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화점 - A Frozen Flower
영화
평점 :
상영종료



- 파격적인 노출과 욕정을 불러일으키는 베드신

‘욕정’은 한자에 따라 두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하나는 한 순간에 일어난 충동적인 욕심이고, 다른 하나는 이성에 대한 육체적인 욕망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욕정은 후자에 속한다. 임신과 출산에 의해 나의 ‘몸’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런 과정에서 나는 인간의 ‘몸’이 호르몬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출산 후 지금까지 나의 ‘몸’은 예전 같지 않아, 아줌마가 되면서 나의 ‘욕정’이 사라진 것일까? 라는 의문을 품었다. 이 영화를 보기 직전까지도 말이다.

그런데 소문대로 파격적인 노출신과 충격적인 베드신은 나의 뇌를 자극하여 호르몬을 방출시키는데 아무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그만큼 그들의 ‘사랑’은 매혹적이고 격렬하고 짜릿했다. 그런데 그런 부분이 너무 부각되어서인지 역사적인 배경과 화려한 의상이 무색하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이 영화를 역사극을 의미하는 ‘사극’으로 분류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고 생각된다. 굳이 장르를 나눈다면 멜로와 에로의 중간쯤이 되지 않을까?


- ‘욕정’과 ‘사랑’은 닮은꼴이다
 
영화 속에서 왕은 왕후에 대한 홍림의 감정을 욕정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홍림의 흔들림이 욕정에 의한 것이라면 용서하되 사랑에 의한 것이라면 용서할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한다. 왕과 왕후 사이에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빠진 홍림 또한 자신의 감정을 욕정으로 치부하고 왕과의 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욕정이 사랑으로 변하는 순간, 그 둘의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욕정’과 ‘사랑’은 육체에 의해 파생된 감정이다. 그런데 흔히 ‘욕정’은 육체의 산물로 ‘사랑’은 정신의 산물로 여긴다. 하지만 육체와 정신은 분리될 수 없고, 육체가 없이 정신이 존재할 수 없듯이 ‘욕정’과 ‘사랑’을 구분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욕정’은 ‘사랑’의 닮은꼴이여서 ‘욕정’이 ‘사랑’으로 위장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어쩌면 홍림과 왕후는 욕정을 품어서는 안 되는 대상과 몸을 섞은 이 후, 그것을 용납할 수 없어 ‘욕정’을 ‘사랑’으로 위장시키고, 그것에 속아 왕을 등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더군다나 홍림은 왕의 신의를 잃었고, 왕후는 홍림의 아이를 가졌다. 그들이 처한 현실은 그들의 감정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고, 서로에게 의지하도록 만들었다. 사람의 감정은 현실에 의해 새로운 해석이 가능하고, 자신의 의지에 의해 그 해석은 달라지기도 한다. ‘욕정’에 의해 그들이 그 지경에 이르렀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다면, ‘욕정’은 순식간에 ‘사랑’으로 탈바꿈할 수도 있다. 마지막에 죽어가는 홍림의 왕을 바라보며 눈, 그 눈에서 나는 후회를 엿봤다. 돌아갈 수 있다면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그런 후회의 눈빛 말이다.


- 흔들리지 않는 사랑은 없다.

나는 평생 한 사람만 바라보면서 살아갈 자신은 없다. 하지만 평생 한 사람을 사랑할 자신은 있다. 그 말은 한 눈을 팔지언정 사랑을 저버리지는 않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한 눈을 판다는 것이 어떤 의미냐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사랑을 저버리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평생 한 사람만을 사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해서 또 다른 대상에게 매력을 느끼지 않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감각은 새롭고 신선한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늘 그것을 쫒기 마련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익숙해지면 그 사람에 의해 느낄 수 있는 감각도 둔감해지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은 변하지 않는 거야!’ ‘사랑은 흔들리지 않는 거야!’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사랑 혹은 상대방의 사랑이 변하지 않기를 소망한다. 하지만 사랑이 온전한 정신의 산물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한다면 육체가 느끼는 자극도 염두에 두어야한다. 사랑이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해서 사랑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랑이 변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자신이 변해야 한다. 늘 같은 모습으로 사랑하려 하지 말고, 늘 새로운 모습으로 사랑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홍림의 흔들림은 평생 한결같은 모습으로 곁에 있어주었던 왕의 탓일 수도 있다. 더군다나 왕은 전혀 다른 자극과 교감을 선사해줄 여지가 충분한 왕후와의 만남을 주선하였으니 홍림의 본능(id)을 간과하였거나 홍림의 초자아(superego)를 과대평가한 탓도 있으리라. 흔들리지 않는 사랑은 없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흔들리지 말라고 강요할 것이 아니라 흔들리지 않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 사랑을 지키고 싶다면 말이다.

p.s> 내가 조인성의 팬이였나? (쓰고보니 시종일관 조인성을 옹호하고 있구나 =_=)
근데 언제쩍 영화를 이제서야 ㅋㅋ 아줌마 되더니 완전 뒷북이셔!!! 킁


댓글(4) 먼댓글(1)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ing)
    from 木筆 2009-05-06 10:22 
      아무생각없이 봤는데, 심보가 생긴다. 가시자ㅇ미님 글에 보태고 싶기도 하구 말이다.
 
 
프레이야 2009-05-05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미님, 어린이날이에용..^^
현호는 아직 아닌감? ㅎㅎ
장미님의 이 리뷰 참 마음에 들어요. 영화보다 더~
늘 새로운 모습으로 사랑하기, 흔들리지 않도록 도와주기^^

가시장미 2009-05-07 02:46   좋아요 0 | URL
으흐 감사합니다. ^^
신랑이 어린이날까지 쭉 5일을 쉬면서 육아를 많이 도와줘서 저도 덩달아 연휴아닌 연휴를 보냈습니다 ㅋㅋ

사실.. 뭐.. 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고 해서 사랑이 변하지 않는 건 아니겠죠. 변할 수 밖에 없는 게 사람의 감정일 수도 있지만, 지키고 싶다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면서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정리하고 싶었어요.
근데 가장 가까운 연인이나 부부사이에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거.. 그거 솔직히 쉬운 일도 아니죠. 결혼해 보니 예전에 가졌던 사랑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지네요. 예전에는 있는그대로의 모습을 사랑해주는 게 제일이라고 생각했거든요... :)

순오기 2009-05-07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이 영화는 별로였지만 장미님의 리뷰가 훨씬 훌륭해요.^^
노출보다 정사 장면이 변화없이 너무 빈번하게 등장해서 예술이란 느낌이 안 들었어요.
정사장면도 정말 멋지고 아름답게 그려낼 수 있잖아요~ 이 영화는 그런 면에선 점수 대폭 삭감!ㅋㅋㅋ

가시장미 2009-05-09 04:19   좋아요 0 | URL
예술과 외설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ㅋㅋ
미인도의 베드신은 참 예술적으로 느껴졌는데 말이죠. ^^;;
그래도 조인성의 다른 면을 볼 수 있었던, 실망스럽지는 않지만 조금 부진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그의 연기력 탓만은 아닐텐데.. 하고 아쉬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