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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학의 시 1 ㅣ 세미콜론 코믹스
고다 요시이에 지음, 송치민 옮김 / 세미콜론 / 2009년 12월
평점 :
1권을 읽는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툭하면 상을 엎어대는 남편과 그런 남편을 사랑하는 아내의 모습이 반복해서 나왔다.
2권까지 미리 사 두지 않았더라면 아마 마음이 너무 불편해서 읽다가 말았을 것이다,
나는 이 불편함의 정체가 뭔지 첫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알았다.
어릴 때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들어온 날 밥상을 엎는 장면을 자주 봤다.
그 순간의 공포는 내 심장에 박혀 지금도 가끔 꿈에 등장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면 이런 꿈을 꾸지 않을까?
글쎄, 잘 모르겠다.
밥상을 뒤엎는 남성은 아무리 거리 두기를 하고 웃어보려고 해도 심장부터 오그라들게 만든다.
나름 은근히 재미있는 설정들이 반복되는데도 제대로 웃지 못했다.
2권을 집어들면서 크게 기대하진 않았다.
다만 이 갑갑함이 끝까지 간다면 진지하게 날선 리뷰를 한 글 올릴 각오로 잡았다.
그런데...
아, 2권을 읽으면서 나는 울고 말았다.
그 남자와, 그 여자의 과거가 밝혀지면서
왜 그들이 서로 사랑할 수 밖에 없는지.
아니 정확하게는 왜 그 여자가 그 남자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지가 드러나면서
그 여자의 선택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찌질하고 궁상맞은 삶,
지지리도 박복한 삶,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는 삶...
그녀의 삶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그렇다.
그런데도 이렇게 빛나고, 매력적이고, 멋진 여성 주인공을 근래에 만나본 적이 없다.
밥상을 뒤엎는 그녀의 남편은 여전히 사랑하기 힘들다.
그러나, 그런 남자를 죽어라고 사랑하는 그녀는...
미치도록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