는 참여자인지 질문을 던져봐야만 한다.
사람들이 성매매를 신기해하는 이유는 바로 자신을 성매매하는 행위가 인간에게 본질적으로 너무 생경하기 때문이겠지만 여성에게 초점을 맞추는 경향은 모든 성매매 행위가 교환이라는 점을 간과한다. 그 교환은 서비스가 되어버린 행위에 지불하는 현금이다. 판매자의 성별이 그 산업의 젠더 정체성을 좌지우지하는 산업 분야가 있던가? 주로 그리고 거의 독점적으로 여성에게 초점을 맞추면 성매매가존속하는 직접적 연관과 책임이 압도적으로 남성에게 있다는 사실이 사라진다. 스톡홀름 경찰 성매매 담당 경감 사이몬 해그스트롬은 2012년 10월 더블린에서 열린 정부 회의 - P295

에서 6백 명 넘게 체포한 성구매자들 중 여성은 단 한 명도없었다고 언급했다. 성매매를 열렬하게 지지하는 사람들은남성과 트랜스젠더인 사람들이 성매매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그렇다. 하지만 누가 그들을 구매하는가?
성매매 수요에는 젠더가 있고, 그 젠더는 남성이다.
성매매에 대한 어떤 신화들은 허무맹랑하게 비논리적이고 어떤 말들은 그저 터무니없다. 어떤 구매자들은 섹스를 위해 돈을 지불하는 게 아니라 성산업을 떠나라고 돈을지불한다고 표현한다 마치 성매매 여성이 그 문을 나가기위해 격려가 필요하다는 듯이 말이다!
이런 태도는 여성 전체를 폄하하는데, 여성들이 제공해야 하는 건 섹슈얼리티뿐이라고 역력하게 표명한다. ‘이런삶의 층위에 있는 여성들은 다른 여성에게는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경멸하며 대할 수 있어‘라는말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다. - P296

부패한 것은 성매매 그 자체인데, 여성들은 성매매 안에서 자신의 몸뿐 아니라 인격에 가해진 학대의 부패함을 짊어져야 한다. 자신을 성매매하는 행위는 여성의 본질과는 아무 상관이 없고 여성이 처한 환경과 관련이 있으므로성매매 여성에 대한 그릇된 묘사는 그저 비방이고 불의이다.
들어본 중에서 가장 어처구니없는 찬성매매 주장 중 마지막 하나는 오로지 성매매에서만 남성과 비교해 여성에게 돈이 더 많이 지불되기 때문에, 성평등이 이뤄졌을 뿐 아니라 초과 달성한 영역이라는 말이다. 이 말도 안 되는 주장은 상대적으로 성매매에서 비용이 높은 이유를 간과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여성이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성매매는 남성이 여성을 동등한 경제 주체로 대하는 어떤 마법 같은 삶의 무대가 아니다. 다른 여성들이 하루나 일주일 만에 받을 돈을 성매매 여성들이 한 시간 만에 받는이유는 여성들 자신이 인간 자위 도구로 이용되는 사실을 허용하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조금 더 높은 수입은 성평등을 반영하지 않는다. 그건 돈을 버는 어려움을 반영한다. - P308

강제되었다면 적어도 그 사실에 자위할 수 있을 텐데말이다. 죄책감이나 책임감에서 자유로운 피해자의 결백한 마음가짐에, ‘다른 길을 찾을 수 없었니?‘라는 내면에서 속삭이는 목소리도, 마음속에 깜박이며 그림자처럼 쫓아다니는 질문도 없이 말이다. ‘글쎄, 아무도 네게 강요하지 않았잖아!"라고 감히 말하는 누군가에게 나는 짧게 쏘아붙일 수있긴 했지만(감히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인신매매된 여성은 ‘음, 사실 누군가가 제게 강요했어요‘라고 말할 수 있다―그녀의 맞대응은 외부를 향할 수 있고, 자신의 내면보다는 외부에서 대답을 찾을 수 있다.
아무에게도 강요받지 않은 나와 같은 여성들은 우리의 목소리를 찾아 누군가 강요하지 않았다는 그 말이 아무것도 우리를 강요하지 않은 건 아니라는 사실을 주장할 필요가 있다. 강압적인 상황에서 지구상 가장 강력한 강제성은 무형으로 존재하는데, 강제의 존재를 인식하기 위해서 주먹이나 총, 칼이 있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 건 무척이나 인간적인 어리석음이다. 내 성매매 경험은 강요되었다. ‘자유로운‘ 범주에 속하는 우리들을 강압한 건 삶이다. -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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