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최규석 지음 / 길찾기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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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신인의 단편집치곤 너무도 독특한 그 제목이 마음을 끌어당겼다. 이 책으로 최규석을 처음 만났을 때, 다시금 작가의 나이를 확인하던 기억이 난다. 77년생.

 세상에, 이렇게 젊은 친구가 인간과 삶에 대해서 이토록 진지하고 매력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다니……. 타고난 만화가란 이런 친구를 보고 하는 소리가 아닐까?




 개인적으로 이 단편들 가운데 첫 번째 이야기인 ‘사랑은 단백질’을 참 좋아한다. 살아있는 존재들을 먹어야 살아갈 수 있는 인간의 처절한 비애와 숙명을 더없이 날카로우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려냈다.

 가난한 자취생들이 통닭을 시켜 먹기 위해 돼지저금통의 배를 갈라 동전을 모은다. 갈린 배를 움켜쥔 돼지저금통은 자기 배에 청테이프를 바르며 욕을 해댄다. 아들 병돌이를 튀겨서 들고 온 치킨집 사장 수탉과, 그를 위로하는 족발집 사장 돼지의 캐릭터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생의 아이러니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이 작품이 담고 있는 주제의 무거움은 작가의 풍자와 조롱 앞에 여지없이 날아가 버린다. 이렇게 짙은 실존적 사유를 낄낄대면서 읽을 수 있는 시간은 독자에게 드물게 주어지는 ‘황송한 축연’이다.




 베지테리안인 내게 먹을 거리는 날마다 사유할 거리들을 던져준다. 이른 아침, 시래기국을 끓이면서 그것들을 말리느라 자글자글 속 끓였을 햇볕들을 떠올리고, 추운 날 점심, 식당에서 나온 시금치나물 한 접시에 그 푸른 잎을 찬물에서 헹구었을 손을 생각한다. 저녁 식탁에서 어눌한 젓가락질에 튕겨져 나가는 깨를 손가락으로 집어 올리며 고놈들과 함께 아랫입술을 삐죽이 내밀어 피어났던 깨꽃의 시절을 추억한다.

 하루 세 끼가 늘 사유의 거리가 되는 것은 축복이다. 먹는다는 것이 단순히 육체에 대한 에너지 보충이 아니라 생을 자극하는 사유가 된다는 것이 어찌 피곤한 일일까?

 살아있는 존재들의 관계에 대한 사유를 멈추지 않는 것, 그것은 내가 생태계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증거이다.  최규석의 만화는 내 이 사유가 바보짓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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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2-13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 잘 보내셨어요? 산딸나무님.


산딸나무 2008-02-13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넹^^
올 설은 음식하러 집에 안 가고 친구들이랑 놀았어요.
제가 안 가서 음식들이 초토화 된 것 말곤
아무 문제 없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