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로스를 단 한 권도 읽지 않았다.
이 인터뷰를 읽고나니 그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그렇지만 그녀의 입에서나온 말들은 모두 제가 만들어낸 것입니다. 플로리다 출신의 여든세살 흑인 청소부 올리비아, 그녀는 바로 저입니다.
당신도 잘 알다시피, 흥미로운 전기의 문제 그리고 그런 점에서중대한 문제는 작가가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에 대하여 쓸 것이라는점이 아닙니다. 어떻게 그것을 쓸 것인가라는 점입니다. 그렇지만작가가 어떻게 그것에 대해 쓸 것인가를 적절하게 이해했더라도, 왜그것에 대해 쓰는지 이해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더 흥미로운 질문은 왜 그리고 어떻게 발생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쓰는가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어떻게 기억에 의해 영감을받고 조정되는 것에다 가설적인 것 또는 상상한 것을 가미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기억된 것이 전반적인 환상을 만들어내는지 하는 것입니다. 한 가지 제안하자면, 해방된 주커에서 일어난 아버지의죽음이라는 절정의 사건과 제 자서전적 연관성에 대해 물어볼 수있는 최적의 사람은 바로 제 아버지입니다. 그분은 뉴저지의 엘리자베스 시에 살고 있습니다. 제가 그분의 전화번호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P251

회고할 때 저는 이 세월이 아주 놀라운 시간이었음을 깨닫습니다. 여느 오십 대가 자신의 젊은 시절 10여 년을 써버린 모험을 생각할 때 종종 깨닫는 것처럼, 편안할 정도로 오래전에 일어난 일이라고 느끼지요. 옛날엔 지금보다 훨씬 더 공격적이었습니다. 어떤사람들은 제게 위협을 느꼈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저도 똑같이 쉬운표적이었습니다. 만일 누군가 거대한 과녁의 정곡을 찾아내기만 한다면, 스물다섯 살짜리의 젊은이는 대체로 쉬운 표적이 됩니다. - P253

그녀는 일기에서조차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
실제의 삶에서 그렇게 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이 부분은 절대로 일인칭 화자의 이야기가 되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지요. 그리고 일인칭 화자라는 거름망을 통과할 때 그녀의 것이라기보다는 제 것인이 끔찍한 어조를 없앨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란 것을 알았습니다. 이것을 없앴지요. 에이미 벨레트 덕분에, 이 모든 것-간절한억양, 긴장된 감정, 우울하고 너무 극화되고 고풍스런 말투 없앨 수 있었습니다. 약간은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는 그때 이 부분을삼인칭 화자로 되돌리고, 새로 작업할 수도 있었습니다. 열광적으로이야기를 하거나 찬사를 바치거나 하는 대신에 글을 씀으로써 말이지요. - P275

소설을 쓴다는 것은 권력에 이르는 길이 아닙니다. 제가 살고있는 사회에서 소설이 몇 명되지 않는 작가 외의 다른 사람들에게도 심각한 변화를 가져온다고 믿지 않습니다. 몇 명 되지 않는 작가들의 소설 역시 다른 소설가들의 소설에 의해 심각하게 영향을 받긴 하지만요. 저는 보통 독자들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을 볼 수없으며, 또한 그런 것을 기대하지도 않습니다. - P278

제 소설이 문화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다고 생각하는지 묻는거라면 그 대답은 ‘아니요.‘ 입니다. 분명히 스캔들은 좀 있었지만, 사람들은 늘 그런 일로 분개하지요. 이것은 그들에게 삶의 방식일 뿐입니다. 이것은 어떤 것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제 소설이 문화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길 바라는지 묻는 거라면, 그 대답은 여전히 ‘아니요‘입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독자들이 제 소설을 읽을 때 소설에 푹 빠지게 만드는 것입니다. 할 수만 있다면 다른 작가들이 하지 못하는 그런 방식으로 독자를 사로잡고 싶습니다. 그러곤 그들을 소설을 읽기 전의 그들 그대로 그들 외의 모든 사람들이 그들을 바꾸고 설득하고 유혹하고 조절하려고 애쓰는 그런 세상으로 다시 돌려보내는 겁니다. 최고의 독자는 이런 소란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소설이 아닌 다른 모든 것에 의해 결정되고 둘러싸인 의식을 풀어주기 위해 소설의 세계로 오는 사람들입니다. 이것이야말로 책에홀딱 빠진 어린이들이 즉각 이해하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이 설명이책 읽기의 중요성에 대한 유치한 견해는 결코 아닙니다. - P279

허마이오니 리 Hermione Lee 

허마이오니 리는 1948년 런던에서 태어났고, 버지니아 울프의 삶과 소설속에 녹아들어 있는 거리와 공원, 건물들 가까이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현재 옥스퍼드 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버지니아 울프 - 존재의 순간들, 광기를 넘어서」, 「윌라 캐서-이중적인 삶 등이 있다. - P280

주요 작품 연보

안녕, 콜럼버스 Goodbye, Columbus, 1959
자유를 찾아서 Letting Go, 1962
그녀가 아름다웠을 때 When She was Good, 1967
「포트노이의 불만 Portnoy‘s Complaint, 1969
「우리 패거리』 Our Gang, 1971『유방』 The Breast, 1972
『위대한 미국 소설 The Great American Novel, 1973
[성인으로서의 내인생 My Life As a Man, 1974
『욕망에 빠진 교수, The Professor of Desire, 1977
미국을 노린 음모』 The Plot Against America, 2004
에브리맨」 Everyman, 2006『울분 Indignation, 2008


주커먼 시리즈『유령 작가」 The Ghost Writer, 1979
해방된 주키먼 Zuckerman Unbound, 1981
해부학 수업 The Anatomy Lesson, 1983
프라하의 잔치 The Prague Orgy, 1985『카운터라이프」 The Countertife, 1986『미국의 목가, American Pastoral, 1997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Married a Communist, 1998
휴먼 스테인」 The Human Stain, 2000
엑싯 고스트』 Exit Ghost, 2007

밀란 쿤데라코 1929.4, 1,~1923.7.11

체코의 시인이자 소설가, 소설, 시, 평론 희곡 등 거의 모든 문학 장르에서 활동하면서 포스트모더니즘 계열의 작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대표작으로 장편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느림」 등이 있다.

1929년 체코에서 야나체크 음악원 교수의 아들로 태어났다. 1963년 이래 ‘프라하의 봄‘이 외부의 억압으로 좌절될 때까지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 운동‘을 주도했으며, 1968년 모든 공직에서 해임당하고 저서가 압수되는 수모를 겪었다. 고국인 체코에서 농담』과 『우스운 사람들』을 발표했고, 『농담이 프랑스에 번역된즉시 프랑스에서도 유명 작가가 되었다. 1975년 체코를 떠나 프랑스 렌 대학교에서 비교문학을 강의했고,
1980년에 파리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프랑스 등 제3국에서 발표된 장편소설 『웃음과 망각의 책 『참을 수없는 존재의 가벼움』, 『불멸』, 『정체성」, 『향수』 등은 큰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작품들은 모두 탁월한 문학성을인정받았고 메디치 상, 클레메트루케 상, 유로파 상, 체코 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무질과 브로흐는 소설에 엄청난 책임을 안겼습니다. 그들은소설이란 최고의 지적 종합물이며, 인간이 아직도 전체로서의 세계에 의문을 던질 수 있는 마지막으로 남은 공간이라고 여겼습니다.
그들은 소설이 종합하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고 믿으면서, 소설은 시, 판타지, 철학, 경구, 에세이를 다 합쳐놓은 것이라고 확신했어요. 편지에서 브로흐는 이 문제에 대해 심도 있는 언급을 했지요. 하지만 제 생각에는 브로흐가 ‘백과사전적 소설‘이라는 잘못된 용어를사용해서 자신의 의도를 흐린 것 같습니다. 실은 브로흐와 같은 오스트리아인인 아달베르트 슈티프터가 1857년에 출간한 여름이 - P288

‘라는 작품으로 진정 백과사전적인 소설을 창조했습니다. 이 소설은아주 유명해서 니체는 이 작품을 독일어 문학에서 가장 위대한 네작품에 포함시킬 정도였지요. 그런데 요즘에는 이 소설을 도무지 읽을 수가 없어요. 지질학, 식물학, 동물학, 수공예, 미술, 건축에 대한정보로 꽉 차 있거든요. 하지만 이 거대하고 고양된 백과사전은 인간 자체와 인간이 처한 상황을 거의 배제하고 있답니다. 이 책이 백과사전적이라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늦여름』에는 소설을 특별한것으로 만드는 특징들이 없지요. 브로흐의 경우는 달라요. 완전히반대이지요. 브로흐는 ‘소설만이 발견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려고애쓰거든요. 브로흐가 ‘소설적인 지식‘이라고 즐겨 부르는 그 특정대상이란 바로 실존입니다. 제 생각에 브로흐가 사용하는 ‘백과사전적‘이라는 단어는 ‘실존에 빛을 비추기 위해서 모든 장치와 모든 형태의 지식을 함께 모아놓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맞아요. 저는그런 식의 소설에 대한 접근 방식에 친근감을 느껴요. - P289

소설이 실존을 백과사전적으로 조명할 수 있으려면 생략의 기법과 응축의 기술을 잘 사용해야 합니다. 그걸 제대로 못하면 소설이 끝없이 길어지거든요.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는 제가 제일찬탄하는 책 두세 권 중의 하나예요. 하지만 그 끝없는, 그리고 엄청난 방대함을 제가 존경하는지는 묻지 말아주세요. 너무나 커서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성채를 상상해보세요! 아홉 시간이나 연주해야되는 현악사중주를 생각해보세요! 넘어서는 안 되는 인간적인 한계,
인간에 맞는 어떤 정도가 있는 법입니다. 기억의 한계 같은 게 한 가지 예이지요.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최소한 시작 부분을 기억할 수는있어야지요. 안그러면 소설이 그 형태를 잃게 되고 ‘구조적 명료성이 흐려지지요. - P290

크리스티앙 살몽Christian Salmon

프랑스 작가이자 예술언어연구소 연구원으로, 일간지 ‘리베라시옹(Liberation), 문학평론가로 활동했으며, 국제작가의회를 창설해 1993~2003년까지 상임이사를 지냈다. 저서로는 ‘허구의 종말」, 「소수자 되기, 새로운 문학정치학을 위하여」, 「언어살해」, 「스토리텔링-이야기를 만들어 정신을 포맷하는 장치 외 다수가 있다. - P306

주요 작품 연보

『소설의 기술』 The Art of the Novel, 1960
『농담』 The Joke, 1967『우스운 사랑』 Laughable Loves,
1969
『자크와 그의 주인』 Jacques and His Master, 1971『이별의 왈츠』 Farewell Waltz, 1972삶은 다른 곳에 Life is Elsewhere, 1973『웃음과 망각의 책 The Book of Laughter and Forgetting, 1978『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The Unbearable Lightness ofBeing, 1984
『불멸』Immortality, 1990
배신당한 유언들 Testaments Betrayed, 1993
느림Slowness, 1995
『정체성」Identity, 1998『향수』 Ignorance, 2000『커튼』The Curtain, 2005『만남』 Encounter, 2009I

레이먼드 카버
미국, 1938, 5, 25.~1988. 8. 2,

대성당으로 전미비평가협회상, 퓰리처상 후보에 오른 미국의소설가이다. 미니멀리즘을 대변하는 듯한 단순, 적확한 문체로미 중산층의 불안감을 표현하였다. 이러한 그의 작품 특성은감독 로버트 올트먼이 그의 단편소설을 여러 편 조합하여 만든영화 <숏컷>에 잘 나타나 있다.

1938년 5월 25일 미국 오리건 주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제재소 직공이고 어머니는 웨이트리스였다. 1957년에 열여섯 살의 메리언 버크와 결혼한 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집배원, 주유소 직원, 청소부 등의 일을 하였다. 1959년 캘리포니아 주로 이사한 뒤 훔볼트 주립대학과 아이오와 대학교에서 학위를 취득하였다. 이 무렵부터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면서 1970년대에는 대학에서 강의를 맡기도 하였으나, 악화된 경제 상태와 아내와의 불화로 알코올에 빠지게 되었다. 1979년 첫 번째 단편집 제발 조용히 좀 해요』를 출판했고, 1983년세 번째 단편집 대성당』이 전미비평가협회상과 퓰리처상 후보로 오르면서 작가로서 확고한 위치를 굳혔다.
이 무렵 오랫동안 계속되었던 알코올 의존증에서 벗어나고 불화를 겪었던 아내와 이혼하여 정신이 안정되면서 작품 세계도 질적으로 향상되었다. 1988년 아메리칸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었으며 하트포드 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금까지 그의 작품은 20여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에서 우수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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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사회 구조, 산업, 농업, 상업의 경영 방식, 주거지 규모, 대화 주제 등 모든 것이 소메르ㅡ케메르 주기에 알맞게 형성되어 있었다. 모든 사람은 한달에 한번 휴가를 갖는다. 케메르 기간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어느 누구도 작업을 강요당하지 않는다. 가난한 자든 이방인이든 누구나 케메르집에 들어갈 수 있다. 모든 것이 정기적으로 돌아오는 고통과 정열의 들뜬 기분 앞에 길을 내준다. 이런 것들은 우리도 이해하기 쉬웠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전 생애의 5분의 4기간 동안 이들이 성적으로 전혀 자극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섹스를 위한 방이 만들어지고 충분히 넓지만 사실상 그 방은 거의 비어 있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게센의 사회는 그 일상적 기능에 있어서나 지속성에 있어 성이없다. - P142

다음이 내 최종 결론이다. 게센인을 만나면 양성 사회에서 하듯 행동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행동은 같은 또는 반대 성 사이에 양식화되거나 가능한 상호작용을 상대에게 기대하고 그에일치하는 역할을 상대에게 적용하여 남자 또는 여자의 역할을강요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의 사회적·성적 상호작용이보여주는 전체적인 양상이 이곳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게센인에게 그러한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게센인들은 타인을 남자나여자로 보지 않는다. 이러한 것은 우리의 상상력만으로는 받아들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새로 태어난 아기에 대해 우리가 맨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은 무엇일까? - P143

설사 있더라도 전부라고할 수는 없다. 기후 풍토도 빼놓을 수 없는 원인이다. 사실, 겨울행성의 날씨는 잔인할 정도이기 때문이다. 추위에 잘 적응한 게센인들조차 인내의 한계에 이를 정도이며, 아마도 그 때문에 추위와의 싸움에서 투쟁 정신을 모두 불태워버리는 것이리라. 근근이 먹고 살아가는 종족들이 전사가 되는 경우는 드물다. 결국 게센의 생활을 지배하는 것은 성이나 다른 인간적인 요소가 아니라 환경, 추운 세계이다. 이곳 사람들은 자신보다 더 잔인한 적을 가지고 있다.
나는 평화로운 치페와르 출신의 여자다. 또한 폭력이 지닌 매력이나 전쟁의 본성에 대해서도 전문가가 아니다. 이 문제는 누군가 다른 사람이 생각해보아야 할 터다. 그러나 겨울 행성에서 겨울을 보내고, 병원을 직접 눈으로 보고 난 뒤에도 여전히 승리니 영광이니 하는 따위를 주장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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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용한 답이기는 하지만 그 정도는 예언가들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어. 충분한 답이 아니야, 아이 특사 그대의 가방과거기에 있는 그대의 기계도 그렇고. 그대가 타고 왔다는 우주선도 마찬가지야. 그 모든 것은 협잡꾼의 음모에 불과하지. 그대는 내가 그대의 이야기와 메시지들을 믿길 원하지. 하지만 왜 내가 그것들을 믿어야 하지? 왜 내가 그대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하지? 설령 저 밖에 괴물들로 가득 찬 세계가 8만 개가 있은들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 우리는 그자들에게서 아무것도 원하지않아, 우리는 우리의 길을 선택했고, 오랫동안 그 길을 따라왔어. 카르히데는 새로운 시대, 위대한 신세계의 문턱에 와 있어.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거야." 아르가벤은 논쟁의 실마리를 잃은 듯 허둥거렸다. 아마 처음부터 관심도 없는 논쟁이었으리라.
에스트라벤이 더는 왕의 귀가 아니라면 누군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을 터였다. "그리고 만일 에큐멘 사람들이 우리에게 원하는 게 있다면 그대 혼자만 보내지 않았을 거야. 이건 말도 안돼. 사기지. 외계인들이 천 명은 있을걸."
- P73

나는 사형의 위협에 쫓기는 에스트라벤이 어떻게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을지 궁금했다. 자동차를 쓸 순 없었다. 모든 자동차는 왕궁 재산이기 때문이다. 배나 육상보트가 그를 태워줄까? 아니면 가능한 많은 것을 꾸려 짊어지고 걸어가고 있을까?
카르히데 사람들은 대개 걸어다녔다. 짐을 실을 짐승도 없고,
비행기도 없었으며, 날씨 때문에 1년 중 대부분은 동력을 이용한 이동수단들을 쓸 수 없었다. 그리고 사람들도 서두르지 않았다. 나는 서쪽의 만을 향해 추방의 긴 여정을 따라 한 걸음씩 무겁게 발걸음을 옮기는 자부심 가득한 사람을 상상했다. 이 모든것이 붉은 모퉁이 저택의 문을 지나는 동안 내 머릿속에 떠올랐고, 에스트라벤과 왕의 행동과 동기에 대한 온갖 헛갈리는 추측들과 함께 뒤죽박죽으로 섞였다. 나는 이들과 더는 할 수 있는게 없었다. 나는 실패했다. 그럼 다음은?
- P76

나는 에스트라벤이 내게 경고한 것을 마침내 이해할 수 있었다. 믿을 수 없는 경고였지만, 무시할 순 없었다. 에스트라벤은 내가 이 도시와 궁을 떠나야 한다고 간접적으로 내게 말한 것이다. 무슨 이유에서인가 나는 티베 경의 누런이를 떠올렸다……. 왕은 내게 자유를 주었다. 그것을 최대한 활용해야 할 터였다. 그리고 나는 행동이 도움이 되지 않을 때는 정보를 모으고, 정보가 도움이 되지 않을 때는 잠을 자두라는 에큐멘 학교의 가르침을 따를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졸리지않았다. 성채를 향해 동쪽으로 가리라. 그리고 예언자로부터 정보를 모으리라. - P77

고스는 내 안내인으로 행동하게 된 것을 기뻐했으며, 내가 알고 싶은 것을 원하는 대로 예언자들에게 물으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고스가 말했다. "질문이 정제되고 명료할수록 답 역시 더정확합니다. 모호한 질문은 모호한 답을 낳지요. 그리고 당연한얘기지만, 어떤 질문에는 답이 오지 않습니다."
"만약 제가 그런 질문을 한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내가물었다. 이러한 제한은 복잡하긴 하지만 낯선 것은 아니었고,
딱히 그의 답을 기대하고 한 질문은 아니었다.
"베 짜는 이들은 그 질문을 거부할 겁니다.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은 예언자 집단을 파멸로 이끄니까요."
"파멸로 이끈다고요?"
"쇼르스 영주 이야기를 아십니까? 아센 성의 예언자들에게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한 자이지요. 수천 년 전일입니다. 예언자들은 6일 밤낮을 어둠 속에서 머물렀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모든 독신자가 미쳐버리고, 광대는 죽었습니다. - P99

나는 내가 답을 모르는 질문을 선택했다. 내 예상과 달리 그어떤 결과에도 끼워 맞출 수 있는 놀라운 능력을 지닌 전문 예언가들의 예언이 아니라면, 이들의 답이 옳은지 그른지는 오직 시간만이 입증해줄 터였다. 간단한 질문은 아니었다. 오세르호르드 아홉 예언자들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어렵고 위험한 일이라는 걸 알게 되고 나서는 비가 언제 그칠지 따위의 사소한 질문을 하겠다는 생각은 관둔 터였다. 질문자가 치러야 할 비용도비쌌다. 내 루비 두 개가 성채의 금고에 들어갔다. 하지만 답을하는 이가 치르는 대가는 더 비쌌다. 파세를 알게 되면 될수록,
그가 전문적인 사기꾼이라 말하기도 어려워졌지만 그렇다고 자기기만에 빠져 자신이 사기꾼인 것도 모르는 사기꾼이라고 생각하기는 더욱 어려웠다. 그의 지성은 내 루비처럼 단단하고 투명했으며 잘 연마되어 있었다. 감히 파세에게 덫을 놓을 수는 없었다. 나는 내가 가장 알고 싶은 것을 물었다. - P101

우리가 홀에 들어갔을 때는 오후였고 비가 내리고 있었다. 곧잿빛은 처마 밑 슬릿창으로 사라졌다. 이제 희끄무레한 빛이 비스듬히 누운 환상적인 긴 돛과 기다란 삼각형, 직사각형을 이루며 벽으로부터 바닥을 지나 아홉 명의 얼굴을 비쳤다. 바깥, 숲위로 뜬 달이 보내는 희미한 빛 조각이었다. 화롯불은 꺼진 지 오래였고, 둥그렇게 모인 예언자들을 가로질러 얼굴과 손, 꼼짝하지 않는 등을 희미하게 비추는 가느다란 달빛 말고는 빛이라곤 전혀 없었다. 희미한 달빛 아래 춤추는 먼지 속에서, 잠시 나는 파세의 옆모습이 창백한 돌처럼 굳어 있는 걸 볼 수 있었다. - P105

달빛이 조금씩 내려와 머리를 무릎 속에 묻고 바닥에 손을 대고있는 케메르 중인 자의 검은 머리를 비추었다. 그는 원 맞은편의광대가 어둠 속에서 돌을 두드리는 규칙적인 리듬에 맞춰 몸을떨고 있었다. 그들은 거미줄의 현수점처럼 모두가 연결되어 있었다. 나는 원하든 원하지 않는 나 역시 그들과 연결되어 있다는걸 느꼈고, 파세를 통해 무언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걸 알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중심인 베 짜는 이 파세는 이를 정렬하고조정하려 애쓰고 있었다. 희미한 빛이 파편이 되어 동쪽 벽을 타고 올라갔다. 힘과 긴장과 침묵의 거미줄이 점점 커져갔다. - P105

"파세,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가는군요."
"음, 저희 대부분은 물어서는 안 될 질문이 무엇인지 배우기위해 성채에 옵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답을 하는 자들이잖습니까!"
"저희가 왜 예언을 하는지 모르시겠습니까, 겐리?"
"네."
"잘못된 질문에 대한 답을 아는 것은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입니다."
우리가 비를 맞으며 오세르호르드의 어두운 숲 속을 걷는 동안, 나는 오래도록 생각에 잠겼다. 흰 두건에 감싸인 파세의 얼굴은 피곤했지만 평온했고, 얼굴빛은 창백했다. 그럼에도 파세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니 여전히 약간 경외감이 들었다.  - P112

파세가 맑고 상냥하고 솔직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을 때, 그의 눈에는 마치 1만 3천 년의 전통이 담겨 있는 것 같았다. 아주 오래되고 아주 잘 정립된 사고와 생활 방식이 담긴 시선으로, 아주 잘 확립되어 있고 총체적이며 통일성이 있기에 영원한 현재로부터 똑바로 당신을 바라보는 야생 동물, 거대하고 낯선 생물의 무아와 권위와 완벽함을 당신에게 전달해주는 시선으로 숲속에서 파세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알려지지 않은것, 예견되지 않은 것, 증명되지 않은 것, 삶이란 바로 그런 것위에 서 있습니다. 무지는 사고의 기반입니다. 입증되지 않은 것은 행동의 기반입니다. 만약 신이 없다고 증명된다면, 신도 없고 종교도 없을 것입니다.  - P113

한다라도 없고, 요메시도 없고, 화토신들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또한 신이 있다고 증명되면 신이 있어도 종교는 없게 됩니다∙∙∙∙∙∙ 말해주십시오, 겐리.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습니까? 무엇이 확실하며 무엇이 예견 가능하고 무엇을 피할 수 없습니까? 당신이 당신의 미래에 대해, 그리고 제 미래에 대해 알고 있는 가장 확실한 것은 무엇입니까?"
"우리 모두는 죽는다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대답할 수 있는 오직 하나의 질문이 있습니다. 겐리, 그리고 우리는 모두 그 대답을 알고 있습니다……. 인생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바로 영원히 우리를 괴롭히는 불확실성,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무지‘입니다." - P113

요리사는 그것을 알았다. 나는 그를 곧바로 돌려보냈지만, 그는 떠나면서 눈에 보이는 모든 음식을 봉지에 담아내가 사흘 동안 도망치며 먹을 수 있도록 준비해주었다. 그 친절이 나를 구했고, 또한 내게 용기를 주었다. 길에서 그 과일과 빵을 먹을 때마다 생각했다. ‘나를 반역자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한 명 있어.
그 사람이 이걸 준 거야.‘
반역자로 불리는 게 얼마나 견디기 어려운지 나는 알게 되었다. 그게 어렵다니 신기한 일이다. 남을 반역자라 부르는 건 쉬운일이니 말이다. 대상을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적응시키고 확신시키는 호칭. 나는 이미 반쯤 나를 반역자로 확신한 상태였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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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신들에 대해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나는 무신론자이다.
하지만 또한 예술가이고, 그러므로 거짓말쟁이다. 내가 말하는 그 어떤 것도 믿지 말라. 나는 진실을 말하고 있다.
내가 이해하거나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진실은 논리적으로 말하면 거짓이다. 심리학적으로 말하면 상징이며 미학적으로말하면 은유이다.
아, 시스템 과학이 그 장대한 묵시론적 그래프를 보여주는 미래학 회의에 초대받고, 신문기자들로부터 미국이 2001년에 어떤 모습일지 가르쳐달라는 질문을 받는 따위 일들이 벌어진다면 유쾌하긴 하겠지만, 동시에 그것은 끔찍한 실수이다. 나는 SF를 쓰지만, SF는 미래에 대한 것이 아니다. 나는 미래에 대해 당신보다 더 많이 알지 못하며, 오히려 더 적게 알 가능성이 크다. - P22

그게 어떤 소설이 되었든, 소설을 읽는 동안 우리는 그것이 모두 허튼소리라는 것을 숙지해야만 하며, 그러면서도 읽는 동안에는 그 안에 담긴 모든 것을 믿어야 한다. 그래서 마침내 그 소설을 다 읽었을 때, 훌륭한 소설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읽기 전과조금은 달라졌음을 조금은 바뀌었음을 깨닫게 되리라. 이전에전혀 가본 적 없는 낯선 거리를 지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달라지듯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무엇을 배웠는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말하기‘란 아주 어렵다.
예술가는 언어로 말할 수 없는 것을 다룬다.
소설이 매개인 예술가들은 이것을 ‘언어‘로 한다. 소설가들은언어로 말할 수 없는 것들을 언어로 말한다.
이렇게 역설적으로 쓰일 수 있는 것은, 언어가 기호론적 용법과 더불어 상징적 또는 은유적 용법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 P23

모든 소설은 은유이다. SF는 은유이다. SF가 기존 소설과 다른것은, 우리 동시대 삶에서 커다란 지배력을 가진 것들, 즉 과학.
모든 과학과 기술과 상대주의적이고 역사적 견해들로부터 가져온 새로운 은유를 사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주여행은 이러한 은유 가운데 하나이다. 대안 사회나 대안 생물학도 그렇다. 미래 또한 그렇다. 소설에서 미래란 은유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은유하는 것인가?
만약 내가 은유적으로 말하지 않을 수 있다면 나는 이 모든 말을, 이 소설을 쓰지 않았으리라. 그리고 겐리 아이가 나와 당신에게 다소 엄숙하게, 진리는 상상의 문제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내 책상 앞에 앉아내 잉크와 타자기 리본을 소모하지도 않았으리라.

어슐러 K. 르귄 - P24

나는 어릴 적 고향 행성에서 진리는 상상의 문제라고 배웠으므로, 이야기식으로 이 보고서를 작성하겠다. 제아무리 굳건한 사실을 이야기한다 할지라도 이야기하는 방식에 따라 전해지지않을 수도 또는 널리 퍼질 수도 있다. 내 고향의 바다에서만 자라는 유기질 보석처럼 말이다. 그 보석은 어떤 여인이 걸치면 한층 더 빛나 보이지만 어떤 여인이 걸치면 그 빛을 잃어 허섭스레기가 될 뿐이다. 사실 역시 진주처럼 단단하고, 빈틈없고, 둥글고, 진실되다. 그러나 둘 다 민감하다.
이것은 나만의 이야기도 아니고, 나 혼자 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사실, 나는 이게 누구의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 당신이 더 잘 판단할 수 있으리라. 그건 아무래도 좋다. 만일 조작된목소리로 조작된 사실을 말하는 것 같은 순간이 있다면, 당신 맘에 드는 것만 선택하면 된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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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오스터 미국, 1947,2,3,~


폴 오스터는 독특한 소재의 이야기에 긴장감과 현장성, 감동을부여하는 작가로 평가된다. 소설, 에세이, 번역, 시, 희곡, 노래, 예술가들과의 공동 작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상징적인 이미지들을 탄탄한 문체와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결합시켜 프란츠 카프카나 사뮈엘 베케트와 비견되기도 한다.


1947년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났다. 현대 작가로서는보기 드문 재능과 문학적 깊이, 개성 있는 독창성과 담대함을 가졌다. 그의 소설에는 사실주의적인 경향과 신비주의적인 전통, 멜로드라마적 요소와 명상적 요소가혼재되어 있다. 그의 작품들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문단, 특히 프랑스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현재 2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되고 있다. 오스터의 작품으로는 1993년 메디치 상을 수상한 거대한 괴물』 외에 뉴욕 3부작 ‘달의 궁전』, 미국 예술원의 모톤 다우웬 자블 상수상작인 ‘우연의 음악』, 『공중 곡예사』 등이 있고 에세이집 『폴 오스터의 뉴욕 통신, 시집 『소멸』 등이 있다.
오스터는 그 외에 펜포크너 상, 오스트리아 왕자상 등 수많은 상을 수상했으며, 2006년에는 미국문예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1995년 공중 곡예사』이후 폴 오스터의 거의 모든 작품들이 한국에서 번역, 출간되고 있다.

항상 손으로 글을 씁니다. 대개 만년필을 쓰지만 종종 연필도 씁니다. 고쳐 쓸 생각이 있을 때는 연필로 쓰지요. 타자기나 컴퓨터에 직접 글을 쓸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그렇지만자판은 제가 글을 쓰는 것을 늘 방해합니다. 자판 위에 손가락을 얹으면 명징하게 생각할 수 없어요. 그런 점에서 펜은 훨씬 더 원시적인 도구라고 할 수 있겠지요. 말이 몸에서 흘러나오고, 그 말들을 종이에 새겨넣는 과정을 느끼는 것이지요. 늘 글쓰기는 촉각적인 면을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육체적인 경험이라고 해야겠지요. - P153

저는 공책을 단어들을 써놓은 저장소라거나, 제 생각과 자기반성을 적어놓는 비밀스런 장소라고 여기는 것 같아요. 공책에 무엇을 적어놓았는지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즉 종이에 단어를 적는 행위에도 관심이 있어요. 그렇지만 그 이유는 묻지말아주세요 아마도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혼란스러운 느낌,
다시 말하자면 소설의 특성에 대한 무지에서 생긴 것 같아요.
신참으로서 저는 "이 말들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누가 이 말을하는 거지?"와 같은 질문을 늘 자신에게 하곤 했습니다. 전통적인소설에서 사용하는 삼인칭 화자의 목소리는 이상한 기법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기법에 익숙해져 있어서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받아들이고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습니다. 그러나 잠시 멈추어서 그기법을 다시 검토해보면 그 목소리에는 기괴하고 현실로부터 유리된 특질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 목소리가 나오는 곳이어딘지 알 수 없어서 정말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 P156

글을 쓰는 노력은 똑같습니다. 정확한 문장을 쓰기 위해 들이는 노력도 똑같습니다. 그렇지만 상상력으로 쓰는 작품은 논픽션 작품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자유가 있고 훨씬 더 많이 조작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자유는 종종 상당한 두려움을 주기도 합니다.
다음엔 무엇이 나올까? 내가 쓰고 있는 문장이 절벽의 가장자리에서 나를 떨어뜨리지 않을 것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자서전적인 작품에서는 미리 이야기를 알 수 있어서, 작가의 주요한 의무는 진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글 쓰는 것이 쉬워지는 것은 결코아닙니다. ‘고독의 발명의 첫 부분에 사용된 제사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저는 헤라클리투스가 쓴 문장 하나를 인용하였습니다. 이것은 가이 데븐포트Guy Davenport의 비정통적이지만 상당히 우아한 번역에서 인용한 것입니다. "진리를 찾아 나설 때 예상치 못한 일들에 대비하라, 왜냐하면 진리를 찾는 것은 어려우며, 그것을 찾았을 때 당혹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글쓰기는 글쓰기입니다.  - P163

당신의 또 다른 자서전적인 소설인 빵 굽는 타자기에는 흉즈 박사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이야기가 실려 있지요. 이 책은 대체로 당신이 젊었을 때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그런 이야기이지요. 부제인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는 호기심을 많이 끝니다. 이런 주제를 다루게 된 동기가 있으신가요?


오스터 
저는 늘 돈에 대하여 무엇인가 쓰고 싶어했습니다. 재무나 사업 같은 거 말고요. 돈을 충분히 갖고 있지 않은 것, 즉 가난한 경험에 대해서요. 이 과제를 여러 해 동안 생각했고, 제작업 제목은 항상 ‘가난에 대한 에세이‘였습니다. 매우 로크 John Locke 다우며, 매우18세기적이며, 매우 무미건조하지요. 처음에는 심각하고 철학적인글을 쓰려고 계획했습니다만, 막상 앉아서 글을 쓰기 시작하자 모든 것이 바뀌었어요. 책은 의도했던 것과 달리 저 자신이 경험한 돈과 연관된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로 바뀌었습니다. 주제가 약간 음울했음에도 대체로 익살맞은 분위기의 글이 되었습니다. - P174

여전히 그 책은 저 자신에 대한 것만은 아닙니다. 저는 그 책을어릴 때 만났던 경력이 화려한 인물들 중 일부에 대해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로 보았으며, 이 사람들이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줄 수 있는기회라고 보았습니다. 저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본적이 없으며,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일할 수 있는 안정된 직장을 갖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이런 생각들이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훨씬 수수한 종류의 일에 끌렸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게 저와 다른 종류의 사람들과 시간을 보낼 기회를 주었습니다. 대학에 가지않은 사람들과 책을 많이 읽지 않은 사람들 말이에요. 이 나라에서 - P174

는 노동계급에 속한 사람들의 지적 수준을 얕보는 경향이 있는데요, 제 경험에 기초해 보면 노동자 대부분은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들만큼 똑똑합니다. 단지 그들만큼 야심차지 않은 것뿐이에요. 단지 그뿐이지요. 그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너무나 재미있어요.
저는 가는 곳마다 그들이 하는 말을 따라가느라 애를 먹곤 했지요.
너무도 많은 시간을 책을 읽으면서 보냈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 대부분이 저보다 훨씬 더 말을 잘하더라고요. - P175

책의 첫 문장을 쓰기 시작하면 이야기를 끝낼 때까지 쭉 밀고 나갑니다. 항상 순서대로 차례차례 써나가며, 한 번에 한 단락씩씁니다. 저는 이야기의 궤적에 대한 감을 갖고 있어서, 책을 시작하기도 전에 첫 문장뿐만 아니라 마지막 문장을 미리 구상해놓기도합니다. 그렇지만 대개는 소설이 진행되면서 이야기가 계속 바뀌어가지요. 출판된 제 책 중 어떤 것도 구상한대로 만들어진 것은 없습니다. 처음에 구상했던 등장인물과 에피소드는 사라지고 다른 인물과 에피소드가 발전해가기도 해요. 그렇게 해가는 과정에서 책이 완성되는 겁니다. 일종의 모험이라고나 할까요. 미리 모든 것이 계획된다면 그것은 그리 흥미롭지 않을 겁니다. - P179

각각의 책은 다 새로운 책이지요. 예전에 써본 적이 없으며, 써가면서 스스로에게 글 쓰는 법을 새롭게 가르쳐야만 하지요. 제가 과거에 책을 썼다는사실은 전혀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항상 초심자라고 느끼며, 계속해서 똑같은 문제, 똑같은 장애물, 똑같은 절망에 부딪히지요. 작가로서 너무도 많은 실수를 저지르고, 너무도많은 형편없는 문장과 생각을 지워버리고, 너무도 많은 가치 없는부분들을 버리면서, 마침내 배우는 것이라곤 제가 얼마나 어리석은가 하는 점입니다. 그러니 작가란 직업은 참으로 겸허하게 만드는일이라고 해야겠지요. - P185

마이클 우드 Michael Wood 
1968년 영국 맨체스터에서 태어났고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역사를 전공했다. 영국 왕립역사학회 회원이며, BBC의 역사 다큐멘터리 프로듀서이다. 고대 그리스·로마 세계와이슬람 문명을 비롯해, 아메리카 대륙과 아프리카, 이라크, 이집트, 중국 등 전 세계의 역사와 문화를다룬 100여 편의 저서와 다큐멘터리를 통해 영국 최고의 대중 역사가라는 명성을 얻었다. 저서로 죽기 전에 꼭 알아야 할 세계 역사 1001 DAYS」, 「신화 추적자, 인도 이야기」, 「인류 최초의 문명들』 등이 있다. - P186

주요 작품 연보

흰 공간들 White Spaces, 1980
고독의 발명 The Invention of Solitude 1982
폐허의 도시 the Country of Last Things, 1987
「달의 궁전」Moon Palace, 1989
우연의 음악 The Music of Chance, 1990『거대한 괴물 Leviathan, 1992『오기 렌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Auggie Wren‘s ChristrnasStory, 1992『기의 예술, The Art of Hunger, 1992「빨간 공책 The Red Notebook, 1993
공중 곡예사 Mr. Vertigo, 1994왜 쓰는가? Why Write? 1996『빵굽는 타자기 - 젊은 날 닥치는 대로 글쓰기 Hand toMouth, 1997동행」Jimbuktu, 1999
‘나는 아버지가 하느님인 줄 알았다. Thought My Fatherwas God, 2001「환상의 책]The Book of Illusions, 2002
‘타자기를 치켜세움] The Story of My Typewriter, 2002
신탁의 밤Oracle Night, 2003
브루클린 풍자극 The Brooklyn Follies, 2005
「기록실로의 여행 Travels in the Scriptorium, 2006
어둠 속의 남자』Man in the Dark, 2008「보이지 않는 Invisible, 2009
‘선셋 파크」Sunset Park, 2010

뉴욕 3부작 The New York Trilogy, 1987
유리의 도시 City of Glass, 1985『유령들」Ghosts, 1986「잠겨 있는 방The Locked Room, 1986

이언 매큐언 영국, 1948, 6, 21,~
현대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인간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을 지닌 비판적 리얼리즘 세계를 구축했다. 1998년 암스테르담」으로 부커 상을 받았고 이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속죄로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상, 영국비평가상 등을 수상했다. 속죄영화화되어 한국에서는 <어톤먼트>라는 제목으로 개봉했고 골든글로브 작품상을 수상했다.
1948년 영국 햄프셔 지방에서 군 장교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가 근무했던 군사기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북아프리카에서 몇 년간 살기도 했다. 1970년서식스 대학교 문학부를 졸업한 후 이스트앵글리아 대학교에서 문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5년 졸업논문으로 쓴 단편소설집 『첫사랑, 마지막 의식으로 문단에데뷔했고, 같은 책으로 1976년 서머싯 몸 상을 수상했다. 1987년 차일드 인 타임으로 휘트브레드 상, 1998년 암스테르담으로 부커 상, 2002년 속죄』로 W. H.스미스 문학상, 영국작가협회상,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상, 산티아고 상 등을 수상했다. 그 밖의 작품으로는이런 사랑」, 「토요일」, 「체실 비치에서」 등이 있다. 여성학자인 페니 알렌과 결혼하여 아들 한 명을 두었고,
1997년 기자인 애널레나 매카피와 재혼하여 지금은 런던에 살고 있다.

애덤 베글리Adam Begley 
미국의 프리랜서 작가이며 뉴욕 옵저버 편집자였다. 1989년 하버드 대학을 졸업했고 스탠퍼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 타임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가디언,
파이낸셜 타임스에 글을 기고하며, 현재 2014년 출판 예정인 존 업다이크의 전기를 쓰고 있다. - P229

주요 작품 연보

첫사랑, 마지막 의식』 First Love, Last Rites, 1975
「시멘트 가든』The Cement Garden, 1978『시트 사이에서 In Between the Sheets, 1978
위험한 이방인』
The Comfort of Strangers, 1981
『차일드 인 타임』The Child in Time, 1987『순진한 사람들』The Innocent, 1990「검은 개들, Black Dogs, 1992「피터의 기묘한 몽상, The Daydreamer, 1994
이런 사랑 Enduring Love, 1997『암스테르담 Amsterdam, 1998
속죄Atonement, 2001「토요일 Saturday, 2005『체실 비치에서 on Chesil Beach, 2007

필립 로스  미국, 1933, 3, 19,~
미국 현대문학의 대표적인 작가로 손꼽힌다. 유대인의 풍속을묘사한 단편집 안녕, 콜럼버스로 이름을 알렸다. 미국으로 이주한 유대인들의 경제적인 성공과 미국으로의 동화 과정에서심화되는 세대 갈등 같은 주제를 다루었고 계층, 인종, 민족, 국가와 같은 범주와 그 경계에 내포된 폭력성, 배타성을 일관되게 비판해왔다.

미국 뉴저지 주에서 태어난 폴란드계 유대인이다. 시카고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에는 문예창작을 가르치며 작품 활동을 계속하였다. 유대인의 풍속을 묘사한 단편집 『안녕, 콜럼버스로 전미도서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 작품에서 로스는 가족 의식이강한 유대인 사회의 신구 세대 간 대립을 예리하게 묘사하였다. 1969년 어느 변호사의 성생활을 고백한트노이의 불만을 발표하며 상업과 비평적 성공을 동시에 거둔다. 이 밖의 작품으로 대학 마을의 젊은 지식인들을 묘사한 『자유를 찾아서』, 『그녀가 아름다웠을때』 등이 있다. 전미도서상과 전미비평가협회상을 각각 두 번, 펜포크너 상을 세 번 수상했다. 또한 최근에는 펜PEN 상 중 가장 명망 있는 두 개의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새 작품을 시작할 때 가장 중요한 어떤 것도 미리 준비되어있지 않습니다. 문제 해결 방법이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문제 자체가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이야기를 쓰기 시작할 때 제게 저항하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려 하지요. 저는문젯거리를 찾습니다. 종종 글을 처음 쓸 때 확신이 서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그 이유는 글쓰기가 어려워서라기보다는 글쓰기가 충분히 어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거침없이 글을 쓴다는 것은 아무것도일어나고 있지 않다는 증표입니다. 거침없이 글을 쓴다는 것은 실제로는 글쓰기를 멈춰야 한다는 증표이지요. 한 문장에서 다른 문장으로 넘어갈 때 어둠 속에서 헤매게 되면, 계속 글쓰기를 해야 한다는확신이 생깁니다. - P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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