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부석사>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비로자나불이 손가락에 매달려 앉아 있겠느냐
기다리다가 죽어버려라
오죽하면 아미타불이 모가지를 베어서 베개로 삼겠느냐
새벽이 지나도록
摩旨(마지)를 올리는 쇠종 소리는 울리지 않는데
나는 부석사 당간지주 앞에 평생을 앉아
그대에게 밥 한 그릇 올리지 못하고
눈물 속에 절 하나 지었다 부수네
하늘 나는 돌 위에 절 하나 짓네
<물 위에 쓴 시>
내 천 개의 손 중 단 하나의 손만이 그대의 눈물을 닦아 주다가
내 천 개의 눈 중 단 하나의 눈만이 그대를 위해 눈물을 흘리다가
물이 다하고 산이 다하여 길이 없는 밤은 너무 깊어
달빛이 시퍼렇게 칼을 갈아 가지고 달려와 날카롭게 내 심장을 찔러
이제는 내 천 개의 손이 그대의 눈물을 닦아 줍니다.
내 천 개의 눈이 그대를 위해 눈물을 흘립니다.
-----
명작에게 길을 묻는다1 을 읽고 있습니다. 작가가 쓴 리뷰가 어찌나 절절한지 빨려들어가듯 읽고 있어요. 내가 읽은 책들을 작가는 이런 느낌으로 읽고 있구나 하면서 말입니다.
저는 아직 읽지 않은 윌리엄 포크너의 [에밀리를 위한 장미]에 대해 저자가 붙인 소제는 죽음을 넘어서는 치명적인 사랑입니다. 이 글에 대한 리뷰에 정호승 시인의 시집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와 함께 물 위 에 쓴 시가 인용되었는데,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이 구절이 며칠째 머리 속을 맴돕니다.
시는 정호승 시인의 "우리가 어느 별에서" 홈피에서 가져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