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그해에도 사직서를 냈다가 다시 안식 학기를 보내고있었어요. 수업이 없고 여유 시간이 생겨 제가 도맡아 엄마를 모시고 앰뷸런스를 불러 타고 병원과 호스피스를 전전했습니다. 결국 엄마의 임종을 맞이하고, 엄마 집을 정리하는 일까지 했지요. 그 와중에 시를 적었습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어서 적은 것들입니다. 그 이후에는 시가 떠올라도 거의 적지 않고 있어요. 후배 시인의 조언대로 시와 멀어져야 할까요? 『죽음의 자서전』부터『날개 환상통』을 거쳐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에 이르기까지 저는 참 많이도 죽음 사건에 매달려 있었습니다. 그래서 죽음 3부작이 되었지요. 시인이란 존재는본래 죽음에의 선험적 직관을 표출하는 존재이지만, 그래서 내내 자신의 끝을 미리 살아내는 존재이지만, 이 시기에는 제 자신이 죽음으로서의 저를 좀 더 느낀 건 아닌가생각되기도 합니다. 저는 죽음 사건으로 비탄에 빠진 사람들의 연대와 죽음에의 선험적 직관 사이에서 헤매고 있었습니다. 이 시들을 쓰면서 저는 죽은 후의 ‘나‘는 ‘단수"
가 아니라 ‘복수‘라는 시적 경험을 하게 되었지요. 그러자복수의 화자가 말을 하는 시끄러운 시들이 폭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