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오스터 미국, 1947,2,3,~


폴 오스터는 독특한 소재의 이야기에 긴장감과 현장성, 감동을부여하는 작가로 평가된다. 소설, 에세이, 번역, 시, 희곡, 노래, 예술가들과의 공동 작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상징적인 이미지들을 탄탄한 문체와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결합시켜 프란츠 카프카나 사뮈엘 베케트와 비견되기도 한다.


1947년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났다. 현대 작가로서는보기 드문 재능과 문학적 깊이, 개성 있는 독창성과 담대함을 가졌다. 그의 소설에는 사실주의적인 경향과 신비주의적인 전통, 멜로드라마적 요소와 명상적 요소가혼재되어 있다. 그의 작품들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문단, 특히 프랑스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현재 2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되고 있다. 오스터의 작품으로는 1993년 메디치 상을 수상한 거대한 괴물』 외에 뉴욕 3부작 ‘달의 궁전』, 미국 예술원의 모톤 다우웬 자블 상수상작인 ‘우연의 음악』, 『공중 곡예사』 등이 있고 에세이집 『폴 오스터의 뉴욕 통신, 시집 『소멸』 등이 있다.
오스터는 그 외에 펜포크너 상, 오스트리아 왕자상 등 수많은 상을 수상했으며, 2006년에는 미국문예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1995년 공중 곡예사』이후 폴 오스터의 거의 모든 작품들이 한국에서 번역, 출간되고 있다.

항상 손으로 글을 씁니다. 대개 만년필을 쓰지만 종종 연필도 씁니다. 고쳐 쓸 생각이 있을 때는 연필로 쓰지요. 타자기나 컴퓨터에 직접 글을 쓸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자판은 제가 글을 쓰는 것을 늘 방해합니다. 자판 위에 손가락을 얹으면 명징하게 생각할 수 없어요. 그런 점에서 펜은 훨씬 더 원시적인 도구라고 할 수 있겠지요. 말이 몸에서 흘러나오고, 그 말들을 종이에 새겨넣는 과정을 느끼는 것이지요. 늘 글쓰기는 촉각적인 면을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육체적인 경험이라고 해야겠지요. - P153

저는 공책을 단어들을 써놓은 저장소라거나, 제 생각과 자기반성을 적어놓는 비밀스런 장소라고 여기는 것 같아요. 공책에 무엇을 적어놓았는지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즉 종이에 단어를 적는 행위에도 관심이 있어요. 그렇지만 그 이유는 묻지말아주세요 아마도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혼란스러운 느낌,
다시 말하자면 소설의 특성에 대한 무지에서 생긴 것 같아요.
신참으로서 저는 "이 말들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누가 이 말을하는 거지?"와 같은 질문을 늘 자신에게 하곤 했습니다. 전통적인소설에서 사용하는 삼인칭 화자의 목소리는 이상한 기법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기법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받아들이고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습니다. 그러나 잠시 멈추어서 그기법을 다시 검토해보면 그 목소리에는 기괴하고 현실로부터 유리된 특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 목소리가 나오는 곳이어딘지 알 수 없어서 정말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 P156

글을 쓰는 노력은 똑같습니다. 정확한 문장을 쓰기 위해 들이는 노력도 똑같습니다. 그렇지만 상상력으로 쓰는 작품은 논픽션 작품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자유가 있고 훨씬 더 많이 조작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자유는 종종 상당한 두려움을 주기도 합니다.
다음엔 무엇이 나올까? 내가 쓰고 있는 문장이 절벽의 가장자리에서 나를 떨어뜨리지 않을 것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자서전적인 작품에서는 미리 이야기를 알 수 있어서, 작가의 주요한 의무는 진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글 쓰는 것이 쉬워지는 것은 결코아닙니다. ‘고독의 발명의 첫 부분에 사용된 제사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저는 헤라클리투스가 쓴 문장 하나를 인용하였습니다. 이것은 가이 데븐포트Guy Davenport의 비정통적이지만 상당히 우아한 번역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진리를 찾아 나설 때 예상치 못한 일들에 대비하라, 왜냐하면 진리를 찾는 것은 어려우며, 그것을 찾았을 때 당혹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글쓰기는 글쓰기입니다.  - P163

당신의 또 다른 자서전적인 소설인 빵 굽는 타자기에는 흉즈 박사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이야기가 실려 있지요. 이 책은 대체로 당신이 젊었을 때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그런 이야기이지요. 부제인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는 호기심을 많이 끝니다. 이런 주제를 다루게 된 동기가 있으신가요?


오스터 
저는 늘 돈에 대하여 무엇인가 쓰고 싶어했습니다. 재무나 사업 같은 거 말고요. 돈을 충분히 갖고 있지 않은 것, 즉 가난한 경험에 대해서요. 이 과제를 여러 해 동안 생각했고, 제작업 제목은 항상 ‘가난에 대한 에세이‘였습니다. 매우 로크 John Locke 다우며, 매우18세기적이며, 매우 무미건조하지요. 처음에는 심각하고 철학적인글을 쓰려고 계획했습니다만, 막상 앉아서 글을 쓰기 시작하자 모든 것이 바뀌었어요. 책은 의도했던 것과 달리 저 자신이 경험한 돈과 연관된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로 바뀌었습니다. 주제가 약간 음울했음에도 대체로 익살맞은 분위기의 글이 되었습니다. - P174

여전히 그 책은 저 자신에 대한 것만은 아닙니다. 저는 그 책을어릴 때 만났던 경력이 화려한 인물들 중 일부에 대해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로 보았으며, 이 사람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줄 수 있는기회라고 보았습니다. 저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본적이 없으며,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일할 수 있는 안정된 직장을 갖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이런 생각들이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훨씬 수수한 종류의 일에 끌렸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게 저와 다른 종류의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기회를 주었습니다. 대학에 가지않은 사람들과 책을 많이 읽지 않은 사람들 말이에요. 이 나라에서 - P174

는 노동계급에 속한 사람들의 지적 수준을 얕보는 경향이 있는데요, 제 경험에 기초해 보면 노동자 대부분은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들만큼 똑똑합니다. 단지 그들만큼 야심차지 않은 것뿐이에요. 단지 그뿐이지요.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너무나 재미있어요.
저는 가는 곳마다 그들이 하는 말을 따라가느라 애를 먹곤 했지요.
너무도 많은 시간을 책을 읽으면서 보냈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 대부분이 저보다 훨씬 더 말을 잘하더라고요. - P175

책의 첫 문장을 쓰기 시작하면 이야기를 끝낼 때까지 쭉 밀고 나갑니다. 항상 순서대로 차례차례 써나가며, 한 번에 한 단락씩씁니다. 저는 이야기의 궤적에 대한 감을 갖고 있어서, 책을 시작하기도 전에 첫 문장뿐만 아니라 마지막 문장을 미리 구상해놓기도합니다. 그렇지만 대개는 소설이 진행되면서 이야기가 계속 바뀌어가지요. 출판된 제 책 중 어떤 것도 구상한대로 만들어진 것은 없습니다. 처음에 구상했던 등장인물과 에피소드는 사라지고 다른 인물과 에피소드가 발전해가기도 해요. 그렇게 해가는 과정에서 책이 완성되는 겁니다. 일종의 모험이라고나 할까요. 미리 모든 것이 계획된다면 그것은 그리 흥미롭지 않을 겁니다. - P179

각각의 책은 다 새로운 책이지요. 예전에 써본 적이 없으며, 써가면서 스스로에게 글 쓰는 법을 새롭게 가르쳐야만 하지요. 제가 과거에 책을 썼다는사실은 전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항상 초심자라고 느끼며, 계속해서 똑같은 문제, 똑같은 장애물, 똑같은 절망에 부딪히지요. 작가로서 너무도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너무도많은 형편없는 문장과 생각을 지워버리고, 너무도 많은 가치 없는부분들을 버리면서, 마침내 배우는 것이라곤 제가 얼마나 어리석은가 하는 점입니다. 그러니 작가란 직업은 참으로 겸허하게 만드는일이라고 해야겠지요. - P185

마이클 우드 Michael Wood 
1968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났고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역사를 전공했다. 영국 왕립역사학회 회원이며, BBC의 역사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이다. 고대 그리스·로마 세계와이슬람 문명을 비롯해, 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리카, 이라크, 이집트, 중국 등 전 세계의 역사와 문화를다룬 100여 편의 저서와 다큐멘터리를 통해 영국 최고의 대중 역사가라는 명성을 얻었다. 저서로 죽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세계 역사 1001 DAYS」, 「신화 추적자, 인도 이야기」, 「인류 최초의 문명들』 등이 있다. - P186

주요 작품 연보

흰 공간들 White Spaces, 1980
고독의 발명 The Invention of Solitude 1982
폐허의 도시 the Country of Last Things, 1987
「달의 궁전」Moon Palace, 1989
우연의 음악 The Music of Chance, 1990『거대한 괴물 Leviathan, 1992『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Auggie Wren‘s ChristrnasStory, 1992『기의 예술, The Art of Hunger, 1992「빨간 공책 The Red Notebook, 1993
공중 곡예사 Mr. Vertigo, 1994왜 쓰는가? Why Write? 1996『빵굽는 타자기 -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 Hand toMouth, 1997동행」Jimbuktu, 1999
‘나는 아버지가 하느님인 줄 알았다. Thought My Fatherwas God, 2001「환상의 책]The Book of Illusions, 2002
‘타자기를 치켜세움] The Story of My Typewriter, 2002
신탁의 밤Oracle Night, 2003
브루클린 풍자극 The Brooklyn Follies, 2005
「기록실로의 여행 Travels in the Scriptorium, 2006
어둠 속의 남자』Man in the Dark, 2008「보이지 않는 Invisible, 2009
‘선셋 파크」Sunset Park, 2010

뉴욕 3부작 The New York Trilogy, 1987
유리의 도시 City of Glass, 1985『유령들」Ghosts, 1986「잠겨 있는 방The Locked Room, 1986

이언 매큐언 영국, 1948, 6, 21,~
현대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지닌 비판적 리얼리즘 세계를 구축했다. 1998년 암스테르담」으로 부커 상을 받았고 이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속죄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상, 영국비평가상 등을 수상했다. 속죄영화화되어 한국에서는 <어톤먼트>라는 제목으로 개봉했고 골든글로브 작품상을 수상했다.
1948년 영국 햄프셔 지방에서 군 장교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근무했던 군사기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북아프리카에서 몇 년간 살기도 했다. 1970년서식스 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한 후 이스트앵글리아 대학교에서 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5년 졸업논문으로 쓴 단편소설집 『첫사랑, 마지막 의식으로 문단에데뷔했고, 같은 책으로 1976년 서머싯 몸 상을 수상했다. 1987년 차일드 인 타임으로 휘트브레드 상, 1998년 암스테르담으로 부커 상, 2002년 속죄』로 W. H.스미스 문학상, 영국작가협회상,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상, 산티아고 상 등을 수상했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이런 사랑」, 「토요일」, 「체실 비치에서」 등이 있다. 여성학자인 페니 알렌과 결혼하여 아들 한 명을 두었고,
1997년 기자인 애널레나 매카피와 재혼하여 지금은 런던에 살고 있다.

애덤 베글리Adam Begley 
미국의 프리랜서 작가이며 뉴욕 옵저버 편집자였다. 1989년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고 스탠퍼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 타임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가디언,
파이낸셜 타임스에 글을 기고하며, 현재 2014년 출판 예정인 존 업다이크의 전기를 쓰고 있다. - P229

주요 작품 연보

첫사랑, 마지막 의식』 First Love, Last Rites, 1975
「시멘트 가든』The Cement Garden, 1978『시트 사이에서 In Between the Sheets, 1978
위험한 이방인』
The Comfort of Strangers, 1981
『차일드 인 타임』The Child in Time, 1987『순진한 사람들』The Innocent, 1990「검은 개들, Black Dogs, 1992「피터의 기묘한 몽상, The Daydreamer, 1994
이런 사랑 Enduring Love, 1997『암스테르담 Amsterdam, 1998
속죄Atonement, 2001「토요일 Saturday, 2005『체실 비치에서 on Chesil Beach, 2007

필립 로스  미국, 1933, 3, 19,~
미국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손꼽힌다. 유대인의 풍속을묘사한 단편집 안녕, 콜럼버스로 이름을 알렸다. 미국으로 이주한 유대인들의 경제적인 성공과 미국으로의 동화 과정에서심화되는 세대 갈등 같은 주제를 다루었고 계층, 인종, 민족, 국가와 같은 범주와 그 경계에 내포된 폭력성, 배타성을 일관되게 비판해왔다.

미국 뉴저지 주에서 태어난 폴란드계 유대인이다. 시카고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에는 문예창작을 가르치며 작품 활동을 계속하였다. 유대인의 풍속을 묘사한 단편집 『안녕, 콜럼버스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 작품에서 로스는 가족 의식이강한 유대인 사회의 신구 세대 간 대립을 예리하게 묘사하였다. 1969년 어느 변호사의 성생활을 고백한트노이의 불만을 발표하며 상업과 비평적 성공을 동시에 거둔다. 이 밖의 작품으로 대학 마을의 젊은 지식인들을 묘사한 『자유를 찾아서』, 『그녀가 아름다웠을때』 등이 있다. 전미도서상과 전미비평가협회상을 각각 두 번, 펜포크너 상을 세 번 수상했다. 또한 최근에는 펜PEN 상 중 가장 명망 있는 두 개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새 작품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어떤 것도 미리 준비되어있지 않습니다. 문제 해결 방법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문제 자체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이야기를 쓰기 시작할 때 제게 저항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려 하지요. 저는문젯거리를 찾습니다. 종종 글을 처음 쓸 때 확신이 서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그 이유는 글쓰기가 어려워서라기보다는 글쓰기가 충분히 어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거침없이 글을 쓴다는 것은 아무것도일어나고 있지 않다는 증표입니다. 거침없이 글을 쓴다는 것은 실제로는 글쓰기를 멈춰야 한다는 증표이지요. 한 문장에서 다른 문장으로 넘어갈 때 어둠 속에서 헤매게 되면, 계속 글쓰기를 해야 한다는확신이 생깁니다.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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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 이탈리아, 1932. 1. 5,~

이탈리아의 기호학자, 철학자, 소설가, 역사학자, 미학자이다.
현재 볼로냐 대학교의 교수로, ‘장미의 이름은 백과사전적 지식과 풍부한 상상력이 결합된 에코의 개성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1932년 1월 5일 이탈리아의 알레산드리아에서 태어났다. 토리노 대학교 중세철학과 문학을 전공하고, 1954년 토마스아퀴나스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받았다. 이 논문으로 에코는 문학비평 및 기호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중세철학에서 현대 대중문화, 가상현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고, 1980년 출간된 데뷔작 『장미의 이름』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설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이후 『푸코의 진자』, 『전날의 섬』, 『바우돌리』, 『로아나여왕의 신비한 불꽃 등의 소설을 발표해 평단과 독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에코의 다른 저서로는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책으로 천년을 사는방법』, 『민주주의가 어떻게 민주주의를 해치는가』, 『미의 역사』, 『추의 역사, 궁극의 리스트, 가재걸음』, 장클로드 카리에르와의 대담집 『책의 우주』 등이 있다.

아주 이상한 시대였죠. 무솔리니는 카리스마가 넘쳤고, 당시모든 학생들이 그랬듯이 저도 파시스트 청년운동에 가입했어요. 우리는 모두 군대식 제복을 입고 토요일이면 집회에 나갔습니다. 그렇게 하면서 행복했어요. 오늘날 미국 소년에게 해병대 옷을 입혀놓는것과 비슷할 거예요. 그 애는 아마 그게 재미있다고 생각하겠지요. 어릴 때 우리들에게는 그 모든 파시스트 운동이 자연스러웠어요. 마치 겨울의 눈이나 여름의 열기처럼요. 다른 식의 삶의 방식이 있다는 건 상상할 수가 없었죠. 어린 시절을 회고할 때 그런 것처럼, 사람들은 이 시기를 아주 부드러운 감정을 품고 기억합니다. 심지어는폭탄이 떨어지던 것, 그리고 방공호에서 보낸 밤들에 대해서도 그런감정을 느끼지요. 1943년에 파시즘이 몰락하면서 모든 것이 끝났답니다. 민주적인 신문을 통해 파시스트가 아닌 다른 정당이나 관점이 존재한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심한 트라우마가 된 시기였던 1943년 9월에서 1945년 4월까지 공습을 피하기위해서 저와 어머니와 누이는 피에몬테 지방 마을인 몬페라토에 있었습니다. 그곳은 레지스탕스 운동의 중심지였죠. - P23

소설이 어느 정도까지 자서전적이라고 보십니까?

에코 
사실 어떻게 보면 모든 소설이 자서전적이지요. 등장인물을만들어낼 때 개인적인 기억을 등장인물들에게 불어넣거든요. 제일부를 이 등장인물에게 부여하고, 저의 다른 부분을 또 다른 인물에게 부여합니다. 이런 의미로 보자면, 저는 결코 자서전을 쓰는 건 아니지만 제 소설들은 제 자서전이라고 볼 수 있는 거지요. 두 가지는서로 다르답니다. - P26

[푸코의 진자] 는 자료를 찾고 쓰는 데 8년이 걸렸지요. 제가 뭘 하는지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기 때문에 거의 10년간 저 자신의 세계 속에서 살았던 것 같네요. 밖으로 나가서 차와 나무를 보고는 중얼거립니다. 아, 이것도 내 이야기와 연결될 수 있겠구나라고요. 그런 식으로 제 이야기가 매일매일 자라납니다. 그리고 제가 하는 모든 일, 삶의 작은 파편들, 모든 대화들이 아이디어를 제공해줍니다. 그러고나서 제가 소설에서 등장시킨 장소인 템플기사단이 있었던 프랑스와 포르투갈의 실제 지역을 방문했답니다. 그러면 소설 쓰기는 제가 전사가 되어 일종의 마법의 왕국에 들어가는 비디오게임처럼 됩니다. 단지 비디오게임에서는 완전히 게임에 빠져 도취되는 반면에, 소설을 쓸 때는 언제나 달리는 기관차에서 뛰어내리도록 정해진 순간이 존재하지요. 물론 다음 날 아침에 다시 올라타야 하지만요. - P38

저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14세기 수도원과독살당한 수도사들, 묘지에서 트럼펫을 부는 청년, 콘스탄티노플 약탈이라는 역사적 장면 한가운데서 잡힌 사기꾼 등으로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는 일입니다. 자료 연구는 여러 가지 구체적인 제약들을 제가 만드는 세계에 설정하는 데 필요합니다. 나선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몇 개의 계단이 있는가? 세탁물 목록에 몇 개의 항목이 들어가 있는가? 하나의 사명에 몇 명의 동료가 참여하는가? 이러한 제약들에 의해 말이 둘러싸이게 됩니다. 문학적인 용어를 차용하자면 우리는 스타일이라는 것이 단지 구문과 어휘에만 관계가 있다고 믿는실수를 자주 저지르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내러티브 스타일이라는것도 분명 존재합니다. 내러티브 스타일은 특정 블록들을 쌓아서 어떤 상황을 만들어내는 방식을 결정합니다. 내러티브 스타일의 예를들면 플래시백 같은 것이 있습니다. 플래시백은 스타일의 구조적인요소이지만 언어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스타일은 순전한 글쓰기보다 훨씬 더 복잡합니다. 스타일은 저에게는 영화의 몽타주기법 같은 기능을 합니다. - P41

그렇게도 많은 작품을 쓰신 비결은 무엇인가요? 엄청나게 많은 학문적인 저작을 쓰셨고, 다섯 편의 소설도 적다고는 볼 수 없지요.

에코
저는 틈새를 이용할 수 있다고 항상 말합니다. 원자와 원자 사이 그리고 전자와 전자 사이에는 많은 공간이 있어요. 우리가 우주의 질료 사이사이에 있는 공간을 없애고 축소시킨다면 전체 우주를공만 하게 압축할 수 있을 겁니다. 우리의 삶은 틈새로 가득 차 있어요. 오늘 아침 당신이 초인종을 울리고 나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려야 했고, 문 앞에 도착하기까지 몇 초가 걸렸죠. 당신을 기다리는 몇 초동안, 저는 제가 현재 쓰고 있는 새 작품에 대해서 생각했습니다. 저는 화장실에서도 기차에서도 일을 할 수 있어요. 수영하는 동안에도 많은 것을 생산해냅니다. 특히 바다에서는요. 욕조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욕조에서는 덜 생산적이지요. - P44

지식인이라는 말이 머리로만 일하고 손으로는 일하지 않는 사람을 의미한다면, 은행 직원이 지식인이고 미켈란젤로는 지식인이아닐 겁니다. 그리고 오늘날은 컴퓨터 때문에 모든 사람이 지식인이지요. 그래서 지식인이라는 말이 어떤 사람의 직업이나 사회 계층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 어록을 말씀드리자면, 창조적으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식인이랍니다. 어떤 농부가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새로운 접목 기술로 새로운 종류의 사과를 생산해낸다면 그 순간 지적인 행위를 생산하는것이지요. 반면에 하이데거에 대한 똑같은 수업만 평생 되풀이하는사람은 딱히 지식인이라고 하기 어렵지요. 비판적인 창조성-우리가 현재 하고 있는 것을 비판하거나 그 일을 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을 만들어내는 것만이 지식인의 역할의 유일한 징표입니다. - P52

엄청난 기억은 엄청난 짐일 수도 있지요. 예를 들어 당신이 좋아하는 보르헤스의 작품인 ‘기억의 천재 푸네스」에 나오는 푸네스의 기억처럼 말이지요.


에코 
저는 완강한 무관심 stubborn incuriosity 이라는 개념을 좋아해요. 완강한 무관심을 계발하려면 어떤 분야의 지식에 자신을 한정해야 하지요. 전적으로 모든 분야에 탐욕스러울 수는 없어요. 모든 걸 다 배우려고 들지 않도록 스스로를 억제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아무것도 배울 수 없지요. 문화란 이런 의미에서 망각하는 법을 배우는 법에 대한 거예요. 그렇지 않다면 30년 전에 본 나무의 모든 잎사귀를 기억하는 푸네스처럼 될 것입니다. 뭘 배우고 기억하길 원하는지 구별하는 것은 인식론적인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중요합니다.
.. - P54

그런 식의 두려움을 퍼뜨리는 사람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에코 문화는 계속해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합니다. 앞으로 아마도다른 문화가 생기겠지만, 문화 자체는 언제나 존재할 것입니다. 로마제국이 몰락한 이후에 언어적, 정치적, 종교적, 문화적으로 수세기 동안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지요. 이런 종류의 변화는 지금은 열배는 빨리 일어난답니다. 하지만 어쨌든 흥미진진한 새로운 형태가계속 나타날 것이고 문학은 살아남을 거예요. - P56

작품이 살아남는다는 생각이 당신에게 얼마나 중요한가요? 당신이 남길 문화적 유산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십니까?


에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위해서 쓴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글쓰기는 사랑의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무언가를 주기 위해서 글을 쓰는 것이지요. 무엇인가 소통하기 위해서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감정을 나누기 위해서요. 작품이 얼마나 오래 살아남는가의 문제는 소설가나 시인만이 아니라 모든 작가들에게 근본적인 문제랍니다. 진실을 말하자면, 철학자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론을 납득시키려고 책을 씁니다. 그리고 앞으로3000년 동안 사람들이 자신의 글을 계속 읽기를 바라지요. 자식들이 당신보다 오래 살아남기를 바라고, 손자가 있다면 손자가 자식보다 오래 살기를 바라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사람들은 지속성의 느낌을 바란답니다. 어떤 작가가 글을 쓸 때 자기 책의 운명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면 그건 순전한 거짓말이에요. 그저 인터뷰어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 하는 말일 뿐입니다. - P57

라일라 아잠 잔가네ula Azam Zanganeh 

라일라 아잠 잔가네는 파리에서 태어났고, 부모는 둘 다 이란인이다. 문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하버드 대학교에서 문학, 영화, 로맨스어를 가르친다. 「르몽드』, 「뉴욕 타임스, ‘헤럴드 트리뷴, 더 네이션 ‘파리 리뷰 등에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미국 노튼에서 출판된 그녀의 첫 번째 책인 ‘마법사 : 나보코프와 행복은 이후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에서도 출판되었다. 현재 뉴욕에 살면서 글을 쓰고 있다. - P60

주요 작품 연보

『열린 예술작품 The Open Work, 1962
장미의 이름』The Name of the Rose, 1980
『푸코의 진자』 Foucault‘s Pendulum, 1988
『해석의 한계』The Limits of Interpretation, 1990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How to Travelwith a Salmon & Other Essays, 1994
『전날의 섬 The Island of the Day Before, 1994바우돌리노, Baudoling, 2000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The Mysterious Flame of QueenLoana, 2004
프라하의 묘지」 The Prague Cemetery, 2010

오르한 파묵 터키, 1952.6. 7.~

터키의 소설가이다. 터키 역사를 중심으로 문명 간의 충돌, 이슬람과 세속화된 민족주의 간의 관계 등을 주제로 작품을 써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작품 중 새로운 인생은 터키 문학사상가장 많이 팔린 소설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1952년 터키의 이스탄불에서 태어났다. 스물세 살에 소설가가 되기로 결심하고, 그로부터 7년 후 첫 소설「제브데트 씨와 아들들을 출간했다. 이후 『고요한 집』, 하얀 성』, 『검은 책』 등으로 세계 유수의 문학상들을받았다. ‘내 이름은 빨강으로 프랑스 최우수 외국문학상, 그린차네 카보우르 상, 인터내셔널 임팩 더블린 문학상 등을 받았다. 2005년에는 프랑크푸르트 평화상과 메디치 상을 수상했고, 2006년 ‘문화들 간의 충돌과얽힘을 나타내는 새로운 상징들을 발견했다는 평가를받으며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 작품 『순수 박물관, 소설과 소설가 등이 있다.

시를 써보신 적이 있나요?


파묵
종종 그런 질문을 받습니다. 열여덟 살 때 시를 써서 터키어로 몇 편을 출간했지만, 그러고 나서 그만두었습니다. 시인이란 신이 말을 걸어주는 자라는 걸 깨달았다는 말로 시 쓰기를 그만둔 것에 대해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시인이 되려면 시에 흘려야 합니다. 저는 시에 손을 대보기는 했지만 얼마 후 신이 저에게는 말을 걸어주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답니다. 이 점이 유감스러웠고, 저는 신이 저를 통해서 말을 한다면 어떤 말을 할지 상상해보려고 노력했지요. 아주 꼼꼼하게, 천천히 알아내려고 애썼어요. 이런 과정이 바로 산문 쓰기이고 소설 쓰기입니다. 그래서 저는 사무원처럼 일합니다. 다른 몇몇 작가들은 이런 식의 설명을 모욕적이라고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걸 받아들입니다. 저는 마치 사무원처럼 일해요. - P74

제가 사유하는 방식에서는 책 한 권을 여러 장으로 나누는 것이매우 중요합니다. 소설을 쓸 때 줄거리 전체를 미리 생각하고 있다면 대개는 미리 알고 있지요. - 전체 줄거리를 각 장으로 나누어서 각각의 장에서 일어나게 하고 싶은 세부 사항들을 생각하지요.
그렇지만 반드시 1장에서 시작해서 순서대로 써 나가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글이 막히게 되더라도 별로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지요.
생각이 가는 대로 계속 쓰면 되니까요. 첫 장부터 다섯 번째 장까지쓰고 나서 재미가 없으면 15장으로 넘어가서 거기서부터 계속 쓸수도 있답니다. - P75

터키의 동양적인 충동과 서양적인 충동 사이의 끝없는 대립이 평화롭게 해결되리라고 생각하십니까?


파묵
저는 낙관주의자입니다. 터키가 두 가지 정신을 갖는 것, 두가지 서로 다른 문화에 속하는 것, 그리고 두 가지의 영혼을 갖고 있는 것에 대해서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정신분열은 사람을 지적으로 만들어줍니다. 현실과의 관계를 잃을지도 모르지만 정신분열에대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허구를 쓰는 작가이므로그게 그렇게 큰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당신의 한 부분이 다른 부분을 죽이는 것에 대해 너무 걱정을 많이 하면 하나의 영혼만가지게 됩니다. 그것이 분열되어서 아픈 것보다 더 문제이지요. 제생각은 그렇답니다. 터키의 정치가들, 즉 나라가 하나의 일관된 영혼을 가져야 하고 동양이나 서양 어느 한쪽에 속하거나 민족주의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정치가들에게 제 생각을 알리고 싶답니다.
저는 일원론적인 관점에는 비판적이지요. - P87

저는 작가라는 직업이 영원할 거라는 생각을 점점 더 하지 않게 돼요. 우리는 200년 전에 쓰인 책 중에서 극소수만 읽고 있지요.
세월이 너무 빨리 바뀌니 오늘날의 책은 100년 후에는 아마 잊힐 겁니다. 극소수만 읽힐 거예요. 200년 후에는 요즘 쓰인 책 중 다섯 권 정도만 살아남겠지요. 내가 그 다섯 권 중에 들어갈 책을 쓰고있다고 확신하는가? 하지만 그 점이 글쓰기의 의미인가? 200년 후에 읽힐지에 대해서 내가 걱정해야 하는가? 삶에 대해 더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내 책이 미래에 읽힐 거라는 위안이 필요한가? 이런 생각을 늘 하면서 계속 글을 써나가지요.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답니다. 제 책이 미래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믿음이 이 삶을 즐겁게 지내기 위해 제가 갖고있는 유일한 위안이에요. - P97

독창성의 비결은 아주 간단합니다. 그전에는 결합된 적이 없는두 가지를 결합하면 됩니다. 도시에 대한 에세이이면서 몇몇 외국작가들—플로베르, 네르발, 고티에ㅡ이 그 도시를 어떻게 봤는지,
그리고 그들의 관점이 일련의 터키 작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쓴 『이스탄불』을 보세요. 이 책은 이스탄불의 낭만적 풍경의 발견에 대한 에세이가 결합된 자서전입니다. 이전에는 아무도그런 걸 한 적이 없어요. 새로운 모험을 해보면 뭔가 새로운 생각을해낼 수 있답니다. 저는 『이스탄불』을 독창적인 책으로 만들려고 애썼습니다. 성공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검은 책도 마찬가지로 향수 어린 프루스트의 세계를 이슬람의 알레고리, 이야기, 서술 장치tricks 등과 결합해서 그 모든 것의 배경을 이스탄불로 하고는 어떤일이 벌어질지 보는 겁니다. - P99

저는 터키인으로 태어났어요. 그 사실에 만족합니다. 국제적으로는 스스로 바라보는 것보다 더 터키적인 인물로 봅니다. 저는 터키 작가로 알려져 있지요. 프루스트가 사랑에 대해서 쓰면 그는 보편적인 사랑에 대해서 글을 쓰는 사람으로 여겨져요. 제가 사랑에 대해서 쓸 때는-특히 초반에는-터키식의 사랑에 대해서 글을 쓴다고 하지요. 제 책이 번역되기 시작했을 때 터키 사람들은 자부심을 느꼈어요. 그들은 저를 터키에 속한 작가라고 불렀어요. 저는 그들에게는 더욱 터키적인 인물이었지요. 일단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되면 당신의 터키적인 측면이 국제적으로 강조됩니다. 그러고나면 당신을 재발견한 터키인들이 당신의 터키적인 특성을 강조하게 되지요. 당신이 생각하는 민족적 정체성은 다른 사람들이 조작하는 것이 됩니다. - P100

앙헬 귀리아 퀸타나Angel Gurla-Quintana 

번역자이자 케임브리지대학교 국제전략책임자로 아메리카, 아프리카, 유럽의 대학 및 연구기관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여 대학교의 학문공동체를 만드는 일을한다. 또 「파이낸셜 타임스에 리뷰, 인터뷰, 에세이 등을 쓰고 있으며, 뉴욕 옵저버, 가디언, 이코노미스트」 「파리 리뷰』 등에도 기고하였다. - P101

주요 작품 연보


「제브데트 씨와 아들들』 Cevdet Bey and His Sons, 1982『고요한 집』The Silent House, 1983『하얀 성』 The White Castle, 1985『검은 책』The Black Book, 1990『새로운 인생』The New Life, 1995『내 이름은 빨강』 My Name is Red, 1998『눈』Snow,
이스탄불 - 도시 그리고 추억 Istanbul-Memories and thecity, 2003
『순수 박물관 The Museum of Innocence, 2008
『소설과 소설가』 The Naive and the Sentimental Novelist, 2010Snow, 2002

무라카미 하루키 일본, 1969, 1, 12~

일본의 현대 소설가로 장편소설, 단편소설, 번역, 수필, 평론, 여행기 등 다양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1987년 노르웨이의숲을 발표해 일본 내에서만 200만 부가 판매되며 하루키 신드롬을 낳았다.


1949년 1월 12일 일본에서 태어났다. 1968년 와세다대학교 문학부 연극과에 입학, 학원 분쟁으로 학교가 폐쇄되어 대학 생활의 대부분을 영화관과 재즈 클럽을 드나들며 보냈다.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제22회 군조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1974년부터 1981년까지는 도쿄 고쿠분지의 센다가야에서 재즈 클럽 ‘피터캣‘을 운영했다.
1982년 첫 장편소설 『양을 쫓는 모험』으로 제4회 노마문예신인상을 수상했다. 1984년 반딧불이 헛간을태우다」 같은 단편을 발표했고, 1985년 세계의 끝과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다니자키 준이치로상을 수상했다. 1986년에는 빵가게 재습격』, 1987년 정통 연애소설 ‘노르웨이의 숲』을 발표했다. 1988년 댄스 댄스댄스, 1990년 그리스와 이탈리아에서의 외국 생활을그린 여행 에세이 먼 북소리를 발표했다. 2006년에는해변의 카프카로 프란츠 카프카상을 수상했다.
일본 작가이지만 영문학의 영향을 많이 받았고 작품세계 역시 일본에 국한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 이후에도 현대사회 소외된 인간 군상의 모습을 일인칭 시점으로 파헤치는 작품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미국에서 『태엽 감는 새의 상당 부분을 쓰셨죠. 미국에서 사신 게 글 쓰는 과정이나 소설 자체에 어떤 분명한 영향을 끼쳤나요?
무라카미 『태엽 감는 새』를 쓰는 4년 동안 미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았지요. 그 낯선 느낌‘이 언제나 저를 그림자처럼 따라다녔고, 소설의 주인공에게도 같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생각해보니 그 소설을 일본에서 썼다면 아주 다른 소설이 될 수도 있었겠네요. 미국에 사는동안 제가 느낀 ‘낯선 느낌‘은 일본에서 느낀 것과는 달랐어요. 미국에서는 훨씬 직접적이고 분명해서 저 자신에 대한 보다 분명한 깨달음이 가능했지요. 그 소설을 쓰는 건 말하자면 저 스스로를 벌거벗기는 과정과 유사한 느낌이었어요. - P118

제 일은 사람들과 세계를 관찰하는 것이지 판단 내리는 게아닙니다. 저는 소위 결론을 내리는 것과는 언제나 거리를 두고 싶어요. 모든 것을 세상의 모든 가능성에 활짝 열어두고 싶거든요.
저는 비평보다는 번역을 좋아한답니다. 번역할 때는 판단을 내리도록 요청받지 않으니까요. 그저 한 줄 한 줄 제가 좋아하는 작품이 제 몸과 마음을 통과해가도록 할 뿐입니다. 비평도 세상에는 필요한 일이겠지만 제가 할 일은 아니에요. - P119

책 속의 등장인물을 만들 때면 삶에서 만난 실제 인물을관찰하곤 합니다. 저는 말을 많이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다른 사람들의 얘기를 듣는 걸 좋아하지요. 그 사람들이 어떤 종류의 인물인지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그저 그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어떤 방향을 향하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려고 애쓸 뿐입니다.
이 남자한테서 이런 요소를, 그리고 저 여자한테서는 또 다른 요소들을 모읍니다. 이런 방식이 ‘리얼리스틱‘한지 ‘리얼리스틱하지 않은지 모릅니다. 하지만 저에게 제 등장인물들은 실제 인물들보다더 실제 같아요. 글을 쓰는 예닐곱 달 동안 이 인물들은 제 속에서살아 있습니다. 일종의 우주를 이루는 것이지요. - P123

존 레이John Wray 

2007년 『그랜타 선정 미국 최고의 젊은 소설가‘ 중 한 명이다. 데뷔작 『잠의 오른손이 ‘뉴욕 타임스, ‘주목할 만한 책‘,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올해 최고의 책‘에 선정되었으며, 그해 화이팅 작가상을 안겨주었다. 두 번째 작품 ‘가나안의 혀, 또한 ‘워싱턴 포스트」 ‘올해의 책‘에 선정되며 각종 언론의 찬사를 받았다. 한국에는 ‘로우보이가 출간되어 있다. 현재 뉴욕의 브루클린에 거주하고 있다. - P144

주요 작품 연보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Hear the Wind Sing, 1979
1973년의 핀볼 Pintball, 1980
양을 쫓는 모험 A Wild Sheep Chase 1982
중국행 슬로보트, 1983
「코끼리 공장의 해피엔드 The Elephant Vanishes, 1985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Hard-BoitedWonderland and the End of the World, 1985
『빵가게 재습격』, 1986
「노르웨이의 숲』 Norwegian Wood, 1987
「댄스 댄스 댄스 Dance Dance Dance, 1988
『TV피플』, 1989먼 북소리, 1990『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South of the Border, West of theSun, 1992
태엽 감는새(연대기) The Wind-Up Bird Chronicle, 1995
「밤의 거미원숭이 1995렉싱턴의 유령」, 1997
‘스푸트니크의 연인 Sputnik Sweetheart, 1999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After the quake, 2000
해변의 카프카 Kafka on the s nore, 2002
어둠의 저편』 After Dark, 2004『도쿄 기담집』, 2006$1Q841, 2009『잠』, 2012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해 Colorless Tsukuru Tazaki and His Years of Pilgrimage,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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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작업을 하는 젊은 예술가의 손길뿐만 아니라 그의 생각까지도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마사초의 성인을 베껴 그린 후, 미묘한 수정을 가미한 미켈란젤로는 베드로의 뻗은손을 다시 그렸다. 이번에는 90도를 돌려서 위에서 보면 어떤모습일지 상상하며 그린 것이다. 이것은 놀라운 개념적 도약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가 조각가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고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해가 된다. 3차원적 예술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 소묘 작품은 받침대 위에 전시되어 있어서 주변을 돌아 그 뒷면을 볼 수 있다. 그렇게 뒤로 돌아가 보니뒷면에 손을 하나 더 그려놓은 것이 보인다. 이 손은 살과 근육을 모두 발라낸 오싹한 느낌의 해골이다. 어쩌면 그는 성 베드로를 눈으로 해부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냥 피렌체 산토 스피리토의 병원에서 실제 시체를 해부할 때 이 종이를 재활용해서그렸는지도 모른다. 종이를 낭비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어느 쪽이든, 나는 내 손을 한참 바라보면서 이 젊은 예술가가 스스로에게 부과한 프로젝트의 규모에 혀를 내두른다. 그가 사물을 얼마나 정확히 얼마나 깊은 곳까지 보고 싶어 했는지 상상조차 하기힘들다. - P282

오전 10시가 되어 미술관이 문을 열자 나는 피렌체에서 로마으로 이동한다. 미켈란젤로 커리어 초기의 성공들을 뛰어넘어 시
"스티나 예배당 안에 착지한다. 실은 로마 시스티나 예배당의 분위기를 내려고 위대한 천장화를 머리 위에 재현해 놓은 전시실이다. 몇 분 후 벌떼처럼 몰려든 순례자들이 주변에 걸린 그림들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지나친 후 곧바로 카메라를 위쪽으로 치켜든다. 그들이 서 있는 자리에서 불과 몇 미터 떨어지지 않은곳에 비슷한 자세로 붓을 위로 쳐든 스스로를 미켈란젤로가 끄적거리듯 그린 그림이 있다는 걸 떠올리고 나는 혼자 쿡쿡 웃는다. 이 자화상에서 그는 고개를 90도 각도로 젖히고 팔을 12시방향으로 뻗고 있다. 적어도 570일간 그런 자세로 일했을 것이다. 그 낙서 옆에 그는 그의 척추, 엉덩이, 물감 튄 얼굴, 그리고
‘두개골이라는 ‘관‘ 안에 갇힌 뇌의 상태에 대해 불평하는 소네트를 적어두었다. 소네트는 들떠서 사진을 찍어대는 전시실의 관 - P283

람객들을 놀라게 할 만한 말로 끝을 맺는다. "이곳은 만족스럽지않다. 나는 화가가 아니다."
그 말들을 생각하며 다시 쿡쿡 웃는다. 자신 없어 하는 거장의 말을 듣는 것이 즐겁다. 아마 우리들 대부분은 그런 말을 들으면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전시가 시작된 후 내내 나는 미켈란젤로의 짜증과 절망이 섞인 편지들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결과도 없이 시간만 낭비하고 있어.… 신이시여, 도와주소서!"가 제일 자주 눈에 띄는 대사다. 사실 그가 작업을 시작한 후 처음 몇십 번의 조르나타는 완전 실패였다. 회반죽을 제대로 바르지 못한 아마추어적인 실수 때문이었다. 그는 교황에게 작업을 포기하게 해달라고 애원했다. 이 엄청난 커미션의 영광을 즐기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는 듯했다. - P284

미켈란젤로는 빈 종이 한 장만 있으면 모든 근심을 잊고 혼신의 힘을 바쳐 주어진 과제를 해냈고, 씁쓸한 불평 따위는 일 이후에나 하는 사람이었음이 분명하다. 어려운 일을 해내는 이보다 나은 방법이 또 있을까?
4년의 작업 끝에 천장화가 완성되자 "온 세상이 그 작품을 보려고 몰려오는 소리가 들린다"라고 그의 동시대인은 전하지만 미켈란젤로는 호들갑을 떨지 않았다. "그동안 그려오던 예배당 천장화 작업을 끝냈습니다. 교황이 매우 만족했습니다"라고 그의 아버지에게 편지로 전했을 뿐이다. 그런 다음 덧붙였다. "다른 일들은 바랐던 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건 제가 시대를 잘못 타고 난 때문인 듯합니다. 지금은 제가 하는 예술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시대예요."
오늘날 우리는 이 호의적이지 않은" 시대를 하이 르네상스High Renaissance 혹은 전성기 르네상스라고 부른다. - P287

1490년대에 제작된 그의 <피에타(미켈란젤로의 걸작이며 피에타의 가장 대표적인 이미지가된 작품 - 옮긴이)가 거장의 명성에 걸맞는 걸작이라면 이 <론다니니 피에타 Rei Rondanini(미켈란젤로의 유작이며 성 베드로 대성당의Pieti〈피에타>와는 달리 성모가 예수를 선 채로 끌어안고 있는 구도 때문에 축 늘어진 예수의 몸이 부각되어 더 처연한 느낌을 자아낸다 - 옮긴이)에서는 고통과 내밀한 슬픔이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사랑과 경건함 그리고 기진맥진한 몸과 마음을 표현한 그 소묘들을 다시 바라본다. 그리고 머리와 심장의 요구에 손으로 부응하려 애를 쓰며 하얀 종이 앞에 구부정한 몸으로 앉아 있는 노인을 상상한다. 미켈란젤로를 미켈란젤로로 만드는 건 그다음에 그가 한 일이다. 습작을 해본 다음 그는 일어나서 그 스케치를 현실화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그는 죽기 며칠 전까지도 말을잘 듣지 않는 대리석을 망치와 끌로 두드리고 있었다. - P292

전시를 둘러보다가 작품 라벨에서 "독학self-taught" 이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그 표현은 ‘민중 예술folk art‘ 이라는 용어 대신 쓰이기 시작한 예술계의 전문용어인데 현실은 그 단어의 원래 의미와 전혀 관계가 없다는 걸 생각하면 이상한 용어 선택이다. 내가알기로는 이 퀼트 제작자들 중 누구도 독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루시 T. 페트웨이는 어머니와 이모할머니에게서 퀼트를배웠고 그들은 또 자기들보다 나이 든 여자들에게서 배웠을 것 - P296

이다. 퀼트는 노예해방 이전부터 있었던 오래된 전통이고, 아마도 서아프리카 지역의 관습에서 일부 뿌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또 동년배들과 경쟁도 하고 아이디어를 훔치기도 하면서 기술을 배우고 연마했을 것이다. 미켈란젤로가 살던 시대의 피렌체처럼 지스 벤드에도 인구 한 명당 예술가의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퀼트는 다른 예술 장르보다 공개적인 성격이 훨씬 강했다.
봄이 오면 여자들은 퀼트를 볕에 넣어야 했어요. 빨랫줄에 걸어서…. 크레올라 페트웨이가 설명한다. 루시 T는 "보통 퀼트를열다섯 점에서 스무 점씩 내다 널었어요. 그보다 더 많을 때도있었고요. 사람들이 지나가다가 퀼트 구경을 하느라 도랑에 빠지기도 했죠!" 크레올라는 어릴 때 걸어서 퀼트 구경을 하고 다녔다. 연필과 종이를 들고 동네를 슬슬 돌아다니면서 거장들의작품을 보고 "패턴을 베껴서 내 퀼트를 만드는 데 썼죠." - P297

메트의 현대 미술 전시관에 걸린 그 작품은 야생적이고 대담하고 도전적이다. 그것이 외풍이 술술 들어오는 통나무 오두막집에서 잠든 그녀의 아이를 덮은 이불이었을 때 어땠을지는 상상으로 그려볼 수밖에 없다. 1930년대는 지스 벤드가 곤궁했던시기였다. 대공황이 터지고 목화 가격이 폭락하면서 백인 부재지주에게 소작료를 지불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빚 수금업자들이 조직적으로 급습을 해서 농기구와 가축, 가재도구들을압수해버리자 사람들은 숲으로 들어가 식량과 땔감을 구해야만했다. 그렇게 곤궁한 시기에 케네디는 이 작품을 만들었다. 그녀도 이 용어를 썼는지 모르지만 내게는 이것이야말로 예술의 정의 그 자체로 보인다. 과분하게 아름다운 것. - P298

일요일 아침이다. 나는 지금까지 본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퀼트 작품을 바라보면서 그것을 만든 사람을 생각하고 있다. 보통죽은 지 오래된 예술가를 떠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인 이 미술관에서 그건 꽤 기분 좋은 예외였다. 로레타 페트웨이가 지금 이순간 어디에 있을지 추측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분명 지스벤드에 있을 것이고 그곳에 있는 플레전트 그로브 뱁티스트 교회에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녀는 여행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 이런전시가 열려서 축하받을 수 있는 자리에도 오지 않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퀼트는 19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흑인 투표권이라는 중차대한 문제로 열띤 투쟁이 벌어지던 와중에 마틴 루서 킹이 플레전트 그로브에 와서 연설을 한 바로 그해다. 이 집회에 대한 보복으로 지스 벤드를 주변 공동체와 이어주던 중요한 수단이었던 페리 서비스가 취소됐고 지금까지도 복구 되지 않았다. - P300

혼자 생각에 잠긴다. 여기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이 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처럼 세계적으로 장대한 곳에서 얻는 깨달음치고는 좀 우습긴 하지만, 바로 의미라는 것은 늘 지역적으로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가장 위대한 예술 작품은 자신의 상황에 갇힌 사람들이 아름답고, 유용하고, 진실된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해 조각조각 노력을 이어 붙여 만들어가는 것이라는 교훈까지 말이다. 미켈란젤로 시대의 피렌체, 심지어 미켈란젤로 시대의 로마마저 이런 면에서는 로레타 페트웨이가 살던 시절의 지스벤드와 다르지 않다. 이제 더 이상 전성기 르네상스와 같은 개념을 빌어 생각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새로 만든 회반죽을 바르고, 거기에 그림을 그리고, 회반죽을 조금 더 바르고, 거기에 그림을 조금 더 그리는 한 사람을 생각할 것이다. - P302

인생은 길다. 그 사실을 깨달아가고 있다. 젊어서 죽으면 인생은그리 길지 않다. 하지만 요절하지 않으면 다 자란 후에도 추가로남은 몇십 년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 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50년, 60년 어쩌면 70년 정도 남은 시간을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형이 죽고 나서 나는 어찌어찌 메트로 오는 길을 찾게 됐다.
그리고 성년이라는 것이 그 자체로 여정이라기보다는 그동안추구하던 성장과 변화를 마무리 짓는 최종 목적지 같은 시기라생각하는 쪽이 편했다. 형보다 더 나이 든 사람이 된 지금이 이상하고 부자연스럽다. 어릴 적 올라가서 놀던 나무보다 키가 더커지면 이런 느낌일까. 그러나 이제는 내 삶이 지금 보이는 지평선 너머까지 뻗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 정도의 관록은 갖추게 되었다. 삶은 휘청거리고 삐걱거리면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갈 테고, 그 방향을 나 스스로 잡는 편이 낫다는 것도 알게 됐다. 다시말해 내 삶은 여러 개의 챕터로 되어 있고, 그 말은 현재의 챕터를 언제라도 끝낼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 P305

스러운 광경이지만 점차 신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자리를 지키며 서 있는 동안에는 계속즐거움을 찾을 수 있었다. 거의 완벽한 직장이었다. 하지만 어쩌면 이제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은 더 이상 완벽한 직장이 아닐지도몰랐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이 전시실에서 벌어진다고 생각하던 한때가 있었고, 명상과 같은 고요함을 감사한 마음으로음미했다. 그러나 요즘은 생각이 미술관 밖으로 휘리릭 날아가서 몸과 마음이 움찔거리고 안절부절못하기 일쑤다. 나는 이제더 이상 고요하고 정돈된 환경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제 더이상 경기장 밖에 서서 게임을 잠자코 지켜보지 않아도 된다. 전시실을 찾는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들을 지켜보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이 큰 도시와 넓은 세상을 어떻게 만나게 해줄지를 계획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 P306

파트타임으로 하는 비정규직 일자리에 불과하다. 평생 이 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이라고 상상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인생은길고, 이 일은 구석에 서서 사람들을 지켜보는 대신 그들을 이끌고 다니면서 글자 그대로 세상을 탐험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이다.
봄이 오고 일을 시작할 날짜가 다가오면서 나는 가이드를 하기위해 조사하고, 투어내용을 적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들려줄 준비를 하는 내가 얼마나 신나 하고 있는지 문득 깨닫는다. 이야기를 하는 일, 나만의 것을 만드는 일이다. - P307

그렇다, 그럴 수는 없다. 하지만 그런 순간들은 위안을 준다.
힘이 나게 한다. 그리고 순수하다. 빈센트의 <붓꽃>을 보고 있자면 가난과 자신을 괴롭히는 상념들에서 벗어나 그 생기 넘치는단순함 속에서 영원히 살고 싶은 화가의 염원이 느껴진다. 그러나 몸을 돌려 우리 앞에 놓인 것을 직면해야 하는 시간은 오고야만다. 빈센트의 이야기가 슬픈 것은 그가 삶을 살아내는 능력을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보다 운이 좋다는 사실에이루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이 감사하다. 내 이야기는 행복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 P315

가끔은 지루하고 가끔은 숨 막히게 아름다운 일상. 아무리 중차대한 순간이라 하더라도 아무리 기저에 깔린 신비로움이 숭고하다 할지라도 복잡한 세상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돌아간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야 하고, 삶은 우리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그림 하단이 있다. 그곳에서 그림의 톤은 다시 한번 변화한다. 거기에는 슬픔에 겨워 쓰러진 어머니를 돌보는 연민 가득한 사람들이 있다. 수동적인 구경꾼들과 달리 그들의 마음은 같은 방향, 즉 선행으로 향하고 있다. 그림의 이 마지막 부분은 따르고 싶은 모범이다.  - P320

내 앞에 펼쳐진 삶에서 나를 필요로 하고, 내가 필요한 경우들이 있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다른 이들도 나를 위해 그렇게 해줄 것이라는 게 나의 희망이다. 이제 형은 세상에 없다. 나는 그 상실을 느낀다. 형은 그림에서 성모 마리아를 돌보기 위해 정신을 바짝 차린 채 몸을 굽히고 있는, 칭찬받아 마땅한 현실적인 사람들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지금도 형의 초상화, 티치아노가 그린 듯한 밝고 솔직한 형의 얼굴이 선명하게 살아 있고, 그 모습에서 나는 위안을 찾는다. 이 그림이라면 확실히 내가 메트 바깥으로 품고 나갈 수 있을 것이다. - P320

미술관이 문을 닫을 시간이 가까워올 때까지도 나는 계단 맨 꼭대기의 내 자리에 서 있다. 저 아래 그레이트 홀은 소란스럽기그지없다. 사람들이 바다처럼 몰려가 맡겨뒀던 옷을 찾아 입고, 지도를 보고,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세상을 떠나일상과 삶으로 돌아가는 수순을 밟고 있다.
많은 경우 예술은 우리가 세상이 그대로 멈춰 섰으면 하는 순간에서 비롯한다. 너무도 아름답거나, 진실되거나, 장엄하거나, 슬픈 나머지 삶을 계속하면서는 그냥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순간 말이다. 예술가들은 그 덧없는 순간들을 기록해서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이도록 한다. 그들은 우리로 하여금 어떤 것들은 덧없이 흘러가버리지 않고 세대를 거듭하도록 계속 아름답고, 진실되고, 장엄하고, 슬프고 기쁜 것으로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믿게 해준다. 그리고 이곳 메트에 유화물감으로 그려지고, 대리석에 새겨지고, 퀼트로 바느질된 그 증거물들이 있다. - P324

세상이 이토록 형형색색으로 화려하고 충만하며, 그런 세상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존재하며, 사람들이 아름다운 것들을 정성을 다해 만들려는 본성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사실이신비롭다. 예술은 평범한 것과 신비로움 양쪽 모두에 관한 것이어서 우리에게 뻔한 것들, 간과하고 지나간 것들을 돌아보도록일깨워준다. 예술이 있는 곳에서 보낼 수 있었던 모든 시간에 고 - P324

마운 마음이다. 나는 다시 이곳에 돌아올 것이다.
10년 전, 배치된 구역에 처음 섰을 때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것들이 있었다. 때때로 삶은 단순함과 정적만으로 이루어져 있을 때도 있다. 빛을 발하는 예술품들 사이에서 방심하지 않고 모든 것을 살피는 경비원의 삶처럼 말이다. 그러나 삶은 군말 없이살아가면서 고군분투하고, 성장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는 것이기도 하다.
5시 30분이 되자 나는 클럽으로 부착하는 해진 넥타이를 떼고서 중앙 계단을 뛰어 내려간다. - P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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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에게는 혐오가 많았고, 이 온화하고 뛰어나며 매력적이고 독실한 남자가 그런 혐오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그 미움을 정당화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건 무시무시한혐오였다. 루이스는 자기 신념에 독선적이었다. 전투적 기독교인은그래도 무방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대단히 지적이고 고등 교육을받은 남자가 자기 의견과 편견에 독선적으로 군다는 건 허용해도 좋을 일이 아니다. 오직 인사이드 클럽만이 지지할 일이다. - P426

루이스의 절친한 친구이자 동료였던 J. R. R. 톨킨도 많은 분야에서 루이스와 같은 견해를 보였고 독실한 기독교인이기도 했다. 그러나 톨킨의 소설에서는 그 모든 것이 완전히 다르게 나타난다. 톨킨이 악을 다루는 방식을 보자. 톨킨의 악당들은 오크와 검은 기수들(고블린과 좀비들: 신화적인 존재들이다.), 그리고 인간으로보인 적도 없고 인간 같은 구석도 없는 어둠의 군주 사우론이다.
이들은 사악한 인간이 아니라 인간 내부의 악의 화신이며, 증오의보편 상징이다. 잘못된 일을 하는 인간들은 완성된 인물이 아니라보완 요소로 작동한다. 사루만은 간달프의 어두운 자아이고, 보로미르는 아라고른의 어두운 자아다. 뱀혓바닥 그리마는 거의 대놓고 세오덴 왕의 약한 부분이다. 놀랍도록 혐오스러운 타락한 골룸도 있기는 하다.  - P427

하지만 『반지의 제왕 3부작을 읽는 그 누구도 골룸을 미워하거나, 미워하라는 요구를 받지 않는다. 골룸은 프로도의 그림자다. 그리고 모험을 완수하는 존재는 영웅이 아니라 그림자 쪽이다. 톨킨이 악을 "타자"에게 투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들은 진짜 타자가 아니라 우리 자신이다. 톨킨은 이 점을 아주 분명히 드러낸다. 톨킨의 윤리는 꿈의 윤리처럼 보상 성격을 띤다. 마지막 "답"은 미지의 상태로 남는다. 하지만 책임감이 받아들여지기에, 너그러움이 살아남는다. 그리고 황금률‘이 개가를 울린다. 사실 『반지의 제왕을 좋아한다면 골룸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루이스의 경우, 책임감은 적과 싸워 이기는 기독교 영웅이 - P427

라는 형태로만 나타난다. 사랑이 아니라 미움의 승리다. 적은 자기자신이 아니라 온전히 타자이며 악마들린 자다. 이렇게 투사하면저자가 얼마든지 잔인해질 수 있고, 실제로 이 이야기들 몇 개는잔인함이 지배한다. 루이스의 우주 3부작 주인공 랜섬은 이 책의주요작 『다크 타워』에도 나온다. 랜섬의 몇 마디는 진정 인사이드클럽답게 아주 겸손하면서도 대단히 아는 체하는 투로 나온다. 나는 언제나 골룸이 더 좋다.
루이스는 우주 3부작 중에서 첫 권인 『침묵의 행성에서」핵심 장면들만 보더라도 SF 작가로 불려야 한다. 여기에 나오는 화성 풍경과 거주자들에 대한 묘사는 웅장하다. 선명하고, 감정적으로 강력하며, 정말로 기이하다. SF는 그 후 줄곧 그 장면을 흉내 냈다. 다크 타워』에도 그런 시각적인 힘이 넌지시 보이기는 하지만,
민망할 정도로 순진한 성적 색채 때문에 약화되고 말았다. 루이스는 자기 소재를 통제하지 못한다. 깊은 무의식의 소재를 끌어내는사람이라면 가끔 그 속에 잠긴다 해도 탓할 수 없다. - P428

감정적인 성향에 더 흥미가 가기는 한다. 감정 선호가 예술적으로 위험이 더 크기 때문이다. 「미지와의 조우에서는 때로 감정이 마음을 움직인다. 영화 내내 아이들이 정말로 중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외계인들이 순수한 빛 속에 잠긴 어린아이 같고 가냘프고 거의 태아처럼 보이는 모습으로 처음 나타난 순간에는 깊은 반향이 울린다. 하지만 그러다가 스필버그가 재앙 같은 클로즈업으로 그 순간을 날려 버린다. 손재주 참! 아무도 아무 일도 조용하게나 수월하게 하지 못한다. 카메라에 필름을 넣는 장면마저 그렇다.
모두가 거대한 상어에게 쫓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모든 움직임이격하고 부산하다. 그래도 배우들은 워낙 훌륭해서 그 모든 어려움을 뚫고도 개성과 믿음이 가는 반응들을 다진다. 우리는 배우들과함께 느끼고, 동조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또 과도한 흥분이내려앉고 볼륨이 커지고 만다. - P435

도리스 레싱은 위험을 감수하지만 게임을 하지는 않는다.
유머나 재치나 장난기를 기대하고 레싱의 책을 찾는 사람은 없고, 레싱의 작품에서 장난과 속임수와 조작이라는 의미에서의 게임을 찾을 사람도 없을 것이다. 시카스타』 서문에서 레싱은 특유의 솔직한 태도로 현대 소설가가 SF에 진 빚에 대해 말한다. 점잖은 "사변 소설"로 도피하지도 않고 자신의 책을 과학소설로 소개하고 있으니, 나도 고맙게 이 책을 과학소설로 평하련다. 과학소설은 지금까지 가식적인 이들에게 사과하고 무지를 고집하는 사람들에게스스로를 설명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허비했으니 말이다.
누가 썼는지 모르고 시카스타』를 읽었다면, 저명한 작가가 새로운 모드에 어색해하면서 쓴 작품이라고는 짐작하지 못했을 것 같다. 유감이지만 이렇게 말했을 터이다. 열심이지만 욕심이 과하고, 구성이 나쁘며, 편집도 나쁜데, 발전가능성은 아주큰, 전형적인 첫 소설이라고.  - P437

싸구려 매문가나 괴짜도 아닌, 주목할 만한 작가가 이런 투사가 담긴 윤리를 내미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불안하다. 시카스는 기독교 서적이 아닌데도 칼뱅파스럽다. 인류는 뿌리부터 무책임하다고 단언하고 있지 않은가. 구원은 노력이 아니라 은총으로만 이루어지고, 영혼의 수고가 아니라 탄원과 개입으로 이루어진다. 그것도 소수의 선택받은, 뽑힌 사람들에게만 나머지는 심판/대학살/종말의 저주에 처한다. 이것은 최근 유사과학에 흔하고, 자연히 근본주의를 뒷받침하는 주제다. 이 사상의 뿌리는 아마 근동에 있을 텐데, 서구에서는 힘든 시기, 사람들이 절망에 대한 조언을 구할 때마다 나타났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호감이 가지 않고 근본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기에, 보편성을 획득한적은 없다. 대부분의 예술가에게도 동조하기 힘든 사상이다. 이 사상은 세상에 비극이나 자선이 있을 자리를 남기지 않기 때문이다. - P440

레싱은 가끔 한 번씩 훈계를 멈추고 자신이 뛰어든 세계를돌아본다. 그런 순간에는 작가가 그곳에 있고, 그곳에 속한다는사실을 의심할 수가 없다. 레싱이 전통적인 소설을 쓰지 않는 것은 전통적인 정신의 소유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레싱은 전혀 리얼리즘 작가가 아니다. 그렇다고 판타지 작가도 아니다. 오래된 구분은 이제 무의미하니, 폐기해야 마땅하다. 비평가들보다 먼저 우리소설가들부터 그 구별을 넘어서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레싱이 어색하게 움직이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레싱은 앞으로 나아간다. 나라면 SOWE, 또는 우리-본질의 느낌(substance-of-we-feeling,
대체 본래 뜻이 더 나쁜지 줄임말이 더 나쁜지 모르겠다.) 같은 것을 곱씹고 싶지 않겠지만, 6번 구역에 가려면 SOWF를 거쳐야 할지도 모른다. 6번 구역이란 하데스이고, 티베트 『사자의 서」에 나오는 풍경이며, 무의식의 외딴 영역이고, 경계 세계이자 그 이상으로, 개념과 - P442

심상으로서는 참으로 아름답다.
지적인 소설, 아이디어 기반의 소설들은 너무 자주 의견을제시하는 소설로 빠져든다. 방자해진 과학소설은 다른 어떤 예술보다 더 광대한 소재를 가지고서도, 그럴 권리도 없이 고함을 치고설교를 한다. 레싱의 의견, "과학"과 "정치" 등등에 대한 레싱의 혹평은 거의 소설을 망칠 뻔했다. 하지만 그런 의견들 아래에, 그 너머에, 작가의 통제를 벗어나서, 어쩌면 작가의 의식적인 의도마저반하는 창조적인 영혼이 있다. 도스토옙스키의 권위를 발휘하여테러리스트의 어린 시절을 묘사하거나, 생명의 문 앞에 모여들어우는 영혼들을 상상할 수 있는 작가가.... 그리고 그렇게 비틀거리면서 힘겹게 돌아다니는 책은 결점을 상쇄하고, 읽을 만한 가치가 있으며, 불멸하는 다이아몬드와도 같다. - P443

누구나 가끔은 기분이 가라앉지만, 어떤 사람은 가라앉았다가 다시 올라오지 못한다. 우울증은 유일하게 임상적으로 치명적일 때가 잦다고 인정받은 정신질환이다. 자살로 끝날 때가 너무많다. 미합중국에만 4000만에서 6500만의 우울증 환자가 있다.
그중 3분의 2는, 그러니까 진단 사례의 대다수는 여성이다. 주부나임금 노동자나 비슷하고, 집에서 아기를 키우든 사무실에 나가서경력을 쌓든 차이가 없다. 사회로부터 스스로를 타고난 패배자로여기도록 배운 사람은 승리자처럼 생각하기가 힘들어진다. 매기스카프의 미완의 과제는 여성의 우울증이라는 큰 문제를 다루는 대단한 책이다.
우울증이란 무엇인가?
"자꾸만 결정을 내렸다가 흩어 버려요..." 이 사람은 브렌다, 병원과 진료소에서 인터뷰하여 이 책에 수록한 많은 목소리 중하나다. "내가 뭔가를 애도하고 있는 것 같은데, 대체 뭘 애도하는 - P465

건지는 모르겠는 기분이죠." 다이애나의 말이다.
스카프는 말한다. "인생을 계속 이어지는 실로 본다면, 우울증은 그 실이 엉키고 뭉치고 뒤얽힌 자리…… 조정이 실패했다는 신호다." 그 증상으로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없음, 생각하고 기억하는 능력이 손상됨, 결정을 하지 못함, 과민함, 극심한 피로(또는 주체하기 힘든 활동성), 수면 장애, 성교 불능 또는 불감, 슬픔, 그리고 스스로와 스스로의 고통을 제외한 그 무엇에도 관심을 갖지 못함 등이 있다. "기분 상태 자체가 경험의 필터가 되어서, 즐겁거나기쁜 경험은 하나도 그 필터를 통과하지 못한다" - P466

지시하는 내용이라곤 이것뿐이다. 스카프는 우울증을 "정의한 다음에 그 안을 색칠하지 않는다. 이 책 전체가 우울증의 정의이고, 스카프가 내미는 우울증의 그림은 개별 사례 연구와 스카프가 논하는 이론과 치료법들로부터 자라나고 그곳에 계속 뿌리를 둔다. 이 논의들은 이 분야에서 보기 드문 폭과 냉정함을 갖추고 있다. 스카프는 자신의 의향을 분명하게 드러내면서도 우리에게 생각할 자유를 남겨 둔다. 즉각적인 확신을 제시하는 일은 없다. 이 책은 전문 용어 없이 접하기 쉬운 저널리스트 스타일로 쓴대중 심리학 저술이다. 그들이 아니라 우리를 위한 책이다. 그렇다고 유행 심리학"도 아니다. 의견을 주입하지는 않아도, 살펴볼 수있도록 내놓기는 한다. 이 책은 대단히 사려 깊고, 그렇기에 비판은 거의 하지 않는다. 게다가 경탄스러울 정도로 온화하다. 전통 심리학의 ‘남성이-표준‘ 요새와 래디컬 페미니즘의 ‘남성은적‘ 전초 - P466

기지 사이 전쟁터에서 냉정을 유지하기란 늘 쉬운 일이 아닌데, 매기 스카프는 결코 흥분하지 않는다. 심지어 프로이트의 그 유명한 말 "우리는 여자가 정말로 무엇을 원하는지 영영 모를 것이다."
조차도 대처해 낸다. 지금이서평을 쓰고 있는 나를 비롯해서 어떤 여자들은 이 얼빠진 발언을 들으면 자동으로 입에 거품을 문다. 그 지루하기까지 한 남성 인지의 오만이라니. 대체 "우리"가 누구란 말인가? 다시, 또다시 남성이 인간이고 여성은 비정상이라는식 아닌가. 그런데 스카프는 온화하게 "다소 얄궂은 발언이다."라고 하고 논의를 계속한다. "내가 하려고 하는 일은 사실상 그 질문을 반쯤 조롱하는 질문에서 철저히 진지한 질문으로 바꿔 놓는 작업이다. 대체 여자의 삶에 무엇이 부족하면 우울증 상태로 이어질수 있나? 여자들은 다양한 인생의 단계에서 살아가기 위해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 P467

아, 저 질문에 갈채를 보낸다. 갈채와 환호를
부제 ‘여성의 인생에 존재하는 압력점‘을 잘못 보면 이 책이 예측 가능한 위기 대처 매뉴얼인가 싶어진다. 여기에서 말하는 "인생단계" 란 단순히 10대부터 70대까지 여섯 번의 10년씩을 말하고, 각 단계마다 하나 또는 여러 명의 인터뷰가 예시가 된다. 각각의 인터뷰가, 인터뷰 속 여자들 모두가 어둠 속의 목소리다. 상실,
애도, 공포, 절망, 분노, 고독의 목소리, 청소년기에 처음 겪는 큰 상실은 바로 아동기를 잃어버리는 것이다. 여자는 어린 시절의 안전을 성인의 독립성과 맞바꿔야 하는데, 사랑이 따르지 않으면 그 과 - P467

정을 해방이 아니라 버려짐으로 여길 수 있고, 그러면 희망과 신뢰가 아니라 슬픔과 두려움 속에서 인생에 대처해야 한다. 인생의 매단계마다 이런 패턴이 일어나거나 되풀이될 수 있다. 그리고 언제나 자립을 성취하는 일, 세상에서 자유롭게 존재하고 행위하는 자아를 획득하는 일은 여자에게 "사람들이 나에게 뭘 원하지?" 묻기를 부추기고 여자가 "난 뭘 하고 싶고, 무엇이 되고 싶지?"라고 물으면 얼굴을 찌푸리는 문화적인 편견에 방해를 받는다. - P468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겨우 25년에서 30년쯤 늦게 노벨문학상을 받고, 다음해에는 이탈로 칼비노가 상을 받는다면………아니, 백일몽은 그만 꾸자. 그사이 여기에 1945년부터 1960년까지 써 낸 칼비노의 단편 선집이 윌리엄 위버, 아치볼드 콜훈, 페기라이트의 멋들어진 번역으로 찾아왔다.
접시에는 개구리, 소스팬에는 뱀, 수프 안에는 도마뱀, 타일 위에는 두꺼비들로 야생동물 가득한 부엌, 동굴 속에는 양, 덤불에는 돼지, 공터에는 소, 여기에는 닭, 저기에는 기니피그로 길짐승 가득한 숲 금전 등록기는 무시하고 크림퍼프와 젤리롤에 파묻힌 도둑들이 가득한 패스트리집, 벌거벗은 채로 모피 상점을 습격해서 담비털, 비버털, 양털을 강탈해다가 깜짝 놀란 가게 직원에게 "모피 토시에 팔이 엉킨 거대한 인간 곰처럼 보이게 된 늙은 거지……. 이 직원의 반응은 그야말로 칼비노스럽다. "귀엽기도 해라!" 이러니 말이다. - P487

칼비노의 초기 단편들은 정확하고, 섬세하고, 친절하고, 건조하고, 말도 안 되고, 자주 이런 동물생명과 인공생명의 침입 또는 상호 침투라는 주제를 따라간다. 기이함이 질서를 전복하는 이야기다. 복잡한 주제이다 보니 더 정확하게 판별할 수가 없고, 이야기 속의 한갓 아이디어로 뽑아낼 수도 없다. 이것은 정치적이고,
사회적이고, 심리학적이며, 매혹적인 주제다. 사실 칼비노가 워낙지적으로 흥미로운 작가이다 보니 독자는 칼비노가 보이지 않는도시들』이나 어느 겨울밤 한 여행자가 같은 반(反)서사" 스턴트를 소화해 내는 것이 강력한 서사 재능 때문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리곤 한다. 이 책에서 여러분은 서스펜스 패러다임의 "지뢰밭"에선 순수하고 단순한 이야기꾼을 볼 수 있다. 지뢰가 터질까, 터지지 않을까? 나는 미처 내가 일곱 페이지 동안 숨을 참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 P488

소설 속에 담긴 세련된 사색은 주목할 만하고, 훌륭하며, 캘리포니아스럽다. 유럽에 집착하는 많은 동부 해안의 사상은 진짜 동부를 아우르지 않는다. 이 책에서 드물게 언급되지만 구조적으로 아주 중요한 사티야그라하 (Satiyagraha)나무위(無違) 같은 개념은, 다 낯선 말이고 서부에서나 하는 무엇, 아니면 셀마에서나하는 뭔가라고 여기는 독자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도 나쁠 것은 없다. 일반 독자보다 잘 알아야 마땅한 비평가들이 그걸 몰라서 이 책을 저평가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이건 빠르고, 책장이 잘 넘어가고, 재미있는 좋은 여름 휴가용 책이다. 또 그이상의 무엇이기도 하고, 주목받아 마땅하다. 궁극의 폭력 행위에 - P526

대해 비폭력적으로 쓰려고 시도하면서 캐럴린 시는 아주 오래된비폭력 전통에 소설의 바탕을 두었다. "남자의 세상"에 대해 여자로서 쓰면서 여성 연대와 인간의 친절로 분노를 갈아 냈다. 캘리포니아 토양에 다진 이 단단한 기반 위에, 섬세하고 뛰어나며 놀라운 와츠타워 같은 책을 지었다. - P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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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누군가의 경험이 다른 누군가의 경험에 대한 부정, 부인, 반증이 될 수가 있겠어요? 제가 훨씬 경험이 많다 해도, 여러분의 경험은 여러분의 진실이에요. 어떻게 누군가의 존재가 다른 누군가가 틀렸다는 증명이 될 수 있겠어요? 설령 여러분이 저보다 훨씬 젊고 영리하다 해도, 제 존재는 저의 진실이죠. 전 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고, 여러분은 그걸 받아들이지 않아도 돼요. 사람들은 서로 상충할 수가 없어요. 오직 말만 서로 상충할 수 있지요. 무기로 쓰기 위해 경험에서 떼어낸 말들, 상처를 만들고 주체와 객체 사이를 찢고 객체를 드러내고 착취하면서 주체는 숨기고 방어하는 말들이요. - P266

사람들이 객관성을 갈망하는 이유는, 주관적이라는 건 취약하고 훼손당할 수 있는 형체를 갖춘다는 뜻, 그런 몸이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에요. 특히 남자들이 그런 일에 익숙하지가 않죠. 남자들은 내주지 말고 공격하라고 훈련받으니까요. 서로를 믿고, 우리만의 언어로, 우리가 서로 대화하는 언어로, 즉 어머니말로 우리의 경험을 말하려고 하는 건 여자들에게 더 쉬운 일일 때가 많아요.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힘을 주죠. - P266

기묘한 리얼리즘이지만, 기묘한 현실이다.
아무리 이상하다 해도, 제대로 만든 SF는 모든 진지한 소설과 마찬가지로 실제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사람들이 정말로무엇을 하고 무엇을 느끼는지, 어떻게 이 거대한 자루에서, 이 우주의 배 속에서, 앞으로 태어날 것들의 자궁이며 전에 있었던 것들의 무덤에서, 이 끝없는 이야기에서 사람들이 다른 모든 것과 어떻게 관계 맺는지에 대해 설명하려는 한 가지 방법이다. 모든 소설이그러하듯 SF 안에는 남자(Man)마저도 자기가 원하는 자리, 자기가속한 자리에 둘 여유가 있다. 야생 귀리를 잔뜩 따고 또 뿌리고, 어린 우므에게 노래를 불러 주고, 우르의 농담을 듣고, 도롱뇽을 구경하고, 그러고도 이야기가 끝나지 않을 만큼 시간이 있다. 아직거둬야 할 씨앗들이 있고, 별들의 가방 속엔 공간이 있다. - P301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할까요? 헤밍웨이부터 메일러까지, 멸종 위기의 어리석은 마초들은 다 두려워하죠. 여자가 살아온 경험을, 여자의 판단으로 쓰는 것보다 더 전복적인 행동은 없어요. 버지니아 울프는 1930년에 그 사실을 알고 말했지요. 우리들은대부분 그 말을 잊어서 1960년대에 다시 발견해야 했어요. 하지만이제는 여자들이 쓰고, 출판하고, 예술의 유대, 학문의 유대, 페미니스트 유대로 서로의 글을 읽은 지 한 세대가 다 됐어요. 계속 이렇게 한다면 2000년도쯤에는 역사상 처음으로!한 세대 이상사회에서 활동적이고 창조적인 세력으로 의식을 갖고 살아 있는여자들의 통찰과 발상과 판단을 갖게 되겠지요. 그리고 우리의 딸과 손녀딸들은 우리처럼 0에서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될 거예요.
여자들의 말, 여자들의 작품을 살아 있고 힘 있게 지키는 것..
전 그게 지금부터 15년간, 그리고 또다시 50년간 작가이자 독자로서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해요. - P314

지난봄에 제인 오스틴의 설득을 서로에게 읽어 준 후, 내 배우자와 나는 시험 삼아, 큰 기대 없이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를 읽어 보기로 했어요. 오스틴이 글을 썼을 때는 사람들이 아직 많이들 소리 내어 읽었고, 작가도 자기 텍스트를 듣고 목소리에 운율을 맞춘 게 분명했지요. 하지만 울프는,
너무나 지적이고 교묘하고... 그래서, 우리가 겪은 문제라고는 오직 터져 나오는 눈물, 기쁨의 고함, 그 외에 다른 지적 흥분과 주체할 수 없는 감정 표현에 낭독이 자꾸 지연되었다는 사실뿐이었어요. 가능하다면 난 두 번 다시 버지니아 울프를 소리 없이 읽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 읽으면 울프의 작품 절반은 놓치는 거예요. - P327

이 글의 나머지 내용은 내가 글을 쓸 때 실제로 무슨 일을한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전체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어디에들어가는지 분석해 보려는 시도가 될 것이다.
이 과정에는 다섯 가지 기본 요소가 있는 것 같다.


1. 언어의 패턴 단어들의 소리
2. 구문과 문법의 패턴, 단어와 문장이 서로 연결되는 방식.
그 연결이 상호 연결되어 더 큰 단위(문단, 절, 장)를 형성하용 있는 방식, 즉 작품의 시간적 움직임, 템포, 속도, 보폭, 그리 - P342

고 형태,
(주시에서는 특히 서정시에서는 이 두 가지 패턴화가 작품의 아름다움을 결정하는 분명하고 두드러지는 요소이다. 말의 소리, 운율, 울림, 리듬, 즉시의 "음악" 요소 말이다. 산문에서 소리 패턴은 훨씬 미묘하고 느슨하며 사실상 압운, 조화, 유운 등등은 피해야 한다. 그리고문장나누기, 문단 나누기, 시간적인 움직임과 형태의 패턴은 너무 크고 느리게 이루어져서 의식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소설의 "음악", 특히 장편소설의 음악은 아름답다는 사실을 독자가 알아채지 못하는경우도 많다.)
3. 심상(想)의 패턴. 말이 우리로 하여금 마음의 눈으로 보게 하거나, 상상으로 감각하게 만드는 것,
4. 아이디어의 패턴, 말과 사건 서술이 우리에게 이해시키거나, 우리의 이해를 빌리는 것.
5. 느낌의 패턴, 말과 서술이, 위에 언급한 모든 수단을 써서,
말로 직접 접근하거나 표현할 수 없는 영역에서 우리에게감정적으로나 영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것. - P343

이런 온갖 종류의 패턴화-소리, 구문, 심상, 아이디어, 느낌의 패턴화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그리고 모두 어느 정도는 있어야 한다. 작품의 시작점이라는 신비로운 단계는 아마 이 모든 패턴이 맞아 들어가는 때일 것이다. 저자의 머릿속에서 어떤 느낌이 그느낌을 표현할 심상과 연결되고, 그 심상은 아이디어로 이어져서, - P343

반쯤 형성된 아이디어가 직접 말을 찾기 시작하고, 그 말이 다른말로 이어져 새로운 심상을, 어쩌면 사람들을,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을 만들고, 그 사람들이 하는 일이 아래에 깔린 느낌과 아이디어를 표현하여 이제 서로 공명하고……구상 단계에서나 글쓰기 단계에서, 아니면 수정 단계에서이 과정 중 하나라도 많이 부족하거나 빠지면 결과는 약하거나 실패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실패는 성공이 의기양양하게 숨기는 바를 분석하게 해 줄 때가 많다. 내 글쓰기 과정의 다섯 가지 요소를분석하는 데 체호프나 울프의 단편은 추천하지 않는다. 성공한 소설은 분해할 수 없는 일체로 움직인다. 하지만 약하거나 실패한 글쓰기를 보여 주는 친숙한 작품들에서는 한가지 요소가 빠져 있다는 사실이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알려 줄 수 있다. - P344

예를 들어 보자. 흥미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서, 진부한 등장인물들이 연기하는 어떤 플롯으로 발전시키고, 느낌 대신 폭력에 기대면 쓰레기 수준의 미스터리나 스릴러나 SF 소설을 만들 수있다. 하지만 훌륭한 미스터리나 스릴러나 SF가 되지는 않는다.
거꾸로 강력한 느낌을 강력한 등장인물들이 일으킨다 해도, 그 느낌에 연결된 아이디어를 제대로 생각하지 않았다면 이야기를 전달하기에는 부족하다. 정신이 감정과 같이 맞아 들어가지않는다면, 그 감정은 대부분의 대중 로맨스처럼) 소망 충족이나 (많은
"주류" 장르처럼) 분노나 (포르노에서처럼) 호르몬의 욕조에 빠져서 허우적댈 것이다. - P344

초심자들의 실패는 강력한 느낌과 아이디어는 있으나 담아 낼 심상을 찾지 못했거나, 단어를 찾아 꿰는 방법을 모르는 채로 시도한 결과물일 때가 많다. 영어로 쓰는 작가가 영어 어휘와문법을 모른다면 문제가 크다. 가장 좋은 치료법은 독서다. 두 살쯤에 말하는 방법을 배우고 그 후 줄곧 말하기를 해 온 사람들은자기들이 언어를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아는 것은 말하는 언어이고, 그다지 읽지 않거나 싸구려 글만 읽고 그다지 써 보지도 않았다면, 두 살 때 말하던 꼴로 글을 쓰게 될 것이다. 글쓰기도 상당한 연습을 요구한다. 기본적인 지법도 배우지 않은 악기로 복잡한 음악을 연주하려 시도한다면 그게 바로 처음 쓰는 작가들에게 제일 흔한 결함이다. - P345

드물게 나오는 실패는, 단어들이 큰 소리로 울면서 뛰어다니고 돌진하며 발길질로 먼지를 잔뜩 일으키는데, 정작 그 먼지가가라앉고 나면 울타리 안에서 나오지도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종류의 실패다. 그런 작품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어디로도 가지 못한다. 느낌, 아이디어, 심상은 그저 우르르 끌려갈 뿐, 이야기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런 류의 실패는 가끔유망해 보일 때가 있는데, 작가가 순수하게 언어로 잔치를 벌이기때문이다. 말이 글을 장악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 길로 계속 갈수는 없어도, 시작점으로는 나쁘지 않다.
소설가이자 시인인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시는 "소리와 - P345

말의 의미 사이 관계"에서 저절로 만들어진다고 했다. 나는 산문도 같은 식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소리"에 구문과 서사의 큰동작, 연결, 형태를 포함시킨다면 말이다. 말과 심상, 아이디어, 그리고 그런 말들이 일으키는 감정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상호 관계가 있다. 그 관계가 강할수록 작품도 강하다. 소리와 리듬, 문장 구조, 심상들의 일관되고 통합한 패턴화 없이도 의미나 느낌을 성취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뼈가 없이 걸을 수 있다고 믿는 셈이다. - P346

나의 가장 큰 조력자는 언제나 버지니아 울프였고, 지금도버지니아 울프예요. 이제 울프가 글 쓰는 여자의 멋진 심상을 전해주는 여성의 직업Professions for Women 11 초고에서 인용할게요.


나는 그녀를 어부처럼 호숫가에 앉아서 물 위에 낚시대를 드리우고 명상하는 자세로 그린다. 그래, 그런 모습으로 상상한다. 그녀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 추론하고 있지도 않았다. 플롯을 구상하고 있지도 않았다. 가늘지만 꼭 필요한 이성의 실 한 가닥을 들고 앉아서 의식의 심연으로 상상력을 가라앉히고 있었다. - P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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