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3장까지 읽었다. 특히 2장이 많이 아쉬워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왜 그랬을까 생각해보니 기존에 해왔던 이야기를 답습하는데다가 책의 주제와도 크게 관련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마음을 먹고 3장을 읽었는데 다행스러웠고 읽기 잘했다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3장이 이 책의 가장 핵심이 담겨있는 듯하다.


내가 선사시대 여성들에 가졌던 생각은 여신의 이미지, 다산과 출산, 여성성과 아내의 표상, 풍요로움과 비옥함의 이미지였다. 특히 신석기 시대 이후는 말이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았는데 이는 역사 공부를 하면서 배웠던 자연스런 수용과정의 일환이었던 것 같다. 

'신석기시대 농경과 목축을 시작했고 기존의 이동생활에서 정착생활로의 전환이 이루어짐으로 인해 여성은 아이를 돌보고 가정을 책임지는 사람이 되었다'라는 틀이 내 머릿속에 잡혔다. 

대부분 우리들이 가진 선사시대 여성에 대한 이미지는 구석기 때는 동굴 생활을 하면서 무리 생활을 하고 거기서도 남성이 주로 사냥을 하고 여성은 채집을 한다 라는 식으로 정의되어 있고 신석기 때는 정착 생활을 하며 여성에게 가정을 안전하게 보살피는 역할이 강조된다는 식으로 자리잡혀져 있을 것 같다. 거기에 우리 머릿속에 18, 19세기 이후 여성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 덧붙여지면서 여성이 특정한 일을 담당한 것으로 규정되고 강화된 것이 아닐까. 여기에 페미니스트들이 선사시대 여성에 대한 편견과 가설에 대한 해석을 폄하하는 경향도 불에 기름을 부은 것이라 여겨진다. 저자는 특히 보부아르의 생물학적 결정론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결국 저자가 말하는 바는 이것이다. 구석기시대에 여성이 사회, 경제, 문화적 활동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배제할만한 고고학적 증거는 전혀 없다.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인류의 진화에 공헌했다. 


"처음부터 원래 그랬다"라는 내용을 자주 읽지만, 신화는 원초적인 모습 그대로 전해지지 않는다. 새로운 버전이 나와 옛것을 덮어쓰고 대체하는 것이다. [P217]


새롭게 발굴되는 고고학 자료에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고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끊임없는 새로운 연구가 발견되면서 기존의 가설이 뒤집히기 때문이다. 과학에 '반증가능성'이라는 용어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기존에 가부장제의 창조를 잘 읽었는데 이 책은 거기에는 담겨 있지 않은 최근 고고학의 발견을 통해 재정의된 여성의 모습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값진 점이 거기 있는 것 같다. 


재미를 보장하기는 어렵지만 역사, 과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3장을 읽으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사라 바트만의 이야기였다. 3장은 내용이 길기도 길어서 읽는데 시간이 제법 걸릴 수 있다. 나는 자료를 찾아보면서 이미지를 확인하며 읽느라 더 걸렸지만 그만큼 충분히 값진 경험이었다. 


대다수 인류학자와 선사학자는 성별 노동 분업이 이미 구석기시대의 공동체에서도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성별 노동 분업을 인간 사회에서 최초로 등장하는 사회적 노동 분업의 형태로 생각하는 연구자가 많지만, "사실 선사시대 노동의 대부분은 체력이 기본으로 되는 일은 거의 없고, 남녀 상관없이 기술적 능력이 필요한 일이었다." [P152]


성에 따른 노동의 분화는 신석기시대 초기의 예술에서 꽤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그림에서는 여성들이 채집만 담당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의 뼈를 연구해보니 다른 활동도 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신석기시대 중부 유럽의 여성의 팔은 현대의 여성 스포츠 선수보다 더 강했다. 청동기시대와 철기시대에도 몸집이 다부지고 근육이 발달한 여성들이 확인되므로, 이들이 이 시기에 담당했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P193,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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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3-11-17 23: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블랙 비너스라 불렸던 그 사라 바트만이요? 고고학책에서 의외네요. 화가님, 저도 이 책 읽는다 읽는다 하다 미루고 있었는데 제목과 표지보고 제가 짐작했던 방향인것 같아요 올려주신 글을 보니^^ 저도 천천히 화가님 따라 읽어야겠네요

거리의화가 2023-11-18 10:09   좋아요 1 | URL
네 맞아요. 마치 동물원의 동물 취급하는 것 같아 기분이 무척 불쾌하더라구요. 저는 이 책이 고고학 비중이 클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여성사에 대한 분량이 많았습니다. 3장은 사례가 많아 읽기가 지치기도 하는데 고고학적 사례가 많아서 저는 좋았어요. 알라님께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되는 기회가 되시길 바랍니다^^

다락방 2023-11-18 09: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거리의화가 님도 2장 재미 없으셨군요!! 어휴 저는 읽느라 미치는 줄 알았어요. 기대하며 3장 읽어볼게요.

거리의화가 2023-11-18 09:42   좋아요 1 | URL
ㅎㅎ 다락방님이 재미있을만한 책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3장 때문에 일단 이 책에 점수를 줬어요! 화이팅입니다.

책읽는나무 2023-11-19 07: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넘나 길게 나열된 2장의 자료 수집용 인용 예시들이 꽤나 지루해서 시간이 좀 더뎠던 것 같아요.
3장부터는 좀 괜찮았어요.
살짝 생각의 관점도 바뀌었구요.
3장이 가장 핵심이로군요.
아직 3장에 머물러 있어요.^^

거리의화가 2023-11-19 16:37   좋아요 1 | URL
2장은 우리가 기존에 익히 읽어왔던 여성 혐오의 역사여서 지루하게 느꼈을 것 같아요. 처음 접하면 새롭겠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은 우리가 그만큼 그동안 쌓인 지식이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겠죠?
역시 나무님도 3장이 더 나으셨나봐요. 다행입니다. 3장이 길기도 하고 여기도 마찬가지로 사례가 많아서 자료 검색하고 하는데 꽤나 걸리더라구요. 사실 포스팅에 그 내용까지 적을까 하다가 너무 길어져서 다 뺐습니다. 나무님 남은 분량 화이팅이에요!

dollC 2023-11-19 1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2장 너무 지루했어요. 사례만 나열되다보니 좀처럼 집중하기 힘들더라구요. 그래도 꾸역꾸역 읽긴했지만요;;
최근 비정상회담이란 프로그램을 다시보고 있는데요. 출연자 중 한 분이 하는 말이, 선사시대부터 남자는 사냥하고 여자는 동굴청소하고 어쩌고... 그러더라구요. 하하. 동굴청소라니ㅋ
어쨋든 지금의 상식이나 일반적 지식이 편향된 것일수도 있고, 자기 의견의 근거로 삼기 이전에 재확인할 필요성은 충분한 것 같아요. 하... 동굴청소...

거리의화가 2023-11-19 16:39   좋아요 1 | URL
2장이 지루하셨다는 분들이 많네요^^ 사실 저도 하품하며 읽었어요ㅠㅠ
동굴청소ㅋㅋ 누군가요?
아무튼 고정 관념을 깨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겠죠. 새로운 관점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애초에 그런 발언 자체를 덜 하거나 말하기 전에 조심스럽게 내뱉을 것 같습니다^^
 

[B.C.53]

한나라 효선제가 황태자가 유약하고 유학을 좋아하기만 하여 등용한 관리들이 ‘문’에 치우쳐 있어 비판하였더니 이에 온공이 대답한 말이다.

온공이 말하였다.
왕도와 패도는 도가 다르지 않아서 옛날 삼대가 융성할 때에 예약과 정벌이 하늘로부터 나오면 이것을 왕도라 이르고, 천자가 유약하여 제후를 다스리지 못하는데 제후가 동맹국들을 거느려서 함께 조회하지 않는 자들을 토벌하여 왕실을 높이는 자가 있으면 이것을 패자라 일렀다.
왕자나 패자가 행하는 것은 모두 인에 근본하고 의를 원조로 삼으며 어진 이에게 맡기고 능력 있는 이를 부리며 선한 자를 상 주고 악한 자를 벌주며 포악한 자를 막고 난을 일으키는 자를 주벌하니, 다만 명성과 지위에 높고 낮음이 있고 덕택에 깊고 얕음이 있으며 공업에 크고 작음이 있을 뿐이요. 흑색과 백색, 단맛과 쓴맛처럼 서로 상반되는 것이 아니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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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쓴 5백년 고려사 - 박종기 교수의 살아있는 역사 읽기
박종기 지음 / 푸른역사 / 2008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묵힌 먼지를 털어내는 일은 쉽지 않다. 집의 먼지가 하루만 지나도 쌓이는데 세월이 훌쩍 지나간다면 어떻겠는가. 이 책도 언제 샀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묵힌 것이었다는 이야기다. 확인차 뒷면을 보니 2013년 6쇄본이라고 적혀 있었다. 책 제목으로 검색을 해보니 신판이 2020년에 나와 있었다. 신판이 나온지도 몇년 전인데 구판을 읽으려니 민망했지만 그렇다고 책을 폐기하는 것은 예의가 아닐 것이기에 집어들었다. 내용에 변화가 있겠지만 어쩌겠는가. 앞으로 집에 있는 책들을 너무 묵히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이 책은 5백년에 가까운 고려사를 한 권에 담고 있다. 저자인 박종기 교수는 고려사 전공자로 관련 책들을 많이 내신 분이라 어느 정도 믿음이 갔다. 조선사는 사료가 많아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역사를 접할 수 있고 고대사는 사료는 적지만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으로 인해 오히려 역사가 제법 다뤄진다. 그러나 고려는 상대적으로 소략하게 가르치는데다가 그것도 외교와 문화 분야에 치중되어 아쉬운 점이 많다. 


저자는 역사와 현실을 어떻게 일치시킬 것인가를 고민하고 고려의 역사와 전통을 대한민국 사람들이 더 친근하게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이 책을 썼다. 저자는 한국의 역사학이 식민주의 근대화론도 아니고 민족주의론도 아닌 제3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은 전쟁으로 인한 분단 이후 이념의 고착화로 여전히 이분법적 논리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고려의 역사를 확인하면서 오늘의 현실에 투영해야할 메시지는 특히 ‘다양성’이라는 것에 방점을 찍어야 할 것 같다. 


고려왕조는 매우 다원적인 사회였습니다. 중앙에 외척이나 문벌집단과 같은 폐쇄적인 정치집단이 존재하면서도, 끊임없이 향리와 같은 지방세력을 중앙으로 흡인하여 새로운 관료집단인 사대부집단을 형성해 다양한 정치사의 전개가 가능했습니다. 또한 군현 지역과 부곡 지역 등 복합적이고 차별적인 지방제도를 통해 민에 대한 국가의 지배력을 강화해나가는 한편, 청자와 불화로 대변되는 고도의 질을 추구하는 고급문화와 거대한 불상∙성황신앙∙향도신앙 등 지방세력의 독자적인 지방문화가 병존하는 사회였습니다.

고려가 이처럼 다원적인 사회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고구려와 백제의 인적∙문화적 자원을 흡수하여 최초의 실질적인 민족통일을 완성했기에 가능했습니다. (P44)


고려왕조는 지방의 호족세력이 주축이 되어 세웠기 때문에 왕건은 그들을 포섭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호족의 근거지를 본관으로 삼고 성씨를 부여해주면서 그 지역을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도록 한다. 본관제가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덕분에 도망하는 민도 줄어들었고 토지를 개간하여 농업 생산량이 향상되어 향촌이 안정될 수 있었다. 


고려의 기본적인 토지제도는 ‘전시과’였는데 이는 개인, 관청이 독자적으로 재정을 운영하도록 하고 국가세입지만 필요한 예산을 지급하고 국가가 조세를 직접 수취하는 방식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직역(직업적인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토지가 1:1로 지급되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지역 간 발전 격차가 컸기 때문에 균형적인 발전이 필요해서였다. 다만 사전의 독자적인 운영이 소유권 분쟁을 일으키거나 탈점(오늘날의 ‘먹튀’라고 할까)까지 일으켜 항쟁과 민란의 원인이 되고 말았다. 


고려 신분제는 양천제로 양인에는 직역을 부담하는 정호, 일반 요역을 부담하는 백정, 기능직을 담당한 잡척이 있었고 천인에는 노비가 있었다.

고려는 전국을 경기, 5도, 양계로 나누었다. 경기는 개경을 포함한 중심 지역이고 5도는 지방 중심 구역, 양계는 군사 중심 지역이었다. 지방은 군현-주현-속현-향/소/부곡으로 명칭이 구분되었다. 주현은 중앙에서 지방관이 파견되는 곳이고 속현은 지방관이 파견되지 않은 점이 달랐다. 총 500 여개의 군현 중 370개의 속현, 130개의 주현이 존재했는데 고려 말, 조선 초가 되면 대부분의 군현이 해체가 된다.


고려의 외교를 보통 실리 외교라 부른다. 이 때 강동6주를 포함한 압록강 유역은 고려 뿐 아니라 부근의 국가들에게 중요한 위치였는데 방어적으로 요충지여서만은 아니고 교역의 중심지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여러 외침이 있기는 했지만 고려는 몽골이 등장하기 전까지 실리적 외교를 펼쳐 나갔으나 그 이후에는 불가능해진다. 몽골은 쿠빌라이가 집권하면서 국호를 원으로 바꾸었고 국가의 성격도 바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 후로 고려의 대외정책에도 영향이 갈 수밖에 없었으며 고려는 원의 내정 간섭을 받게 된다. 


고려 문화 하면 팔만대장경, 불화, 석불, 청자 정도만 떠올렸는데 나전 기술과 팔관회 문화가 있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특히 팔관회는 고려가 천자국임을 과시하고 다양한 민간 신앙을 국가에 녹여내어 통합력을 높이는 구심점의 역할을 했기 때문에 다양성을 추구하는 고려 사회에 대표적인 문화가 아니었나 싶다.

고려 사회는 균분상속, 윤행봉사, 여성도 호주가 될 수 있는 등 남성에게만 권위가 주어지지 않는 문화였다는 것도 다시 새겨두고 간다.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Korea라는 명칭은 고려를 외국이 부르던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공교롭게도 2주 전인가 <역사저널 그날> TV 프로그램에서 이 주제를 다루었는데 ‘고려’라는 명칭은 궁예가 먼저 쓴 것이라고 하더라. 물론 이것도 가능성이 높은 추측이나 가설일 뿐 알 수 없다. 


고려의 역사는 우리에게 전쟁과 외교, 화려한 문화 정도만으로 인식되기 쉽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나조차도 시험 공부를 할 때는 핵심만을 공부하듯 해당 부분에만 집중한 것이 아닐까 싶어 반성의 마음이 일었다. 역사는 끊임없이 보이지 않는 측면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필요한 학문인 것 같다. 


얇지만 꽤나 알찬 책이다. 책의 각 페이지에는 고려의 역사적 사건이 연도별로 적혀 있어 센스를 더했고 거의 매 챕터마다 저자의 메시지가 담겨 있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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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11-14 04: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사둔 책이지만 지금이라도 보셨군요 얼마전에 역사저널 그날 고려 편을 보셔서 이것도 보신 게 아닌가 싶네요


희선

거리의화가 2023-11-14 08:49   좋아요 1 | URL
네. 고려사 읽기를 다시 하고 있습니다^^ 지난주부터 <고려거란전쟁> 사극이 시작된 것도 있어서 겸사겸사로요^^
 

월요일 아침부터 정신이 없는 관계로 짧게만 글을 올리고 사라져야할 것 같다. 




북토크에 관심을 가지실 분들이 있을 듯하여 정보를 올려본다. 장소가 좀 많이 먼 것 같지만 가능한 분들은 참여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신청폼은 아래!!!

https://event.stibee.com/v2/click/MjkzNjQ2LzE4NTQxODEvNDQv/aHR0cHM6Ly9mb3Jtcy5nbGUvQmFrb3FYRXY5OVAxRHhvdTc



얼마 전 <동맹의 풍경>을 읽었었고 흥미로웠는데 해당 출판사에서 관련 시리즈 두 번째 책이 나왔다. 정희진 선생님이 해제와 감수를 하신 모양이다.

최근 들어 선생님께서 한국현대사 관련 작업을 계속 하고 계시는데 개인적으로 반갑고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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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11-13 10: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전 이 책 이미 샀음요!

거리의화가 2023-11-13 12:55   좋아요 0 | URL
역시 이미 사셨군요!ㅎㅎ

다락방 2023-11-13 11: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이 책 사야겠다요 ㅋㅋ

잠자냥 2023-11-13 11:14   좋아요 2 | URL
근데 난 이 책 참 신기한 게 저자가 외국인이라는 것... 물론 그래서 더 읽어보고 싶어졌는데요. 지난번 <동맹의 풍경>도 그렇고 외국인이 한국의 어떤 상황은 더 잘 아는 거 같기도....

건수하 2023-11-13 11:56   좋아요 1 | URL
이름이 일본계인가 찾아보니 그렇네요. 이미 유명한 사람이었군요..

거리의화가 2023-11-13 12:58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 책지름에 일조했군요^^ㅋㅋㅋ

외부인이 내부인보다 오히려 편견을 덜 가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건수하 2023-11-13 1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활발하게 활동하셔서 넘 좋은데 건강이 살짝 걱정되네요. 무리하실까봐…

제가 감기에 걸려서 그런가…. 휴가내고 누워있는 중 🤧

잠자냥 2023-11-13 12:15   좋아요 4 | URL
저런! 얼른 낳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건수하의 맞춤법 공부 시험 중 ㅋㅋㅋㅋㅋㅋㅋㅋ)

쌤이 요즘 활발하게 강연 많이 하시는 이유가 있긴 있는데요...ㅠㅠ
예전에는 이런 문화예술 관련 강의 할 때 지원비(도서관이나 공공단체에)가 많이 책정되어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문화예술계쪽 예산이 현 정부 들어서 다 삭감....되거나 없어져서 내년부터는 이런 강의가 다 없어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올해 안에 이런저런 강의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다니신다고....(쌤의 생계에도 직결) ˝현 정부는 우리 같은 사람들을 위해 절대 돈을 쓰지 않는다. 어차피 이런 사람들에게 돈 써봤자 자기들한테 표 안 주는 거 안다˝고 말씀하심요..... 으음.

결국 유료인 한겨레 강의 같은 걸 계속 하려고 하시는 것도 이런 여파 중 하나가 아닐까(이건 제 추측)

거리의화가 2023-11-13 13:00   좋아요 1 | URL
수하님 요새 감기 독하던데요. 얼른 나으시길 바랍니다^^

저도 선생님께서 무리하시는 것 같아 걱정이 되었는데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어느 정도 예상은 했는데 그게 맞을 줄은 몰랐습니다ㅠㅠ 내년 이후가 걱정이네요.

건수하 2023-11-13 13:13   좋아요 1 | URL
그런 사정이 있을 것 같긴 했습니다.. 선생님도 다른 분들도 걱정되네요. 개인의 생계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는 이 정부…. 아 노인 복지 예산은 늘고 있더군요.

책읽는나무 2023-11-13 21:28   좋아요 2 | URL
😭😭 그런 사정이...

수하 님도 빨리 나아요.😭
다들 힘들어 보입니다.
 

2장

경전이나 종교적 문헌에서 여자를 평가하는 단어는 거칠고, 절대적인 경멸을 담고 있다. 때로는 증오가 보이기도 한다.
남자들이 보기에 여자는 어떤 존재일까? 손사래를 치기도하지만, 한편으로는 갈망하기도 하는 존재다. 여자는 얼마만큼은 사람이다. 크로마뇽 사람이 네안데르탈 사람에게 할만한 말이다. 실패한 스케치다. 동물임에 틀림이 없지만, 본질이 불확실하고 불안한 존재다. 본능 때문에 권력을 갖기도 하고 권력에 소유되기도 한다. 항상 불완전하고, 본질에서 죄인이다. 따라서 여자를 감시하고 처벌해야 마땅하다. - P41

뇌 용량이 조금 적고 머리뼈가 조금 작다. 육체는 부드럽고지성은 생리주기에 따라 변덕스럽다. 늘 징징거리고 신경질 - P55

적으로 될 가능성이 있다. 이것이 히포크라테스 이후 이어진 여성에 대한 아주 흉측한 고정관념이다. 본질적으로 남성의 영역인 의학은 이런 고정관념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아니라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는 것을 영속시키고 굳히려는목적에서 고대의 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당화하게 된다. - P56

3대 일신교 종교부터 18세기 말과 19세기의 과학 이론,
초기 정신분석학에 이르기까지, 순수함과 부정함을 둘러싼개념은 계속해서 변화했다. 남자들은 자신의 욕망을 두려워하고, 여자들에게 완전히 의존하게 될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여자의 육체를 갈망하고 탐구하는 대상으로 삼았다. 이렇게 해서 여자의 육체는 지속적인 평가 절하와 정복의 대상이 되었다. 여자의 육체에 대한 인식은 다양했다. 생명을 낳기에 위대하다는 인식도 있었고, 병들고 수치스러운 존재로받아들여지기도 했다. 19세기의 의사들이 넘어서야 할 큰인식의 차이가 있었다. - P72

수 세기동안 여성들은 ‘영원한 병자‘로 여겨졌을 뿐만 아니라, 점액질 체액 또는 히스테리로 평가되었다. 히스테리라는 용어는히포크라테스가 만들었다. 그는 이 단어를 ‘자궁의 질식‘이원인이 되어 신체 전체에 영향을 주는 질병이 되는 현상을설명하기 위해 사용한다. 중세 서유럽에서는 히스테리를 악마가 여성의 몸을 차지하는 현상이라고 여겼다. 19세기 초대부분 의사는 자궁이 질식하거나 과도하게 흥분해서 질병이 생기는 것으로 생각했다. 여자들은 감정을 잘 통제하지 못하므로 ‘정신 질환이 있을 확률이 높다‘고 했다."" 병원의 정신병동에 여자가 남자보다 많다는 것이 근거였다." - P73

이 글은 신화와 동화 속에서 남성의 힘이 얼마나 중요하게 여겨지며, 형제자매간의 결혼, 왕들과그 딸들과의 결혼 등 근친상간과 강간이 얼마나 경시되는지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행위는 성행위에서 여성의 동의가무시되는 것도 보여준다. 《잠자는 숲속의공주》의 원작자 잠바티스타 바실레의 작품이 바로 그런 사례인데, 이 이야기는 강간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P82

이 동화의 끝에는 "행운이 있는 자에게 축복은 자는 동안에도 찾아온다"라는 교훈이 첨부되어 있는데, 이는 성폭행이 "축복"이며, 벌을 받지 않고 반복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남자가 여자의 몸을 지배해서 여자의 쾌락이 종속되는 것은
‘심리적 할례"와 비슷하다고 하겠다." 이런 심리적 손상과함께 음핵을 잘라내거나, 소음순의 일부 또는 전체를 자르거나, 음부를 봉합하는 신체적인 손상이 추가되기도 하는데, - P83

다윈은 교육을 통해 미래에는 평등이 올 수 있다고 보았다. 108 다윈의 저서를 전문으로 다루는 철학자이자 과학사가인 패트릭 토트는 다윈이 "여성은 모성애라는 가장 독창적이고 초기적인 형태의 사회적 본능(도덕적 감정의 기초)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했다. 이것이 다윈이 논리적으로 여성들에게서 인간의 감성과 윤리적 진화에 대한 미래의 희망을 두도록 이끈 것이다"라고 해석한다. - P89

<마녀>에서 쥘 미슐레는 19세기의 동료들과는 완전히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마녀사냥은 고대 이교도 의식을 근절하는 역할을 했지만, 폭력에 직면한 여성의 반란 행위였다는 것이다. 한 세기 후, 페미니스트 운동은 미슐레의 뒤를이어 이것이 사회 구조와 "가부장제 사회의 이상적인 여성상"218을 감히 위협한 사람들을 제거한 "여자 사냥"이라고 말한다. 영국의 역사학자 앨리슨 롤랜즈가 지나치게 급진적인 페미니즘 분석에 대해 경고하는 것은 "페미니즘이 마술 - P99

에 대한 비난에서 보이는 젠더적 특성을 투영하는 유용한통찰력으로 연구하는 것, 특히 가부장제 분석과 연관시키는연구"21"를 남성 역사가들이 단념하게 만들지나 않을까 하는걱정 때문인데, 마녀 사냥꾼들이 깨고 싶었던 것은 여성의독립에 대한 의지다. - P100

인류학에서 성차별주의 이념은 20세기 중반까지 계속되었다. 1980년대부터 다수의 미국 인류학자들"이 인류학적사유에서 드러나는 남성 중심성에 관해 의문을 표했고, 여성을 자연주의적 개념으로 이해한 것을 기반으로 한 남성적지배의 합법성에도 반론을 제기했다. 이들은 사회 · 역사적맥락에 따라, 즉 생산 양식의 변화, 엘리트와 계급의 등장 등남녀의 성적 불평등이 나타나는 조건들을 주로 연구했다.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100년 뒤에 이런 시각이 등장한 것이다. 엥겔스는 사회적 요인은 역사의 흐름에 따라서 바뀔 수있고 특정한 시기에만 나타나는 독특한 요소가 있다는 것을주목하고, 이것을 여성의 복종과 어떤 관계인지 살피고 있다. 이런 생각은 사냥-채집 사회처럼 일부 사회에서는 남녀가 평등하다는 점에서 증명되고 있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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