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 하워드 진의 자전적 역사 에세이
하워드 진 지음, 유강은 옮김 / 이후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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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하워드 진은 <오만한 제국>을 통해서 만나게 되었다. 그 책 속에서 느낀 감성과 지성의 조화가 작가의 삶에 대해서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그러다가 새롭게 만나게 된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는 내가 막연히 느낀 하워드 진의 실체를 알게 해 주었다.

객관적인 역사라는 것은 우리에게 던져진 치명적인 허구다.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통해서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다. 하워드 진이 자신의 삶에서 미국역사의 오만과 허구를 낱낱이 깨달을 수 있었던 것처럼. 특히 이 책을 읽으면서 킹 목사의 자서전에서 보았던 미국 흑인인권운동의 실체를 또 다른 눈으로 볼 수 있었던 것도 멋진 기억이었다.

자본주의는 그 거침없는 채찍으로 전 세계를 파괴와 살육으로 몰아넣고 있다. 군사적 폭력과, 자본적 폭력이 난무하는 지금, 다시 한번 이 책을 돌아보게 된다. 희망없는 시대 절망한 당신에게 권하고 싶다. '내겐 절망할 권리가 없다. 나는 희망을 고집한다.'

그래, 우리가 어떻게 감히 절망할 수 있는가. 우리 보다 앞선 사람들이 어떻게 그릇된 역사에 저항하며 우리에게 오늘을 물려주었는데, 우리가 감히 절망을 입에 올리다니 가당키나 한가? 우리는 '희망해야'한다. 그게 우리의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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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비오는 날 창비아동문고 163
이가을 지음 / 창비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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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비가 오는 날, 나는 책상 앞에 놓아둔 달개비 화분을 창틀에 고리를 걸어서 비를 맞게 한다. 이가을 선생님의 <가끔씩 비오는 날>처럼. 내 달개비 '초록이'도 이 도시 한가운데서 잠시나마 행복하라고.

이가을 선생님의 작품은 어릴 때 부터 좋아했었다. 읽으면 마냥 착해지고 싶게 만드는 그 작품들 때문에 아마 그나마 착한 어른으로 자랄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어서 작가께 감사한다.

어른이 되어서 오랜만에 서점에서 이가을 선생님의 작품집을 만났다. 주저없이 책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두대 걸르면서 책을 읽었다. 그리고는 바로 옆 커피솦으로 들어갔다. 도저히 집에 까지 가는 삼십여분을 기다릴 수가 없어서. 그렇게 읽은 책이었다. 커피값과 시간이 아깝지 않은 건 물론이고.

가끔씩 비가 오는 날, 쓸모 있는 못이 되는 '나'는 늘 쓸모있는 못이 모르는 행복을 알고 있는 존재이다. 이 작품은 '늘 쓸모 있는 못'이 되기를 원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우리 모습에 정면으로 딴지를 건다. 그게 바로 내가 이 작품에 빠져들었던 매력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얼마 뒤, 이 작품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다는 얘길 들었다. 그래서 조카의 국어책을 빌려 읽어보니... 아, 나는 정말 우리나라 교육정책과 교과서라는 것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분노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작품을 제멋대로 줄여 놓은 것은 물론이고, 마지막 구절, 바로 이 작품의 가장 중요한 메세지인 그 구절이 빠져있었던 것이다. '가끔씩 비오는날 쓸모있는 못이 되는 나는 정말 행복합니다. 늘 쓸모있는 못이 모르는 행복입니다.'

끊임없이 일등만을 강요하는 한국교육입안자들이 감히 받아들일 수 없는 논리가 아니었든가. 늘 일등만 하는 아이가 모르는 행복이 가끔씩 눈에 띄는 열등생들에게 있다는 것이 그들의 사고방식으로 가당키나 할까? 그렇다면 이 작품을 교과서에 싣지나 말지... 정말 내가 사랑하는 나를 감동시킨 작품하나가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난도질 당해 다가갈지 눈물이 났다.

그래도 나는 진실을 믿고 싶다. 어제도 봄비가 내렸다. 내 초록 달개비를 창밖에 내어 걸면서 나는 늘 쓸모 있는 못이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가끔씩 쓸모있는 내 인생이 사랑스럽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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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보 까보슈 - 3단계 문지아이들 3
다니엘 페나크 글, 마일스 하이먼 그림, 윤정임 옮김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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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등하지 않은 존재가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이 가능할까? 노예가 주인을 사랑할 수 없듯이-개인은 사랑이라고 믿을 수 있을지 모르나 역사가 용납할 수 없는 것처럼- 불평등한 존재들끼리 사랑은 있을 수 없다.

이 책은 동물을 인간 다음 가는 2등생물쯤으로 취급하는 현대인들에게 통쾌하게 한방 먹여준 수작이다. '개'를 통해서 개란 존재를 일방적으로 외로운 감정의 찌꺼기를 퍼붓다가 싫증나면 인형처럼 처박아 버릴려는 인간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약자들은 항상 역사가 나아갈 바른 방향을 제시해 주었다. 그것처럼 우리의 '개'도 '사과'를 비롯한 인간들에게 진정으로 개와 인간이 서로 사랑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보여주었다.

진정으로 사랑에 이르는 길은 바로 '나를 지키는 것' 아니던가. 모든 사랑이 그렇듯이. 내가 나를 버리지 않고 내 자존을 끝까지 지켜나가는 과정이 바로 사랑하는 상대를 버리지 않고 그 사랑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다. 개는 가르쳐 주었다. 서로 사랑하고 싶다면, 길들이지도 말고, 길들여지지도 마라. 소유하지도 말고 소유당하지도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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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황석영 지음 / 창비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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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황석영의 소설을 읽을 수있다는 기쁨이 우선 앞섰다. 살아가면서 작가의 이름 석자만 믿고 주저없이 책을 살 수 있다는 것은 평생 좋은 친구를 얻는 기쁨만큼 값지고 귀한 것일 터이다. 내게 황석영은 대학 시절부터 삶으로, 작품으로 나를 배신하지 않은 친구이자 작가였다.

남북의 이데올로기 문제에 대한 진지하고도 풍부한 접근.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목 메이도록 가슴 아린 애정을 느낄 수 있게하는 그 섬세한 문체. 역시 황석영이었다.
내가 기독교인으로 살면서 맑스의 사상에 빠져들고 젊은 시절을 온통 양립할 수 없을 것 같았던 그 두 이데올로기를 저울질 하면서 살았기 때문일까? 이 작품은 내게 그야말로 바싹 다가와서 조근 조근 말을 걸어왔다.

산다는 것은 늘 느끼는 것이지만,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그러나 간단하지 않다고해서 모르쇠 할 수는 없는 것이 또 우리 삶이 가지는 매력이 아닌가. 해방 반세기를 훌쩍 넘어서 이 시점에 우리에게 분담의 아픔을 이렇게 어루만져 줄 수 있는 작품이 나타난 것에 대해서 이 땅에 살아 남았음이 가슴아픈 사람으로 정말 감사한다. 마음을 열고, 나를, 내가 배워온 역사를 기꺼이 부정하고 새로운 인간의 역사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일독하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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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잘 버는 여자 밥 잘 하는 남자 - 맞벌이 부부의 가사분담 이야기
알리 러셀 혹실드 지음, 백영미 옮김 / 아침이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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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을 부부가 더불어서 해결한다는 것이 얼마나 많은 점들을 고려해야 하는 것인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이 글을 보고 나서 여성들의 나약하게 대처했기에 가사노동의 평등한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은 아니란 걸 알게 되네요. 더 열심히 싸우면 얻어진다고 쉽게 얘기하는 것은 결국 피해자인 여성에게 책임을 다 전가시키는 논리가 아닌가요. 내게 만약 사랑과 결별할 것을 전제로 싸우라고 한다면 나는 얼마나 자신있게 싸울 수 있을 것인지...휴...

그리고, 가사노동의 분담을 요구하는 '그녀'들의 요구가 단순히 '남편'과 '사랑', '가정'만은 아니지 않나요. 그들이 지키고 싶은 건 자신이 잃어버리고 살았던 또다른 자신의 '삶'이었단 걸 잊어서는 안됩니다.

'불평등한 여성'은 곧 '나약한 여성'이라는 오만한 내 도식을 깨어준 책이었습니다. 그리고 사회를 변화시키지 않으면 가정이 변화 되기란 대단히 어려울 것이라는 대안도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책을 덮고 떠오르는 한 가지 생각, '이제 남은 건 남성들의 변화다.' 그들이 변하지 않는다면 여성들이 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있겠습니까? 여성들은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 본 게 아닌가요. 노동의 자립과 육아의 행복을 동시에 이루어내는 것은 남성들이 함께 고민할 때만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 뜻에서 이 책은 젊은 남성들, 특히 결혼해서 '집안일을 잘 도와 준다'-절대로 자신의 일은 아니니까 어디까지나 도와 주는 입장-고 착각하는 남성들에게 꼭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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