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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불패 - 이외수의 소생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9년 5월
평점 :
책을 읽으면서 젊은 청춘에게 고하는 제언들에 하나라도 해당되지 않은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를 헤아리게 된다. 이 땅의 모든 청춘뿐만 아니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해당되리라.
젊은 그대여라고 말을 거는 이외수옹. 아무 것도 이룬 것 없고, 이룰 수 있을까에 수많은 의문부호를 찍을 수 밖에 없는 답답한 현실 속에서 심한 열패감에 시달리고 있고, 나에게만 장딴지를 걸어 넘어뜨리는 세상이 싫어 세상을 등지고도 싶고, 남들은 쉽게도 다니는 직장, 학교가 나에게만 어렵고, 나만 왜 사랑이 어려운건지, 한없이 작게만 느껴지는 열등감 등으로 고민하는 우리처럼 그도 비슷한 고민과 경험을 했노라고, 청춘에게 말한다.
'그렇지 않다네. 그런 걸 고민하지도 않고, 자괴감에 빠져보지도 않고, 사랑때문에 아파하지도 않고 청춘을 통과한 사람은 없다네. 그러니, 이제 훌훌 털어버리고 세상을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여보게나. 자네는 아픈 사랑을 해보았기 때문에 사랑의 의미를 알았고, 자네는 충분히 사랑받을, 사랑할 자격이 있는 걸세.' 라고 말이다.
이외수옹께서 책을 통해 반복적으로 아름다운 청춘에게 말하고 있는 것은 젊음은 실패해도, 좌절해도, 자리에 주저앉아도 되는 시기이니 두 주먹 불끈쥐고 마음만 고쳐 먹는다면 부조리로 가득찬 세상도 살아볼 만 하다고, 자네의 그 고운 마음으로 한 번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켜보라고 한다. 세상을 나만 위해서 살지 말며, 세상을 머리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면 세상은 충분히 아름다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돌아보면 젊음은 얼마나 불안하고 불안정했던가. 뭐 하나 쉬운 것이 없기에 세상은 녹녹치 않다는 것을 온 몸으로 느끼고 좌절했던 시기였다. 그렇지만, 그 시절만큼은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치열함, 열정으로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딛고 일어선 젊음이야말로 얼마나 아름다운지. 지나고 보면 그 방황과 불면의 시간조차도 좌절조차도 소중하다는 것을 어렴풋하게 깨닫게 된다.
젊음은 불안정하고 미성숙하고 미완성인 시기이기에 불안하고, 불면의 나날을 보내지만, 그러기에 무엇이든 될 수도 있으며, 부모로부터 하나의 온전한 자유인으로 거듭나는 찬란한 시기일 것이다. 누군가의 배우자도 아닌, 누군가의 부모도 아닌, 오직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유일한 시기가 그 때 뿐이라는 것을 그때는 왜 몰랐을까? 나만을 위해서, 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그 시간들이 또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 이제야 깨닫게 된다. 그래서 이외수옹님처럼 젊은 청춘들에게 진심으로 말하고 싶다.
그대여, 진심으로 건투를 빈다. <p.274> 라고.
=== 책에서 ===
나뿐인 놈이야말로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쁜 놈이다. 누구든 '나뿐인 놈'으로서의 근성만 없앤다면 그 자체로 성인군자나 다름이 없다.... 그대가 욕망에 기인해서 실의를 느꼈을 때, 그대가 욕망에 기인해서 분노를 느꼈을 때, 그대가 욕망에 기인해서 환희를 느꼈을 때, 그대가 욕망에 기인해서 증오를 느꼈을 때, 그대 역시 '나뿐인' 존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 욕망은 '나뿐인 인간'을 양산하기 위해 악마가 보낸 사육사이다. <p.110~111>
그대여.
희망에도 순리와 법칙이 있다. 그러나 욕망은 언제나 순리와 법칙을 위반한다. 숯덩어리가 불덩어리가 되기를 꿈꾸는 것은 희망이지만 숯덩어리가 금덩어리가 되기를 꿈꾸는 것은 욕망이다. <p.140>
분노해야 할 때는 분노할 수 있는 인간이 되고, 슬퍼해야 할 때는 슬퍼할 수 있는 인간이 되라. 기쁨이 있으면 기쁨을 느끼고, 즐거움이 있으면 즐거움을 느끼는 인간이 되라. ...그대도 천수를 다할 때까지 천지만물을 눈물겹게 사랑하고 그대 자신을 눈물겹게 사랑하라.용기를 가져라. 분연히 일어나라. 그대는 젊다. <p.259~2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