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학에서 같이 머리 맞대고 공부하던 언니가 전화가 왔습니다.

   “선생님, 우리 밥이나 한 끼 같이 먹어요.”

   “언니두, 선생님은 무슨......”

 

  언니는 초등학교 4학년까지 다니다 남의 집에 식모살이를 가는 바람에 학교를 더 이상 다니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야학에서 공부해서 초등검정고시에 합격했습니다. 중등과정을 다니려고 다른 야학으로 옮기면서 섭섭하다고 전화를 해 온 거였지요.

 

  언니랑 칼국수 한 그릇 먹고 술집에 갔어요. IMF 메뉴라고 맥주 세 병에다 안주를 열 가지 준다고 적혀 있더군요. ‘새우깡, 멸치, 이딴 거 열 가지겠지’하면서도 싸다며 그걸 시켰어요. 근데 기대 밖으로 상에 벼라별 게 다 올라 오는 거예요. 오징어 무침, 마른 오징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꽁치 한마리가 깻잎 위에다 고분하게 뉘어져 왔어요.

 

  우리는 푸짐한 상을 보면서 기분이 마냥 좋아져 젓가락을 쉬지 않고 놀렸어요. 언니도 생선을 좋아한다면서 꽁치살을 부지런히 뜯었어요. 그러다가 언니가 갑자기 깻잎으로 꽁치 눈을 덮는 겁니다.

  “꽁치 눈을 보면 왠지 미안해서 양심이 찔리거든... 그래도 이렇게 덮어 놓으면 기분이 덜해서.”

 

  헤헤 웃으며 다시 열심히 젓가락을 움직이는 언니를 보면서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꽁치 한마리 몸 뜯는데도 이렇게 양심이 솟는 사람들인데. 이천 삼천 만원짜리 과외를 하다 들켜도 ‘재수가 없어서’라고 당당하던 사람들 이야기를 신문에서 본 저녁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올려다 본 하늘에 달이 참 밝았습니다.

   ‘언니, 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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