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신들에 대해 이야기하고는 있지만, 나는 무신론자이다.
하지만 또한 예술가이고, 그러므로 거짓말쟁이다. 내가 말하는 그 어떤 것도 믿지 말라. 나는 진실을 말하고 있다.
내가 이해하거나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진실은 논리적으로 말하면 거짓이다. 심리학적으로 말하면 상징이며 미학적으로말하면 은유이다.
아, 시스템 과학이 그 장대한 묵시론적 그래프를 보여주는 미래학 회의에 초대받고, 신문기자들로부터 미국이 2001년에 어떤 모습일지 가르쳐달라는 질문을 받는 따위 일들이 벌어진다면 유쾌하긴 하겠지만, 동시에 그것은 끔찍한 실수이다. 나는 SF를 쓰지만, SF는 미래에 대한 것이 아니다. 나는 미래에 대해 당신보다 더 많이 알지 못하며, 오히려 더 적게 알 가능성이 크다. - P22

그게 어떤 소설이 되었든, 소설을 읽는 동안 우리는 그것이 모두 허튼소리라는 것을 숙지해야만 하며, 그러면서도 읽는 동안에는 그 안에 담긴 모든 것을 믿어야 한다. 그래서 마침내 그 소설을 다 읽었을 때, 훌륭한 소설이라면 우리는 그것을 읽기 전과조금은 달라졌음을 조금은 바뀌었음을 깨닫게 되리라. 이전에전혀 가본 적 없는 낯선 거리를 지나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달라지듯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무엇을 배웠는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말하기‘란 아주 어렵다.
예술가는 언어로 말할 수 없는 것을 다룬다.
소설이 매개인 예술가들은 이것을 ‘언어‘로 한다. 소설가들은언어로 말할 수 없는 것들을 언어로 말한다.
이렇게 역설적으로 쓰일 수 있는 것은, 언어가 기호론적 용법과 더불어 상징적 또는 은유적 용법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 P23

모든 소설은 은유이다. SF는 은유이다. SF가 기존 소설과 다른것은, 우리 동시대 삶에서 커다란 지배력을 가진 것들, 즉 과학.
모든 과학과 기술과 상대주의적이고 역사적 견해들로부터 가져온 새로운 은유를 사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주여행은 이러한 은유 가운데 하나이다. 대안 사회나 대안 생물학도 그렇다. 미래 또한 그렇다. 소설에서 미래란 은유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은유하는 것인가?
만약 내가 은유적으로 말하지 않을 수 있다면 나는 이 모든 말을, 이 소설을 쓰지 않았으리라. 그리고 겐리 아이가 나와 당신에게 다소 엄숙하게, 진리는 상상의 문제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내 책상 앞에 앉아내 잉크와 타자기 리본을 소모하지도 않았으리라.

어슐러 K. 르귄 - P24

나는 어릴 적 고향 행성에서 진리는 상상의 문제라고 배웠으므로, 이야기식으로 이 보고서를 작성하겠다. 제아무리 굳건한 사실을 이야기한다 할지라도 이야기하는 방식에 따라 전해지지않을 수도 또는 널리 퍼질 수도 있다. 내 고향의 바다에서만 자라는 유기질 보석처럼 말이다. 그 보석은 어떤 여인이 걸치면 한층 더 빛나 보이지만 어떤 여인이 걸치면 그 빛을 잃어 허섭스레기가 될 뿐이다. 사실 역시 진주처럼 단단하고, 빈틈없고, 둥글고, 진실되다. 그러나 둘 다 민감하다.
이것은 나만의 이야기도 아니고, 나 혼자 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사실, 나는 이게 누구의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다. 아마 당신이 더 잘 판단할 수 있으리라. 그건 아무래도 좋다. 만일 조작된목소리로 조작된 사실을 말하는 것 같은 순간이 있다면, 당신 맘에 드는 것만 선택하면 된다. - P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