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이 많은 요리점 힘찬문고 19
미야자와 겐지 지음, 민영 옮김, 이가경 그림 / 우리교육 / 2000년 8월
평점 :
품절


   너희들 혹시 병아리나, 개미 같은 것들을 괴롭히면서 놀아본 적 있니? 한번이라고 그런 기억이 있는 친구들은 지금 생각해 보렴. 개미들이나 병아리들이 너희들이 괴롭혀줘서 재미있었을지. 뭐? 장난이었다고?

 

  살아있는 것을 가지고 장난치는 것은 장난이 아니라고 생각해. 그것은 폭력이지. 인디언들이 사냥감에게 죽을 자세가 되어있는 자만이 그를 사냥할 자격이 있다고 한 말이 생각나네. 그만큼 동물들에 대해서 똑같은 생명으로 대접하는 자세가 되어 있는 사람만이 다른 생명을 자신의 에너지로 삼기 위해 먹을 자격이 있다는 뜻이겠지. 내가 먹는 사냥감에게도 그런 마음을 갖는데 하물며 살아남기 위한 절박한 상황이 아닌데도 동물들에게 해코지를 한다는 것은 인간다운 게 아닌 것 같아.

 

  그런데 우리 곁에는 재미삼아서 동물들을 죽이는 사람들도 있으니, 참 끔찍하지 않니? 그런 사람들이 어렸을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아마 지금은 좀 다른 어른이 되어있지 않을까 싶은데, 어때, 너도 한 번 읽어 볼래? 맛있는 과자 따위와는 아무 상관없는 책이야. 제목을 보고 엉뚱한 기대는 하지 마. 

 

  두 사람이 사냥터를 헤매고 있어. ‘사슴의 누런 옆구리에 총을 팡팡 쏘아서 사슴이 픽 쓰러지는 걸 보면 얼마나 재미있을까’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지. 너무 오래 헤맨 탓에 사냥개들이 쓰러져 죽는 걸 보면서 ‘25만원 날렸다’ 말하지. 이 사람들이 어떤 성격인지 대충 짐작이 되지?

 

  그러다가 산 속에서 음식점을 발견하지. 배가 고픈 두 사람은 근사한 저녁을 기대하면서 그 곳에 들어가. 근데 이상하게 손님들에게 하는 주문이 너무 까다로워. 머리를 단정히 하고 신발에 묻은 흙을 털라고 하는 것부터 모자와 외투를 벗고 들어오라는 건 이해가 되는데, 항아리 안에 든 크림을 얼굴과 손발에 고루 바르라고 하는데서는 좀 의아해지지. 그러다가 15분만 기다리면 요리가 된다면서 소금을 머리에 뿌리라고 하는데서 뭔가 깨닫게 되는 거야. 이 음식점은 바로 찾아온 손님들을 요리로 만드는 곳이었던 거야.

 

  두 사람이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하지? 

  근데 우리가 궁금해야 할 것들이 그것만은 아닐 거야. 개고기를 먹는 게 우리의 고유한 문화이기 때문에 좋은 것인지, 통닭집 앞에 그려진 닭들과 돈까스 포장지에 그려진 돼지들의 행복한 표정은 진실인지, 인간은 고기를 먹지 않으면 살 수 없는 것인지...

 

   어휴, 생각해 볼 거리들이 너무 많지? 그래도 생각한다는 건 행복한 일이란 사실을 잊지마.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면 아마 네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찾아 낸 답은 햄버거 보다, 컴퓨터 게임보다, 100점짜리 시험지 보다 너를 더 행복하게 해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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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9-28 0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몇해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이 새록새록 납니다. 아주 독특한 사고의 세계로 이끌어주는 책이에요. 님의 리뷰 또한 퍽 신선합니다. 좋은 리뷰 잘 보고 갑니다. 반갑습니다.^^

해리포터7 2006-09-28 2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딸나무님..저도 미야자와 겐지를 좋아하는데요..이책은 제목만 들었는데 읽어보고 싶네요..님의 리뷰또한 독특한 형식이어서 좋아요^^

씩씩하니 2006-10-13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이 어떻게 세상을 보며 어떤 삶을 꾸려나가시는 분인지...다 느껴져요.,.
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제목 읽구 뜬금없이 '책먹는 여우'가 생각나요,,왜일까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