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천사의 눈물을 보았다
박종인 외 지음 / 시공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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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삶을 조금은 아름답게 살려하는 당신께"

삶이 하도 무거워서, 때로는 지겨우리만치 가벼워서 서럽다 했던 당신 보십시오. 삶의 경중을 따지는 게 사치스러운 땅, 인도에서 글을 씁니다. <p.64>

 

당신이 쓴 글을 읽습니다. 때로는 눈물지으며, 때로는 한숨지으면서 읽습니다.  그리고 당신처럼 저도 기도합니다. 당신이 만났던 아이들도 별을 바라볼 수 있기를. 희망을 품을 수 있기를.

 

조선일보에 실렸던 기사에서 먼저 이 책의 대부분을 만났습니다. 돌깨는 아이의 사연을 읽었을 때의 그 답답함. 화려한 불꽃놀이를 위해 성냥을 만들고 있는 아이의 글을 읽었을 때는 정말 펑펑 울었습니다. 그 어린 나이에 삶이 버거워 죽음을 선택하고 싶었다는 그 아이의 얼굴과 무표정한 시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수록된 사진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이 사연들이 사실이 아니기를...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얘들아 아줌마가 미안하구나. 아줌마는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는 상했을까봐 하수구로 흘려보내는데, 너는 쓰레기장에서  상해서 시큼한 빵을 찾았다고 좋아하는구나. 배고픈 것보다 몸파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말하는 어린 너를 어쩌면 좋으니? 아줌마는 너무 마음이 아프구나.

아줌마는 수돗물도 믿지 못해서 물을 사서 마시는데 너는 흙바닥의 흙탕물을 마시는구나.

아줌마는 있지 정말이지, 너무 속상해서 너무 마음이 아파서 많이 울었단다. 어떻게 네 손과 귀와 발가락과 입술을 도려낼 수가 있니? 그리고 돌아가서 우리들이 얼마나 잔인한지 사람들에게 말하라니...아줌마는 네 손이 담긴 사진을 한 손으로 가렸단다. 차마 볼 수가 없었다. 어쩜 좋으니? 아픈 네 몸을 아픈 네 마음을 어떻게 하면 좋으니?

칼과 총으로  위협하면서 사람을 죽이라고 어린 너에게 강요하다니...그렇게 저지른 살인때문에 괴로워 하는 너에게 괜찮다고 해야하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는 살인자라고 비난을 해야하니? 아줌마는 네가 너무 가여워서, 네 생각만 하면 마음이 아파서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도 울고 있다. 나의 작은 눈물이 너의 그 마음을 위로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너의 그 죄의식을 어떻게 해야하니?

 

목숨을 걸고 그 험한 산맥을 넘다니...학교에 다니고 싶다고, 나보다 더 불쌍한 사람들을 위해서 의사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너희들은 정말 천사구나. 세상을 원망할 수도 있을텐데, 사진 속의 너희들은 어쩜 그렇게 환하게 웃을 수 있는지....사진을 보고 있자니 아줌마는 한없이 부끄럽구나. 너희들은 생존을 위해 버겁게 힘들게 살고 있는데, 아줌마는 외면을 했다. 그래서, 미안하구나. 이럴 때 아줌마는 너희들에게 삶이 너희를 외면할지라도 포기하지 말고 희망을 가지라고 말해야 하는거니? 아줌마는 너희들의 삶이 너무 엄청나서, 너무 버거워서 어떤 말을 해야하는지 알지 못하겠구나. 그저 미안하다는 말 밖에는 생각나는 말이 없구나.

 

책에서,

 

<p.50> 만약 나의 나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남의 나라에서 더 이상 살지 않아도 된다면

우리가 우리나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고통스러운 삶이 없다면

행복한 삶이 있다면

더 이상 피를 흘리지 않아도 된다면

중국이 없다면

 

<p.119> 교사는 버마 출신으 불법체류자, 학생은 버마 출신의 불법이주민의 자녀, 학교 자체도 비인가 시설이다. 설사 졸업을 해도 학력도 인정받지 못한다. 왜 이런 학교를 다닐까? "학교에 안 나오면 아이들은 마약을 팔거나 몸을 팔게 되니까요."

 

<p.220> "딸을 납치해 간 뒤 소를 보내줬어요. 이거나 받으라고. 우리는 여자도, 인간도 아니라 소만도 못한 동물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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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의 우주를 여는 비밀 열쇠 조지의 우주 시리즈 1
루시 호킹. 스티븐 호킹 지음, 김혜원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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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학 소설이 아니다. 과학적인 사실에 기초해서 이야기가 구성된 소설이다. 유명한 호킹박사의 소설이다.

 

이야기 속의 주인공인 조지가 학생과학대회에서

p.377 "...어떤 사람들은 과학이 지루하다고 생각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과학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과학에 관심을 갖지 않고, 과학에 대해 배우거나 과학을 적절히 이용하지 않는다면, 혹시 지루하고 위험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과학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면, 과학은 아주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우리와 우리 지구의 미래에도 매우 중요합니다." 라고 말한 어떤 사람 중의 한 사람은 분명 나이다. 과학은 지루하고 어렵다고 생각해서, 무엇이든 모르쇠로 일관하곤 한다. 솔직히 이쪽 부분까지 알기엔 귀찮다. 내가 나이가 몇인데...하는 생각을 하면 더욱 더.

 

철저한 친환경주의자인 부모 밑에서 옛모습 그대로 살아가고 있는 조지. 그리고 슈퍼컴퓨터 '코스모스'를 만든 천재적인 과학자 에릭과 그의 딸 애니, 그리고 악당이자 조지의 과학선생님 리퍼, 조지를 괴롭히는 악당 삼총사가 등장한다. 조지는 TV도 컴퓨터도 없고, 전기도 자가발전을 이용하고 자동차도 없고, 육류는 절대 하지 않는 생태환경가인 부모님 덕분에 삶이 심심하다. 그런 조지가 우연한 기회에 애니와 에릭 아저씨를 만나면서 조지의 모험은 시작된다.

 

과학기술은 세상을 지배하고 있고, 위험하게 하고 지구를 오염시키기 때문에 그런 것 없이 살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는 조지의 부모님과 다르게 에릭 아저씨는 "과학은 우리가 우리 주변의 세상과 그 모든 신비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와주는 놀랍고 재미있는 과목이며, 우리의 감각과 우리의 지성, 우리의 관찰력을 이용해서 우리 주위의 세상을 설명하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재밌고 흥미로운 것이 바로 물리학이라고 설명하는 에릭아저씨와의 만남은 조지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우연한 기회에 '코스모스'를 통해서 애니와 조지는 우주를 여행하게 된다.

 

조지는 컴퓨터를 갖기 위해 하루에 50센트씩 모으지만 어느 세월에 컴퓨터를 사게 될지...그런 조지에게 컴퓨터를 손에 넣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그것은 바로 과학대회에서 우승하는 것! 옆 집에 친절한 에릭 아저씨가 있는데, 이건 어찌 보면 따놓은 당상이나 마찬가지지만 너무 쉬우면 재미가 없는 법.

 

악당 리퍼 선생님의 방해로 에릭 아저씨는 우주 공간에서 미아가 될 위기에 처하고, 어쩌구 저쩌구 해서 에릭 아저씨는 무사히 지구로 귀환하며, 조지는 우승을 해서 컴퓨터를 상으로 받게 되더라는 이야기이다.

 

과학이 이렇게 재밌을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화학주기율표도 제대로 외지 못하는 내가 꽤 두꺼운 책을 - 물론 초등학생용이긴 하지만 - 읽다니...

 

조지의 발표문에서 처럼, 위기에 처한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쉽다. 조지 부모님의 모습이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보면 지나친 면도 있고, 이상하게도 보인다. 요즘 세상에 전화도, TV도, 컴퓨터도 없다니. 먹거리도 웬만하면 재배해서 먹는다니. 유별나긴 하다. 조지는 그런 부모님이 이해하기도 어렵고, 창피하기도 했지만 이젠 안다. 부모님처럼 환경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이 올바른 모습이란 것을. 쓰레기를 줄이는 것,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 분리수거를 하는 것...등등이 바로 지구를 살리는 방법이라는 것을. 그리고, 조지의 부모님 또한 과학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조지를 통해 알게 된다. 바르게만 사용한다면 과학은 위험한 것이 아니라 지구를 살리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참,  조지의 우주를 여는 비밀의 열쇠는 사실 너무 시시해서 애개 겨우 이거였어? 했다. 정답은? '물리학'이었다.

 

<책에서>

p.225 "..저 우주 공간에서는 놀랍고 매혹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단다. 우리가 지금가지 상상만 해왔던 그런 일들이 말이야. 하지만 그 모든 게 변할 날이 다가오고 있어. 인간이 우주로 날아가서 살게 될 날이 말이야. 우리가 전혀 새로운 행성을 최초로 발견했다고 상상해보렴."

 

p.255. "...과학이 어떻게 사악한 목적을 위해 사용될 수 있는지 우리 모두는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며, 우리가 과학자의 선서를 한 까닭도 과학이 오로지 인류를 위해서만 사용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딜레마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p. 303 '우리는 모두 시궁창 속에 빠져 있지만, 그중 몇몇은 별을 쳐다고보 있다.' 아일랜드의 작가 오스카 와일드이  말을 인용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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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명화
사토 아키코 지음, 박시진 옮김 / 삼양미디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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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나 시처럼 글로 표현된 작품은 작가의 의도나 주제를 파악하기 쉽다. 그러나, 그림은 그렇지 않다. 그림 하나만 달랑 있는 것을 제대로 감상하기란 쉽지 않다. 스쳐지나가듯 볼 때와 자세히 여러번 볼 때의 느낌이 다를 것이고, 작가나 작품에 대한 사전지식없이 감상한 느낌과 작품에 대해 알고 감상한다면 또 다른 느낌일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 미술은, 그림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존재이다.

책에서 도움을 받는다. 내가 좋아하는 웬디수녀의 미술관 이야기 시리즈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어딘지 수선스럽지만 그게 귀따갑지 않고 친근해서 마음 푸근한 이웃집 할머니가 들려주는 만담 같았던 웬디수녀의 미술이야기는 수필 같은 느낌이라면, 제목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명화는 그림에 대한 간단한 해설서 같은 느낌이다. 상식선에서 알고 있기에 좋은 만큼의 이야기가 있어 부담이 없다. 책에서 소개하는 그림들은 명화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한 번쯤은 다 보았던 것들 이어서 저자의 설명이 잘 읽힌다.

 

밀레의 <만종>은 하루의 수확을 마친 농부가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올리는 그림이다. 책에서는 기도하는 부부의 앞에 놓은 바구니엔 원래 죽은 아기가 담겨 있었는데, 감자로 바뀌었다라고만 언급이 되어있다. 다른 책 어디선가에서 읽은 감상평이 기억난다. 만약 그 바구니에 콜레라로 죽은 아기의 시신이 있었다면 이 그림은 엄숙하지도 경건하지도 하루를 마친 것에 대해 감사할 줄 아는 소박함 등이 드러나는 명화는 되지 못했을 거라는 글을 기억하게 된다. 진짜 거기에 아기의 시신이 있었다면 그림은 어땠을까를 상상해본다.

 

책을 읽고 있자니 답답했다. 대작을 작은 사진으로만 봐야하는 것. 그래서, 저자가 설명한 그림 중앙의, 그림 왼쪽 하단을 자세히 보면 거기에는 뭐가 있다라는 것을 확인하지 못하는 안타까움.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상식선에 머물 수 밖에 없다는 아쉬움. 책의 한계이다. 직접 가서 대면하고 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직접 대면하고 싶은 그림은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 그림 속에 등장하는 신 하나하나가 실제 사람크기만 하다니 얼마나 큰 대작인가? 이걸 작은 책 속에 가둬두었으니 얼마나 큰지 실감하고프다.

아무래도, 유심히 보게 되는 그림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이다. [다빈치 코드]의 영향이다.  진짜 궁금한 그림이다.

 

나에게 가장 이해가 되지 않는 그림은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깡통>. 이걸 뭐...그림이라고 봐야하나 싶기도 하고, 저걸 비싼 돈 주고 사서 집에 걸고 싶을까 하는 의구심...저런 걸 비싼 돈 주고 사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을까? 하는 생각까지...

 

유명한 화가 중엔 평범한 사람이 이해하기 어려운 예술에 대한 열정과 광기 등의 그 무엇 - 아우라같은 것이 있다. 작가 중에 난해한 정신세계를 가진 사람이 몇 몇 있는데, 이를테면 자신의 귀를 잘라버린 고흐나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를 그려서 자신의 집 식당에 걸어놓고 늘 식사를 했다는 고야..이분은 정말로 이해하기 어려운 괴기스런 화가이다. 밥 맛이 났을까? 예술은 심오하고 예술가는 더 심오하구나를 확인하게 된다. 예술에 대한 열정을 그린 서머싯 모엄의 [달과 6펜스]가 떠오른다.

 

우리 아이의 그림책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관]에 등장하는 얀 반 아이크의 <지오바니 아놀피니 부부의 초상>은 반가운 그림이다. 사토 아키코는 - 나는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림의 거울에서 화가를 발견할 수 있다고 했지만, 나는 그림에서 작고 털이 많은 검은 개에게 시선이 더 머문다. 명화와 작가(메리디스 후퍼)의 즐거운 상상이 만들어 낸 그림책 속의 그림을 여기서 발견하는 것은 책을 읽으면서 얻는 즐거움이다.

 

개인적인 바램 -소장하고 싶은 그림

 : 밀레의 <씨뿌리는 사람>을 보고 마음에 들어 자신의 방식으로 그렸다는 고흐의 <씨뿌리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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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한솔 마음씨앗 그림책 19
신구 스스무 글.그림, 김루희 옮김 / 한솔수북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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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릉부릉, 우리집 아들은 "딸기 덩굴이 뿌리를 내릴 때 마다 아기들이 태어나요."라는 페이지에서 딸기덩굴이 줄기를 곧게 내리는 길을 따라 자동차를 내달립니다.  세상의 동그라미는 바퀴이고 세상의 모든 직선은 도로가 되는 아들에겐 딸기의 줄기도 도로가 됩니다.

 

원색의 대비가 강렬합니다.

아주 새빨간 딸기와 금빛 햇살, 녹음이 우거진 숲을 짙푸르다고 표현하나요? 짙푸른 녹색의 잎사귀의 대비가 참 강렬해서 시선을 오래도록 붙잡습니다.

 

딸아이와 딸기 책을 읽습니다.

 

꽃잎이 떨어지고 작은 초록 별이 내려 앉아요. The petals fall, leaving in their place tiny green stars.

 

하얀 딸기는 아름다운 저녁놀을 보았어요. 저녁놀은 하얀 딸기를 빨갛게 물들였어요. They watch the glow of a brilliant sunset, enchanted by the red blaze.

 

바람 wind  비 rain  해 sun

 

시적인 표현입니다. 책은 총 5개의 언어로 쓰여졌습니다. 딸기와 Strawberries, Fraises, Erdbeeren, Fragole  당연히 앞의 두 언어로만 읽어주었습니다.

 

책에서 딸기의 단면을 자른 모습이 참 예쁩니다. 

딸기를 사서 우리도 딸기의 안이 얼마나 고운지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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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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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계속 혼자 키득키득. 참으려고 하지만 이런 대화에서는 참기가 좀 어렵다.

 

"선생님, 똥차하고 쓰레기차는 왜 다 녹색이예요?"

..."새끼가 어디서 유딩들이 미술 시간에나 하는 질문을 해?"

..."갑자기 궁금해서요."

"녹색이 시각적으로 부담이 없고, 자연 친화적인 색깔 아니야. 똥차가 똥색이면 되겠냐?"

"저기요, 선생님. 똥차는 노란색도 있어요."

"드러운 새끼들. 니네가 다 해먹어라."

 

정상인에 비해서 아주 많이 작은 아버지(음, 난쟁이)와 어느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어머니(잇새가 벌어진 저짝에서 온 베트남 사람)의 조합은 아무리봐도 현실에선 웃고 넘어갈 수 없는 가족구성원이다. 현실에선 그런데, 책에선 가볍고 재밌고 웃기다.

 

나, 도완득은 지금까지 혼자서 잘 살아왔다. 스윽 나타났다 소리없이 사라지는 그림자 같은 존재. 누가 나를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 그런데, 자꾸만 날 건드려서 사고를 치게 만든다.

 

똥주 때문에 열 받았고 아버지가 맞아서 열 받았다. 우리는 가만히 있는데 이 미친 세상이 왜 자꾸 건드리는지 알 수가 없었다. <p.34>

 

 제 안에 핵을 품고 있어서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여럿 다치게 할 것처럼 위태해 보이는 완득이가 재미를 붙인 것은 킥복싱. 완득이는 운동을 하면서, 자신도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아버지를 이상한 눈으로 힐끗 거리는 사람들을 볼때마다, 아버지에게 대놓고  욕을 해대는 인간들을 볼때마다 치밀어 오르는 울화를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넉다운을 당해도 흠씬 얻어 터져도 나쁘지 않다.

세상에 혼자인 것 처럼 외롭던 완득이에게 어머니가 불쑥 나타난다.  어머니의 부재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살아온 완득이에게 어머니는 낯설기만 하다. 더구나 베트남사람이라니....그러나, 이상하게 시간이 지날수록 그 분을 기다리 있는 '나'를 발견한다.

자꾸만 신경쓰이는 똑똑하고 도도한 윤하도 싫지 않고,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 이번주에 죽여주지 않으면 다음주에는 절로 가겠다고 협박아닌 협박기도를 했던 살인청부대상 '똥주선생'마저도 어찌된 일인지 갈수록 좋아진다. 

처음으로 완득이의 인생 주변이 사람들로 바글거린다. 귀찮을 줄 알았던 그 관계들이 싫지 않다. 그리고, 완득이는 세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걸어나간다.  

 

늘 어둡고 쳐진 어깨를 하던 소년이 이제 웃으면서 당찬 주먹을 쥐고 세상을 향해 걸어 나간다.   완득이의 스텝 바이 스텝은 현재 완료형도 과거 완료형도 아닌 현재 진행형이다.  미래가 열려 있어서 더 반가웠던 완득이.

 

완득아~ 화이팅이다! 네 모습이 보기 좋아서 책을 읽는 동안 즐거웠다. 그리고, 네 또래의 녀석들을 조금은 알게된 것 같구나. 숨기고 싶은 가족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네 용기가 멋지더구나.  나라면 어림도 없었을거야. 나는 겁쟁이거든. 네가 성장해 가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어서 그래서 더 흐뭇했다.

 

<책에서>

 

사람한테는 죽을 때까지 적응 안 되는 말이 있다. 들을수록 더 듣기 싫고 미치도록 적응 안되는 말 말이다. 한두 번 들어본 말도 아닌데, 하고 쉽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데 가슴을 치는 말은 한 번  두 번 세 번이 쌓여 뭉텅이로 가슴을 짓누른다. <p.196>

 

나는 아버지를 숨기고 싶은 게 아니라, 굳이 꺼내 보이고 싶지 않은 거였다. 비장애인 아버지는 미리 말하지 않아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런데 장애인 아버지를 말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상관하기 시작한다. 아버지를 숨긴 자식이라며 듣도 보도 못한 근본까지 들먹인다. 근본은 나 자신이 지키는 것이지 누가 지켜라 하는 것이 아니다.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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