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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한달을 채우고나면 서른.  여자가 느끼는 서른과 총각이 느끼는 서른이 다를 수도 있지만... 몇 년 전 부터 스물아홉에는 무엇인가를 해보겠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이 될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마취를 했는데, 한 달 만 채워지면 난 내가 바라는 것을 해 놓지 못하고 지나갑니다. 내가 스물하고 예닐곱때는 이것도 할꺼며 저것도 할꺼며, 아름다운 시절』이라는  만화책을 보면서 주인공처럼 멋진 삶을 살아야지라는 생각을 가지곤 했습니다. 잠시..뒷돌아 보니, 후회는 없습니다. 다만 아쉬움은 낙엽의 무게보다 조금 더 무겁네요. 하지만 간밤이 서리에 나무들이 하얗 옷을 입은체 앙상한 팔을 펼치고 있는 것은 스무여덟번 보았지만 그네들은, 다시 봄이 되면 새싹을 돋는 것도 보았습니다. 비록 오늘의 내 아쉬움이 바람에 날리는 낙엽보다 조금 무거울 뿐 후회는 없기에 다시 시작하기만 하면 됩니다.







내게 아름다운 시절은... 조금은 모자라고, 조금은 채워지지 않은 스무아홉을 보내는 11월의 끄트머리에 있습니다.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이 따사롭습니다. 겨울의 해쌀치고는 너무나 따사롭습니다. 마냥 나른한 일요일의 어느 오후,  조용히 차를 한 잔 가지고 와서, 나를 울리기도 웃게도 한 노래를 듣습니다.  같이 차를 마시면서 듣을까요?

내 나이 스무살에는 처음으로, 내 옆 책상에 여자가 앉았습니다. 창문 틈 사이로 불어들어는 봄바람에 살짝 날리는 여자의 내음에 가슴이 설레였습니다.

멀여져 가는 저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난 아직도.. 난 아직도... 흠뻑 젖은 두 마음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을까, 두 마음을~~♬♪♬♡™
나미 : 슬픈인연
~~

그 때가 여자를 처음, 가장 가까이에 둔 듯 합니다. 하지만 첫사랑(?)이라기보다는 어설픈 디딤디딤한 사랑은 그냥 아무런 추억을 남기지 못하고 갔습니다. 스무한 살에는 한겨레신문을 통해 김남주를 만났습니다. 그때
만난 김남주는 엄청난 충격이였고 지금까지 그 울림이 체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니 시인 누구좋아노?" 물어보면 난 "김남주"라고 합니다. 그러면 "김남조?"라고 상대방은 알아듣습니다. 아마도 나 만큼 그에게도 낯선 이름. 하지만 지금 내게는 땔래야 땔 수 없는 이름. 우연찮게도 노래를 좋아하는 "주철"이라는 이가 있었는데, 시에 대해서는 많이 모르지만 안치환을 통해 그는 김남주에 다가왔습니다.

우리는 술을 마시며
김남주의 시를 이야기 하고 안치환을 불렀습니다.








 













 



 



안치환 : 물따라 나도 가면서~~

수무 두 살에는 국방의 의무를 지러 군에 갔습니다. 집 떠나와 열차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밖을 나설 때.. "이등평의 편지"는 내 스무살의 비극을 같이 했습니다.

스무 세살에는 열심히 삽질을 했습니다. 이 맘, 오늘 같은 일요일에는 하늘에 기도를 하곤 합니다. 첫눈이 제발 내리지 않기를... 황금같은 일요일을 쉬지 못하고 눈을 치워야 한다면. 이등병부터 꼬인 군생활-애인도 여자친구도 없으니, 아무도 면회를 오지 않아 고참들에게 인기는 꽝이였다-날아가는 참새도 떨어트린다는 상병때까지 꼬인 꽈배기병이 된다는 강박관념.
 
네살에는 날짜만 세어습니다. 사회에 나가면 할 일도 많고 이것저것 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을날 제대를 하고 나온 나에게 다가온 현실은 떨어지는 나뭇잎, 발 아래 쌓이는 무력감.
군대에서 제대하기만 하면 다 된다고,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는데...

여섯에 맛 본 서울에서의 잠시 생활,


저 어둔 밤하늘에 가득 덮인 먹구름이 / 밤새 당신 머릴 짓누르고 간 아침
나는 여기 멀리 해가 뜨는 새벽강에   / 홀로 나와 그 찬물에 얼굴을 씻고~~ ♬♪♬♡™
정태춘 : 북한강에서~~

시골로 내려왔으며, 일곱에는 부산에 학원을 다니며 컴 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여덟에는 다시 사랑과 꿈을 꾸었습니다.

아홉, 얼마남지 않은 나날...
11월의 마지막 일요일 오후, 서른을 기다리며 꿈을 다시 꾸며 지난 일요일을 잠시 떠올려 보았습니다. 가진 것이 없고, 무엇을 했냐라는 결과론적 해답을 달라고 하면 난 머무머뭇 꿔다 놓은 보리 자루마냥 가만히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는 가을바람에 나뭇잎을 날려 보낸 나무들이 그렇듯이, 나 역시 새롭게 다가오는 봄을 위해 묵은 때는 버리고 가슴속에 내일의 꽃을 활짝 피울 꿈의 씨앗 하나 품고 있습니다.


로커




아침 햇살에 놀란 아이 눈을 보아요

파란 가을 하늘이 그 눈 속에 있어요

애처로운 듯 푸른 아이들의 눈에선

거짓을 새긴 눈물은 아마 흐르지 않을거야




* 세상사에 시달려가며 자꾸 흐려지는 내 눈을 보면

이미 지나버린 나의 어린 시절 꿈이 생각나

난 어른이 되어도 하늘빛 고운 눈망울

간직하리라던 나의 꿈

어린 꿈이 생각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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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4-11-28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문득 슬픈 인연을 듣고 싶었는데 여기서 듣는군요.

추천하고 퍼갑니다.(님의 눈부신 젊음이 부러워요.^^)

열린사회의적 2004-11-29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슬픈 인연.. 정말 아름다운 노래이죠~~ 저도 좋아한답니다.^^ 좋은 한 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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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4-11-26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바다색은 파란가 봅니다...

열린사회의적 2004-11-28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 물결의 출렁잉... 왠지 많은 사연을 담고 있다는 생각^^;
 

내일 첫눈이 올까요? 라디오에서는 첫눈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요?라며 하루종일~~
하지만, 외로운 총각은 눈이 오든 비가 오든, 올테면 오라 난 몰라라~~합니다.


회사일을 마치고 집에 오니,
하루 종일 (하우스)고추를 따고 오신 어머니가 집앞에 있는 밭에 가서,
콩을 베어왔습니다. 콩이 한 가득 마당에 널부려져 있습니다. 콩타작을 할려고 하면
입이 바삭바삭 말라서 대나무로 가벼이 내리쳐도 입이 벌여져야 합니다.
그래야 일이 힘들지 않지요.
그런데 그 따뜻하지도, 길지도 않은 해가 내일은 잠시 외출을 한다고 하니...


어머니는 걱정입니다.
내일 해가 뜨면 다시, 선체 밥을 먹고서 남의 집 고추를 따러 가야 하는데,
비가 온다니. 비가 오더라도 해가 지고나서 오길 바랍니다.
밥을 먹고, 안방에서 엄마랑 누워있던 내가
"엄마, 내일 비 안온단다. 위로는 눈이 오고, 경북에만 비가 온단다"
자막으로 처리되는 글자를 한 자 한 자 하나도 빼놓지 않고 불러주자,
졸린다면서 그 좋아하던 영남가요주부열창도 보시지않고
뒤돌아 누워있던 어머니가 몸을 돌리면서
"그체, 내가 아까 달 보니깐 비가 안올라카더라"
어머니는 간절한 바람을, 조용히 확신합니다.


내일 해가 뜨면 첫눈이든, 비든 혹은 맑은 날이 열리겠죠. 하지만 첫눈이 온다고
마냥 가슴 설레는 순간에, 고향에 계신 어머니아버지는
겨울준비에 조금더 분주해지십니다. 전화 한 통화는 어떨까요?



  













지난 일요일쯤인 듯합니다. 논두렁에 심은 콩을 걷는 늙은 농부를 보았습니다.
콩의 키만큼 내리앉은 허리는 삶은 표현하는 듯하였습니다.
 
 

옛날에는 나도 일요일이면 콩을 심어러가곤 했는데...
한 구멍에 세네개를 넣곤 한답니다. 하지만 구멍에 콩을 넣고는
꼭 흙으로 묻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까치가 다 주워먹는다고 합니다. 온종일 콩을 심고나면 일요일은 훌쩍...
아쉽다 아쉽다 하여도 모자라는 일요일...
이제는 아쉬움보다 어머니 생각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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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사회의적 2004-12-15 18: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동... 좋은 곳이죠^^
 


기다림은 설레임, 누구를 사랑하여 기다려 보신 적 있나요?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벌써 행복하기 시작할거야.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행복을 느낄 거야.
4시가 되면 벌써 안절부절 못 하고 걱정이 될 거야...."

--어린왕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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