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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웃음 어디 갔지? - 생각하는 그림책 1
캐서린 레이너 지음, 김서정 옮김 / 청림아이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라디오 광고 중에 아이가 막 태어났을 땐 아이가 너무 예뻐서 먼저 말 걸고 사랑이 뚝뚝 묻어 나오는 부모의 목소리와 다 자란 청소년의 아이에게 퉁명스럽게 숙제는 다 했냐? 학원 갔다 왔냐?를 취조하듯 물어보는 부모의 목소리가 나오는 게 있다. 물론 예전의 그때처럼 아이를 사랑과 관심으로 대하라는 요지의 공익광고이다. 그 광고에서 부모들의 웃음은 어디로 사라진거지?
첫 아이를 임신했을 때는 아이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려고, 좋은 것만 듣게 하려고 노력을 했다. 다른 이들도 다 그랬을 것이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그 감동은 어떤 것과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아이가 처음으로 고개를 가누었을 때, 처음으로 엄마라는 말을 했을 때, 아이가 첫 발을 내딛였을 때의 그 기쁨을 떠올렸다. 그리고, 광고의 그 퉁명스럽던 부모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무엇이 우리에게서, 그 가슴벅찬 감동과 기쁨을 앗아갔을까?
살짝 미소 짓는 호랑이의 코 위에 파란 나비가 살포시 앉았다. 그렇게 웃던 호랑이가 웃음을 잃어버렸다. 어쩜 잊어버린 것일 수도.
호랑이는 잃어버린 웃음을 찾아 여기저기 헤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웃음을 찾아 여기저기를 헤매면서 겪었던 사소한 것들 때문에 미소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투둑 토독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을 즐기면서, 바다 깊은 곳에서 형형색색 아름다운 작은 물고기들과 어울리면서, 햇빛에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를 보면서 호랑이는 미소짓게 된다.
호랑이같지 않게 착하게 생긴 이 녀석을 보고 우리 아이는 묻는다. "엄마, 근데 호랑이 눈은 어딨어?" "요기 있잖아." 아이들은 눈 작고 순해 보이는 호랑이가 꽤나 마음에 드는 눈치이다. 기다랗고 멋진 꼬리가 특히나. 매 페이지마다 호랑이 꼬리를 손으로 따라 그리고, 빗방울을 맞으며 춤추는 호랑이의 발에서 손지문도 찾아낸다. 웃음은 멀리 있지도 않고, 거창한 것도 아니라는 것을 그림책은 그림으로, 짧은 글로 아이에게 알려준다.
우리 아이가 싫어하는 자세중의 하나는 엄마인 내가 팔짱끼고 서있는 것이다. 그 자세를 하면 아무래도 아이를 재고 혼내게 되니 아이는 아주 싫어한다. 생각해보니 팔짱끼고 서서 아이가 뛰어노는 모습을 보며 활짝 웃어준 기억이 없는 것 같다. 아이들은 이처럼 본능적으로 사랑받는 법을 알아챈다.
아이들이 이쁘고 사랑스러운 건 아이들에게 건강한 웃음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깨끗하고 티없이 웃는 해맑은 웃음. 우리가 갖기 어려운 그 웃음 때문에 아이의 웃음을 보면서 위로를 받기도 한다.
우연히 도시락 편지로 유명한 어떤 이의 오랜된 기사를 읽었다. 그 기사를 읽으면서,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을 어떻게 쓸까 잠자리에서 고민하다가 떠오른 생각 하나.
"하~하고 말하면 하얀 입김이 나오고, 호~하고 말해도 하얀 입김이 나와. 그런데, 하하 호호라고 하면 어떨까? 따라해볼래? 어때 웃게 되지? 춥다고 하~호~만 하지 말고 하하호호 웃는 즐거운 하루를 보내렴.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고 이따가 보자~"
나중에 우리 딸아이의 책가방 속에 넣어 주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