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는 핸드폰을 미워해 - 아름다운 지구를 지키는 20가지 생각
박경화 지음 / 북센스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휴지 대신 손수건을 쓰고, 면생리대를 사용하고, 장바구니를 들고...

 나 하나, 그렇게 산다고 세상이 변하냐고 사람들은 묻는다.

 솔직히 그렇게 산다고 세상이 변할지 나도 확신이 없다. 그러나...

 분명한 건 아무도 그렇게 살지 않는다면 세상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 그것만은 확신할 수 있다.

 그래, 이렇게 살면 그나마 마음만은 편하지. 그게 어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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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10-13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번 얘기하지만 저는 휴대폰이 없답니다.
없어도 별 불편하지 않아요..
사실은 제가 쓸데없는 전화를 좀 싫어한답니다. 하하


산딸나무 2008-10-13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사님의 얘길 듣고 든 생각.
좋겠다.^^
사실, 부러우면 그렇게 하면 되는데,
요놈을 버리는 게 왜 그렇게 힘든지...
 

 

 

 사람들은 나더러 왜 혼자 사느냐고 묻는다. 내가 그 질문이 내게는 너무도 폭력적이라고  하면 의아해한다. 별 뜻 없이 그냥 물어봤는데, 그걸 가지고 폭력적이라고 하면 어떻게 하냐고. 그러면 바꾸어서 생각해 봐달라고 부탁한다. 누가 당신더러 볼 때마다 왜 결혼했냐고 물어보면 어떻겠느냐고.

  

 상대에게 질문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사회적 권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질문은 다수파가 소수파에게 가하는 폭력이다.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생각해 보라. “왜 동성을 사랑하니?”, “왜 고기를 안 먹니?”, “왜 결혼을 하지 않니?”, “왜 남편이랑 이혼했니?”라는 질문은 성립되지만 “왜 이성을 사랑하니?”, “왜 고기를 먹니?”, “왜 결혼했니?”, “왜 남편이랑 같이 사니?” 따위의 질문이 성립되는지…….




 그래서 나는 우리가 무심코 던지는 질문이 가지는 권력을 해체하기 위한 문화운동의 한 방법으로 역차별적 질문을 종종 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왜 결혼했어요?” 하는 질문이다.

 그 질문에 남자들은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한다. ‘세상에 이유가 있어서 결혼하는 사람도 있나?’ 하는 반응이다. 그런데 여자들의 반응은 남자들과는 달랐다. 모두가 각자 나름의 까닭을 답해줬다. 그런데 그 대답들이 참으로 재미있다.




 “집에서 나오고 싶었어요. 그런데 독립할 자금이 없잖아요. 그렇다고 아버지가 독립할 자금을 줄 것 같지는 않고. 그래서 결혼했죠. 결혼하면 아버지한테 얼마라도 얻을 수 있잖아요.”

 “남편이랑 연애할 때 쓰는 여관비가 너무 아까웠어요. 그래서 이 비용 아끼면 집도 사겠다 싶어서 결혼했죠. 하하하.”

 “직장 생활이 지긋지긋했어요. 상사한테 욕을 죽어라고 얻어먹는데, 앞도 안 보이고. 그래서 차라리 이 노력으로 남편한테 잘 하면 좋은 아내 소리라도 듣겠다 싶어서 평생직장 구하는 셈치고 결혼했죠, 뭐.”

 “어차피 결혼 안 하고 살 용기는 없으니, 하긴 해야겠고. 그래서 조건 맞는 남자랑 연애하고 결혼했죠. 우리 사회에서는 다른 대안이 없잖아요.”




 그녀들의 답이다. 남편을 너무 사랑해서 결혼했다는 여자는 백 명 중 딱 한 명 만나봤다. 근데 그것도 그녀의 진심인지는 솔직히 잘…….

 더 재미있었던 건 그녀들에게 우리 사회가 다른 대안이 있는 사회였다면, 여자 혼자서도 경제적 독립이 가능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싶으면 동거를 하면 되는 그런 사회였다면 그래도 결혼을 했을 거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미쳤어요? 그러면 뭣 하러 결혼해요?”




 함께 속엣 얘기를 나누며 깔깔 웃었지만, 그녀들에게 차마 묻지 못한 말이 있다. 당신들의 이 마음을 당신 남편들도 아느냐고.

 정말 궁금하다. 그녀의 남편은, 우리 사회의 남편들은 아내에게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까? 자신들이 결혼을 할 수 있었던 까닭들이 우리 사회가 여전히 여성들에게 열려있지 않은 억압적인 사회이기 때문이란 사실을 알고나 있을까? 그녀들이 정말로 자유롭고 능력이 있었다면 당신들을 아무리 사랑해도 결혼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을…….




 나는 솔직하게 얘기하면, 우리 사회가 이혼율이 높은 게 놀라운 게 아니라, 혼인율이 지나치게 높은 게 오히려 놀랍다. 하나의 제도일 뿐인 결혼을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인생의 방식으로 선택한다는 게 놀랍지 않은가?




 획일화된 삶의 양식이 지배하는 사회는 한 마디로 그녀들의 말처럼 ‘대안이 없는 사회’다. 결혼이 장밋빛 미래이기 때문이 아니라, 다른 대안이 없기에 선택되는 사회.

 결혼 소식이 많아지는 가을, 좀 우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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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08-10-13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을은 그래도 쌀쌀하잖아요. 봄바람에 전해지는 결혼소식이 더 뭣해요.^^ 결혼이 도피처가 아닌데 뭉개면 된다고 생각하는건지도 모르겠어요. 나도 그랬고, 그럴 수 있고. 질문 안에 권력을 내포하고 있다는건 공감하지만 매번 '너는 왜 질문하느냐' 물어보긴 너무 피곤해져요. 그럴땐 위악이니 김훈이 잘 부리는 위약이니 혹은 그냥 웃지요 자세가 대안이 되지 않을지. 가끔은 날을 벼려놔야한단 생각이 들기도 하거든요.

비로그인 2008-10-13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은 오랜 관습이겠지요..
일종의 갑옷 같은 거라 생각한답니다.
저는 아내를 사랑해서 결혼했답니다. 하하


산딸나무 2008-10-13 2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라디오를 듣다가 처음 듣는 노래가사에
하나뿐인 사랑 어쩌고 저쩌고 하더라구요.
늘 듣는 사랑타령인데 갑자기 질문이 솟았죠.
왜 하나뿐이어야 하지?
그 좋은 게 둘이면 더 좋고 셋이면 더 좋을 텐데...
단 하나, 영원, 변치 않는...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단어들이 아름답다고 생각될까요?
갑자기 궁금해져요.

진진 2008-10-17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 정말 맘에 들어요.^^
결혼이라는 제도에 많은 음모가 숨겨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그걸 버렸어요.
순수, 사랑, 영원이라는 탈을 쓰고 인간의 근원적인 자유를 억압하는 가장 모순된 제도일지도 몰라요.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그걸 알면서도 그냥..그냥..하는지도.
내 마음에 방이 여러 개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변치 않는 하나의 사랑에도 물음표를 찍었어요. 혹시 영원한 사랑이 없다는 것을 우리의 유전인자가 알기에 오로지 갈망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ㅎㅎ
결국 자유와 사랑은 삶의 영원한 화두인가봐요.

산딸나무 2008-10-17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유와 사랑이라...
그대에게 너무도 어울리는 단어에요.
 

 

 십 년도 더 된 일이다.
 대학 친구 하나가 대구의 작은 시민단체에서 일하게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반가운 마음에 술 한 잔 하는 핑계로 얼굴을 보게 되었다.
 “명함 한 장 줘 봐.”
 자리에 앉자마자 내가 그렇게 말했던 것 같다.

 그 때 친구가 술집 앞에서 나눠준 미용실 광고지 귀퉁이에다가 전화 번호를 적어주며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명함으로 버려지는 종이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주고받는 명함 한 장이 내 환경적 사유를 자극하는 거리가 된 건 그때부터였다.

 명함이 환경적 사유만 던져준 건 아니었다. 우리 사회에서 명함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이등 시민으로 산다는 걸 의미한다. 무위도식하는 삶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나 명함 없이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 결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란 걸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명함이 없는 사람들일수록 중요한 그림자 노동, 자립 노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인 경우가 더 많다. 명함 없는 농부의 노동, 명함 없는 주부의 노동…….

 오랫동안 명함 없이 살아도 불편함 없이 잘 살았다. 명함을 달라는 사람들에게는 그냥 메모지에 전화번호를 적어주곤 했다.
 그런데 요즈음 새로 일을 시작하게 된 뒤 명함을 달라는 사람이 부쩍 많아졌다. 그런데  번번이 메모해주기가 귀찮아 꾀를 냈다. 미리 메모를 해 두면 필요할 때 건네주면 되겠다 싶었다. 그래서 버리는 자투리 종이를 잘라서 메모를 했다. 그랬더니, 근사한 명함이 되었다.

 내 손으로 만든 명함, 내 이름 하나 드러내려고 귀한 종이를 낭비하지 않아도 되는 명함이었다. 받는 사람들도 좋아한다. 신선하단다.

십 년 전 친구에게 받았던 그 신선한 자극을 내가 누군가에게 전해줄 수 있다는 게 기쁘다. 이런 기쁨이 담겨 있는 명함 건네기, 그대도 한 번 해 보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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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10-10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 산딸나무님 자작 명함 보고 싶습니다.
원본 한번 올려주시기를.. 하하


산딸나무 2008-10-10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안 돼요.
중요한 정보가 다 들어있어서요.^^
사실은 글씨가 장난 아니거든요.
 
생의 이면 (보급판 문고본)
이승우 지음 / 문이당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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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성장 소설은 잘 읽지 않는다.

특히 남성 작가의 성장 소설은...

여성인 내가 공감하기엔 늘 너무도 멀고, 지극히 평범한 내가 이해하기엔 너무도 어두운 성장담들. 특히 여성들의 성장 소설에는 남성이 그다지 등장하지 않는데, 왜 남성들의 성장소설에는 늘 자기 입맛대로 오해하고, 곡해해서 환상을 품게 되는 여성이 등장하는 걸까?

정말 궁금하다. 남성 작가들의 생의 이면은 다 이렇게 어두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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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10-10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장기가 어두운 사람들이 주로 성장소설을 쓰나봅니다.
제가 작가가 된다면 성장소설은 쓰지 못할 거 같습니다.
쓸 게 없어어요. 그저 평온한 성장기를 보냈거든요.. 하하


산딸나무 2008-10-10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온한, 평범한...
그 말이 얼마난 특별한지 이젠 알 것 같아요.
 
새들은 과외수업을 받지 않는다
김종철·이현주·장회익 지음, 류연복 그림 / 샨티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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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서 건져올린 심오한 깨달음들... 그러나 새롭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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