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진 1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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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친하게 지내는 언니가 집에 와서 내게 빌려갔던 책이라며 이 책을 꺼내 놓는다. 평소에도 대단한 감동, 화려한 수사 따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분이라 별다른 감상을 묻지도 않고 책꽂이에 꽂았다.

그런데, 그 분이 하시는 말씀.

"있잖아. 여기 보면 명성황후가 리진을 불러서 그러잖아. 그 이름이 느낌을 갖는 건 그 이름의 주인이 어떻게 살았느냐에 달렸다고. 그래서 그 이름이 향기와 빛이 나도록 살라고."

이 언니는 자기 이름을 싫어했다. 촌스럽다고. 내가 듣기엔 그다지 촌스럽지 않은데 본인은 참 마음에 들지 않아 했다. 

그런데 언니는 이제 자기 이름을 사랑하겠다고 한다. 자기가 아는 모든 사람은 자신으로 인해서 그  이름이 사랑스럽고 향기나는 이름이 되도록 기억하게 하고 싶다고. 그 이름에 아름다운 빛깔과 향기를 입히고 싶다고.

나이 마흔이 넘어 비로소 자기 이름의 주인이 된 그 언니가 그날처럼 아름다워 보인 적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그 언니의 이름이 촌스럽다고 느낄 수 없었던 것은 지금까지 그 이름의 주인이었던 언니의 삶이 한없이 아름다웠기 때문이구나.

갑자기 사람들이 내 이름을 부를 때 어떤 빛깔과 향기를 떠올릴지 궁금해진다.

아직도 늦지 않았으니 나도 부지런히 살아서 내 이름에 아름다운 느낌을 입혀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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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2-13 16: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은 부모님이 깊이 생각하여 지어준 것이므로
의미심장하지요..


산딸나무 2008-02-14 0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을 지어서 바람과 희망을 불어넣는 건 부모님의 몫이지만
그 이름을 빛나게 하는 건 이름을 받은 사람의 몫이겠지요.
 
인문학의 창으로 본 과학 - 인문학자 10명이 푼 유쾌한 과학 이야기
김용석.공지영.이진경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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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시도만 좋았다? 내용이 너무 없잖아. 고3 논술용 참고서도 아니고,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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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2-13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문학도들은 과학에 대해서 다소 무식한 것 같아요..
자꾸만 과학에 가치판단을 개입시키려하는 경향을 보이는 듯 합니다.
"견강부회?!" 하하
인문학도들이 과학책을 좀더 많이 읽고 과학의 재미를 느꼈으면 합니다.


산딸나무 2008-02-14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 우리나라 과학교육의 피해자라고 생각하면서
과학적 지식에 무지한 게 늘 불만이었거든요.
그래서 의식적으로 더 많이 배우고 사유하려고 노력합니다.
음, 근데 과학은 정말 철학과 비슷한 느낌이 있어요.
그래서 꽤나 재미있답니다.
 
파피용 (반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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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의 책은 재미있다.

사람들은 재미있는 책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만화책은 재미있기만 해서 안 되고, 소설도 재미있으면서도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줘야 하지 않냐는 둥, '재미있다'의 의미를 가치절하하려 한다.

그러나 재미있는 책이 왜, 어때서?

나는 재미있는 책이 좋다. 생각할 거리는 두번 째, 책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베르베르는 재미있다.

이 책 역시 베르베르의 작품다운 재미가 있었다. 

쬐끔 아쉽긴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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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최규석 지음 / 길찾기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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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신인의 단편집치곤 너무도 독특한 그 제목이 마음을 끌어당겼다. 이 책으로 최규석을 처음 만났을 때, 다시금 작가의 나이를 확인하던 기억이 난다. 77년생.

 세상에, 이렇게 젊은 친구가 인간과 삶에 대해서 이토록 진지하고 매력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다니……. 타고난 만화가란 이런 친구를 보고 하는 소리가 아닐까?




 개인적으로 이 단편들 가운데 첫 번째 이야기인 ‘사랑은 단백질’을 참 좋아한다. 살아있는 존재들을 먹어야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의 처절한 비애와 숙명을 더없이 날카로우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려냈다.

 가난한 자취생들이 통닭을 시켜 먹기 위해 돼지저금통의 배를 갈라 동전을 모은다. 갈린 배를 움켜쥔 돼지저금통은 자기 배에 청테이프를 바르며 욕을 해댄다. 아들 병돌이를 튀겨서 들고 온 치킨집 사장 수탉과, 그를 위로하는 족발집 사장 돼지의 캐릭터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생의 아이러니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주제의 무거움은 작가의 풍자와 조롱 앞에 여지없이 날아가 버린다. 이렇게 짙은 실존적 사유를 낄낄대면서 읽을 수 있는 시간은 독자에게 드물게 주어지는 ‘황송한 축연’이다.




 베지테리안인 내게 먹을 거리는 날마다 사유할 거리들을 던져준다. 이른 아침, 시래기국을 끓이면서 그것들을 말리느라 자글자글 속 끓였을 햇볕들을 떠올리고, 추운 날 점심, 식당에서 나온 시금치나물 한 접시에 그 푸른 잎을 찬물에서 헹구었을 손을 생각한다. 저녁 식탁에서 어눌한 젓가락질에 튕겨져 나가는 깨를 손가락으로 집어 올리며 고놈들과 함께 아랫입술을 삐죽이 내밀어 피어났던 깨꽃의 시절을 추억한다.

 하루 세 끼가 늘 사유의 거리가 되는 것은 축복이다. 먹는다는 것이 단순히 육체에 대한 에너지 보충이 아니라 생을 자극하는 사유가 된다는 것이 어찌 피곤한 일일까?

 살아있는 존재들의 관계에 대한 사유를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은 내가 생태계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증거이다.  최규석의 만화는 내 이 사유가 바보짓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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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2-13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 잘 보내셨어요? 산딸나무님.


산딸나무 2008-02-13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넹^^
올 설은 음식하러 집에 안 가고 친구들이랑 놀았어요.
제가 안 가서 음식들이 초토화 된 것 말곤
아무 문제 없었어요.
 
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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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에 연재될 때부터 워낙에 유명한 (소설보다 그 언저리 이야기들 때문에) 소설이라 편하게 골라서 들었다.

 즐거운 나의 집?

 그러고 보니, 내게도 '즐거운 나의 집'이라고 불릴 집이 있었던가?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선하신 어머니, 오글오글한 형제자매들... 그런데 그 곳이 솔직히 '즐거운 나의 집'으로 기억되진 않는다. 그러나 그게 뭐 어떤가? 모두가 그렇지 않은가? 가족을 생각할 때 골치 아프지 않고 가슴이 훈훈해지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삶이란 게 원래 그런 거잖아. 소설이 아니니까. 그게 삶이니까.

 독신가정의 가장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는 지금에서야 비로소 가족구성원이 하나뿐인 나의 이 집에서 행복이란 걸 느낀다. 가끔은 외롭고, 가끔은 분주하고, 가끔은 구질구질하고... 그러나 추운 겨울, 일을 마치고 돌아가 몸을 누일 집이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지극히 평범한 행복 아닌가.

 그런데, 내가 느끼는 이 행복이 특별한 건가?  가족구성원이 하나밖에 없다고 그게 특별한 건가? 그래서 새로워야 하는가? 그건 아니지 않나?

 이 소설도 새로운 가족의 의미를 묻는다고 했는데, 솔직히 뭐가 새로운지 모르겠다. 고만고만한 사람살이, 고만고만한 깨달음, 고만고만한 위로... 성이 다른 아이들이 셋 출연한다고 새로운가? 광고문구가 왜 이렇게 후지나...

조금 신선한 소재를 가지고 지극히 전통적인 가치관을 확인하고 있는 책?

새로운 가족의 의미 따윈 없지만 그래도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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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2-02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쨌든 가족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군요.
저는 어린 시절에 가족이 많아서 싫었답니다..
종종 아이들 교육문제로 혼자서 지낼 때가 있는데
그것도 싫더군요.. 하하

나는 평범한 게 싫답니다.
튀는 것도 싫답니다.
그럼 뭐지? 하하


산딸나무 2008-02-02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보편적이진 않아도 평범한 삶이 좋습니다.
그리고 튀는 건 싫지만 '남들처럼'은 더 질색입니다.
저는 평범하게 그저 '나 자신'이고 싶습니다.

페르소나 2008-02-05 0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월달에 읽은 책 중 한 권이군요. 소설가란 본시 자기와 흡사하며서도 일면은 창작으로 꾸며낸 주인공의 모습으로 자기를 표현한다던가...3번의 사랑과 세 번의 이혼을 한 본인의 경력에대한 독자의 호기심이 짐이 됐든 모양이던군요..

산딸나무 2008-02-07 0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자신의 삶을 최대한 성실하게 표현해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luckybaby83 2008-02-10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산딸나무님^^ 안녕하세요. 저 뒤에다가 댓글 하나 달았는데, 요기에도 남기고 가요~~ 저 이책 주문해서 월욜에 오는데 빨리 보고싶어요.

산딸나무 2008-02-11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지영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
여성이라면 이 책에 충분히 공감하시리라 믿어요.
님성이라도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이해하시는 분이라면
당연히 재미있게 읽으실 거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