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는 바꿔야 할 거짓말 인터뷰 특강 시리즈 3
김동광, 정희진, 박노자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한겨레신문사에서 주최한 해마다 치러지는 특강을 지방에 사는 관계로 한번도 들으러 가지 못했다. 그래서 책이 나올 때 마다 꼭 사보곤 한다. 마치 특강을 듣는 듯한 기분으로.

강의나 대담을 책으로 엮게 되면 아무래도 편안하고 쉽게 받아들일 수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특강의 강사들이 쓴 책을 미처 접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신선하고 새로운 시각의 읽을거리가 될 것이고 이미 책을 통해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들이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가을날 소설보다 재미있고 즐거운 읽을 거리가 될 듯하다.

강사들 모두가 워낙에 자기 세계가 강한 사람들로 유명하다 보니 짧은 지면이지만 그들을 한꺼번에 만나는 재미도 있다. 또 질의응답들을 잘 정리해서 강의하는 사람이 미처 챙기지 못한 이야기를 덤으로 들을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집 마당에서 커피 한 잔과 읽어도,  도서관에서 펜을 들고 읽어도,  까페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읽어도, 어느 한 순간 어색하지 않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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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 속의 이슬람과 여성 - 문화사 이야기 지식전람회 15
오은경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06년 8월
평점 :
절판


  보수주의자는 모호함을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한 글이 기억난다. 제 아무리 진보적인 남성일지라도 여성문제에서만큼은 어찌된 일인지 모호함을 견디지 못한다. 그들이 늘 하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이슬람 여성들의 베일은 진보인가 보수인가?"라는 것이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그런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남성들의 권력이 미우면서도 한편으론 부럽기까지 했다. 그 베일을 직접 쓰는 여성들조차도 쉽게 대답할 수 없는 문제를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대답해야 하는, 혹은 대답을 강요당하는 현실이 버거웠다.

  그런 내게 이 책은 정말 멋진 답을 주었다. 베일이라는 상징을 통해서 이슬람 여성들의 삶을 찬찬히 훑어내려간 작가의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게다가 그 눈길의 따스함이라니...  정확한 역사적 자료와 문화인류학적, 종교적 인식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시종일관 그들의 삶을 존종하는 자세가 느껴지는 글이었다.

 무엇보다 이 글의 묘미는 서구의 눈이 아닌 이슬람의 눈으로, 남성의 눈이 아닌 여성의 눈으로 '베일 속의 이슬람과 여성'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제목이 말하고자 하는 딱 그만큼의 진실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그들의 삶 속에서 내내 동시대 우리 어머니와 나의 삶을 겹쳐서 읽어낼 수 있었다. 

  정확한 인식을 목적으로 집어들었으나 뜨거운 공감을 남기는 책.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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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새벽, 술을 거나하게 한 잔 걸치고 포장마차를 나오다가 유달리 붉게 반짝이는 네온 십자가를 보았다. 심심해서 ‘별 헤는 밤’이 아니라 ‘빨간 십자가 헤아리는 밤’을 하고 있는데, 혀 꼬인 친구 녀석의 이야기.

 

 “내, 옛날에 교회에 다닌 적 있다. 두 달 동안.”

 “그래? 그래서?”

 “뭐가 그래서고. 그냥 십자가 보니까 생각나서 한 이야기지. 친구 따라 갔는데 글마(?) 지금도 열씨미(?) 다니지. 난 지금도 종교란 게 가끔 설득 안되면 지옥간다고 협박이나 해대는 웃기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근데 그 녀석이 힘든 일 이 있을 때마다 종교에 의지하는 걸 보니 부럽기도 하더라.”

 “끄윽(아스파라긴산과 알코올 냄새!) 그렇게 치면 종교란 게 없는 사람이 어디 있노? 우리 엄마만 하더라도 자식들이 종교였지. 아버지가 술 먹고 들어와서 주 패고 그랄 때, 딱 죽고 싶어도 ‘자식들 땜에’ 그라잖아. 그게 종교지, 뭐.”

 “그렇네. 그러면 나한테는 종교가 술인가? 웃기네...... 옥아, 니는 뭐꼬?”

 “뭘 것 같노?”

 “아마...... 니 자신. 니 말하는 거 들어보면 거의 ‘나교주의 교주’ 아이가. 지 혼자 다 똑똑해뿌고. 키키키.”

 “내 종교가 ‘나’? 아니, 내 삶!”

 “니 삶? 그게 그거지.”

 “니는 그카이끼네 백 날 가도 똑똑하다 소리 한번 못 듣는다. 아나? ‘나’는  완결. 고정. 불변. 존재. 그런 이미지. 그냥 ‘나’지, 다른 어떤 불순물이 섞이지 않은 ‘나’. 그러나 ‘내 삶’은 정 반대지. 미완. 과정. 살아가는 관계. 다른 사람, 사물과의 관계가 없다면 내 삶이 어떻게 성립할 수 있겠노? 내 삶을 이루는 것에 나는 없어. 정작 ‘나’는 다른 사람의 삶 속에만 살아 있지.”

 “이...씨... 하여튼간에 말도 안되는 거 끼아 맞추는데는 도산기라. 우기기는.”

 “말도 안되기는. 하나 더 얘기 하까? 니는 내 삶이란 종교의 기도방식이 뭔지 아나?”

 “...... 이노무 택시는 와 이래 안 오노?”

 “일. 인간이 타인과의 관계를 맺기 위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기 위한 과정, 그게 ‘일’이다. 그 뒤에 따라오는 것이 돈이고, 보람이고.”

 “속 좋은 소리 하고 있네. 자본주의 사회에서 니 겉은 생각하면 욕 얻어 묵는다. 그냥 돈 벌어갖고 묵고 살 일자리라도 있으면 다행인 줄 알아야제. 남자들도 놀고 묵는 판에. 하이튼 그 놈에 ‘커리어 우먼’이라는 환상. 야,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

 “니나 속 좋은 소리 하지 마라. 여자들은 집에서라도 죽어라고 인정도 안해 주는 일 해야지만, 남자들은 놀고 묵어도 혹시나 심기가 불편하실까 ‘기살리기 운동’이라도 하는 세상 아이가. 커리어 우먼? 웃기시네. 차 몰고 가다가도 ‘미친 년, 운전도 못 하민서 와 기 나오노. 집에서 솥뚜껑 운전이나 좀 더 하고 있지.’  따위 쌍소리를 골백번도 더 듣는 세상이 21세기 대한민국인데, 뭐? 그 안에서 일하는 여성이 꿈이라. 꿈은 꿈이지, 개꿈...... 나는 소망한다. 내게 금지된 것을.”

 “열 받았나? 미안하다. 근데 니 보면 거의 일에 목숨 걸었는 거 같다. 일이 그래 재미있나?”

 “니 예수쟁이 친구한테 물어봐라. 기도 그거 재미로 하는지. 하고 싶은 일은 재미있어도 하고 없어도 하고 억지로라도 하고. 세상에는 두 가지 일이 있지. 해야 되는 일 하고, 하고 싶은 일. 나는 이왕이면 하고 싶은 일 하고 살란다.”

 “하기 싫은 일은?”

 “하기 싫은 일이 바로 하고 싶은 일의 다른 한 면 아이가. 그 정도 댓가도 없이 하고 싶은 일하고 살라캤디나? 남자들 대가리는 하여튼간에. 택시 왔다. 가자.”

 

나는 일한다. 고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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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0-18 11: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가 들리는 것 같아요. 님, 이런 술친구(게다가 남자) 있어서 좋으시겠어요. 구구절절 옳으신 말씀입니다. 재밌어 웃다가 잠시 '나'를 생각하다 갑니다.^^
 

 

착한 여자는 하늘나라로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로든 간다




- 우테 에하르트의 <나쁜 여자가 성공한다>에서-









남녀평등은 두 가지 이유에서 방해받는다.

하나는 권리를 조금도 나누려 하지 않는

남성들 때문이며,

다른 하나는

권리를 요구하지 않는 여성들 때문이다.




- 우테 에하르트의‘<나쁜 여자가 성공한다>’에서



인간과 다른 동물의 차이는,

인간만이 여성을 학대한다는 점이다.

비겁한 이리나,

가축으로 타락한 개조차도

그런 짓은 하지 않는다.




- 잭 런던의 소설 <길>가운데-




어머니가 될 것인가 되지 않을 것인가를

뜻대로 선택할 수 있게 되기 전에는

어떤 여자도 스스로 자유롭다고 말할 수 없다.




- 마거릿 생어 -




나는 자존심을 파괴당하고 살면서 다른 여성에게

자주적으로 살라고 권할 수는 없었다.

남편의 의식을 변화시키기 보다 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여권운동을 하는 것이 차라리 쉬웠다.

이혼 서류에 서명하고 나서 내가 울음을 터뜨린 것은, 외로워서가 아니라

그 동안 낭비한 내 인생이 아까워서였다.




- 베티 프리던 -







갑자기 마술의 힘으로 남성이 월경을 하고 여성은 할 수 없게 된다면?

의심할 여지없이 월경은 탐나고 자랑스럽고 남자다운 달거리 치레가 될 것이다.

남자들은 모이면 얼마나 오래, 얼마나 많이 하는가를 자랑할 것이다. 소년들은 쉴새 없이 월경이야기를 하려 할 것이며 생일이나 종교의식 또는 가족의 기념일인 양 그 날을 달력에 표시할 것이다.

의회는 노동력 손실을 막기 위해 국립 월경불순연구소에 거액을 지원할 터이고, 의사들은 심장 마비보다 생리통을 더 많이 연구할 것이며, 연방 정부는 국가예산을 들여 생리대를 무료로 나누어 줄 것이 틀림없다.

물론 생리대는 폴 뉴먼의 ‘탐폰’, 무하마드 알리의 ‘로페 어 드프’패드, 존 웨인의 ‘맥시’패드 하는 식으로 유명인을 상표나 광고 모델로 내세운 제품일 것이다.

통계 자료는, 생리 때 남성이 운동을 더 많이 하고, 올림픽에서 메달을 훨씬 많이 따리라는 예상치를 보여 줄 것이다. 장성이나 우파 정치인, 기독교 신자들은 남성만이 전쟁터에서 신과 조국으로부터 수혈 받을 자격이 있다면서 멘스(menstruation)를 ‘men-struation’이라고 고쳐 부를 것이다. 정치가는 ‘달과 행성 주기에 따라 일어나는 (거룩한) 월경을 하지 못하는 여성이 어찌 품위 있는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목사와 신부는 ‘하나님은 우리 죄를 사하려고 피를 주셨다’, 유태 율법사는 ‘불순물을 정화하지 못하므로 여성은 불결하다’고 말할 것이다.




-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충격적 행위와 일상의 반란’에서 -







왜 드러냈다는 이유만으로 내 몸의 한 부분이 다른 부분보다 비윤리적인가?

남자의 윤리가 여러분을 길들이게 하지 마라. 여러분은 아름다움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이사도라 덩컨 -


한 여성이 무슨 일을 해 냈건, 그리고 얼마나 능력이 있건 간에

누구든 그 여성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저 여자는 너무 뚱뚱해’




- 발트라우트 포슈의 ‘몸숭배와 광기’ 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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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학에서 같이 머리 맞대고 공부하던 언니가 전화가 왔습니다.

   “선생님, 우리 밥이나 한 끼 같이 먹어요.”

   “언니두, 선생님은 무슨......”

 

  언니는 초등학교 4학년까지 다니다 남의 집에 식모살이를 가는 바람에 학교를 더 이상 다니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야학에서 공부해서 초등검정고시에 합격했습니다. 중등과정을 다니려고 다른 야학으로 옮기면서 섭섭하다고 전화를 해 온 거였지요.

 

  언니랑 칼국수 한 그릇 먹고 술집에 갔어요. IMF 메뉴라고 맥주 세 병에다 안주를 열 가지 준다고 적혀 있더군요. ‘새우깡, 멸치, 이딴 거 열 가지겠지’하면서도 싸다며 그걸 시켰어요. 근데 기대 밖으로 상에 벼라별 게 다 올라 오는 거예요. 오징어 무침, 마른 오징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꽁치 한마리가 깻잎 위에다 고분하게 뉘어져 왔어요.

 

  우리는 푸짐한 상을 보면서 기분이 마냥 좋아져 젓가락을 쉬지 않고 놀렸어요. 언니도 생선을 좋아한다면서 꽁치살을 부지런히 뜯었어요. 그러다가 언니가 갑자기 깻잎으로 꽁치 눈을 덮는 겁니다.

  “꽁치 눈을 보면 왠지 미안해서 양심이 찔리거든... 그래도 이렇게 덮어 놓으면 기분이 덜해서.”

 

  헤헤 웃으며 다시 열심히 젓가락을 움직이는 언니를 보면서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꽁치 한마리 몸 뜯는데도 이렇게 양심이 솟는 사람들인데. 이천 삼천 만원짜리 과외를 하다 들켜도 ‘재수가 없어서’라고 당당하던 사람들 이야기를 신문에서 본 저녁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올려다 본 하늘에 달이 참 밝았습니다.

   ‘언니,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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